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나서\그리고 나서’ 중에서 맞는 표현
by 송화은율■ ‘그러고 나서\그리고 나서’ 중에서 맞는 표현
‘그러고 나서’와 ‘그리고 나서’의 용법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그리고, 그러고, 나서’라는 각각의 문법 단위에 대한 문법적 성격부터 살펴야 할 것입니다. ‘그러고’는 사전에서 찾기 힘든 단어입니다. 왜냐하면 이 단어는 ‘그렇게 하고’라는 뜻을 가지고 줄어든 말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서’는 동사 ‘나다’에 ‘서’가 붙은 활용형인데 동사 ‘나다’는 본동사 다음에 쓰여 뜻을 덧붙여 주는 보조동사입니다. 보조동사 ‘나다’는 어미 ‘고’가 붙은 형태 아래에 쓰여 ‘잠을 자고 나서 책을 보았다’라는 문장에서와 같이 동작의 완료를 나타냅니다. 따라서 보조동사로 쓰인 ‘나다’는 그 앞에 본동사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고’에는 ‘그렇게 하다’라는 동사적인 뜻이 들어 있으므로 ‘그러고’라는 동사의 활용형 다음에 ‘나서’라는 보조동사의 활용형이 온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단어의 결합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리고 나서’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그리고’는 누구나 알고 있다시피 문장과 문장을 연결해 주는 접속부사입니다. 그런데 ‘그리고 나서’를 접속부사 ‘그리고’에 ‘나서’가 결합한 것으로 보게 되면 접속사 다음에는 결합하기 힘든 보조동사가 접속부사 ‘그리고’ 다음에 온 것이 되어 문법적인 설명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또한 ‘그러고 나서’의 존재에 이끌려 ‘그리고 나서’라는 형태가 혼동되어 쓰였고 그 결과 ‘그리고 나서’라는 또 하나의 형태가 만들어져 굳어졌다고 하더라도 문법적인 설명은 역시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그리고 나서’에 쓰인 ‘그리고’는 접속부사 ‘그리고’가 가지고 있는 뜻 이외에 ‘그러고 나서’에 쓰인 ‘그러고’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하고’라는 뜻도 아울러 가지고 있습니다. 즉 ‘그리고 나서’에 쓰인 ‘그리고’는 접속부사 ‘그리고’와는 완전히 뜻이 같은 형태라고 보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에 쓰인 ‘그리고’에는 ‘그렇게’라는 뜻을 가진 ‘그리’라는 부사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또 여기에 ‘하다’가 결합한 ‘그리하다’라는 동사도 있습니다. 이러한 연관성을 생각한다면 ‘그리하다’에서 ‘하’가 탈락하여 ‘그리고’가 생겼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어에서 ‘그리하다’와 같은 단어에서 모음 뒤에 있는 ‘하’가 탈락하는 경우는 찾아 보기 힘듭니다.(한글 맞춤법 제40항[붙임 2]참조) 실제 용법에 있어서도 ‘그러고 나서’는 ‘이러고 나서’와 ‘저러고 나서’의 구성이 모두 자연스러운 반면 ‘그리고 나서’는 ‘이리고 나서’와 ‘저리고 나서’라는 말이 없어 ‘그러고 나서’보다는 ‘이’나 ‘저’와의 결합이 부자연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러고 나서’는 문법적으로 옳은 표현입니다. 그러나 ‘그리고 나서’는 문법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말이 아닙니다. 비록 ‘그리고 나서’가 우리 사회에서 한 단어처럼 생각되어 어느 정도 굳어져 쓰이고 있으나 어법상 바른 표현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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