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가을 재미 / 방정환
by 송화은율반응형
가을 가을 재미
여름의 괴로움에서 소생되어 나오는 가을철…….
이 때에는 산에 가도 좋고, 들에 가도 좋고, 풀밭에 누워서 높아가는 하늘
을 쳐다보는 것도 좋고, 또는 마당이나 마루 끝에 따뜻한 햇볕을 쪼이면서,
노랗게 피는 국화의 향내를 맡고 앉았어도 좋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도 더
깨끗한 날 초저녁으로부터 밤이 깊어갈 때 정결히 소제한 방에 등불을 밝히
고 앉아서 책 읽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은 없습니다. 고요히 깊어가는 밤
에 창 밖에는 마른 잎 떨어지는 소리만 간간히 들리고 방 구석에서 가여운
벌레의 우는 소리가 쓸쓸히 들릴 때, 나는 그런 때 책이 제일 잘 읽혀집니
다.
〈《어린이》 4권 9호, 1926년 10월, 방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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