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유창성과 진지성이란 무엇인가
by 송화은율유창성과 진지성이란 무엇인가?
1. 속담이나 고사를 적절하게 인용한 표현
(가) 속담에 ‘울고 먹는 씨아’라는 말이 있다. 희미한 등잔불 밑에서 ‘씨아(목화 씨를 빼는 틀)’를 돌리는 저 여인들의 가슴에는 얼마나 많은 눈물이 맺혀 있던가? 그러기에 여인들은 ‘씨아’의 삐걱거리는 소리를 목멘 울음소리로 들었고, 그렇게 울면서도 여전히 목화를 타야만(먹어야) 하는 ‘씨아’의 모습에서 그들 자신의 운명을 보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울면서도 하라는 일은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 것을 ‘울고 먹는 씨아’라고 한다.
-이어령, ‘울음에 대하여’
(나) “회양(淮陽)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급댱유(汲長孺) 풍채(風彩)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이 곳의 이름이 옛날 한(漢)나라에 있던 ‘회양’이라는 이름과 공교롭게도 같구나. 중국의 회양 태수(太守)로 선정을 베풀었다는 급장유의 모습을 이 곳에서 다시 볼 것이 아닌가?”
⇒ (가) 예문은 ‘울음’이라는 제재와 관련된 속담을 인용하여, (나)는 중국의 고사를 인용하여 유창하고 진지한 표현을 하고 있다.
2.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인상 깊게 드러난 표현
(가) 조선옷에서 가장 압도적인 것은 바지이다. 입고 다닐 때에는 별로 놀랍지 않지만, 말리기 위해서 빨랫줄에 넌 것이나, 풀밭에 펼쳐 놓은 것을 보면, 아주 굉장하다. 보통 체격의 조선인이 입는 바지의 크기를 말하라면 극동 지역에서 가장 큰 부처의 알몸을 감쌀 수 있고,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한테는 헐렁한 속옷으로 입힐 수 있다.
-제임스 게일, ‘코리언 스케치’
(나) 나무가 주는 기쁨과 위안이란 결코 낮춰 생각할 것이 아니다. 살구, 복숭, 매화, 진달래, 개나리, 장미, 모란, 모두 아롱다롱 울긋불긋 곱고 다채로워 사람의 눈을 끌고 마음을 빼내는 데가 있으나, 초록 일색의 나무가 갖는 은근하고 흐뭇하고 건전한 풍취(風趣)에 비하면 어딘지 얇고 엷고 야한 데가 있다.
-이양하, ‘나무’
⇒ (가)는 대상을 과장적으로 부풀려 표현하였고, (나)는 비슷한 어구나 내용상 관련이 있는 어구를 늘어놓음으로써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인상 깊게 하여 유창성을 얻고 있다.
3. 함축적 표현으로 공감의 폭을 넓힌 것
(가) 서산 위에 잠깐 나타났다 숨어 버리는 초승달은 세상을 후려 삼키려는 독부(毒婦)가 아니면 철모르는 처녀 같은 달이지마는, 그믐달은 세상의 갖은 풍상을 다 겪고, 나중에는 그 무슨 원한을 품고서 애처롭게 쓰러지는 원부(怨婦)와 같이 애절하고 애절한 맛이 있다. -나도향, ‘그믐달’
(나) 저 바다가 다하는 곳에서 하늘 끝을 물깃 삼아 파도는 철썩이고 있을까. 아니면 거기 커다란 낭떠러지가 있어 바다는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어린 환상은 무서운 영상을 좋아하지 않았다. 거대한 유리 항아리 같은 하늘 속에 바닷물이 고여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했다. -김열규, ‘어느 바다의 소년기(少年期)’
⇒ 이 글은 어떤 사물이나 관념〔원관념〕을 그것과 어느 면에서든 유사하거나 관련성이 있는 다른 사물이나 관념〔보조관념〕에 연결시켜, 선명한 인상을 제시하거나 함축성 있는 의미를 나타내는 방법을 통해 공감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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