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의 ‘목넘이 마을의 개’ 해설
by 송화은율황순원의 ‘목넘이 마을의 개’ 해설
작가 : 황순원(黃順元, 1915~ )
1931년 중학 재학 중에 〈동광〉지에 시 [나의 꿈], [아들아 무서워 마라]를 발표하여 문단에 등장하였습니다. 그 뒤 〈삼사 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며, {방가}, {골동품} 등의 시집을 간행하였어요. 그러다가 1940년 단편집 {늪}을 계기로 소설에 전념하여, [별], [그늘] 등의 작품들을 썼지요. 광복 후에는 [독 짓는 늙은이], [곡예사], [학] 등 단편 소설과, {별과 같이 살다}, {인간 접목}, {나무들 비탈에 서다} 등 장편 소설을 발표하였답니다. [소나기] 같은 서정적인 소설로 출발하였다가 {별과 같이 살다}, {카인의 후예}처럼 점차 인간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그린 인간주의 경향을 띠게 되었습니다.
< 해설 1 >
「목넘이 마을개」는 1948년 3월 「개벽」 77호에 발표한 단편 소설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1946년 5윌 윌남한 이래 관심을 가져온 당대의 혼란한 사회상과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들의 삶을 형상화하고 있다. 특히 일제 아래에 비참한 삶 속에서도 민족의 동질을 인식하고 어떠한 고난에서도 끈끈하게 생명력을 키워 나가는 모습을 신둥이라는 개를 통해서 확인하고 있는 점은 우리민족의 고난의 역사를 극복하고 민족의 비극을 치유하기 위한 비전으로 보인다.
이 소설의 제목 ‘목넘이’ 마을은 어디를 가려고 해도 목을 넘어야 하는 평안도의 시골 마을이다. 일제시대 식민지 수탈에 견디지 못하고 고향을 떠나 서북간도로 가는 유민들이 꼭 거치는 어느 산간 지방 길목에 있는 목넘이 마을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 이 작품은 생명의 소중함과 그 외경성을 ‘나’라는 화자가 신둥이라는 개의 이야기를 해주는 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배경을 제시하는 프롤로그가 있으며 역사적 사실과 결부시켜 사실성을 더해 주고 있다. 또한 결미 부분에서는 ‘나’가 중학 시절 외가 마을에서 들은 전승 이야기가 에필로그인 바 작가의 의도적 허구가 아님을 밝혀주고 있다. 이러한 액자 형식은 주제와 관련된 내부의 이야기에 신뢰성을 주고자 할 때 이용되는데, 이 작품 역시 섬세한 묘사나 직접적인 대화의 사용이 절제되고 서술적 문체가 주류를 이룬다. 이와 같은 묘사나 대화가 절제된 서술 방법은 황순원 소설에 자주 나타나는 문체의 특징이다. 이는 액자 속의 내용을 직접 이야기한 것처럼 느끼게 하여 구비전승의 민담이나 설화임을 암시하는 기능을 갖는다.
서북간도 이사군들이 스쳐간 어느 봄날, 목넘이 마을에는 개 한 마리가 나타났다. 굶주림에 지친 개(‘신둥이’)는 마을 방앗간과 동장네 집을 돌면서 지을 돌며 쌀겨와 먹다 남은 밥을 얻어 먹고 몸을 추스린다. 그러나 동장 및 마을 사람들은 이 개를 미친개라고 단정하고 잡으려 하자 신둥이는 산에 숨어 밤에만 먹이를 찾아 마을로 온다. 그 해 초여름, 미친개와 어울렸다 하여 동장은 검둥이와 바둑이를 잡아 먹는다. 새끼까지 밴 신둥이도 위기에 처하지만 간난이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도망친다. 어느 날 간난이 할아버지가 나무하러 산에 갔다가 신둥이 새끼 다섯 마리를 발견한다. 할아버지는 이 새끼들을 아무도 모르게 가져와 오늘날 이 마을 개의 족보를 잇게 하였다. 그리고 신둥이는 포수의 총에 맞아 죽는다.
주제의 탄성성, 치밀한 구성, 서술적 문체 등을 탁월하게 보여 주는 이 작품은 황순원 단편 문학의 백미라고 할 만하다. 이 작품의 주제를 존재와 생명력에 대한 외경으로 국한시킬 수는 없지만, 보잘것없는 개의 끈질긴 생명력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성스러움을 깨닫게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이다.
이 소설에서 ‘신둥이’는 일제 아래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고난과 그 극복의 과정을 암시한다. 여기에서 신둥이를 미친개로 몰아 죽이려는 동장 형제와 같은 인물들을 당시 우리 민족을 압박하던 존재를 상징하며, 간난이 할아버지는 생명을 중시하는 인물임을 알 수 있다. 해방 직후 우리 민족이 이데올로기의 혼란에 처해 있을때,민족이란 의미는 피의 동질성(동질성)이며 그것은 이데올로기를 초월한다는 함축적 의미를 내포한것이다. 그러므로 신둥이의 강인한 생명력은 곧 우리 민족의 생멸력을 상징하며, 그러한 생명에 ‘해방’의 의미가 있다.
한편. 개의 주동 인물로 내세울 이 소설은 일종의 우화 소설이다. 만주 이주의 길목인 목넘이 마을을 배경으로 설정한 작가의 의도는, 식민지 시대 일제의 무자비하고 잔악한 수탈에 수많은 농민들이 고향을 잃고 만주나 북간도 등지로 쫓아가야 했던 일제 식민지 시대의 비참한 생활상을 우화적 이야기를 통하여 역사적 사실로 드러내고자 함이다. 즉 이들은 ‘신동*’와 같은 강인한 생명의 의지로 낯선 이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후세를 낳아 그 생명을 이어간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이 단순한 우화로 그칠 수 없는 역사적 배경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작품 요약
주제 : 생명의 소중함과 그 외경성
인물 : 신둥이(개)-서북 간도로 가는 이사꾼이 버린 개이며 주인공 역할을 함. 일제 아래 우리 민족의 강인한 생명력을 암시.
간난이 할아버지-이해심이 많고 신둥이에게 우호적인 인물. 샘명에 대한 연민의 정을 갖는 정적 인물.
동장 형제-목넘이 마을에 사는 부유한 형제. 신둥이를 미친 개로 몰아 죽이려한 정적 인물.
배경 : 이제 시대 유민들이 서북 간도로 가면서 거치는 평안도 어느 산골의 목넘이 마을(시간 배경은 대부분이 내가 신둥이를 회상하는 과거의 시간이 주종을 이룬다.)
< 해설 2 >
[목넘이 마을의 개]는 1948년 〈개벽〉에 발표된 작품이다. 이것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끈끈하게 생명력을 키워 나가는 신둥이라는 개를 통해서, 우리 민족의 강인함과 그 밑바닥에 흐르는 생명력을 그려 내고 있다.
이 소설은 '나'가 목넘이 마을의 개 이야기를 들려 주는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액자 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액자의 틀 구실을 하는 바깥 이야기에는 목넘이 마을의 배경과, 사건의 사실성을 뒷받침해 주는 이야기가 간략하게 나온다. 그리고 액자 속의 이야기는, '내가 중학 이삼 년 시절 여름방학 때' 간난이 할아버지한테 들은 것으로, 대화나 묘사보다는 고대 소설처럼 이야기 서술이 주를 이루고 있다.
목넘이 마을은 어디를 가려 해도 목을 넘어야 하는 평안도의 산골 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북간도로 유랑해 가는 사람들 틈에 신둥이라는 주인 잃은 개가 흘러 들어온다. 굶주림에 지친 신둥이는 마을 방앗간과 크고 작은 동장네 집을 떠돌며, 쌀겨와 먹다 남은 밥을 얻어 먹고 몸을 추스린다. 그러나 크고 작은 동장에게 미친개로 몰려서 산으로 쫓겨난다. 게다가 신둥이와 함께 다니던 마을의 개들은 미친개와 어울렸다 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잡아 먹히고 만다. 마을에 다시 신둥이가 나타나자, 마을 사람들은 신둥이를 잡으려고 방앗간으로 모여 든다. 하지만 간난이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신둥이는 도망치게 된다. 그 후, 간난이 할아버지는 산에서 신둥이의 새끼 다섯 마리를 발견한다. 그것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 이제 마을의 개들은 신둥이의 핏줄을 이어 받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주인을 잃고 마을로 흘러 들어와 모진 박해를 받는 신둥이다. 이 개는 일제의 핍박과 수탈 속에서도 강인하게 살아 나가는 우리 민족을 가리킨다.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종족을 남겨 대를 잇는 신둥이의 진한 생명력 또한 마찬가지다. '신둥이'란 말은 '흰둥이'의 사투리로, 우리 겨레를 대표하는 백의 민족을 상징하고 있다.
또 여기에는 생명 존중 사상이 잘 드러나 있다. 바로 간난이 할아버지의 모습이 그것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신둥이를 미친개라 하여 잡아 죽이려고 하지만, 간난이 할아버지는 '아무리 짐승이라도 새끼 밴 것을…….' 하며 도망갈 길을 열어 준다. 그리하여 간난이 할아버지는 신둥이가 핏줄을 남겨 대를 이을 수 있게 한 것이다.
< 해설 3 >
등장인물
간난이 할아버지 : 신둥이를 이해하는 유일한 인물. 사건의 전달자이기도 함.
큰 동장, 작은 동장 : 신둥이를 핍박하고 죽이려 하는 인물. 민족에게 고난을 주는 요인.
* 신둥이 개 : 주인을 잃고 마을에 흘러 들어와 모진 박해를 받음. 한민족의 강인한 생명력을 암시
줄거리
어디를 가려도 목을 넘어야 했다. 남쪽만은 꽤 길게 굽이 돈 골짜기를 이루고 있지만, 결국 동서남북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어디를 가려도 산목을 넘어야만 했다. 그래 이름지어 목넘이 마을이라 불렀다.
이 목넘이 마을에 한시절 이른 봄으로부터 늦가을까지 적잖은 서북간도 이사꾼이 들러 지나갔다.
목넘이 마을이란, 어느 곳으로 가려 해도 건너야 하는 마을의 이름이다. 서북간도로 유랑가는 이사꾼들이 들러 물도 마시고 발도 씻고 가는 목넘이 마을에, 어느 날 황토에 물들어 누렇게 되다시피한 신둥이(흰둥이 개) 한 마리가 흘러 들어온다. 신둥이는 몸이 지저분하고 다리까지 절었으며 유랑인들이 끌고 가다가 버린 것으로 보인다. 이 개는 마을 방앗간과 동장네 집을 돌아다니며 겨와 먹다 남긴 밥을 얻어먹으며 힘을 추스린다. 사람들에 의해 신둥이는 더 이상 마을에 있지 못하고 산에 숨었다가 밤에만 내려왔다. 새벽에 신둥이를 본 마을 사람들은 미친 개라 하여 잡으려 하나 도망친다.
신둥이가 마을에서 자치를 감춘 것과 함께 동장네 개 세마리가 사라졌다가 며칠 뒤에 마을로 돌아온다. 후에 동장 형제들은 동네 개들이 그 신둥이 개와 같이 있었다는 이유로 잡아먹는다. 얼마 뒤 새끼를 밴 신둥이가 마을 방앗간에서 잤다는 소문이 퍼진다. 다시 신둥이가 나타나자 마을사람들이 신둥이를 잡으려 하나 간난이 할아버지가 신둥이가 굶기는 하였으나 미친개가 아니라고 믿고 살려준다. 할아버지는 이 개가 새끼를 밴 것을 알고 차마 죽이지 못하고 종아리 사이로 빠져 나가게 한 것이다.
얼마 후 간난이 할아버지는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신둥이의 새끼들을 만나 보살펴 주고, 먹이도 갖다가 주고 하면서 기른다. 어느 정도 자라게 되자 강아지들을 동네 사람들 모르게 하나하나 데려와 이웃에 나누어 준다.그래서 마을의 개들은 신둥이의 피를 이어받게 된다.
이 이야기는 내가 중학 이삼 학년 때 목넘이 마을에 가서 들은 이야기이다.
그때는 아주 흰 서릿발이 내린 그 텁석부리 속에서 미소를 띄우는 것이었다.내가, 그 신둥이개는 그뒤에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더니 간난이 할아버지는 금새 미소를 거두며 그해 첫 겨울 어느 사냥꾼의 총에 맞아 죽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사실 그 후로는 통 보지를 못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공연한 것을 물어보았구나 했다.
해설
평안도 어느 목넘이 마을을 배경으로 홀로 마을로 흘러들어와 모진 박해 속에서도 종족의 전통을 이어가는 ‘신둥이’라는 개에 얽힌 이야기이다. 신둥이의 불굴의 삶을 통해 생명의 외경스러움이 표출되고 있으며 나아가 한민족의 끈질긴 생명력도 엿보이고 있다. 이런 경향은 그의 「별과 같이 살다」, 「기러기」 등에서도 나타난다.
황순원의 여타의 작품에서 보이는 바처럼 이 소설에서도 묘사나 대화의 사용이 절제되어 있으며, 거의 모두 설화식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묘사와 대화의 절제는 현대 소설적인 개념으로는 ‘말해주기(telling)’에 속하는 것이다. 또 작품의 결미 부분에서 “내가 중학 이삼년 시절 여름 방학 때 외가가 있는 목넘이 마을에 가서 들은 이야기”라고 하여 액자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설화에 기초한 이야기체 라는 문체상, 구성상의 특징은 전통적인 우리 서사 문학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다. 구비 전승에 따른 서술체의 두드러짐은 판소리계 소설에서 흔히 엿보이는 바다.
(갈래) 단편 소설, 설화체 소설
(문체) 설화체 문장으로 대화와 묘사가 모두 서술의 형식 속에 녹아든 것이 특징
(주제) 한민족의 고난과 그를 극복하는 힘. 생명의 강인함과 그 외경성. 한민족의 강인한 생명력
(구성) 액자 소설. 내화는 순행적 구성, 단순 구성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액자 소설이므로 외화는 일인칭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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