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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강 / 해설 / 박남철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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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강 / 박남철


얼어붙은 겨울 강에 돌을 던진다. 겨울 강은 이미 돌로 부서지는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다만 소리로 반응을 보일 뿐이다. `강물은, 쩡'하고 반응한다. 돌은 강 위에서 쩡 쩡 하고 소리를 내며 튀어간다. 돌을 던질 때마다 그 소리는 자꾸 울리고, 가만히 들으니까 그 소리는 그냥 돌과 얼음 사이의 충돌음 같기도 하고, 얼음이 마치 숨길 것 없는 강 바닥이나 된 듯이 당당하게 맞서는 소리 같기도 하고, 그 얼음이 돌에 맞아 균열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 돌을 던지는 나의 내부에서 울리는 공명음 같기도 하다. 현실은 바로 이 강물처럼 얼어붙어 있다. 그러니까 강에 돌을 던지는 행위는 얼어붙은 현실을 뚫고 나가려는 모색 행위의 하나인 셈이다. 강물은, 현실은, 언젠가는 녹아 흘러 그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돌을 던지는 지금도 모르긴 해도 조금씩 그 안이 녹아 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아는 나는 돌을 던지며 울고 있다. 녹아본들, 얼음이 녹고 강물이 흐르며 제 바닥을 서서히 드러낸다 한들 어쩌겠는가. 내 돌이 강의 바닥에 닿고 났을 때는 이미 얼어붙은 겨울 강이, 얼어붙은 현실이 아니지 않은가. 나의 돌 던지기는 강물이 얼어 있을 때 그 밑바닥에 그 돌을 닿게 하려는, 몸은 현실에 있으되 그 현실 안에서 변동하려는, 상황 속의 지향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행위였다. 이 시는 이렇듯 얼어붙은 현실은 벗어날 수 없다는 비관주의적 세계관을 바탕에 두되, `쩡, 쩡, 쩡'하는 강 울림의 도움을 받으면서, 그 현실 속에서 변동하는 의지를 아름답게 드러낸다. [해설: 박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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