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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九雲夢) - 교과서 수록분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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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九雲夢) - 교과서 수록분

김만중(金萬重)

김병국(金炳國) 주해

줄거리

 

중국 당나라 때, 남악 형산 연화봉에 서역으로부터 불교를 전하러 온 육관대사가 법당을 짓고 불법을 베풀었는데, 동정호의 용왕도 참석한다. 육관대사는 제자 성진을 보내 용왕에게 사례하도록 했는데, 용왕의 술 대접을 받고 돌아오던 성진은 형산 선녀 위부인의 팔 선녀와 석교에서 만나 서로 희롱한다. 선방에 돌아온 성진은 팔 선녀의 미모에 도취되어 불문의 적막함에 회의를 느끼고 속세의 부귀 영화를 원하다가, 팔 선녀와 함께 인간 세상으로 추방된다. - 현실 세계의 줄거리 요약(발단)

·시간 : 중국 당나라 때

·공간 : 남악 형산 연화봉

·동정호의 용왕도 참석한다 : 고대 소설에 흔히 나타나는 기이하고 비현실적 요소의 등장을 의미한다.

·용왕에게 사례하도록 했는데 : 설법에 참석해 준 것에 대해

·속세의 부귀 영화를 원하다가 : 유교적 출세주의, 입신양명

·불문의 적막함 : 한 바리 밥과 한 병 물과 두어 권 경문

·인간 세상으로 추방된다 : 현실 세계에서 꿈으로 세계로, 환몽구조

·서역 : 중국의 서쪽에 있는 여러 나라를 총칭한 역사적 용어

·회의 ; 의심을 품음

회남 수주현 양처사의 아들로 태어난 성진(양소유)은 15세에 과거를 보러 가던 중 어사의 딸 '진채봉'을 만나 혼약하고, 난을 피해 있다가 과거를 보러 올라가던 중 낙양의 기생 '계월섬'과 인연을 맺고, 경사에 이르러 거문고를 타는 여자로 가정하여 정 사도의 딸 '정경패'를 만난다. 과거에 급제한 양소유는 정경패의 시비인 '가춘운'과도 인연을 맺는다.

하북의 왕이 역모하려 하니 양소유는 절도사로 나가 이를 다스리고 돌아오는 길에 계월섬인줄 알고 만난 여자가 하북의 명기 '적경홍'이었다. 상경하여 예부상서가 된 양소유는 황제의 누이인 '난양공주'의 퉁소 소리에 화답한 인연으로 부마로 간택이 되는데, 양소유는 정경패와의 혼약을 이유로 이를 물리치다가 옥에 갇힌다.

토번왕이 쳐들어오자 대원수가 되어 출진한 양소유는, 토번왕이 보낸 여자 자객 '심요연'과 인연을 맺고, 백룡담에서는 용왕의 딸인 '백능파'를 도와 주어 인연을 맺는다. 그 동안에 난양 공주는 양소유와의 혼약을 이루지 못하여 실심한 정경패를 만나 보고, 그 인물에 감복하여 그녀를 제 1공주인 '영양공주'로 삼는다.

토번왕을 물리치고 돌아온 양소유는 위국공의 벼슬에 오르고, 영양 공주, 난영 공주 2처와 진채봉, 계섬월, 가춘운, 적경홍, 심요연, 백능파의 6첩을 거느리게 된다. 작품의 제목에 나오는 '아홉'이라는 숫자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을 상징한다. - 꿈 세계의 줄거리 요약과 위국공의 벼슬에 오르는 양소유(양소유가 입신양명하며 2처 6첩을 만나는 과정과 제목 '구운몽'의 구(九)자의 의미가 밝혀짐

·역모 : 반역을 꾀함

·부마 : 임금의 사위가 됨. 부마도위의 약자

·간택 : 임금이나 왕자, 왕녀의 배우자를 고름

·토번왕을 물리치고 ~ 위국공의 벼슬에 오르고 : 영웅적 주인공의 일대기에서 흔히 나오는 '출장

입상(出將入相)'의 벼슬을 모두 지냄을 의미

 

위기

양승상등고망원(楊丞相登高望遠) 진상인반본환원(眞上人返本還元)

양승상이 등고하여 먼 곳을 바라보니, 진리를 깨달은 자기 본디로 되돌아감이라

승상이 성은을 감격하여 고두사은하고 거가하여 취미궁으로 옮아가니, 이 집이 종남산 가운데 있으되, 누대의 장려함과 경개의 기절함이 완연히 봉래 선경이니, 왕 학사의 시에 가로되, "신선의 집이 별로 이에서 낫지 못할 것이니, 무슨 일 통소를 불고 푸른 하늘로 향하리요?" 하니, 이 한 글귀로 가히 경개를 알리러라. - 승상이 벼슬에서 물러나 취미궁으로 처소를 옮김

·승상이 성은을 감격하여 : 왕이 승상의 벼슬 사직을 허락하고 이궁인 취미궁을 하사하신 은혜에 감격하여

·고두사은(叩頭謝恩) : 머리를 조아려 은혜에 감사함.

·거가 : 온 집안, 전가

·누대 : 누각과 대사(臺 )

·장려 : 장대하고 화려함

·왕 학사의 시에 가로되 : '가로되'는 한자 '왈(曰)'의 역어체적 표현으로 상투적으로 쓰이고 있음

승상이 정전을 비워 조서와 어제 시문을 봉안하고 그 남은 누각대사에는 제 낭자가 나눠 들고, 날마다 승상을 모셔 물을 임하며 매화를 찾고 시를 지어 구름 끼인 바위에 쓰며 거문고를 타 솔바람을 화답하니, 청한한 복이 더욱 사람을 부뤄할 배러라.- 승상이 취미궁에서 행복한 여생을 보냄

·승상이 정전을 비워 조서와 어제 시문을 봉안하고 : 승상이 정전(왕이 임어하여 조회를 행하는 궁전)을 비우고, 그 곳에 조서(제왕의 선지를 일반에게 알릴 목적으로 적은 문서) 와 어제 시문(임금이 지은 글)을 봉안하여 모시고

·청한 : 청아하고 한가함

·사람을 부뤄할 배러라 : 사람이 부러워할 바이더라

승상이 한가한 곳에 나아간 지 또한 어려 해 지났더니, 팔월 염간은 승상 생일이라. 모든 자녀 다 모다 십일을 연하여 설연하니 번화성만함이 예도 듣지 못할러라. 잔치를 파하고 제자(諸子)가 각각 흩어진 후 문득 구추가절이 다다르니, 국화 봉오리 누르고 수유 열매가 붉었으니 정히 등고할 때라. 취미궁 서녘에 높은 대 있으니, 그 위에 오르면 팔백 리 진천(秦川)을 손바닥 금 보듯이 하여 가린 것이 없으니, 승상이 가장 사랑하는 땅이더라.- 승상이 생일 잔치를 설연함

·십 일을 연하여 설연하니 : 열흘 동안 계속하여 잔치를 베푸니

·염간 : 스무날의 전후. 스무날께

·예도 : 옛날에도

·수유 : 쉬나무 열매

·등고 : 음력 9월 9일 중앙절에 높은 산에 오르는 풍습

·손바닥 금 보듯이 하여 : 자세히 볼 수 있어

이 날, 양 부인과 육 낭자를 데리고 대에 올라 머리에 국화를 꽂고 추경을 희롱할 새 입에 팔진이 염어하고 귀에 관현이 슬민지라. 다만 춘운으로 하여금 과합을 붙들고 섬월로 옥호를 이끌며 국화주를 가득 부어 처첩이 차례로 헌수하더니, 이윽고 비낀 날일 곤명지에 돌아지고 구름 그림자 진천에 떨어지니, 눈을 들어 한 번 보니 가을빛이 창망하더라. - 취미궁 서녘 대에 올라 처첩의 현수를 받음

·입에 팔진이 염어하고 귀에 관현이 슬민지라 : 입에 맛있는 음식도 싫고, 귀에 들리는 좋 은 음악도 싫고 미운지라. 산해진미(山海珍味)와 풍악에 싫증을 냄. 부귀영화에 염증을 냄

·춘운으로 하여금 ~ 이끌며 국화주를 가득 부어 : 춘운을 시켜 과일 그릇(안주)을 들고 있게 하고

섬월에게는 옥으로 만든 술잔을 들게 하여 국화로 만든 술을 가득 부어. 산천 경개 자연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며 노닌다는 의미로 호탕한 기상을 표현

·팔진 : 중국에서 성대한 식상에 갖춘다고 하는 여덟 가지의 진미

·관현(管絃) : 관악기와 현악기를 아울러 이르는 말

·염어 : 물려서 싫증이 남

·슬민지라 : 싫고 미운지라. 고어는 '슬믜다'

·가을빛이 창망하더라 : 소설에서 배경은 의미나 주제와 관련을 맺으며, '가을'은 쇠퇴 또는 이별을 상징하는 경구가 많음

승상이 스스로 옥소를 잡아 두어 소리를 부니 오오열열하여 원하는 듯하고, 우는 듯하고, 고할 듯하고, 형경이 역수를 건널 적 점리를 이별하는 듯, 패왕(覇王)이 장중에 우희를 돌아보는 듯하니, 모든 미인이 처연하여 슬픈 빛이 많더라. 양 부인이 옷깃을 여미고 물어 가로되,

 

"승상이 공을 이미 이루고 부귀 극하여 만인이 부뤄하고 천고에 듣지 못한 배라. 가신을 당하여 풍경을 희롱하며 꽃다운 술은 잔에 가득하며,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니 이 또한 인생의 즐거운 일이어늘, 퉁소 소리 이러하니 오늘 퉁소는 옛날 퉁소가 아니로소이다."- 승상이 서글픈 가락으로 옥소를 붐

 

 

 

·원하는 듯하고, 우는 듯하고, 고할 듯하고, : 누군가를 원망하는 듯하고 울음을 우는 듯하고, 무엇을 하소연하는 듯하고

·형경이 역수를 건널 적 ~ 우희를 돌아보는 듯하니 : 형경이 진 시황을 죽이려다가 실패하고 역수를 건너 도망가려 할 때 벗인 점리와 이별을 고하는 듯하고, 초나라 항우가 유 방과 마지막 결전을 앞 두고 출정하기 전, 장막 안에서 우미인과 작별을 나누는 듯하니. 퉁소 소리의 가락이 이별의 슬픈 곡조를 담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음

·옷깃을 여미고 : 예를 갖추고

·가신을 당하여 : 좋은 날. 승상의 생일

·오오열열 : 목이 매어 욺 - 오열(嗚咽)

·처연 : 쓸쓸하고 구슬픈 모양

승상이 옥소를 던지고 부인 낭자를 불러 난단을 의지하고 손을 들어 두루 가리키며 가로되,

"북으로 바라보니 평한 들과 무너진 언덕에 석양이 쇠한 풀에 비치었는 곳은 진 시황의 아방궁이요, 서로 바라보니 슬픈 바람이 찬 수풀에 불고 저문 구름이 빈 뫼에 덮은 데는 한 무제의 무릉이요, 동으로 바라보니 분칠한 성이 청산을 둘렀고 붉은 박공이 반공에 숨었는데, 명월은 오락가락하되 옥난간을 의지할 사람이 없으니, 이는 현종 황제가 태진비로 더불어 노시던 화청궁이라. 이 세 임금은 천고 영웅이라. 사해로 집을 삼고 억조로 신첩을 삼아 호화 부귀 백 년을 짧게 여기더니 이제 다 어디 있나뇨?- 승상이 사방을 바라보며 선조 황제를 들어 무상감을 말함

·난단 : 난간의 끝

·분칠한 성이 청산을 둘렀고 붉은 박공이 반공에 숨었는데 : 흰빛의 성곽이 푸른 산을 둘러싸고, 높은 누각의 붉은 마루멀가 허공중천에 솟았는데. 국력이 번창하였을 때 지은 성곽과 누대는 변함이 없다는 뜻.

·신첩 : 여자가 임금을 대할 때 쓰는 말. 여기서는 신하의 뜻

·옥난간을 의지할 사람이 없으니 : 인간은 유한한 존재라 죽고 없으니

·억조로 신첩을 삼아 : 억조창생. 수많은 백성을 신하로 삼아

·승상의 옥소 소리 : 슬픈 가락으로 처첩들과의 이별을 예고함.

소유는 본디 하남 땅 베옷 입은 선비라. 성천자 은혜를 입어 벼슬이 장상에 이르고, 제 낭자 서로 좇아 은정이 백 년이 하루 같으니, 만일 전생 숙연으로 모두 인연이 진하면 각각 돌아감은 천지에 떳떳한 일이라. 우리 백 년 후 높은 대 무너지고, 굽은 못이 이미 메워지고, 가무하던 땅이 이미 변하여 거친 뫼와 쇠한 풀이 되었는데, 초부와 목동이 오르내리며 탄시하여 가로되, '이것이 양 승상의 제 낭자로 더불어 놀던 곳이라. 승상의 부귀 풍류와 제 낭자의 옥용 화태 이제 이디 갔나뇨' 하리니 어이 인생이 덧없지 아니리요?- 승상이 부귀영화의 덧없음을 말함

·은정 : 은혜로 사랑하는 마음

·전생숙연 ; 숙세의 인연

·베옷 입은 선비라 : 벼슬하지 않은 선비

·백 년이 하루 같으니 : 한결같으니. 변함없으니

·떳떳한 일이라 : 당연한 이치라

내 생각하니 천하에 유도와 선도와 불도가 유에 높으니 이 이론 삼교라. 유도는 생전 사업과 신후 유명할 뿐이요, 신선은 예부터 구하여 얻은 자가 드무니 진 시황, 한 무제, 현종제를 볼 것이라. 내 치사한 후로부터 밤에 잠 곧 들면 매양 포단 위에서 참선하여 뵈니 이 필연 불가로 더불어 인연이 있는지라. 내 장차 장자방의 적송자 좇음을 효칙하여 집을 버리고 스승을 구하여 남해를 건너 관음을 찾고, 오대에 올라 문수께 예를 하여 불생 불멸할 도를 얻어 진세 고락을 뛰어나려 하되, 제 낭자로 더불어 반생을 좇았다가 일조에 이별하려 하니 슬픈 마음이 자연 곡조에 나타남이로소이다."- 승상이 불도 수행에 정진할 것을 말함

·유에 : 오직

·구하여 얻은 자가 드므니 : 불로장생. 불로초를 구하여 얻은 자가 드므니

·볼 것이라 : 보면 알 것이다.

·포단 위에서 참선하여 뵈니 : 꿈의 내용

·집을 버리고 : 출가하여

·불생불멸할 도 : 불생불멸(不生不滅)이란 태어남도 죽음도 없는 것. 또는 이것의 반복 윤회에서 벗어 나는 것을 말함

·뛰어나려 하되 : 벗어나려 하되

·반생을 좇았다가 : 반 평생을 같이하다가

·치사 : 나이가 많아서 벼슬을 사양하고 물러남

·포단 : 부들로 둥글게 만들어서 깔고 앉는 방석

·참선 : 좌선하여 선도를 수행함

·유도는 생전 사업과 신후 유명할 뿐이요 : 유교는 살아서 인간이 하는 일들과 죽은 다음 이름을 후세에 남기는 것을 목적으로 할 뿐이다.

·내 장차 장자방의 적송자를 좇음을 효칙하여 : 나는 장차 장량이 만년에 신선술을 익히기 위하여 신선인 적송자를 따라 갔음을 본받겠다. 장량이 나이 먹은 후에도 도를 배우려고 하였던 것을 본받겠다.

·스승을 구하여 남해를 건너 ~ 문수께 예를 하여 : 스승을 찾아 관세음보살이 상주하는 남해(지명)를 찾아가고, 문수보살이 상주하는 오대(중국의 지명)에 올라 문수께 예를 드리겠다. 두 보살이 계신 곳을 찾아가 관세음보살에게서 대자대비의 마음을 배우고, 문수 보살에게서 지혜를 배우겠다는 뜻

 

제 낭자는 다 전생에 근본이 있는 사람이라. 또한 세속 인연이 지낼 때니 이 말을 듣고 자연 감동하여 이르되,

"부귀 번화 중 이렇듯 청정한 마음을 내시니 장자방을 어이 족히 이르리요? 첩 등 자매 팔인이 당당히 심규중에서 분향 예불하여 상공 돌아오시기를 기다릴 것이니, 상공이 이번 행하시매 벅벅이 밝은 스승과 어진 벗을 만나 큰 도를 얻으리니 득도한 후에 부디 첩 등을 먼저 제도하소서."- 제 낭자가 승상의 말을 듣고 득도하기를 기다리겠다고 함

·참선 : 좌선하여 선도를 수행함

·효칙 : 본받아서 법을 삼음

·일조 : 하루 아침

·심규 : 여자가 거처하는 집. 깊이 들어 있는 방

·근본이 있는 사람이라 : 불심이 있는 사람이라

·지낼 때이니 : 다할 때이니

·장자방을 어이 족히 이르리요 : 장자방에 견주리오

·상공 돌아오시기를 : 득도하여, 성불하여 돌아오시기를

·벅벅이 : 틀림없이 그러하리라고 미루어서 헤아리는 뜻을 나타내는 말

승상이 대희 왈.

"우리 구 인이 뜻이 같으니 쾌사라. 내 명일로 당당히 행할 것이니 금일은 제 낭자로 더불어 진취하리라."

하더라. 제 낭자 왈,

"첩 등이 각각이 일배를 받들어 상공을 전송하리이다."- 승상이 크게 기뻐하며 내일 떠날 것을 말함

·쾌사 : 시원스러운 일. 통쾌한 일

 

 

절정

잔을 씻어 다시 부으려 하더니 홀연 석양에 막대 던지는 소리가 나거늘, 고이히 여겨 생각하되 어떤 사람이 올라오는고 하더니, 한 호승이 눈썹이 길고 눈이 맑고 얼굴이 고이하더라, 엄연한 죄상에 이르러 승상을 보고 예하여 왈,

"산야 사람이 대승상께 뵈나이다."

승상이 이인인 줄 알고 황망히 답례 왈,

"사부는 어디로서 오신고?"

호승이 소 왈,

"평생 고인을 몰라 보시니 귀인이 잊음 헐탄 말이 옳도소이다."

승상이 다시 보니 과연 낯이 익은 듯하거늘, 홀연 깨쳐 능파 낭자를 돌아보며 왈,

"소유, 전일 토번을 정벌할 제 꿈에 동정 용궁에 가 잔치하고 돌아올 길에 남악에 가 노니, 한 화상이 법좌에 앉아서 경을 강론하더니 노부가 노화상이냐?"- 소승이 승상을 찾아오고, 승상이 호승을 몰라봄

·막대 : 여기서는 '석장[으로 승려가 짚는 지팡이

·한 호승이 눈썹이 길고 눈이 맑고 얼굴이 고이하더라 : 도인의 전형적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산야 사람 : 산중 사람. 곧 승려

·호승 : 호국의 승려

·엄연 : 겉모양이 장엄하고 엄숙한 모양

·이인 : 재주가 신통하고 비범한 사람

·평생 고인 : 평생의 오래된 벗

·귀인이 잊음 헐탄 말이 옳도소이다 : 신분이나 지위가 귀한 사람은 잊어버리기를 쉽게 한다는 말이

옳습니다.

·홀연 깨쳐 능파 낭자를 돌아보며 : 2처 6첩 가운데 특히 낭파 낭자(백릉파)를 돌아본 까닭은 전술한 내용과 이어지는 승상의 대답에서 알 수 있듯이, 토번을 정벌할 때에 인연을 맺은 낭자(백룡담 용왕의 딸)가 바로 능파 낭자이기 때문이다(심요연 낭자도 있음)

 

호승이 박장대소하고 가로되,

"옳다, 옳다. 비록 옳으나 몽중에 잠깐 만나 본 일은 생각하고 십 년을 동처하던 일을 알지 못하니 뉘 양 장원을 총명타 하더뇨?"

 

승상이 망연하여 가로되,

"소유, 십오륙 세 전은 부모 좌하를 떠나지 아녔고, 십육에 급제하여 연하여 직명이 있으니, 동으로 연국에 봉사하고 서로 토번을 정벌한 밖은 일찍 경사를 떠나지 아녔으니, 언제 사부로 더불어 십 년을 상종하였으리요?"

 

호승이 소 왈,

" 상공이 오히려 춘몽을 깨지 못하였도소이다."

승상 왈,

"사부, 어찌면 소유로 하여금 춘몽을 깨게 하리요?"- 승상이 꿈을 꾸고 있다고 호승이 나무람.

·몽중에 잠깐 만나 본 일은 생각하고 십 년을 동처하던 일 : 꿈 중에 일어난 일은 기억하 고 현실(연화도량)의 오랜 벗으로 같이 지냈던 일은 기억하지 못함. 현실보다 꿈을 중요하게 여기고 얽매인 승상을 나무람.

·화상 : 수행을 많이 한 중

·범좌 : 불전에 절하는 자리. 법연

·강론 ; 학술이나 도의 뜻을 강석하고 토론

·경사 : 서울

·연하여 직명이 있으니 : 계속하여 벼슬길에 있었으니

·춘몽 : 부운약몽(浮雲若夢), 일취지몽(一炊之夢), 남가지몽(南柯之夢), 한단지몽(邯鄲之夢 : 인생과 영화의 덧없음을 이르는 말. 서기 731년에 노생(盧生)이 한단이란 곳에서 여옹(呂翁)의 베개를 빌려 잠을 잤는데, 꿈속에서 80년 동안 부귀영화를 다 누렸으나 깨어 보니 메조로 밥을 짓는 동안이었다는데에서 유래한다. 심기제(沈旣濟)의 '침중기(枕中記)'에서 나온 말)

 

호승 왈,

"이는 어렵지 아니하니이다."

하고, 손 가운데 석장을 들어 석난간을 두어 번 두드리니, 홀연 네 녘 뫼골에서 구름이 일어나 대상에 끼이어 지척을 분변치 못하니, 승상이 정신이 아득하여 마치 취몽중에 있는 듯하더니 오래게야 소리질러 가로되,

"사부가 어이 정도로 소유를 인도치 아니하고 환술로 서로 희롱하나뇨?"

말을 맟지 못하여서 구름이 걷히니 호승이 간 곳이 없고, 좌우를 돌아보니 팔 낭자 또한 간 곳이 없는지라 정히 경황하여 하더니, 그런 높은 대와 많은 집이 일시에 없어지고 제 몸이 한 작은 암자 중의 한 포단 위에 앉았으되, 향로에 불이 이미 사라지고, 지는 달이 창에 이미 비치었더라.- 호승이 승상의 꿈을 깨우고, 승상이 꿈에서 깨어나 현실(성진)의 세계로 돌아옴

·석장을 들어 석난간을 ~ 뫼골에서 구름이 일어나 : 전기적 요소

·석장 : 중이 짚는 지팡이

·뫼골 : 산골짜기

·분변 : 분별

·취몽 : 술에 취하여 자는 동안 꾸는 꿈

·정도 : 올바른 길. 정당한 도리

·환술 : 남의 눈을 어리어 속이는 기술

·경황 : 놀라 당황함

·향로에 불이 이미 ~ 창에 이미 비치었더라 : 꿈의 세계에서 깨어나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 과정을 함과 동시에 시간의 경과를 표현함.

결말

 

스스로 제 몸을 보니 일백여덟 낱 염주가 손목에 걸렸고, 머리를 만지니 갓 깎은 머리털이 가칠가칠하였으니(꿈을 꾼 시간이 짧았음을 암시) 완연히 소화상(어린 승려)의 몸이요, 다시 대승상의 위의(인세의 부귀공명을 상징) 아니니, 정신이 황홀하여 오랜 후에 비로소 제 몸이 연화 도량 성진 행자인 줄 알고 생각하니, 처음에 스승에게 수책(꾸짖음을 받음)하여 풍도(지옥)로 가고, 인세에 환도하여 양가의 아들 되어 장원 급제 한림학사 하고, 출장 입상(나가서는 장수가 되고 들어와서는 재상이 된다는 뜻으로, 문무를 다 갖추어 장상(將相)의 벼슬을 모두 지냄을 이르는 말. )하여 공명 신퇴(공을 세우고 벼슬에서 물러남)하고, 양 공주와 육 낭자로 더불어 즐기던 것이 다 하룻밤 꿈(일장춘몽 : 一場春夢)이라. 마음에 이 필연 사부가 나의 염려(생각을 잘못함)를 그릇함을 알고, 나로 하여금 이 꿈을 꾸어 인간 부귀와 남녀 정욕이 다 허사인 줄 알게 함이로다.- 성진이 꿈의 내용을 생각하며 스승의 가르침을 깨달음

급히 세수하고 의관을 정제(정돈하여 가지런히 함)하며 방장에 나아가니 다른 제자들이 이미 다 모였더라. 대사, 소리하여 묻되,

"성진아, 인간 부귀를 지내니 과연 어떠하더뇨?"

성진이 고두(머리를 숙이며)하며 눈물을 흘려 가로되,

"성진이 이미 깨달았나이다. 제자 불초(못나고 어리석어)하여 염려를 그릇 먹어 죄를 지으니 마땅히 인세에 윤회할 것이어늘, 사부 자비하사 하룻밤 꿈으로 제자의 마음 깨닫게 하시니, 사부의 은혜를 천만 겁이라도 갚기 어렵도소이다."- 성진이 스승 앞에 나아가 은혜에 감사드림

·도량(道場) : 부처나 보살이 도를 얻는 곳. 또는, 도를 얻으려고 수행하는 곳. 여러 가지로 뜻이 바뀌어, 불도를 수행하는 절이나 중들이 모인 곳을 이르기도 한다. 유사어로 법굴(法窟).

·도장(道場) : 무예를 닦는 곳.

·다 하룻밤 꿈이라 : 시간의 경과

·나의 염려를 그릇함을 : 불도에 회의를 품은 잘못된 생각

·깨달았나이다 : 세속의 부귀영화가 하룻밤의 꿈임을

·제자 불초하여 염려를 그릇 먹어 죄를 지으니 : 제자가 스승의 가르치심을 대받지 못하여 마음의 생각을 가지고 불도에 죄를 지으니. 번뇌했으니

·인세에 윤회할 것이어늘 : 파계하여 속인(俗人)으로 돌아갔을 것임. 당연히 생로병사(生老病死)를 뛰어넘어 불생 불멸의 도를 얻지 못할 것이어늘. 불도에 정진하여 성불한다는 것은 모든 번뇌를 해탈하여 불과를 얻는 것이기도 하지만, 삶과 죽음을 초탈하여 그로부터 오는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벗어 나는 것을 말한다.

·수책 : 죄를 떠 맡음

·방장 : 높은 중들의 처소

·불초 : 부조의 덕망이나 유업을 대받지 못함

·천만 겁 : 만의 천배의 겁.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시간

대사 가로되,

"네, 승흥하여 갔다가 흥진하여 돌아왔으니 내 무슨 간예함이 있으리요(내가 간섭하지 않았다. 오불관언 : 吾不關焉 : 나는 그 일에 상관하지 아니함.)? 네 또 이르되 인세에 윤회할 것을 꿈을 꾸다(꾸게 하였다) 하니, 이는 인세와 꿈을 다르다 함이니, 네 오히려 꿈을 채 깨지 못하였도다. '장주가 꿈에 나비 되었다가 나비가 장주 되니' 어니 거짓 것이요 어니 진짓(참된 것, 현실) 것인 줄 분변치 못하나니, 어제(깨달음을 얻기 전) 성진과 소유가 어니는 진짓 꿈이요 어니는 꿈이 아니뇨?"- 대사 '현실의 꿈은 둘이 아니고 하나임을 가르침

·승흥하여 갔다가 흥진하여 돌아왔으니 : 흥이 나서 갔다가 흥이 다해 돌아왔으니. 속세의 부귀영화가 그리워 꿈을 꾸었고 허무함을 느껴 깨어났다.

·네 또 이르되 ~ 꿈을 채 깨지 못하였도다 : 속세에서 부귀 영화를 꿈이었다고 하니, 이것은 인세와 꿈을 현실과 다르다고 함이니, 네가 오히려 꿈을 깨지 못하였도다. 대사가 성진에게 깨우쳐 주려고 한 것은 현실과 꿈을 구별하는 것조차 하나의 집착이라 보고, 이 것마저 떨쳐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가 나비가 장주가 되니 : '장자' '제물론'에 나오는 이야기로 '꿈에 장주가 호랑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녔는데 문득 깨어나니 곧 엄연한 장주였다. 다시 말해서 '꿈이 현실인가, 현실이 꿈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의 의문에서 시작하되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또한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뜻.

·간예 : 관계함. 참견함

·윤회(輪廻) : 수레바퀴가 끊임없이 구르는 것과 같이, 중생이 번뇌와 업에 의하여 삼계육도(三界六道)의 생사 세계를 그치지 아니하고 돌고 도는 일. 무시무종(無始無終)으로 생사반복한다는 뜻

·장주 : '장자'의 본 성명

·합장 : 두 손바닥을 마주 합침

성진이 가로되,

"제자, 아득하여(어리석어, 몽매하여, 우둔하여, 불초하여, 불민하여) 꿈과 진짓 것을 알지 못하니, 사부는 설법하사 제자를 위하여 자비하사 깨닫게 하소서."

 

대사 가로되,

"이제 금강경 큰 법을 일러 너의 마음을 깨닫게 하려니와, 당당히 새로 오는 제자 있을 것이니 잠깐 기다릴 것이라."

하더니 문 지킨 도인이 들어와,

"어제 왔던 위부인 좌하 선녀 팔 인이 또 와 사부께 뵈아지이다(뵙고 싶다) 하나이다."

 

대사, 들어오라 하니, 팔 선녀, 대사의 앞에 나아와 합장 고두하고 가로되,

"제자 등이 비록 위부인을 모셨으나 실로 배운 일이 없어 세속 정욕을 잊지 못하니, 대사, 자비하심을 입어 하룻밤 꿈에 크게 깨달았으니, 제자 등이 이미 위부인께 하직하고 불문에 돌아왔으니 사부는 나종내 가르침을 바라나이다."- 팔 선녀가 불도에 입문할 것을 대사께 청함

·제자, 아득하여 꿈과 진짓 것을 알지 못하니 : 현실 세계의 모든 것을 허상이라고 보는 허무주의에 빠지기 쉬운데 인생 무상을 잘못 이해하여 허무주의에 빠져서는 안 됨.

·자비하사 : 자비를 베푸시어

·금강경 : 금강반야바라밀경. 불교 경전의 하나로 지혜(반야)의 본체는 진상 청정하며 불변불이하여 번뇌나 악마도 이것을 어지럽게 할 수 없음을 금강의 견실함에 비유한 경문

·하룻밤 꿈에 크게 깨달았으니 : 성진과 마찬가지로 세속의 부귀 영화를 탐하는 꿈을 꾸었음을 암시.

 

대사 왈,

"여선의 뜻이 비록 아름다우나 불법이 깊고 머니, 큰 역량과 큰 발원이 아니면 능히 이르지 못하나니, 선녀는 모로미(모름지기) 스스로 헤아려 하라."

 

팔 선녀 물러가 낯 위의 연지분을 씻어 버리고 각각 소매로서 금전도를 내어 흑운같은 머리를 깎고(세속과의 절연 표시, 단호한 태도) 들어와 사뢰되,

"제자 등이 이미 얼굴을 변하였으니 맹서하여 사부 교령을 태만치 아니하리이다."

 

대사 가로되,

"선재, 선재라(옳은 일이구나). 너희 팔 인이 능히 이렇듯 하니 진실로 좋은 일이로다."- 대사가 만류하자 팔 선도가 삭발하고 이에 대사가 승낙함.

·발원 : 불보살이 중생을 제도하려는 서원을 일으킴

·금전도 : 가위

·헤아려 하라 : 심사숙고(深思熟考)

·낯 위의 연지분을 ~ 흑운같은 머리를 깎고 : 팔 선녀가 불도에 입문하여 비구니가 되었음을 뜻함.

드디어 법좌에 올라 경문을 강론하니, 백호(白毫 : 부처의 두 눈썹 사이에 있는 희고 빛나는 가는 터럭. 이 광명이 무량세계를 비춘다.) 빛이 세계에 쏘이고 하늘 꽃이 비같이 내리더라.

 

설법함을 장차 마치매 네 귀 진언을 송하여 가로되,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세상의 모든 것이 부질 없다는 뜻)

 

이리 이르니, 성진과 여덟 이고(여승, 비구니)가 일시에 깨달아 불생 불멸할 정과(진정한 가르침)를 얻으니, 대사 성진의 계행이 높고 순숙함(계율을 잘 지키어 닦음)을 보고 이에 대중을 모으고 가로되,

 

"내 본디 전도함을 위하여 중국에 들어왔더니, 이제 정법을 전할 곳이 있으니 나는 돌아가노라."

 

하고 염주와 바리와 정병과 석장과 금강경 일 권을 성진을 주고 서천으로 가니라('염주, 바리, 정병, 석장, 금강경'은 일종의 대유로 쓰인 것으로 이것을 성진에게 주었다는 것은 법통의 전수를 의미한다. 금강경은 이 작품의 배경이 불교의 空사상임을 알게 한다).- 대사의 가르침에 성진과 여덟 이고가 득도하고, 대사는 떠나감.

·법좌 : 법연. 불도를 설하는 자리

·경문 : 여기서는 금강경을 말함

·진언 : 참된 말. 불타나 법신의 말

·네 귀 진언을 송하여 : 4구의 글로 된 공덕을 칭송하여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 : 모든(一切) 유위(有爲)의 法은 꿈(夢), 헛것(幻), 물거품(泡), 그림자(影)와 같으며(如), 이슬(露)과 같고(如), 또한(亦) 번개(電)와 같으니(如), 마땅히(應作) 이와같이(如始) 볼지니라(觀)라는 말로 인간 세상의 모든 것(실제 사물이거나 느끼고 아는 것)은 참모습이 아닌 허상[虛像 : 꿈(夢), 헛것(幻), 물거품 (泡), 그림자(影)]이거나, 불멸의 영원상이 아닌 찰나[刹那 :이슬(露), 번개(電)]인 것으로 보라.

·송 : 공덕을 칭송하는 글월

·계행 : 계율을 잘 지키어 닦는 행위

·서천 : 중국 서역 지방에 있었던 여러 나라

이후에 성진이 연화 도량 대중을 거느려 크게 교화를 베푸니, 신선과 용신과 사람과 귀신이 한 가지로 존숭함을 육관대사와 같이하고 여덟 이고가 인하여 성진을 스승으로 섬겨 깊이 보살 대도를 얻어 아홉 사람이 한 가지로 극락 세계로 가니라.- 성진이 교화를 베풀고 여덟 이고와 함께 극락 세계로 감

·존숭 : 존경하고 숭배함

·성진을 스승으로 ~ 극락 세계로 가니라 : 성진의 가르침을 받아 보살 대도를 원만히 하여 불과(佛果)에 이르는 행도(行道)를 이루어 성진과 팔 선녀가 함께 아미타불이 살고 있는 불생 불멸의 극락정토의 세계로 감.

·극락정토 : 아미타불이 살고 있는 정토(淨土)로, 괴로움이 없으며 지극히 안락하고 자유로운 세상. 인간 세계에서 서쪽으로 10만억 불토(佛土)를 지난 곳에 있다.

심화 자료

성진의 성격

 

일반적으로 소설에서 제시되는 인물의 성격 제시에는 일관성이 요구되나, '구운몽'과 같이 환몽구조로서 '성진 - 양소유 - 성진'으로 변화되는 소설이나, 인간의 잠재의식을 대상으로 하는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의 기법을 사용하는 소설, 고대 소설 속에 흔히 볼 수 있는 변신(變身) 모티브에서는 일관성의 제약을 받지 않아도 된다. 자구적 풀이로 '성진 : 성품의 참모습)'의 의미나 '양소유(잠시 동안 인간 속세에 노닐다)'의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구도자로서의 '성진'이나, 속인으로서의 '양소유'나 모두 구체적 인물이라기보다는 추구하는 바의 이상적이고 전형적인 존재라고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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