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녕설화

---

고창녕설화

​

 

조선 후기의 명관 고유(高裕)에 관한 설화. 주로 명판결에 대한 일화들로서, 그가 부임하였던 창녕을 중심으로 경상도 일대에 널리 구전되고 있다. 문헌설화는 ≪기문총화 記聞叢話≫·≪동야휘집 東野彙輯≫에 전해지는데, 그 내용은 동일하다.

​

문헌설화도 그가 선정을 베풀고 명판결을 하였기 때문에 고창녕이라 불렸음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특별히 구전설화에서는 보이지 않는, 고창녕 덕에 부자가 된 하인이 몰락한 고창녕의 손자에게 은혜를 갚는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

설화에 나타나는 고창녕의 일화들은 20여 개로 정리해 볼 수 있는데, 단 하나의 일화를 제외하고는 모두 어려운 처지에 있는 백성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딱한 사정을 이해하고 해결해 주는 명판관으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고 있다.

​

​

그 중에서 몇 가지를 보면, 고창녕이 13세 소년 원으로 부임해 오자, 고을 이방들이 그를 어리다고 얕보았으므로 그가 이방들에게 수숫대를 뽑아 오게 해서 “통째로 소매 속에 넣어 보라.”고 하였다.

이방들이 넣지 못하자, “한 살 먹은 수숫대도 소매 속에 넣지 못하면서, 열세 살이나 먹은 한 고을의 목민관을 마음대로 하려 드느냐?”고 호통을 쳐서 이방들을 제압하였다.

 

​

한편, 해결하기 어려운 소송에 대한 명판결로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옹기장수의 옹기 값 변상 소송〉을 들 수 있다. 전 재산을 모두 팔아 옹기장수로 나선 사람이 길을 가다가 나무 밑에서 옹기 짐을 막대기로 받쳐 놓고 쉬다가 잠이 들었다.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지게가 넘어져 옹기가 모두 깨어졌다.

​

살길이 막연해진 옹기장수가 고창녕에게 가서 옹기 값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소지(訴紙)를 올렸다. 고창녕은 어장 주인들(또는 뱃사공)을 불러 모아, 그들이 뱃길에 유익한 바람이 불기를 기도하였기 때문에 바람이 불어 옹기장수의 옹기들이 깨어졌으므로, 옹기 값을 물어 주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

이 밖에 가난한 노총각 머슴을 장가들게 해서 노총각의 근심을 덜어 주고 사회적 인정을 받게 해 준 일화, 날아든 나뭇잎을 보고 살인범을 잡아 억울하게 죽은 원혼을 위로해 준 일화, 남편이 시묘(侍墓 : 부모의 거상 중에 3년간 그 무덤 옆에서 움막을 짓고 삶)를 하는 동안에 간통 혐의를 입은 부인의 누명을 벗겨준 일화도 있다.

​

​

이와 같은 공안 사건류의 해결뿐만 아니라, 심리를 이용한 절도범 잡기 등 억울한 사연을 지닌 백성들의 갖가지 문제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고 명쾌하게 해결해 주는 일화들은 모두 올바른 관리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

​

이러한 일화들은 미복잠행(微服潛行 : 지위가 높은 사람이 무엇을 몰래 살피기 위하여 남루한 옷차림으로 남 모르게 다님)으로 백성의 사정을 살피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던 숙종대왕설화나, 암행어사 박문수설화와 같은 맥락에 놓인 설화들로서, 우리 설화문학에서의 치자담(治者譚)으로 분류할 수 있는 설화 유형이다.≪참고문헌≫ 記聞叢話, 東野彙輯, 韓國口碑文學大系(韓國精神文化硏究院, 1980∼1988).(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