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날이여! 가슴아프다 / 김광균
by 송화은율
<감상의 길잡이>
김광균은 해방 직후 ‘조선문학가동맹’ 조직부장을 맡으면서 과거 이미지즘 위주의 시를 쓰던 경향과는 완전하게 다른 시작(詩作)의 면모를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지용이나 김기림과는 달리 시의 정치적 편향을 비판하면서 시인의 정신 세계를 개척하는 길만이 민족시의 방향임을 주장한다.
이 시는 ‘조선문학가동맹’의 시분과에서 1946년 3월 1일을 기념하여 간행한 3․1기념 시집에 수록된 일종의 기념시의 성격을 지닌다. 대부분의 기념시가 기념의 대상에 대한 일방적인 찬사의 특징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라면, 이 시는 오히려 기념하는 주체의 솔직한 자기 비판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914년 생인 김광균은 1919년 3․1운동 당시 다섯 살의 나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을 ‘조선독립만세 소리는 / 나를 키워준 자장가’라고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는 것에서 보듯, 이 시의 시적 화자는 시인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대변해 주고 있다. 그 때 아버지를 여의었고 봄은 해마다 반복되어, 해방이 된 오늘날에도 다시 3․1날의 노래를 부르지만, 오히려 가슴 아플 뿐이다. 그것을 시인은 7~9행과 20~22행의 ‘3․1날이여 / 가슴 아프다 / 싹트는 새 봄을 우리는 무엇으로 맞이했는가’라고 반복하여 노래하고 있다.
이 시는 전체가 22행의 단연시로 구성되어 있지만, 위의 반복구를 기준으로 해서 두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럴 때 전반부는, 과거의 회상으로서의 3․1날을 노래하는 동시에, 1946년의 3․1날을 노래하는 후반부의 전제의 구실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시인의 관심은 당대의 현실에 놓이는 바, 그의 현실 인식은 ‘겨레와 겨레의 싸움 속’과 ‘해방의 종소리는 허공에 사라진’ ‘눈물에 어린 조국’으로 표상된다. 해방된 지 1년도 채 못되어 좌․우익의 투쟁은 날로 거세어 가고, 해방의 감격은 어느새 ‘땅 속에 묻혀’져 버린 현실 속에서 시인은 ‘이 시를 눈물로’ 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김광균은 비록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은 하였지만, 맹목적인 이데올로기 추구와 시의 정치적 편향을 경계하면서, 3․1날을 떳떳이 맞을 수 없는 후손으로서의 부끄러움을 솔직히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정확히 5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이러한 김광균의 가슴앓이가 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있는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에 대해서는, 과연 그 어떤 지도자가 진실로 가슴 아파할 것인가. 아, 진실로 가슴 아픈 역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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