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행(孝行)설화
by 송화은율
효행(孝行)설화
자식이 부모에게 효행을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설화. 설화가 되기 위해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방법으로 효행을 하거나 흔히 기대할 수 없는 결과에 이르러야 한다.
그러한 요건 때문에 설화로서의 상상과 전개가 흥미로울 수 있다. 유교적인 도덕이 중요시되는 기간 동안 효도야말로 오륜의 으뜸이라고 평가되었기에 많은 효행설화가 문헌에 올랐으며, 훈민(訓民)의 자료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효행설화는 효행의 교훈적 기능 때문에 전해지고 재창조되었을 뿐만 아니라, 설화로서의 묘미가 또한 관심을 끌 만하기에 널리 이야기되고 있다. 효행을 강조하는 것은 특정 지역 특정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전설이라면, 설화로서의 묘미가 중요시되는 것은 비특정 지역 비특정 인물에 관한 민담이다.
문헌에 오른 효행설화는 ≪삼국사기≫ 열전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일반 백성에 속하는 미천한 인물이 역사적인 사건과 관련이 없더라도 효행이 예사롭지 않으면 열전에서 다루었는데, 자기 넓적다리 살을 베어 부모의 약으로 삼은 향덕(向德)과 성각(聖覺), 자기 몸을 종으로 팔아 부모를 봉양하고자 한 지은(知恩)의 경우가 바로 그런 예이다.
≪삼국유사≫에도 효선편(孝善篇)을 두어 그 비슷한 이야기를 모으는 한편, 부모가 내세에 좋은 데 가게 된다는 불교적 의미의 효행설화도 곁들였다. 손순(孫順)이 부모 봉양을 위하여 자식을 땅에 묻으려 했다는 이야기는 희생효설화(犧牲孝說話)의 이른 예이다.
그 뒤 ≪고려사≫ 열전에도 효우편(孝友篇)을 두었고, 각종 지리지·읍지 등을 편찬할 때마다 지방의 효행설화를 수록하여 귀감을 삼도록 하였다.
그래서 효행설화는 문헌설화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야기 내용은 그리 다채로운 편이 아니고, 비슷한 요소가 되풀이된다.
자기 신체의 일부를 잘라 부모의 약으로 삼았다든가, 한겨울의 잉어처럼 계절에 맞지 않는 물건을 구했다든가 하는 것이 흔히 볼 수 있는 요소이다. 불교·유교적인 주제와 얽힌 효행설화가 소설화된 작품도 적지 않은데, 〈적성의전 翟成義傳〉·〈심청전〉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구전된 효행설화는 더욱 다채로운 유형과 흥미로운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 희생효 유형이 흔히 볼 수 있는 것의 하나이다. 부모가 병이 들었는데 자식을 죽여 약으로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그대로 했더니, 알고 보니 죽인 자식이 동삼(童蔘)이었다고 하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부모의 병을 고치기 위하여 필요한 약을 도저히 구할 수 없었는데, 정성이 지극한 탓에 우연히 얻거나 명의를 만나 구하였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다. 명의를 만나 약을 구하였다는 것은 명의치병설화(名醫治病說話)와 연결된다.
부모의 약을 구한 이야기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풀 수 없는 매듭을 효자의 정성으로 풀었다는 데 묘미가 있다. 출발점과 결과는 일치하지만, 중간 과정은 아주 엉뚱하기에 흥미를 끈다.
또 한 가지 흔한 유형은 효성이 지극해서 호랑이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홀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가 개가하라는 친정의 권고를 물리쳤기에 해치려고 나타난 호랑이가 효성에 감동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그 좋은 예이다.
이 경우에는 효행의 주제에 개가를 금하는 도덕률이 첨가되어 있으며, 호랑이가 사람과 마음이 통하고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신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작용해서 이야기 전개가 상당히 복잡해진다.
그런가 하면, 효자가 호랑이로 변신했다는 유형도 있다. 어머니의 약인 개를 잡아 대기 위하여 산신령의 도움으로 호랑이로 변신하였던 효자가 아내의 방해로 사람으로 되돌아오지 못하였다는 내용이다.
효행 여부는 대개 평가의 기준이 분명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 따로 살필 필요가 있다. 〈효불효교(孝不孝橋) 이야기〉에서는 홀어머니가 밤에 외간남자를 만나러 다니기 좋게 자식들이 다리를 놓았다 하며, 어머니를 위한 효행이 죽은 아버지를 위해서는 불효라고 하였다.
며느리가 홀시아버지를 장가들였더니, 묘한 연유 때문에 며느리가 시아버지의 장모가 되었다는 것도 효행 여부에 시비가 따르는 이야기이다.
불효하는 며느리 또는 아내를 술책을 부려 효행을 하게 만들었다는 유형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웃음을 일으키는 반전의 이면에 선악 판단의 어려운 과제가 놓여 있다. 유교적인 도덕률이 흔들리면서 효행 여부가 상대적이라는 유형들이 새삼스러운 의미를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참고문헌≫ 朝鮮民俗說話의 硏究(孫晉泰, 乙酉文化社, 1947), 韓國孝行說話性格硏究(崔來沃, 韓國民俗學 10, 民俗學會, 1977), 韓國孝行說話의 硏究(장덕희, 國語國文學 21,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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