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의 연적-이오
by 송화은율
헤라의 연적-이오
하늘의 여왕 헤라(유노)는 어느날 갑자기 날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이것은 필시 남편 제우스가 세상에 알려지기를 꺼려하는 소행을 감추려고 구름을 일으킨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헤라가 구름을 헤치고 보니 남편은 풀이 무성한 냇가에 있었고 아름다운 암송아지가 그 곁에 서 있었다. 헤라는 그 암송아지는 인간의 모습을 한 님페가 변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였으며 그것은 사실이었다. 제우스는 물의 신 이나코스의 딸인 이오와 이제까지 시시덕거리고 있다가 헤라가 가까이 오는 것을 알고 이를 암송아지의 모습으로 변형시켰던 것이다.
헤라는 남편 곁에 와서 암송아지를 보고 그 아름아움을 칭송하였다. 그리고 누구의 것이며 무슨 짐승이냐고 물었다. 제우스는 질문을 중단시키기 위하여 그것은 지상에서 새로이 창조된 것이라고 답변하였다. 헤라는 그것을 자기에게 선물로 달라고 간청하였다. 제우스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망설였다. 그는 이오를 아내에게 주기 싫었다.
그러나 아내에게 송아지 한마리를 못준다고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제우스는 어쩔 수 없이 승낙하였다. 그러나 헤라는 여전히 의심을 풀지 못하고 송아지를 아르고스에게 끌고가 엄중히 감시토록 했다.
아르고스는 머리에 백 개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잘 때는 언제나 동시에 두 개 이상의 눈을 감지 않았으므로 이오를 부단히 감시할 수 있었다. 낮에는 마음대로 먹을 것을 먹게 방치하고, 밤이 되면 목덜미를 보기 흉한 끈으로 결박하였다. 이오는 팔을 내밀고 아르고스에게 결박을 풀어주십사하고 사정하려 하였으나 내밀 팔이 없었고 목소리는 자기 자신도 놀라운 소의 울음에 불과했다.
아버지와 자매들을 보고서 그 곁으로 가니 등을 쓰다듬으며 아름다운 소라고 감탄하였다. 아버지가 손을 내밀어 한 다발의 풀을 주자 이오는 그 손을 핥았다. 이오는 자기가 누구인가를 아버지에게 알리고 자기의 처지를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마침내 이오는 글씨를 쓸 생각으로 하고 자기의 이름(그것은 짧은 것이었다)을 발굽으로 모래 위에 썼다. 이나코스는 그것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 행방을 수색하였으나 찾지 못하였던 딸이 소로 변신된 것을 발견하자, 애통한 마음 금할 수가 없어 딸의 목을 끌어안으며 외쳤다.
"오, 나의 딸이여. 도리어 너를 아주 잃는 편이 덜 애통스러웠을 게다."
이나코스가 이같이 탄식하고 있는 것을 보고 아르고스는 가까이 와서 이오를 쫓고 모든 곳을 다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둑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제우스는 자기의 정부가 고생하는 것을 보고 괴로워하며 헤르메스를 불러 아르고스를 죽이라고 명령하였다. 헤르메스는 빨리 서둘러서 발에는 날개 돋친 신을 신고, 머리에는 모자를 쓰고 잠이 오게 하는 지팡이를 짚고 천상의 탑으로부터 지상으로 뛰어내렸다. 지상에 내리자 날개를 떼어버리고 지팡이만 손에 들고 양떼를 모는 목동의 행색을 하고 이리저리 거닐면서 피리를 불었다. 그것은 시링크스라고 불리는 피리였다. 아르고스는 이제까지 그와 같은 악기를 본 일이 없었으므로 호기심이 생겼다. "자네 이리 와서 내 곁에 앉게. 이 부근이 양이 풀을 뜯어 먹기는 제일 좋은 곳일세. 그리고 이곳에는 목동들이 쉴 수 있는 좋은 그늘이 있네." 헤르메스는 아르고스의 곁에 앉아서 한참 동안 이런 저런 얘기를 하였다. 그리고 감시의 눈을 잠들게 하기 위하여 마음을 진정시키는 곡조로 피리를 불렀다. 그러나 허사였다.
아르고스의 여러개 눈은 일시에 다 잠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다가 헤르메스는 자기가 불고 있는 악기가 어떻게 발명되었는지를 아르고스에게 이야기 하였다. "시링크스라는 이름의 어떤 님페가 있었는데, 그 님페는 사티로스와 숲의 정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링크스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고 여신 아르테미스의 충실한 숭배자로서 사냥하는 데만 따라다녔습니다. 시링크스가 사냥복을 입었을 때는 여신 자신과 혼동 될 만큼 서로 닮았습니다. 오직 다른 점이 있었다면 아르테미스의 활은 은으로 만든 것이었는데 시링크스의 활은 뿔로 만든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어느날 시링크스가 사냥에서 돌아오는 길에 판(가축과 목동의 수호신)을 만난 일이 있었는데 판도 그와 같은 말을 하였습니다.
시링크스는 그의 찬사에도 귀도 기울이지 않고 달아났습니다. 그는 시냇가의 방천 둑까지 시링크스이 뒤를 쫓아 그곳에서 그녀를 붙잡았습니다. 시링크스는 다급하여 친구인 물의 님페들에게 구원을 청하였습니다. 그녀들은 구원을 청하는 소리를 듣고 돕기로 하였습니다. 판은 시링크스의 몸이라고 생각한 것을 껴안았는데 알고 보니 그가 포옹한 것은 한 묶음의 갈대였습니다. 그가 탄식을 하자, 공기가 갈대 속을 지나 애원하는 듯한 멜로디를 냈습니다. 판은 그 신기하고 감미로운 멜로디에 취하여 말하였습니다.
"적어도 이렇게 해서라도 나는 너를 나의 것으로 만들어 보겠다."
그래서 그는 몇개의 갈대를 쥐고서 길이가 같이 않은 것을 나란히 한데 합쳐 악기를 만들고 사랑하는 님페를 기념하기 위하여 시링크스라고 불렀습니다.
헤르메스가 이 이야기를 다 끝마치기 전에 아르고스의 여러 개 눈은 잠이 들었다. 그의 머리가 가슴 위에서 끄덕이고 있을 때 헤르메스는 단 칼로 그의 목을 베니 머리가 바위 위로 굴러 떨어졌다. 오, 불행한 아르고스! 너의 백개의 눈 빛은 일시에 꺼졌다.! 헤라는 이 눈들을 빼어 자기 공작의 꼬리에다 장식하였으므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눈들은 공작의 꼬리 위에 남아있다.
그러나 헤라의 복수심은 이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오를 괴롭히기 위해 한 마리의 등에를 보냈다. 이오는 이 등에의 추적을 피하기 위하여 온 세계를 떠돌며 도피하였다. 이오는 이오니아 해를 헤엄쳐 건넜으므로 그 바다는 이오의 이름을 남기고 있다. 그리고 일리리아의 들을 방황하고, 하이모스 산에 오르고, 트라키아 해협을 횡단하고 - 이 해협의 이름을 보스포로스(소가 건넜다)라고 하는 것은 이에서 유래한다.
스키티아 지방과 킴메리아 인의 나라를 방황한 후에 나일 강가에 도달하였다. 마침내 제우스가 개입하여 차후로는 이오와의 관계를 끊겠다고 약속하였으므로 헤라도 이오를 원래의 상태으로 회복시키는데 동의하였다.
이오가 점차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과정을 기묘하였다. 거친 털이 몸에서 빠지고, 뿔이 사라지고, 눈이 점점 작아지고, 입이 짧아졌다. 앞 발의 발굽 대신에 손과 손가락이 나타났다.
마침내 암송아지의 모든 모습은 사라지고 본래의 아름다움을 되찾았다. 처음에는 소의 소리가 나지 않을까 걱정되어 말하기를 꺼렸으나 자신감을 갖게 되어 아버지와 자매들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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