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 앞에서 / 이승하
by 송화은율이 사진 앞에서 / 이승하
요점 정리
지은이 : 이승하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성격 : 상징적, 고발적, 참여적, 자성적
구성 :
1연 : TIME지에 실린 소말리아 어린이 사진
2연 : 이웃의 고통을 외면한 인류의 죄악 고발(사진이 환기하는 메시지)
3연 : 사진으로 인한 충격과 이기적인 삶에 대한 반성
어조 : 자성적(自省的) 어조
표현 : 점층법, 반복법
제재 : 기아(飢餓) 사진
주제 : 헐벗고 굶주린 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 /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는 현대인의 이기주의 비판
특징 : 인류애에 대한 소망을 담고 있고, 한 장의 그림 속에서 연상되는 장면을 형상화했고, 종결어미를 사용하지 않고 행을 짧게 배열하여 점층적 비판 효과를 지님.
내용 연구
식사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교인[자신의 행복만을 생각하는 사람]을 향한
인류의 죄[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이 생기게 한 죄]에서 눈을 돌리는 죄악을 향한[위선적인 태도에 대한 비판 또는 신을 향한 기도가 무의미함을 역설하는 것으로 일부 기독교인들의 탐욕스럼음을 생각해 보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인류의 금세기 죄악을 향한[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인간에 대한 비판]
인류의 호의호식(好衣好食 :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음)을 향한
인간의 증오심을 향한[전쟁과 기아의 원인을 인간의 증오심으로 보고 있음]
우리[타인의 삶에 무관심한 이기적 존재로 '나'도 같은 의미임]들을 향한
나[대상의 범위가 '나'로 좁혀짐 / 화자도 앞에서 지적한 죄악을 저지른 부류]를 향한[점층법과 열거법의 적절한 사용을 통해 시각적인 이미지가 강하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에 대한 무관심의 시작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반성을 통해 이웃의 고통에 무관심한 현실을 통렬하게 고발하고 있다.]
소말리아
한 어린이의
오체투지[불교의 절하는 법의 하나. 먼저 두 무릎을 땅에 꿇고, 두 팔을 땅에 대고 그 다음에 머리를 땅에 닿도록 절을 함./ 원관념은 굶주림에 엎드려 있는 모습]의 예[헐벗고 굶주린 이를 대표하는 사진 속의 어린이]가
나를 얼어붙게 했다.[현실의 냉혹함을 경험 / 헐벗고 굶주린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비로소 인식하고 놀람 - 충격과 자각]
자정 넘어 취한 채 귀가하다
주택가 골목길에서 음식물을 게운[굶주린 아이와 대조되는 음식물을 토해내는 화자의 모습]
내가 우연히 펼친 TIME지의 사진
이 까만 생명 앞에서 나는 도대체 무엇을[굶주린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살아온 자신에 대한 반성과 함께 독자의 반성을 유도하고 있음]
이해와 감상
배우 김혜자가 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라는 책에 "세상은 참으로 이상합니다. 본질적인 것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사람들은 온통 비본질적인 것에 매달립니다. 굶어 죽어가는 아이에게 음식을 먹여 살리는 것, 전쟁을 중단하는 것,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는 것, 이것들이 나는 본질적인 일이라고 믿습니다."라는 말이 있다. …… 나는 삶에 대해 잘 모릅니다. 왜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나 김혜자는 모두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잘 살고 있는데, 왜 지구의 어느 곳에서는 아이들이 8백 원짜리 항생제 하나가 없어서 장님이 되어야 하고, 말라리아에 걸려 누워 있는 아빠의 배 위에서 갓난아이가 굶어 죽어가야 하는 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내 머리로는 이 엄청난 불평등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내가 믿는 신은 왜 그것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걸까요?
그 몸서리쳐지는 비극의 현장과, 나도 모르게 눈물이 뒤범벅이 되는 고통스러운 세상에서 벗어난 한국으로 돌아오면, 이곳에는 또 아무 일이 없습니다. 마치 이곳은 같은 지구 위에 있는 나라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상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
그렇습니다. 어떤 때는 정말로 잊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가난과 굶주림 때문에 숨져 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정말로 신이 존재하는가에 대해 의심했습니다. 정말 신이 사랑이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고개를 젓곤 했습니다.……"
시인은 가난하고 헐벗고 못 먹어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굶주린 아이가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기도하는 듯하고, 이 아이를 역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바짝 마른 굶주린 어른의 손이 일으키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고 쓴 작품이라고 한다. 시어(詩語)가 다분히 참여적이고 고발적인 '-을(를) 향한'이란 이런 동일한 시어로, 종결되지 않은 문장을 의도적으로 점차 행을 짧게 배열함으로써 시각적이고 점층적인 방법으로 이런 굶주린 자들에게 무심한 인간들에 대한 비판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비판의 칼날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향하고 있으며 또한 자기 자신처럼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아이를 돕지 않는 인간의 무관심은 인류의 죄악이라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 악 또는 부패한 세상을 바꾸는 것은 기도나 희망하는 것으로 얻을 수는 없고 실천을 통해서만이 바꿀 수 있다는 시적 화자의 자기 반성을 날카롭게 제시하고 있다.
심화 자료
이승하(1960- )
시인. 경북 김천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화가 뭉크와 함께>가 당선되어 등단. 1989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비망록> 당선, 시집으로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 <폭력과 광기의 나날>, <박수를 찾아서>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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