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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家庭) - 박목월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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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목월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힘겨운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생활인으로 돌아온 시인이 아버지로서의 고통을 토로하는 한편, 자식들에 대한 막중한 책임 의식을 스스로 확인하는 작품으로, 현실적 세계를 시적 대상으로 삼은 생활시로서의 진면목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시에서는 화자와 청자의 모습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화자는 실제의 시인과 거의 일치하며, 청자는 강아지라고 불린 그의 자녀들이다. 얼음판 같은 세상의 모습을 말하면서 다소 비감스러워하던 화자의 목소리는 자녀들에게 말을 건넬 때, 따뜻하게 바뀌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1연은 화자의 귀가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피곤한 육신을 이끌고 집에 돌아온 화자는 현관에 가지런히 놓인, 문수가 각기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바라본다. 가난하면서도 행복한 화자의 가정이 아홉 켤레의 신발 속에 함축되어 있다. 직업이 다르고 신분이 달라도, 또는 부유하건 가난하건, 그래서 그것이 현관이건 들깐이건 사람 사는 모습은 결국 똑같다. 그러므로 지상이라는 시어는 힘겨운 일상의 삶이라 할지라도 일단 가정으로 돌아오게 되면, 가정은 그 가족만의 하나의 행복한 지상 세계라는 뜻이라 할 것이다.

 

2연에서 화자는 식구들의 신발 옆에 자신의 신을 벗어 놓는다. ‘눈과 얼음의 길은 바로 화자가 살아가는 고달픈 인생길을 상징하는 것으로, 4연에서는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로 변형되어 나타난다. 아홉 켤레의 신발 중에서 특히 막내둥이의 것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은 막내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강조하는 것이자,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스스로 확인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3연의 12행은 비록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온 화자이지만, 자녀 앞에서는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35행은 고달프게 살아가는 화자의 가정을 의미한다. ‘연민한 삶의 길이여라는 6행은 화자가 삶에 대해 느끼는 힘겨움을 직설적으로 토로한 것이며, 7행에서뿐 아니라 작품 전편에 등장하는 내 신발은 십구 문 반이라는 구절은 막내의 육 문 삼과 대비되어 화자가 자신의 신발을 거듭 의식하면서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다짐이다.

 

4연은 화자가 방에 들어가며 자식들에게 들려 주는 말이다.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 내가 왔다 / 아버지가 왔다는 표현은 현실 생활에 시달리는 화자의 고달픈 삶을 극명히 보여 주는 것이며, 비록 고달프게 살아가는 가정이지만,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 존재한다는 사실을 십구 문 반이라는 신발 크기로 강조하는 것은 그 큰 신발 속에 아홉 명의 자식들의 미래를 담고 있다는, 가장으로서의 무거운 책무를 강조하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이 시는 고달픈 생활 속에서도 자식들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힘겨운 아버지들의 모습을 화자의 가정을 통해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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