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生命)의 비의(秘義) / 해설 / 남궁벽
by 송화은율반응형
생명(生命)의 비의(秘義) / 해설 / 남궁벽
생명의 숨겨진 뜻은 무엇인가. 시인은 봄비 내리는 날 인왕산에 올라 돋아나는 풀을 보았다. 흙과 물이 키워내는 작은 생명에서 시인은 우주의 섭리를 깨달은 모양이다.
처음 제 3연까지는 차분하고 세련된 서정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시가 1921년에 발표된 것임을 염두에 둘 때 이와 같은 세련성은 놀랄 만하다. 그러나 제 4연 이후는 웅변과 교훈의 목소리가 압도적이다. 시인은 스스로 깨달음의 위대함과 대견함을 감출 수 없었던 모양이다. 제 4연의 위대한 대지의 힘과 제 5연의 물, 구름, 비의 삼위일체, 그리고 대능자(大能者)의 조화, 제 6연의 우주의 근원은 감동적인 시의 내용이 되지 못한다. 중반 이후의 어색함은 1920년대 초반의 우리 현대시의 수준과 처지를 생각할 때 흥분할 만한 일은 아니다.
시형의 미숙함을 접어놓고 본다면 이 시의 주제는 단연 돋보인다. 우주의 근원이 생이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하는 웅변으로 보아 시인 남궁벽은 이 땅에 살았던, 시인으로서 최초의 적극적인 환경론자인지도 모른다.
과연 생명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시인의 표현처럼 온 우주가 생명으로 가득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이 광물질의 우주 속에서 희소한 가능성으로 존재하는 생명, 그 생명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는 만발해 있는 것이다. 이것은 축복이며, 경이가 아닌가. [해설: 이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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