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 부근(星湖附近)- 김광균
by 송화은율성호 부근(星湖附近)- 김광균
1.
양철로 만든 달이 하나 수면 위에 떨어지고
부서지는 얼음 소래가
날카로운 호적(呼笛) 같이 옷소래에 스며든다.
해맑은 밤 바람이 이마에 나리는
여울가 모래밭에 홀로 거닐면
노을에 빛나는 은모래같이
호수(湖水)는 한 포기 화려한 꽃밭이 되고
여윈 추억(追憶)의 가지가지엔
조각난 빙설(氷雪)이 눈부신 빛을 발하다
<후략>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시각적 영상으로 달빛이 호젓하게 비친 차가운 겨울 호수의 풍경을 스케치하듯 그렸다. 회화적 이미지 구사로 잘 알려진 시인 특유의 비유 형상 능력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달을 ‘양철’로, 겨울 호수를 ‘은모래’와 ‘화려한 꽃밭’으로 나타내고 있음에 유의하자. 화자의 감정의 기복을 행간(行間)에 따라 유추함으로써 ‘성호 부근’의 겨울 호수의 풍경이 더 선명하게 떠오르게 된다.
▶ 성격 : 회화적
▶ 심상 : 시각적 심상
▶ 시상 전개 : 공간의 이동
▶ 구성 : 1. 달빛이 비친 겨울 호수의 모습
① 차가운 겨울 호수의 모습(1연)
② 호숫가를 쓸쓸히 거님(2연)
③ 환상 속에 떠오르는 영상(3연)
2. 황혼 무렵의 차창 밖 풍경
④ 떠오르는 고향의 모습(4연)
⑤ 황혼의 차창에 서리는 풍경(5연)
▶ 제재 : 호수
▶ 주제 : 달빛이 비친 겨울 호수의 모습
<연구 문제>
1. 회화적 수법의 하나인, 의식을 시각화한 시구를 찾아 쓰라.
☞ 추억의 가지가지
2. ㉠과 ㉡은 어떤 장면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인가?
☞ 달빛에 비친 성호의 모습
3. ㉢에 함축된 의미를 20자 내외로 쓰라.
☞ 젊음의 추억이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
<감상의 길잡이>(1)
제1연은 차가운 겨울 호수에 호젓이 달이 비취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달을 ‘양철’이라는 금속성에 비유하여 차가운 겨울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제2연은 싸늘한 밤바람을 맞으며 쓸쓸히 거니는 화자의 모습이 달빛을 받아 환하게 빛나는 호수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제3연은 화자의 회상 속에 아련히 떠오르는 추억의 영상을 선명하게 그려 내고 있다. 추억이란 의식까지도 시각화하여 빙성처럼 빛나는 영상으로 그려 낸 시인의 독특한 형상 능력이 돋보인다.
제4연은 추운 겨울의 얼어붙은 강물을 보면서 고향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다.
제5연은 황혼 무렵 차창에 서리는 풍경을 보면서 추억 속의 고향을 떠올리고 있다.
<감상의 길잡이>(2)
이 시는 화화적 이미지 구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1은 달빛 내려 비친 겨울 호수의 모습을, 2는 황혼 무렵의 차창 밖 풍경을 그리고 있다. 1의 세 연은 ‘차가운 겨울 호수의 모습’과 ‘호숫가를 거니는 시적 화자의 모습’, 그리고 ‘그의 환상 속에 떠오르는 추억의 영상’을 순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또한 ‘양철로 만든 달’과 ‘부서지는 얼음’으로 대표되는 날카롭고 음산한 금속성의 이미지로 겨울 호수를 형상화한 첫째 연에 이어 둘째 연에서는 그것을 바라보며 걷는 화자의 고독한 모습을 제시하고 있으며, 셋째 연에서는 ‘화려한 꽃밭’과 ‘눈부신 꽃’의 따스하고 밝은 이미지로 호수를 변형시켜 나타내고 있다.
차갑고 날카로운 겨울 호수의 모습을 바라보며 쓸쓸해 하던 화자는 호수에 얽힌 어린 시절의 즐거웠던 추억에 빠져들며서 차츰 어두운 분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에 따라 달빛 비치는 겨울 호수의 차가운 이미지는 이내 화려하고 따스한 이미지로 변형되지만, 그런 마음도 잠시뿐이다. 그러므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은 2에서 ‘차창에 서리는 황혼’의 붉은 노을이 되어 ‘희미한 날개를 펴고’ 화자를 더욱 슬프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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