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에 빛나는 별 / 방정환
by 송화은율가을밤에 빛나는 별 / 방정환
차차 가을 기운이 돌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녁밥을 먹고서 서늘한 바람을 쏘이면서 벌레 우는 마당에 내려와 앉아
있으면 다른 때보다도 찬란히 반짝이는 가을 별들이 광채[星光]가 쏟아지는
소낙비 줄기같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게 됩니다.
별의 수효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고 노래라도 부르는 그 총총한 별들은
대체 얼마나 수효가 많기에 그다지 총총한지 아시겠습니까? 별의 수효가 얼
마나 되겠느냐 하는 것은 옛날 옛적부터 알려 하여도 알 수 없는 문제로,
이제껏 내려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세계에 유명한 천문 학자의 연구한 바
에 의하면 하늘에 떠 있는 별 중에도 여러 가지가 있어서 우리들 사람의 눈
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있고, 눈으로 보이지 않고 멀리 보이는 망원경으로
보아야 간신히 보이는 것도 있고 또, 그래도 잘 보이지 않는 별이 있다 하
는데 우선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별만 치면 퍽 안력이 좋은 사람의 눈
에 보이는 것이 5,690여 개인데 그것이 하늘에 가득하여 총총히 보인다 합
니다. 그리고, 그 위에 망원경으로 보이는 것과 망원경 사진에 비추이는 것
을 모두 합치면 10억 개 이상이 된다 합니다.
북두 칠성과 북극성
이번에는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서북쪽 하늘을 쳐다보면 다른 별을 보고 좀더 유표하게 일곱 개의
별이 이 그림과 같이 조르륵 늘어놓은 것이 있는데 그것을 북두 칠성이라
하고, 옛날 사람들은 그 별이 별 중에도 신령한 별이라고 믿고 거기다 절을
하면서 복도 빌고 수명도 빌었습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아시려니와 북두 칠성의 맨 끝으로 첫째와 둘째의 별
과의 간격보다 약 다섯 갑절이나 떨어져 있는 별 한 개가 있는데 일곱 별보
다 조금 흐리게 보이지마는 그 근처와 중간에 다른 별이 없으므로 찾기 쉽
습니다. 그 별을 북극성이라 합니다.
이 북극성은 그 많은 별들이 때와 철을 따라 자리를 옮기지마는 홀로 사시
사철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꼭 일정한 곳에 반짝이고 있습니다.
그래 끝이 없는 넓은 바다로 배를 타고 다니거나 가이 없이 넓은 사막으로
다니는 사람이 방향을 잃어버려서 나갈 길을 찾지 못할 때, 하늘에 떠 있는
북극성을 보기만 하면,
“오오, 저기가 북쪽이다!”
하고 방향을 찾아서 나아갑니다.
한 번 북두 칠성이 어느 편으로 있는지 초저녁에 방향을 잘 보아 두었다가
한 2,3 시간 지난 후에 다시 나아가 쳐다보십시오. 북극성은 꼭 아까 그대
로 있고 북두 칠성의 있는 자리가 반드시 움직였을 것입니다.
움직이는 별들
북극성을 가운데 두고 움직이는 모든 별들을 동편에서 서편으로 서편으로
천천히 움직이므로 초저녁에 동편에 있던 별이 새벽에 보면 훨씬 서편으로
옮겨 가서 있습니다.
이렇게 하여 북극성을 가운데 두고 천천히 서편으로 움직이지마는 대개 다
같이 열과 차례를 어그러뜨리거나 문란하게 하지 않고 꼭 그대로 제 자리를
잃지 않고서 죽 움직입니다.
이 별들을 항성이라고 합니다.
놀러 다니는 태백성
총총히 빛나는 여러 개의 별 중에 제일 잘 반짝거리고 우리 눈에 잘 뜨이
는 것은 태백성입니다. 저녁에 서편 하늘에 노랗게 금색으로 빛나는 별이
그것인데 금성이라고도 하고 또 명성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 태백성과 그 외에도 눈에 잘 뜨이는 몇 개의 별은 움직이기는
움직이되, 자기 자리를 변치 않고 전체를 따라가지 않고 제 마음대로 오늘
은 이 별 옆에 있다가 내일은 저쪽 별 옆에 뜨고, 또 다른 날은 또 다른 별
옆에 뜨고 하여, 아주 동무의 집으로 놀러다니 듯하므로 노는 별이라고 유
성이라 합니다.
떨어지는 별똥
가끔 가끔 하늘에서 별 같은 것이 총알같이 흘러내려오는 것을 보고 여러
분은 별똥이 떨어진다고 하지요? 그러나, 그것은 결코 별이 아닙니다.
하늘에는 별 외에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돌멩이나 쇳덩어리가 많이 떠 있
건마는 이쪽 저쪽의 모든 별들이 그것을 서로 서로 잡아당기고 있는 까닭으
로 이리저리 당겨서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때 어떤 별 하
나가 특별히 힘이 세어지게 되면 그 별 쪽으로 돌이나 쇠가 쏜살같이 빠르
게 끌려갑니다. 그것이 우리 눈에 별처럼 빛나 보이는 것은 우리가 사는 이
지구 위에 끌려 내려오는 돌이나 쇠가 이 지구를 휩싸고 있는 공기와 스쳐
지나갈 때 마찰이 되어 뜨거운 기운, 열과 빛을 내게 되는 까닭입니다.
그런데, 대개는 이 지구 땅 위에까지 떨어지기 전에 중간에서 마찰되는 통
에 부서져 없어져 버리고 실상 땅 위에는 떨어지지 아니합니다. 어떻게 가
다 혹시 중간에서 공기와 부딪쳐 채 없이지지 않고 그냥 땅 위에 딱 떨어지
는 것이 간혹 있는데 그것을 운석이라고 합니다.
만일 우리가 사는 이 지구에 휩싸고 있는 공기가 없어서 그 돌이나 쇳덩이
가 중간에서 부서져서 없어지지 않고 모두 그냥 쏟아져 내려온다면 단 하루
동안에도 약 1천만 개로부터 많으면 2억 개나 비 쏟아지듯 할 것이니 사람
이 살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어린이》3권 9호, 1925년 9월호, 삼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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