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생화설화
by 송화은율고목생화설화
죽은 자식에게서 명당을 써서 자손을 얻는다는 내용의 설화. 신이담(神異譚)에 속하며, 사자득손(死子得孫) 또는 사자생손설화(死子生孫說話)라고도 한다.
죽은 나무에서 다시 꽃이 피듯이, 다 망한 집에서 자손이 나와서 가문을 일으켜 후손이 번성하고 영달하게 된다는 이야기로서 ‘고목생화’라는 말은 이 설화에서 유래한다.
이 설화는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고 있는데, 해평 조씨(海平趙氏)·현풍 곽씨(玄風郭氏)·황간 황씨(黃澗黃氏), 그리고 전라남도에 사는 김씨(金氏), 경상북도에 사는 임씨(任氏)네 이야기 등으로 채록되었다.
이 설화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유형은 죽은 아들의 영혼이 사또의 딸과 혼인하는 경우이다. 인심 좋은 진사의 귀한 아들이 단명하여 죽었을 때 중이 동냥을 와서 죽은 아들을 길가에 묻게 하는데, 이 때 가문을 표시하는 신물(信物)을 무덤에 넣게 한다. 그 뒤, 부임하는 신관 사또 딸이 죽은 아들의 영혼과 혼인하고, 신물을 증거로 진사의 며느리가 되어 쌍둥이 아들을 낳는다.
둘째 유형은 죽을 운명의 아들이 다른 곳에 가서 처녀와 혼인하고 죽은 이야기이다. 어떤 부자가 아들 셋을 두고 죽는다. 풍수(에게 물어, 벼슬하여 출세할 후손은 둘 것이나 아들 삼 형제는 곧 차례로 죽게 된다는 명당을 택하게 된다.
그 뒤 아들 두 명이 자손도 없이 죽자 셋째아들은 집을 떠나는데, 우연히 부잣집 딸을 만나서 혼인하고 거기서 죽는다. 셋째며느리가 시집으로 찾아가 세 쌍둥이를 낳아 세 과부 며느리는 하나씩 아들을 차지하여 대를 잇는다.
첫째 유형에서 신물은 칼이나 족보 또는 가락지 등으로 나타나 있고, 평토장 대신 정자를 지어 진사의 딸이 그 정자에 쉬러 들어갔다가 영교(靈交)를 맺는 경우도 있다.
두 유형의 근본적인 차이는 죽음을 선택하는 의지의 차이이다.
첫째 유형에서 아들의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둘째 유형의 세 아들은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이다. 강한 종족 보존 본능의 표현으로 죽은 아들을 통해서라도 대를 잇게 하려는 열망이 나타나 있다.
아들이 죽자 아버지는 시체를 묻지도 않고 광에 두고서 대를 끊은 불효자라고 매질을 한다. 대가 끊기는 것은 가문의 수(壽)가 다한 것이고, 그것은 자신의 목숨이 끊기는 것과 다름이 없으며, 조상에게 가장 큰 죄가 된다는, 조상과 후손과의 일체감이 작용한 것이다.
둘째 유형의 세 아들은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이다. 자신의 생명을 희생함으로써, 후손으로 하여금 가문의 번영을 누리게 하려는 혈연의식의 표현이다. 평민이 당대의 노력으로 부자는 될 수 있으나 벼슬길에 오르기는 어렵다.
따라서, 손자대 이후에라도 신분이 상승되게 하기 위하여 자신이 죽고 후손이 번영하는 선패후성(先敗後成)의 명당을 택한다. 이것 역시 당대와 후대와의 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이 설화에는 수(壽)·부(富)·귀(貴)·다남(多男), 즉 후손을 중하게 여기는 한국인의 행복관과 그것을 명당에 의존하고자 하는 강한 풍수사상이 나타나 있다. 그 중에서도 가문의 대를 잇는 후손을 귀하게 여기고 있으며, 자신의 수를 희생해서라도 가문의 수와 부귀를 얻으려는 강한 혈연의식이 나타나 있다. 이것은 자식을 자신의 분신으로 생각하는 조상과 후손의 일체감에 기인한 것이다.
이 설화의 소재는 씨족설화에서 훨씬 후대에 내려와 생긴 중시조설화(中始祖說話)라 할 수 있으며, 중·풍수와 같은 이인(異人)의 등장이나 영교·신물·이상 출생 등 많은 상징 대목에서 신화적 잔재를 찾을 수 있다.
≪참고문헌≫ 枯木生花說話의 性格(崔來沃, 冠嶽語文硏究 2, 서울大學校國語國文學科, 1977), 韓國口碑文學大系(韓國精神文化硏究院, 1980∼1988).(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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