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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의 누 / 줄거리 및 해설 / 이인직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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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의 누 상편(, 19067- 10, <만세보>, 1907, 광학서포)

 

작가:이인직(李人稙,1862-1916)

호는 국초(菊初).19002월 구한국 정부의 관비 유학생으로 일본 유학. 1903년 일본정치학교 졸업 후 일본 육군성 한국어 통역에 임명되어 노일 전쟁(露日戰爭) 당시에 1군사령부에서 종군함. 1906<국민신보> 주필을 거쳐 <만세보> 주필로 옮기고, 다시 1907년 이완용의 도움으로 <대한신문>을 창간하여 사장으로 옮긴 후 이완용의 비서를 지냄. 매국노 이완용의 앞잡이가 되어 한일 합방의 숨은 공로자로서, 합방 후에는 경학원 사성(經學院 司成)에 취임하여 지내다가 조선총독부 병원에서 사망. 우리나라 본격적 신소설 작가인 그는 신소설을 쓰는 한편, 연극 개량에도 관심을 가져 190811월 자신의 소설 은세계를 원각사( 圓覺社 )무대에 올려 최초의 신극을 공연하기도 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상편), 모란봉(1913,혈의 누의 하편), (1906), 치악산(상편,1908), 은세계(상편,1908) 등이 있다.

그의 작품들은 대개 장편이 많고 근대 소설의 다소 접근한 면모들을 보여 주는 한편 작품의 구성과 등장 인물들의 성격 묘사, 그리고 현실적 제재에 의한 사실적 묘사 수법 등에서 개척자적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친일 의식(親日意識)과 세태에 대한 작가로서의 안목이 투철하지 못한 점에서 약점이 지적되고 있다.

 

등장 인물

옥련: 주인공. 문명주의자(文明主義者)인 김관일의 딸.

김관일:옥련의 아버지. 청일전쟁을 계기로 부국강병의 뜻을 품음.

구완서:부국강병(富國强兵)의 뜻을 품은 유학생.

 

 

줄거리

 

일청전쟁의 총소리는, 평양 일경이 떠나가는 듯하니, 그 총소리가 그치매 사람의 자취는 끊어지고 산과 들에 비린 띠끌뿐이라. 평양성 외 모란봉에 떨어지는 저녁볕은 뉘엿뉘엿 넘어가는데, 저 햇빛을 붙들어 매고 싶은 마음에 붙들어 매지는 못하고 숨이 턱에 닿은 듯이 갈팡질팡하는 부인이 나이 삼십이 될락말락하고, 얼굴은 분을 따고 넣은 듯이 흰 얼굴이나 인정없이 뜨겁게 내리쬐이는 가을볕에 얼굴이 익어서 선앵두빛이 되고, 걸음걸이는 허둥지둥하는데 옷은 흘러서 젖가슴이 다 드러나고 치맛자락은 땅에 질질 끌려서 걸음을 걷는 대로 치마가 밟히니 (하략)

 

이야기의 발단은 청일 전쟁(淸日戰爭)의 회오리 바람이 막 지나가고 피비린내가 만연한 평양 어느 곳에서 삼십세 가량의 여인이 옷도 풀어 헤친 채 허둥거리는 장면에서 부터 시작된다. 이 여인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아내를 잃고 찾아 헤매던 어느 외간 남자와 부딪혀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이 부인은 남편 김관일(金冠一)과 의딸 옥련(玉蓮),세 식구가 난리통에 서로 헤어지고 말았다. 그리하여 최씨부인은 남편을 기다리다가 끝내 돌아오지 않자 자살을 결심하고 대동강 물에 뛰어 드나 뱃사공에게 구출되어 평양에 그대로 머물렀으며, 김관일은 나라의 큰일을 해야겠다고 결단을 내려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옥련은 피란길에 폭탄의 파편을 맞아 부상했으나 일본군 군의관 이노우에(井上)의 후의로 그의 양녀가 되어 일본으로 건너 간다. 그녀는 원래 총명하고 예쁜 탓으로 이노우에 군의의 부인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옥련은 그 후 이노우에 군의가 전사(戰死)하자, 부인으로부터 냉대를 받게 되고 갑자기 갈 곳이 없는 신세가 되어 방황하다가, 구완서라는 청년과 알게 되어 함께 미국으로 건너 간다. 구완서는 부국강병(富國强兵)의 뜻을 품고 조선을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유학길에 오르던 중이었다. 옥련은 그곳에서 고등 학교를 우등으로 마치고 이미 미국에서 살고 있는 아버지 김관일과 10년만에 만나게 된다. 옥련이 우등으로 졸업하자 그곳 신문에 옥련에 관한 기사가 나고 이것을 옥련의 아버지인 김관일이 본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옥련과 구완서는 일생의 반려가 되기로 기약하며 약혼을 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아직 평양에 살아 있음을 확인한 옥련은 매우 기뻐하며, 그리움 속에 어머니에게 우선 편지를 띄운다. 구완서는 우리 나라를 문명한 강대국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였고, 또 옥련은 우리 나라 여자들의 지식을 넓혀서 남자에게 눌리지 않고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하며, 또한 여자들도 사회에 유익하고 명예있는 백성이 되도록 교육할 것을 마음먹는다.

 

부인이 홧김에 편지를 박박 뜯어 보니 옥련의 편지라. 모란봉에서 지낸 일부터 미국 화성돈(워싱턴) 호텔에서 옥련이 부녀가 상봉하여 그 모친의 편지 보던 모양까지 그린 듯이 자세히 한 편지라. 그 편지 부쳤던 날은 광무 육 년(음력) 칠월 십일일인데, 부인이 그 편지를 받아보던 날은 임인년 음력 팔월 십오일이더라.

아래권은 그 여학생이 고국에 돌아온 후를 기다리오.

 

상편 종(上篇終)

 

 

 

해설

이 작품은 한국 근대문학사에 나타난 최초의 근대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서 한국 소설은 그 이전의 전근대적인 때를 벗기 시작하였다. 이전의 한국 고대소설은 이야기 중심이고 우연성이 심하게 나타나 있었다. 이 작품은 10년의 시간 속에서 한국, 일본, 미국을 무대로 한 여주인공 옥련의 기구한 운명에 얽힌 개화기의 시대상을 그린 것으로서 자주 독립, 신교육, 신결혼관 등이 그 주제로 되어 있다. 등장 인물들은 다소 친일적이고 역사 인식이 부족한 인물들이며, 그 당시 대다수의 지식인들과 부합하는 사실적(寫實的)인 인물(人物)로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의 신소설적 성격을 간단히 살피면 첫째, 언문 일치(言文一致)에 거의 근접해 있으며, 둘째, 서술 시간이 역전적으로 배치되어 있고, 셋째, 표현에서 묘사체 문장이 시도되고 있고, 넷째, 개화 사상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또한 여섯째, 그 소재들이 대체로 우리 주변에서 일상 일어나는 일들로 택해져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작품의 후편은 작품 말미에 아래권은 그 여학생이 고국에 돌아온 후를 기다리오라고 예고된 후, 19132월에 와서 모란봉이라는 이름으로 <매일신보>라는 신문에 65회에 걸쳐 연재되었다.

 

(주제) 자주 독립 사상, 신교육 사상, 새로운 결혼관

(의의) 신소설의 효시

(문체) 묘사체, 산문체(언문일치에 근접해 있으나 일부 문어체의 자취가 있음)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성격) 계몽적, 교훈적

 

 

참고

이재선(1972),󰡔한국개화기소설연구󰡕,일조각.

송민호 외(1989),󰡔개화기문학론󰡕,한국방송통신대학.

전광용(1987),󰡔현대문학사󰡕,한국방송통신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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