금방울전 - 금령전 해설
by 송화은율금방울전 - 금령전
요점 정리
작자 : 미상
연대 : 조선후기 추정
형식 : 전기소설, 고전 소설, 영웅 소설, 도술 소설
성격 : 전기적, 도술적,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제재 : 금방울과 해룡의 활약상
주제 : 금방울이 여러 가지 장애를 극복하고 혼사에 성공하는 과정
의의 : 많은 전래 설화가 화소(소설 따위에서, 이야기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로 채용됨
인물 : 금방울과 해룡의 영웅으로서의 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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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울 |
해룡 |
고귀한 혈통 |
남해 용왕의 딸 |
동해 용왕의 아들 |
비정상적 출생 |
죽은 김상랑의 혼과 막씨가 결합하여 방울의 모습으로 태어남 |
장원의 아내의 입으로 들어가 잉태되어 태어남. |
탁월한 능력 |
아무리 해치려 하여도 살아나며 갖가지 신이한 능력으로 주변 사람들을 도움. |
용맹하고 주도면밀하게 사건을 해결해 나감. |
고난을 겪음 |
방울을 낳은 막씨가 놀라 없애고자 함 |
피란길에 부모와 헤어지고 변씨로 인해 어려움에 빠짐. |
위기의 극복과 성공 |
요귀를 물리치고 천상에서 정한 시한을 채운 뒤, 방울의 모습에서 탈각하여 부마의 부인이 되고 부귀영화를 누림. |
요귀를 물리치고 부마가 되며, 헤어졌던 부모와 만나고 금방울과 혼인하여 부귀영화를 누림. |
영웅 소설의 특징
난리 중 피란길에 부모를 잃음 |
장삼의 도움 |
변씨의 계략 |
금방울의 출현 |
어린 시절의 고난 |
제 1 조력자 |
고난 시작 |
제2 조력자 |
특징 : 여성의 활약을 그리고 있으며 많는 전래 설화의 주요 모티프가 수용됨(난생 설화, 지하국 대적 퇴치 설화, 시애 설화, 계모 설화, 변신 모티프), 소외 계층에게 정신적 위안을 줌.
줄거리 :
명나라 초엽에 장원이라는 한 선비가 아들을 낳아 해룡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뒤에 난리를 만나 피난길에 장원부부가 해룡을 버리자, 도적인 장삼이 해룡을 업고 강남고군으로 달아 났다. 또, 김삼랑의 처 막씨는 효성이 지극하여 꿈을 꾸어 옥황상제로부터 아이를 점지받고, 죽은 남편의 혼과 동침해서 금방울을 낳았다. - 발단
금방울은 신출귀몰하는 재주로 어머니를 도와 온갖 어려운 일을 해냈다. 이런 소문이 나자 이웃의 무손이 훔쳐갔는데 불이 일어나 가재도구를 모두 불태웠다. 또 고을 원님인 장원이 막씨를 가두고 금방울을 처치하려 하였으나 도리어 큰 혼만 당하고 금방울과 막씨를 풀어주었다. 장원의 부인이 병을 얻었는데 금방울이 부인의 생명을 구해준 인연으로 장원부부는 막씨와 결의형제하고, 그 뒤로는 금방울이 장원부인과 막씨 사이를 오가면서 사랑을 받게 되었다. - 전개
하루는 금방울이 장원에게 난리 중에 잃은 해룡(海龍)의 모습을 그린 족자를 가져다준 뒤에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때 태조고황제가 난을 평정한 뒤 늙어서 금선공주를 얻었다. 하루는 황후와 공주가 시비와 함께 달구경을 하다가 요귀에게 납치당하자, 황제는 공주를 찾아주면 천하의 반을 주겠다는 방을 써붙인다. 한편, 해룡은 장삼의 아내 변씨의 학대로 어려운 일만 당하는데, 그때마다 금방울이 나타나 그를 도와준다. - 위기
그러나 해룡은 구박을 못 견디어 변씨집을 나와 산중으로 들어갔는데, 금털이 난 머리 아홉 개 가진 요귀를 마나 위태롭게 된다. 이때 금방울이 나타나 요귀에게 먹혔으며 해룡은 금방울을 구하려고 간신히 굴속을 기어 들어가 금선수부라 하는 곳에 이르렀다. 그 앞에서 피묻은 옷을 빠는 시녀를 만나 그녀가 준 보검으로 요귀를 찔러 죽였다. 해룡이 금방울을 구하고 공주와 시녀들을 무사히 데려오자 황제는 해룡을 부마로 삼았다. - 절정
금방울을 잃고 슬퍼하던 막씨와 장부인은 금방울이 다시 돌아오자 기뻐하였다. 막씨와 장부인은 꿈을 꾸었는데, 선관이 나타나 딸과 아들을 각각 만나게 될 것이라고 일러준다. 꿈을 깨니 금방울은 간 곳 없고 금방울의 껍질에서 벗어난 선녀가 앉아 있었다. 해룡은 나라의 변방이 다시 어지러워지자 순무어사가 되어 전국을 돌게 되었다. 장원이 다스리는 고을에서 묵게 되는 날 밤에, 꿈속에 백발노인이 나타나고 족자로 인연하여 드디어 부자(父子)가 상봉한다. 이에 황제는 금방울을 황후의 양녀로 삼아서 해룡과 결혼(結婚)시켰다. 해룡은 두 부인을 거느리고 부귀공명(富貴功名)으로 일생을 누리다가 두 부인과 함께 백일승천(白日昇天)하였다. - 결말
출전 : 경판본(대영박물관 소장) 금방울전
내용 연구
<앞 부분 줄거리> 명나라 초엽에 장원이라는 선비가 동해 용왕의 아들을 구출해 준 인연으로 부인이 잉태를 하였고, 열 달 뒤에 아들을 낳아 해룡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 뒤에 난리를 만나 피란길에 부모를 잃은 해룡은 장삼에게 구해져, 그의 양육을 받게 된다.
변씨 늦도록 자식이 없다가 우연히 태기 있어 아들을 낳으매 장삼이 대희하여[크게 기뻐하여] 이름을 소룡(小龍)이라 하였다. 칠 세 되매 약간 재모가 있으나 어찌 해룡의 늠름한 풍도며 넓은 도량을 따라갈 수 있으리오. 같이 글을 배우매 해룡은 한 자를 배우면 열 자를 통하여[문일지십(聞一知十) : 한 가지를 들으면 열을 미루어 앎] 십 세 안에 문장을 이뤘는지라. 해룡이 점점 자라 열세 살이 되매 그 영매[영리하고 비범함]하고 준걸(俊傑 : 재주와 슬기가 뛰어남. 또는 그런 사람)한 모습은 태양이 빛을 잃을 만하며 현혁(顯赫 : 빛나게 드러나서 뚜렷하다)한 도량은 창해[넓고 큰 바다. 창명(滄溟)]를 뒤치는 듯하고 맑고 빼어남이 어찌 범용[평범하고 용렬(庸劣)함. 또는 그런 사람]한 아이와 비교하리오. -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해룡
이 때 변씨의 시기하는 마음이 날로 더하여 백 가지로 모해하며 (해룡을) 내치려 하되 장삼은 듣지 아니하고 더욱 사랑하니, 이러함으로 해룡은 몸을 보전하여 공순하며 장삼을 지극히 섬기니, 이웃과 친척들이 칭찬치 않는 이 없더라.
옛날로부터 영웅과 군자가 때를 만나지 못하면 초야에 묻힘이 고금의 상사(常事 : 보통 있는 일)라. 장삼이 홀연히 병을 얻어 백약이 무효하니 생이 지극 지성으로 구호하되 조금도 차도[병이 조금씩 돌려서 나아가는 정도]가 없고 점점 날로 더하여 장삼이 마침내 일어나지 못할 줄 알고 생의 손을 잡고 눈물지으며,
내 명은 오늘뿐이라. 어찌 천륜지정을 속이리오. 내 너를 난중에서 얻음에 기골[건장하고 튼튼한 체격]이 비상하거늘 업고 도망하여 문호를 빛낼까 하였더니 불행히 죽게 되니 어찌 눈을 감으며 너를 잊으리오. 변씨는 어질지 못함에 나 죽은 후에 반드시 너를 해코저 하리니, 보신지책(保身之策 : 자신의 한 몸을 보전하는 계책)은 네게 있나니 삼가 조심하라. 또한 대장부 사소한 혐의를 두지 아니하나니 소룡이 비록 불초(不肖 : 자기의 겸칭)하나 나의 기출(己出 : 자기가 낳은 자식)이니 바라건대 거두어 주면 내 지하에 돌아갈지라도 여한[풀지 못하고 남은 원한]이 없으리라.
하고, 또 변씨 모자를 불러 앉히고,
내 명은 오늘뿐이라, 죽은 후에라도 해룡을 각별 애무하여[사랑하여] 소룡과 다름없이 대하라.
하고, 또 해룡을 가리켜,
너는 후일 반드시 귀히 되어 길이 영화를 보리니, 오늘의 내 마음을 저버리지 말고 나의 뜻을 기억하라.
하고, 말을 마치며 죽으니, 해룡의 애통함은 차마 보지 못할 지경이더라. <중략> - 장삼의 죽음
변씨 해룡이 분명 요술을 부려 사람을 속이니 두었다가는 큰 화를 입으리라. 하고 아무쪼록 죽여 없앨 의사를 내어 틈을 얻어 해할 묘책을 생각다가 한 계교를 얻고 해룡을 불러 이르기를,
집안 어른이 돌아가시매, 가산이 점점 탕진(蕩盡 : 재물을 다 써서 없앰)하여 형편이 없음을 너도 보아 아는 바라. 우리 집의 전장(田莊 : 소유하는 논밭)이 구호동에 있더니 요즘에는 호환(虎患 : 범이 사람 또는 가축에게 끼치는 폐해)이 자주 있어 사람을 상하기로, 폐농(廢農)된 지가 아마 수십 년이 된 지라. 이제 그 땅을 다 일구면 너를 장가도 들이고 우리도 또한 네 덕에 좋이 잘 살면 어찌 아니 기쁘리오마는, 너를 위지(危地 : 위험한 곳)에 보내면 행여 후회 있을까 저어하노라[걱정하노라].- 변씨의 말하기 방식은 상황의 불가피함을 들어 상대방의 행동을 유도하고 있다
해룡이 흔연히[기쁘게] 허락하고 이에 쟁기를 거두어 가지고 가려 하거늘, 변씨가 짐짓 말리는 체하니 생이 웃고 말하기를,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니 어찌 짐승에게 해를 보리오.
하고 표연히[홀가분하고 거침없이] 가니, 변씨 나와 수이 오라 하는지라. 해룡이 대답하고 구호동에 들어가니 사면 절벽 사이에 초목이 무성하고 다만 호표(虎豹 : 호랑이와 표범) 시랑(豺狼 : 승냥이와 이리)의 자취뿐이라. 해룡이 조금도 두려움이 없고 밭을 두어 이랑 갈 때 홀연히 바람이 일고 모래가 날리며 문득 산상[산위]으로부터 범이 주홍과 같은 입을 벌리고 달려들매, 해룡이 정신을 진정하여 대항코자 할 때, 서편에서 또다시 큰 범이 벽력 같은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드는 것이니, 해룡이 정히 위태하더라. 이 때 홀연히 등 뒤로부터 금방울이 내달아 한 번씩 받아 버리니 그 범이 소리를 지르고 달아나거늘 금방울이 나는 듯이 연하여 받으니, 두 범이 모두 거꾸러지는 것이었으니, 해룡이 달려들어 두 범을 죽이고 본즉 금방울이 번개같이 굴러다니며 한 시각이 되지 못하여 그 넓은 밭을 다 갈더라.[금방울이 도와주는 이유를 모름] - 위험에 처한 해룡을 도와주는 금방울
생이 크게 기특히 여기어 금방울에게 무수히 치사하고[고맙다고 사례하고] 이미 죽은 범을 이끌고 산에서 내려오며 돌아보니, 금방울이 간 곳이 없으매, 이 때에 변씨는 해룡을 구호동에 보내 놓고,
제 어찌 살아 돌아오리오.
하고 들며나며 매우 기뻐하더니, 문득 밖에 소리가 나며 사람들이 요란히 떠드는 소리가 들리므로 변씨가 나가 보니 생이 큰 범 두 마리를 이끌고 왔던 것이라. 변씨는 크게 놀라,
네가 무사히 다녀왔구나?
하고 칭찬하며 또한 큰 범 잡아 옴을 기꺼워하는 체하며 일찍이 쉬라 하더라. 생이 감사하고 이에 제 방으로 들어가니 금방울이 먼저 와서 있더라.
이에 변씨가 소룡과 더불어 죽은 범을 가지고 관가에 들어가니 지현이 보고 크게 놀라,
네 저런 큰 범을 어디서 잡았느뇨?
변씨가 대답하되,
마침 호랑이 덫을 놓아 잡아 왔나이다.
지현[벼슬 이름]이 칭찬하고 즉시 전문 이십 관을 내어 상금을 주니, 변씨가 받아 가지고 돌아올 때 소룡에게 당부하여 이런 말 말라 하고 빨리 오더니 동녘이 아직 밝지 아니하였는지라.
정히 오능령이란 고개를 넘어오는데 문득 한 떼의 강도들이 내달아 시비곡직(是非曲直 : 옳고 그르고 굽고 곧음. 시비선악) 묻지 아니하고 변씨 모자를 잡아다가 나무 끝에다 높이 매달아 놓고 가진 돈이며 의복을 벗겨 가지고 달아나는 것이매, 변씨가 벌거벗고 나무에 매달리어 아무리 벗어나려고 애쓰나 어찌 벗어날 수 있으리오.[죄는 지은 데로 가고 덕은 닦은 데로 가는 법]
이는 변씨의 고약한 심사를 나쁘게 여긴 금방울의 농간(弄奸 : 남을 속여, 일을 그르치게 하려는 간사한 짓.)으로 이런 횡액(橫厄 : 횡래지액(橫來之厄) : 뜻밖에 닥쳐오는 재액)을 받으니, 대저 금방울의 신기함이 이와 같았느니라.
<중략>
해룡이 홀홀이 집을 떠나가는데 앞에 큰 뫼가 막혔으며, 어디로 향할 줄을 몰라 주저할 즈음에 금령(金鈴)이 굴러 갈 길을 인도하더라.[금령은 조력자의 역할]
점점 따라 여러 고개를 넘어갈 때에 층암(層巖) 절벽(絶壁) 사이에 푸른 잔디와 암석이 내를 격하여 바라보이매, 생(해룡)이 바위 위에 앉아 잠깐 쉬더라. 이때 문득 벽력 같은 소리가 진동하며 한 곳에 황 같은 터럭이 돋힌 짐승이 주홍 같은 입[악귀의 모습 묘사]을 벌리고 달려들어 자기를 해하려고 하므로, 생이 급히 피하고자 하더니 금령이 굴러 내달아 막으니, 그 짐승이 몸을 흔들며 변하여 아홉 머리를 가진 악귀가 되어 금령을 집어삼키고 들어가는 것이었으니, 생이 이 거동을 보고 대경하여 낙담하며 말하기를,
“이번에는 반드시 금령이 죽었도다.”
하고, 탄식하며 어찌할 줄을 모르더니 홀연히[갑자기] 광풍이 일어나며 공중에서 크게 부르짖기를,
“금령을 구하지 않고 이리 방황하느뇨? 급히 구하라.”
하고, 문득 간데 없으매, 생이 생각하되,
“하늘이 가르치니, 부득이 구하려니와 그러나 빈손뿐이요. 몸에는 쇳조각[맞서 싸울 무기] 하나 없으니 어 이 대적하리오.”
하고, 또 “금령이 없으면 내 어찌하여 살아났으리오.” 하고 정속을 단단히 하고 한번 뛰어 들어가니, 지척(咫尺)을 분별치 못할 지경이더라. 수삼 리를 안으로 들어가니 그래도 아무 종적이 없더라.
그리하여 힘을 다하여 기어이 들어가니 홀연히 천지가 밝아지고 해와 달이 고요한데 두루 살펴보니 청석돌비에 금자로 새겼으되, ‘남천산 봉래동’이라 하였고, 구름 같은 석교 위에 만장폭포가 흐르는 소리 세사를 잊어버릴 만하였고, 그곳을 지나 점점 들어가니 아문을 크게 열고 동중에 주궁패궐[진주나 조개 따위의 보물로 호화찬란하게 꾸민 대궐]이 하늘과 땅에 닿아 삼광요내성외곽이 은은히 뵈이거늘, 자세히 본즉 문 위에 금자로 썼으되 금선수부라 하니라.
원래 금제는 천지 개벽 후에 일월정기로 생겨나서 득도하여 신통이 거룩하고 재주가 무쌍한지라. 생이 문밖에서 주저하여 감히 들어가지 못하더니, 이윽고 안으로부터 여러 계집들이 나오는데 색태가 아름답고 시골에 묻힌 계집과 판이하거늘 생이 급히 피할 때, 몸을 풀포기에 숨기고 동정을 살피니, 이윽고 사오 명의 계집이 피 묻은 옷을 광주리에 담아 이고 서로 손을 이끌고 나와 시냇가에 이르러 옷을 물에 빨며 근심이 가득하여 서로 말하기를,
“우리 대왕[악귀]이 전일에는 용력이 절인[남보다 뛰어나고]하고 신통이 거룩하여 당해 낼 자 없더니 오늘은 나가 시더니 홀연 속을 앓고 돌아와 피를 무수히 토하고 기절하니, 그런 신통으로도 이런 병을 얻었으니 곧 나으면 좋으려니와 만일 오래 신고[어려운 일을 당하여 몹시 애씀]하여 낫지 못하면 우리들의 괴로움을 어디 에다 비하리오.”
하니, 그 중에 한 여자가 말하기를,
- “우리 공주 낭랑이 간밤에 한 꿈을 얻으니, 하늘에서 한 선관이 내려와 이르시되 ‘내일 다섯 시에 일위수재(一位秀才)[뛰어난 재주를 가진 한 사람]가 이곳에 와서 이 악귀를 잡아 없이 하고 공주 낭랑을 구 하여 돌아갈 터이니 염려 말라 하시고 또 이 사람은 다른 수재가 아니라 동해 용왕의 아 [A]들로서 그대와 속세 연분이 있음에 그대가 이렇게 됨이 또한 천수(天數)라 인력으로 못 하나니 천명을 부디 어기지 말고 순순이 따르라.’ 당부하고 이른 말을 누설치 말라 하시 더라. 그러더니 오늘 다섯 시가 되도록 소식이 없으니 그런 꿈도 허사가 아닌가 하노 - 라.”
<중략>
생을 인도하여 들어가니 중문은 첩첩하고 전각은 의의하여 반공에 솟았는데, 몸을 숨기어 가만히 들어가니 한 곳에 흉악하게 신음하고 앓는 소리에 전각이 움직일 듯하니라. 생이 뛰어 올라가 보니 그 짐승이 전각에 누워 앓다가 문득 사람을 보고 일어나려 하다가 도로 자빠지며 배를 움키고 온 몸을 뒤틀어 움직이지 못하고 입으로 피를 무수히 토하고 거꾸러지더라.
생이 이 형상을 보고 사후코자[싸우고자] 하나 빈손으로 몸에 촌철(寸鐵)[날카로운 쇠붙이]이 없어 할 수 없이 방황하는데, 그때 한 미인이 칠보홍군으로 몸도 가볍게 걸어오며, 벽상에 걸린 보검(寶劍)을 가져다가 급히 생에게 주는 것이매[암구명촉(暗衢明燭) : 어두운 거리의 밝은 등불], 생이 즉시 그 보검(寶劍)을 받아 들고 달려들어 그 요귀의 가슴을 무수히 지르고 보니, 금터럭 돛인 염[수염]이 부르돋고 그 짐승은 여러 천 년을 산중에 있어 득도(得道)하였기로 사람의 형용을 쓰고 변화무쌍한 조화를 부리던 터이라.
이에 가슴을 헤치고 본즉 문득 금령이 굴러 나오니, 생이 보고 크게 반기며 소리를 질러 말하기를,
“너희 수십 명이 필경 다 요귀로 변하여 사람을 속임이 아니냐?”
하니, 모든 여자가 일시에 꿇어앉아,
“우리들은 하나도 요괴가 아니오. 우리 팔자가 기구하여 그릇 이놈의 요괴에게 잡히어 와 서 험악한 욕을 보고 수하에 있어 사환이 되어 이처럼 부지하여 죽도 살도 못하고 어느 때를 만나야 다시 세상을 볼고 하여, 이곳에 어찌할 수 없어 억류되어 있는 급한 목숨들 이로소이다. 아까 공자께 보검을 드리던 분이 곧 천자의 외따님이며, 금선공주 낭랑이로 소이다.”
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 사람의 미인이 나와 채의 홍상을 끌고 옥 같은 얼굴을 가리우고 외면하여 섰으니, 이는 다름 아니요 금선공주더라. 수색[부끄러운 기색]을 띄며 사례하여 말하기를,
“나는 과연 공주였더니, 수년 전에 모후 낭랑을 모시고 후원에 올라 달구경 하다가 이 요 괴에게 잡히어 와서 지금까지 죽지 못하고 살아 있음은 시비들이 주야로 수직(守直)[맡아서 지킴]하여 있는 고로 욕을 참고 부지하여 살아 있다가 마침 천행으로 그대의 구하여 주심을 입어, 다시 고궁에 돌아가 부왕과 모후를 만나 뵈옵게 하오니 이 은혜는 각골난망이라 무엇으로 갚사오리까. 이제는 금시 죽어도 한이 없사옵니다.”
하고, 소매로 낯을 가리고 목이 메어 흐느끼는 것이었으니, 생이 그에 자초지종 이야기를 다 듣고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말하기를,
“이제 공주 모시고 나아가고 싶은 마음은 시각이 바쁘오나 길이 험하여 발설하기 어려울 것이니, 내 이제 잠깐 나아가 북현(北縣)에 고하고 위의[예법에 맞는 몸가짐]를 갖춰 공주를 모시게 하올 것이 니 잠깐만 기다리시옵소서.”
하더라. 공주가 울며 말하기를,
“그대 간 후에 또 무슨 변괴가 있을런지 알 수 없사오니 제발 데려가 주소서.”
하여, 함께 가기를 애걸하니 생이 위로하여 말하기를,
“저 금방울이 천지조화로 되었음에 재주가 무궁하고 신통이 기이하기로[금령의 신통함은 작품 전체에 전기적 요소를 부여] 정히 요괴를 잡 고 공주를 구하여 고국에 돌아가게 하였음이, 다 금령의 조화로 됨이요.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을지라도 가히 구하리니 아무 염려 마시고 잠깐만 기다리시옵소서.”(하략)
호협방탕 : 작은 일에는 거리낌이 없고, 주색잡기에 빠져 행실이 좋지 못함.
안장 : 편안히 장사지냄.
수직 : 맡아서 지킴.
천고 : 오랜 세월
표탕 : 정처없이 헤매어 떠돎
절승 : 경치가 뛰어남
소쇄 : 기운이 맑고 깨끗함
탑하 : '자리의 아래'란 뜻
발원 : 무엇을 바라고 원하는 생각을 냄.
보응 : 인과에 따라 갚음을 받는 것
청의 선관 : 청은 동쪽, 백은 서쪽, 흑은 북쪽, 황은 가운데를 상징하는 빛깔이므로 청의 선관은 동쪽에 앉은 노옹을 가리킴.
여차여차 : 이러이러. 구체적인 내용을 표현하지 않고 줄일 때 쓰는 말.
윤기 : 윤리와 기강
만장폭포 : 매우 높은 데서 떨어지는 폭포
무료 : 흥미가 없어 심심하고 지루함
실족 : 발을 잘못 디딤.
남가일몽 : 꿈과 같이 헛된 한때의 부귀영화를 이르는 말. 중국 당나라의 순우분이 술에 취하여 홰나무의 남쪽으로 뻗은 가지 밑에서 잠이 들었는데 괴안국(槐安國)으로부터 영접을 받아 20년 동안 영화를 누리는 꿈을 꾸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허위 : 시신 없이 위패만 모신 자리.
영연 : 귀신의 위패를 모셔 놓은 자리.
숙녀지덕 : 교양과 예의를 갖춘 정숙한 여인의 덕
탕자 : 방탕한 사내
천앙 : 하늘에서 내리는 재앙.
참예 : =참여(參與)
유명 : ① 어둠과 밝음을 아울러 이르는 말. ② 저승과 이승을 아울러 이르는 말. 여기서는 ②
화근 : 재앙의 근원
칩뜨다 : 치솟아 오름.
저어하다 : 두려워 하다.
옹비 : 코를 휩쌈
부요 : 재물이 풍족함.
불측한 : 생각이나 행동이 괘씸하고 엉큼한, 또는 예측할 수 없는
인류 : 사람의 무리라는 뜻
실성통곡 : 정신 이상이 생길 정도로 슬피 욺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금방울의 탈을 쓴 금령이 남자 주인공(主人公)을 도와 괴수를 퇴치하고, 액운을 다한 뒤 탈을 벗고 둘이 부부가 된다는 설화적인 요소가 짙은 전기소설로 조선 후기의 작품으로 보이는 작자 ·연대 미상의 전기소설로 '금령전(金鈴傳)'이라고도 한다. 1917년 세창서관(世昌書館) 간행본을 보면 제목이 ‘능견난사(能見難思)’로 되어 있다. 주인공은 동해 용왕의 아들이 인간으로 태어난 장해룡(張海龍)과, 하늘에서 죄를 지어 금방울의 탈을 쓰고 태어난 용녀(龍女)이다. 흉노(匈奴)의 침략 등 온갖 파란 속에서 금방울은 해룡을 도와 큰 공을 세우게 하고, 해룡은 마침내 국왕의 사위가 된다. 그 후, 금방울이 인간의 액운이 다하여 탈을 벗고 절세미인이 되자 국왕이 중매하여 장해룡과 인연을 맺게 한다. 해룡은 공주와 금방울을 거느리고 부귀공명을 누리다가 공주는 인간의 수명이 다하여 죽고, 해룡과 금방울은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된다. 중국을 무대로 하였으며, 줄거리가 복잡하면서도 비교적 짜임새가 있는 낭만적인 소설이다.
이 작품은 중국을 배경으로 설정하고 여주인공 금령이 금방울 모양으로 태어나서 벌이는 신기담을 흥미 있게 전개해놓은 전기소설이다. 이 작품의 가치관은 해룡과 금령의 '남녀결합'과 '부귀획득'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이 작품을 쓴 작가의 가치관인 동시에 독자층인 여성 독자와 권력에서 소외된 피지배계층의 행복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금령의 초월적인 힘은 미천하게 태어나 고달픈 삶을 살고 있는 많은 독자에게 정신적 위안을 주고 고통을 덜어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 해룡과 <김원전>의 김원은 똑같이 요귀를 죽이고 공주를 구출한다는 구성을 하고 있고, 또한 김원의 장자가 해룡으로 되어 있는 점에서 보면 이 작품의 작가가 <김원전>을 모방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작품의 구두적 퇴치삽화는 서구의 민담인 <용퇴치자>.<곰의 아들>.<지하국대적퇴치설화>와 내용에 있어 유사성을 지니고 있으며, 또한 소설작품으로는 중국의 <보강총백원전>.<진순검매령실처기>.<신양동기>와 우리나라의 <최고운전>.<홍길동전>.<김원전> 등과의 비교연구가 요망되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금방울의 변신모티브는 <박씨전>에서의 박씨부인의 변신과도 연관지어 볼 수 있다
그리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1책. 국문 목판본 · 필사본 · 활자본. ‘ 금령전 ( 金鈴傳 ) ’ · ‘ 능견난사 ( 能見難思 ) ’ 라고도 한다.
목판본은 모두 경판으로 28장본(국립중앙도서관본 · 대영박물관본) · 20장본(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나손문고본, 舊 金東旭소장본) · 16장본(국립중앙도서관본 ·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도서관본 · 서울대학교 도서관본 · 河東鎬소장본 · 이화여자대학교 도서관본) 등 10여 종이 있다.
필사본은 31장본(고려대학교도서관본)이 있고, 활자본은 신구서림(新舊書林, 1916) · 조선서관(朝鮮書館) · 세창서관 ( 世昌書館 ) · 회동서관(匯東書館,1925) · 경성서적조합(京城書籍組合,1925) 등의 판본 10여 종이 있어, 모두 20여 종이 전하고 있다.
이 작품은 금방울의 탈을 쓴 금령이 남자주인공을 도와 괴수를 퇴치하고, 액운을 다한 뒤 탈을 벗고 둘이 부부가 된다는 설화적 요소가 짙은 전기소설이다.
명나라 초엽에 장원(張源)이라는 선비가 동해용왕의 아들을 구출해준 인연으로 부인이 잉태하였고, 열달 뒤에 아들을 낳아 해룡(海龍)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 뒤에 난리를 만나 피난길에 장원부부가 해룡을 버리자, 도적인 장삼(張參)이 해룡을 업고 강남고군으로 달아났다.
또, 김삼랑(金三郎)의 처 막씨(莫氏)는 효성이 지극하여 늙은 어머니를 지성으로 봉양하고 어머니가 우연히 죽자 초막을 짓고 묘소를 돌보며 살았다. 그러던 중 어느날 꿈을 꾸어 옥황상제로부터 아이를 점지받고, 죽은 남편의 혼과 동침해서 금방울을 낳았다.
금방울은 신출귀몰하는 재주로 어머니를 도와 온갖 어려운 일을 해냈다. 이런 소문이 퍼지자 이웃의 무손(武孫)이 금방울을 훔쳐갔는데 불이 일어나 가재도구를 모두 불태웠고, 또 고을원님인 장원이 막씨를 가두고 금방울을 처치하려 하였으나 도리어 큰 혼만 당하고 금방울과 막씨를 풀어주었다.
하루는 장원의 부인이 병을 얻어 죽게 되었는데, 이 때 금방울이 보은초를 가지고 와 생명을 구해주었다. 이 인연으로 장원부부는 막씨와 의형제를 맺고, 그 뒤로는 금방울이 장원부인과 막씨 사이를 오가면서 사랑을 받게 되었다. 그러던 중 금방울이 장원에게 난리 중에 잃은 해룡의 모습을 그린 족자를 가져다준 뒤에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 때 태조 고황제(太祖 高皇帝)가 난을 평정한 뒤 늙어서 금선공주(金仙公主)를 얻었다. 하루는 황후와 공주가 시비와 함께 달구경하다가 요귀에게 납치당하자, 황제는 공주를 찾아주면 천하의 반을 주겠다는 방을 써붙인다.
한편, 장삼이라는 도적의 집에서 자라던 해룡은 장삼의 아내 변씨(卞氏)의 학대가 심하여 어려운 일만 당하는데, 그때마다 금방울이 나타나 그를 도와준다. 그러나 해룡은 구박을 못 견디어 변씨집을 나와 산중으로 들어갔는데, 금색털을 가진 머리 아홉 개의 요귀를 만나 위태롭게 된다.
이 때 금방울이 나타나 요귀에게 대신 먹혔다. 해룡은 금방울을 구하려고 간신히 굴 속을 기어들어가 금선수부라 하는 곳에 이르렀다. 그 앞에서 피묻은 옷을 빠는 시녀를 만나고, 그 시녀를 따라간 해룡은 시녀가 준 보검으로 요귀를 찔러죽인다.
그 요귀는 금터럭난 염이 돋친 짐승이었으며, 가슴을 파헤치니 거기서 금방울이 굴러나왔다. 납치되었던 공주와 시녀들을 모두 구하여서 돌아오니 황제는 해룡을 부마로 삼았다. 그즈음 북방의 흉노가 침범하니 대장군이 된 해룡이 나아가 싸워 크게 이기고 개선하여 좌승상이 된다.
한편, 막씨는 금방울을 잃고 장원부인과 함께 슬퍼하였는데, 어느날 금방울이 돌아오자 기뻐한다. 하루는 꿈을 꾸었는데, 막씨와 장부인의 꿈 속에 선관이 나타나 딸과 아들을 각각 만나게 될 것이라고 일러준다. 이윽고 꿈을 깨니 금방울은 간 곳 없고 선녀가 앉아 있으니, 그 선녀는 바로 금방울의 껍질을 벗고 나온 선녀였다.
다시 나라의 변방이 어지러워지자 해룡은 순무어사(巡撫御使)가 되어 전국을 돌다가 장삼의 묘에 제사지내고 다시 변씨 모녀를 만나 위로하였다. 또, 장원이 다스리는 고을에서 묵게 되는 날 밤에, 꿈 속에 백발노인이 나타나고 족자로 인연하여 드디어 부자가 상봉한다.
이에 황제는 금방울을 황후의 양녀로 삼아서 서울로 데려오고 날을 잡아서 해룡과 결혼시켰다. 해룡은 두 부인을 거느리고 부귀공명으로 일생을 누리다가 두 부인과 함께 승천하였다.
이 작품은 중국을 배경으로 하여 여주인공 금령이 금방울모양으로 태어나서 벌이는 신기담을 흥미있게 전개해 놓은 전기소설이다. 이 작품의 가치관은 해룡과 금령의 ‘ 남녀결합 ’ 과 ‘ 부귀획득 ’ 으로 나타나는데, 이것은 〈 금방울전 〉 을 쓴 작가의 가치관인 동시에 독자층의 행복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여주인공의 적극적인 활동과 남녀의 결합은 여성독자의 의식을 반영한 것이요, 특권획득과 신분상승은 권력에서 소외된 피지배계층에 속하는 독자층의 의식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따라서, 금령의 초월적인 힘은 미천하게 태어나 고달픈 삶을 살고 있는 많은 독자에게 정신적 위안을 주고 고통을 덜어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 금방울전 〉 의 주인공 해룡과 〈 김원전 金圓傳 〉 의 김원이 똑같이 요귀를 죽이고 공주를 구출한다는 구성을 하고 있다. 또한 김원의 큰아들의 이름이 해룡으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 본다면 이 작품의 작가가 〈 김원전 〉 을 모방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작품에 들어가 있는 머리 아홉 개 달리 요괴를 퇴치하는 삽화는 서구의 민담인 〈 용퇴치자 勇退治者 〉 · 〈 곰의 아들 〉 · 〈 지하국대적퇴치설화 〉 와 내용이 유사하다.
또한 소설작품으로는 중국의 〈 보강총백원전 補江總白猿傳 〉 ·〈 진순검매령실처기 陳巡檢梅嶺失妻記 〉 · 〈 신양동기 申陽洞記 〉 와 우리나라의 〈 최고운전 崔孤雲傳 〉 · 〈 홍길동전 〉 · 〈 김원전 〉 등 비교해 볼만하다. 금방울의 변신모티브는 〈 박씨전 朴氏傳 〉 에서의 박씨부인의 변신과도 연관지어 볼 수 있다.
≪ 참고문헌 ≫ 韓國民俗과 文學硏究(金烈圭, 一潮閣, 1971), 景印古小說板刻本全集(金東旭 編, 延世大學校 人文科學硏究所, 1973), 韓國口碑傳承의 硏究(成耆說, 一潮閣, 1976), 古小說全集(禹快濟 編, 東西文化院, 1984), 古代小說과 變身(金美蘭, 正音文化社, 1984), 한국고대소설에 나타난 요괴퇴치설화(申東一, 陸軍士官學校論文集 9, 1971), 陳巡檢梅嶺失妻記에 관하여(申東一, 陸軍士官學校 論文集 10, 1972), 금방울전 硏究(崔雲植, 國際大學論文集 12, 1984). (자료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심화 자료
적강 소설
'적강'이란 신선이 세상에 내려오거나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이러한 이야기를 지닌 소설을 적강소설이라고 한다.
영웅소설(英雄小說)
주인공의 영웅적 삶을 그린 고전소설. 주인공의 영웅적 삶은 ‘ 영웅의 일생 ’ 이라는 영웅신화에서 추출된 서사유형을 근간 구조로 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러한 서사유형을 골격으로 한 작품들을 모두 영웅소설의 범주에 포함시켜 다루기도 하였다.
그러나 ‘ 영웅의 일생 ’ 이라는 전기적 유형은 주인공의 일대기를 기술하는 후대의 많은 소설로 수용되었고, 그 가운데는 주인공의 행적을 영웅의 행적으로 보기 어려운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 구운몽 〉 · 〈 춘향전 〉 등의 고전소설과 신소설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주인공의 일생이 영웅의 생애와 유사하게 펼쳐지고 있으나, 이들 주인공은 대개 개인적 욕구인 애정의 성취를 추구하는 인물들로서 집단적 가치를 실현하여 집단의 숭앙을 획득한 인물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러한 작품들을 영웅소설의 범주에 넣는 것은 부당하다.
영웅이란 보통사람보다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개인의 이익이나 행복을 위해서보다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과 행복을 위하여 위대한 일을 수행하고, 그 결과 집단의 추앙을 받게 되는 인물이다. 다시 말하여 개인적 가치보다도 집단적 가치를 우선하여 실현하고 성공한 인물이 영웅이다.
영웅은 그가 소속한 집단의 범주에 따라 씨족의 영웅, 부족의 영웅, 민족의 영웅, 국민의 영웅으로 나눌 수 있고 특정 집단의 권익보다도 모든 인류를 위해서 공헌한 인물을 문화영웅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물들은 대체로 정형화된 삶을 사는데, 신화에서 추출된 영웅들의 일생은 ① 고귀한 혈통, ② 비정상적 출생, ③ 시련(기아), ④ 구출자에 의하여 양육됨, ⑤ 투쟁으로 위업을 이룸, ⑥ 고향으로의 개선과 고귀한 지위의 획득, ⑦ 신비한 죽음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영웅의 일생은 일찍이 고구려 건국신화인 〈 주몽신화 朱蒙神話 〉 에서 구축된 것으로서 영웅소설에서도 계승되고 있는데, 임진 · 병자 양란을 거친 조선조 후기에 많은 영웅소설이 출현하였다.
영웅소설 작품으로는 〈 소대성전 〉 · 〈 장풍운전 〉 · 〈 장백전 〉 · 〈 황운전 〉 · 〈 유충렬전 〉 · 〈 조웅전 〉 · 〈 이대봉전 〉 · 〈 현수문전 〉 · 〈 옥루몽 〉 · 〈 남정팔난기 〉 · 〈 정수정전 〉 · 〈 홍계월전 〉 · 〈 김진옥전 〉 · 〈 곽해룡전 〉 · 〈 유문성전 〉 · 〈 권익중전 〉 등이 있다.
이들 작품은 외적의 침략이나 간신의 반란으로 인해 전쟁이 자주 일어나는 상황에서 조정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주인공은 명문대가의 후예로 천지신명께 기자치성을 드린 결과 회잉(懷孕 : 임신)되어 탄생하며, 어려서 부모와 분리되어 고난을 겪다가 구출자를 만나고 도승을 만나 신이한 도술과 무예를 습득하고 국가 위기에 출현하여 국난을 평정하고 고귀한 벼슬을 받으며 헤어진 가족과 재회하여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주인공의 영웅성은 바로 전쟁에서 발휘되는데, 군대의 지휘자로서 탁월한 무예와 뛰어난 지략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출하며, 국가 사직을 반석 위에 올려 놓음으로써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국민들로부터 칭송을 받는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이처럼 국가적인 공훈을 세울 뿐만 아니라 개인의 행복 추구에도 소홀하지 않아 천상에서부터 정해진 배필과 인연을 성취하고 부모의 원수를 갚고 간신의 박해로 훼손된 가정을 복구하며 자손을 영귀하게 한다.
이처럼 한국 고전영웅소설은 국가 차원의 가치와 가정 차원의 가치를 아울러 실현하고 있다. 주인공의 영웅적 활약은 대부분 도선적 신비주의에 근거한 허황한 도술에 의존하여 주술적으로 전개되며, 왕권의 수호에 기여하고 그 보상으로 천자로부터 작록을 받는다. 따라서 주인공은 국권의 상징인 천자를 위하여 충성하는 종속적 영웅으로서의 면모를 가진다.
이러한 작품은 주로 한글로 쓰여졌고 필사본 · 방각본 · 구활자본으로 유통되어 널리 읽혔다. 영웅소설이 출현하게 된 동인은 조선 후기의 여러 가지 시대 상황과 관련을 가진다.
임 · 병 양란 이후 국난을 당할 때 난국을 수습할 수 있는 영웅의 출현을 갈망하는 국민의 기대가 확산되었다. 아울러 당쟁으로 권력투쟁만 일삼다가 국가 위기를 당해서는 무능을 드러낸 집권층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면서 권력층의 갱신을 요구하게 되었다.
또한 중국의 전쟁소설 〈 삼국지연의 〉 가 전래되어 널리 읽히면서 무사적 영웅의 호쾌한 활약과 전쟁 이야기가 문학의 흥미소로 자리잡게 되었으며, 한글이 보급되어 한글로 쓰여진 문학을 향유할 소설 향유층의 기반이 마련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시대 의식에 부응하여 영웅소설은 18세기에 출현하여 19세기에 크게 유행하였으며 20세기 초까지 계속 창작되고 출판되었다.
영웅소설은 주인공이 남성인 작품과 여성인 작품, 그리고 남녀 영웅이 함께 등장하는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 소대성전 〉 · 〈 조웅전 〉 · 〈 유충열전 〉 · 〈 장백전 〉 등은 남자 주인공이 활약하는 작품이고, 〈 옥루몽 〉 · 〈 황운전 〉 · 〈 이대봉전 〉 · 〈 권익중전 〉 등에서는 남녀 주인공이 모두 장수로 등장하여 전란을 평정하는 활약을 하며, 〈 정수정전 〉 · 〈 홍계월전 〉 등에서는 여성 영웅이 남성보다도 우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대체로 평민들이 탐독하던 대중소설로서, 조선 후기의 문학적 관습과 평민의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 참고문헌 ≫ 한국소설의 이론(조동일, 지식산업사, 1977), 군담소설의 구조와 의미(서대석,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1985).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영웅소설
주인공의 영웅적인 일생을 그린 소설로 건국신화, 서사무가(敍事巫歌) 등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으며 고대의 진취적이고 투쟁적인 영웅들이 고대소설에서는 운명론적 사고를 지닌 나약한 영웅으로 나타나며 이런 경향은 신소설로 연장되었다. 영웅의 일생을 작품화한 소설을 모두 말하기도 하지만 고대소설에서는 주인공의 영웅적인 전쟁 중심의 내용만을 군담소설로 따로 모아놓고 있다. 군담소설은 전쟁에서 싸워 이긴 무용담을 중시하지만 가공의 인물이나 사건을 꾸며서 지은 역사소설이나 전기소설과는 다르다.
내용은 권선징악, 사필귀정, 고진감래 등을 담고 있으며 사회의 비리를 척결하거나 요괴를 처치하는 것 등 다양하다. 체제 수호를 대변해 주는 것 같지만 집권층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의 의식을 대변하며 집권층을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한국에서는 '삼국지' '서유기' 등 중국소설의 영향으로 등장하였고, '유충렬전' '조웅전' '신유복전' '임경업전' 등이 대표적 작품이다. '홍길동전' '구운몽' '숙향전' 등도 넓은 의미로는 영웅소설에 속한다. 서양에는 '잔 다르크' '르 시드' '장 크리스토프' 등이 알려져 있다. (출처 : 동아대백과사전)
페미니스트와 여성 의식
이 작품은 여성의 활약을 다룬 소설로 금방울은 여성으로서 막강한 도술의 힘을 발휘하고 있는 바 이것은 여성도 강한 힘으로 나라에 공을 세우고 남성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을 여성 독자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박씨전'과는 달리 금방울이 독자적으로 활동하지 못하고 전생의 남편 해룡을 돕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것은 당시의 여성관을 반영한 결과이며, 제한된 여성의식의 발로이다. 이런 연유로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는 아쉬운 작품이다.
페미니즘
여성억압의 원인과 상태를 기술하고 여성해방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운동 또는 그 이론으로 19세기 중반에 시작된 여성 참정권 운동에서 비롯되어 그것을 설명하는 이론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페미니즘의 시초는 자유주의에 근원을 두고 있는데, 자유주의적 페미니즘에 의하면 여성의 사회진출과 성공을 가로막는 관습적, 법적 제한이 여성의 남성에 대한 종속의 원인이다. 따라서 여성에게도 남성과 동등한 교육기회와 시민권이 주어진다면 여성의 종속은 사라진다고 한다.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은 자유주의적 페미니즘을 비판하면서 사적 소유가 존재하는 한 참된 기회균등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한다.
F.엥겔스는 여성억압이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자본주의가 바로 여성억압의 근원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급진적 페미니즘은 가부장제에 기초한 법적 ·정치적 구조와 사회 ·문화적 제도가 여성억압을 가능하게 하는 것 외에 생물학적인 성(性)이 여성의 정체감과 억압의 주된 원인이며, 여성해방은 출산 ·양육 등의 여성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변혁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주의적 페미니즘은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이 성별 특성을 간과했다고 지적하고, 여성억압은 노동자 억압과 마찬가지로 중요하며 따라서 자본주의와 가부장제를 한 가지 개념을 사용하여 분석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처 : 동아대백과사전)
선인(仙人)
도교사상(道敎思想)에서 말하는, 인간이면서도 영원한 생명을 누린다는 상상의 인물로 신선(神仙)이라고도 한다. 인간세계를 떠나 산속에 숨어 사는데, 불로불사(不老不死)가 그 특징이다. 유교가 귀족이나 지식계급 사이에서의 정치철학 ·도덕철학이었던 점과는 달리, 도교는 하나의 종교였다. 도교에 의하면, 상천(上天)에는 피안(彼岸)의 세계가 있고 거기에는 초월자(超越者), 즉 모든 것을 지배하는 제왕이 있다. 제왕은 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인간의 동태를 자세히 살핀다. 사명(司命)이라는 신이 그 곁에 있어서 현세인간의 수명이나 행동 등을 전부 기록한다. 인간의 운명은 이 피안의 세계에 있는 신들에 의하여 좌우된다고 믿은 일종의 숙명론으로 제왕에게 선택된 자만이 선인이 될 수 있고, 그 중에서도 뛰어난 자만이 승천(昇天)하여 신들 속에 끼일 수 있다. 이 도교를 조직화하여 종교로 만든 것은 북위(北魏)의 구겸지(寇謙之)였다. 그는 고래의 숙명론적인 토속신앙에 불교의 교리와 의식 ·조직 등을 가미하여 교단(敎團)을 성립시켰다. 한편, 북위의 태무제(太武帝)는 도교를 신봉하여 도사 120명을 양성, 도교를 위한 제단과 사당(祠堂)을 세우기도 하였다.
이 교단에는 크게 4가지의 흐름이 있었다.
① 황제(黃帝)·노자(老子)·장자(莊子)·열자(列子) 등 공자계열 이외의 제자(諸子)들의 저작을 연구하는 경향이다. 그 가운데서도 노자 ·장자의 사상이 중심이 되었는데, 그것은 청정(淸淨)과 무위(無爲)의 인생을 영위하는 일이었다. 하늘의 뜻에 따라 자유스럽고 자연스럽게 사는 것, 이것이 노자와 장자의 철학이었다.
② 복식(服食)을 중시하는 유파이다. 상민(常民)은 오곡(五穀)을 먹고 살아간다. 그러므로 오곡 이외의 식물을 계속 취하면 상민이 아닌 신비스런 능력을 가진 사람, 곧 선인이 된다는 것이다.
③ 부적(符籍)류를 중시하는 유파이다. 신비스런 말을 적은 부적은 글자와 말의 영적(靈的) 힘에 의하여 기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④ 연금술(鍊金術)로써 각종 금속이나 광물류에 화학적인 조작을 가하여 단약(丹藥)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이 단약을 사용하면 인간은 불로장생하여 승천할 수 있고, 또 비금속(卑金屬)을 귀금속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믿었다.
이들 선인이 공통적으로 갖는 속성은 불로연년(不老延年)이었다. 언제까지나 젊음을 간직하며 장생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우화등선(羽化登仙)이라는 말이 있었다. 이것은 앞에서 말한 각 흐름의 여러 가지 수업을 쌓고 또 좋은 단약을 먹으면 저절로 날개가 생겨, 하늘을 날게 되고 천상에 올라가서 제왕이 있는 상천에 살게 된다는 것이다. 선인이 되기 위한 각종 술(術)을 선술(仙術)이라고 한다. 이를 자세히 서술한 책이 4세기 때 갈홍(葛洪)이 지은 《포박자(抱朴子)》인데, 그 중에서 주목을 끄는 대목은 연금술의 방법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 부분이다. 이 기본물질은 수은(水銀)과 황금(黃金)인데 수은은 유황(硫黃)과 화합하면 황화수은(黃化水銀:朱)이 된다. 주(朱)를 다시 건류(乾溜)시키면 수은이 된다. 이같이 은색이 되기도 하고 붉은[朱]색이 되기도 하는 수은은 변화의 상징으로 간주되었다. 또한 황금은 불이나 물에 넣어도 조금도 변하지 않기 때문에 금은 불변과 항상성(恒常性)의 상징이었다. 이 변화 ·불변의 두 가지 성질을 교묘하게 맞추어 조작을 하면 불로장생의 힘을 발휘하는 단약이 된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도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많은 화학실험을 거듭하였다. 이 실험에서 발견된 유명한 것에 목탄 ·유황 ·초석(硝石)을 혼합한 흑색 화약(黑色火藥)이 있다. 서양의 연금술에서는 비금속을 귀금속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우선 일릭서(elixir:황금을 만들 때 쓰는 연금약)를 만드는 일이 중요시되었다. 이것은 단약과 같은 뜻을 갖는 것이다.
중국에서도 단약을 비금속에 섞어 금을 만들어 보려고 하였는데, 목적은 불로장생에 있었다. 그러나 이 동서(東西)의 연금술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자세히 알려져 있지는 않다. 또한 중국의 약물학(藥物學)으로 옛날부터 알려져 있는 것 중에 본초(本草)라는 말이 있다. 이에 관한 가장 오래된 문헌은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인데, 거기에는 365종의 약물에 관해 기록되어 있다. 상 ·중 ·하 3권으로 나누어, 상권에는 인간생명의 본질을 배양하고 몸 안에 원기가 충만하여 불로연년이 되는 약에 관해 적혀 있고, 중 ·하권에는 인간의 병을 고치는 구체적인 약들이 기록되어 있다. 상약에는 식물이나 수은 ·웅황(雄黃:비소가 포함된 광물) 등의 광물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중국의 본초는 고대에 있어서는 선인이 되는 술수에 사용하는 물질도 포함된 것이었다. 따라서, 본초 계통의 것이나 도교 계통의 것은 모두 주술(呪術)로서의 선인이 되는 술을 중시하고 있었던 것이다.(출처 : 동아대백과사전)
속세를 떠나서 선계에 살며 젊음을 유지한 채 장생불사한다는 신선의 존재를 믿고 그에 이르기를 바라며 추구하는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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