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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의 주제 의식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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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의 주제 의식

 

춘향전은 판소리계 소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로부터 오래도록 사랑을 받아왔다. 사설에서 소설로 정착되고 나서 사본 30종 목판본 7종 활자본 50-60종이 남아있어 이본을 챙겨보기도 어렵다. 춘향전은 남원을 무대로 펼져지고 구체적으로 그 작품 속의 광한루나 오작교가 아직도 남아있어 지방민들 중에는 이를 사실담으로 여기기도 하나 설화에서 유래한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춘향은 기생으로 개인의 영달과 신분상승에 성공한 운 좋은 여인으로 결말이 나지만 신분간 경계가 엄격했던 조선 사회에서 이런 전개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 여염집 여인도 아닌 기생의 딸이 파격적으로 양반의 정실부인으로 오를 수 있었던 뒤에는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소설을 통해서나마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민중이 바람에 힘입은 것이다. 신분간의 장벽을 넣어 인간과 인간으로 만나고자하는 민중의 욕구는 파격적인 전개까지 개의치 않을 만큼 강렬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파격적인 만큼 이를 상쇄하기 위한 배려가 또한 갖추어져 있음을 흘려서는 아니 된다. 어느 인물보다 춘향은 가장 눈여겨보아야 대상이다. 춘향은 천한 집안에서 아비 없이 자란 아이답지 않게 정신적으로 성숙된 면모를 보인다. 기생이라면 그의 어머니가 생각하듯 이저것 가리지 않고 호의호식할 수 있다면 어느 자리나 상관이 없다는 식으로 처신하는 게 보통이었을 터인데 그녀는 이도령과의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춘향의 지고한 사랑만으로 변사또의 폭압을 극복하기는 어려웠다. 춘향이 독한 마음으로 변사또에게 저항할 때 이도령은 현실적으로 춘향을 구할 방도를 찾았고 그래서 어사가 되어 남원으로 내려왔다. 양반의 신분에 있으면서 그에 연연하지 않고 굴레를 벗어 던지고 사랑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도령은 근대적 사고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두 사람사이에 맺어진 믿음과 사랑은 독자에게 변사또가 춘향에게 어떤 폭압으로 누르든 기필코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준다. 이미 예정된 것이기는 하나 변사또는 결말부위에서 일시에 그 위세를 잃어버리게 된다. 바로 전까지 전형적인 탐관오리로서 민중의 힘을 업은 춘향과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던 변사또는 이도령이 출현하자마자 줄행랑을 치기에 바빴다. 이 대목에서 춘향과 이도령보다 더 기뻐하며 함성을 지른 무리는 춘향의 뒤에서 그녀에게 정신적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숱한 민중들이었다. 춘향은 모든 시련을 딛고 일어서 억눌린 민중에게 카타르시스와 희망을 보여준 여성영웅과 같은 존재이다. 밖에 비친 주제는 춘향의 정절이라 하겠으나 환경과 신분을 넘는 남녀간의 지고한 사랑도 그에 못지않은 주제라 하겠다.

 

- 김승호,판소리와 판소리계 소설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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