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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鄕愁)- 정지용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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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鄕愁) -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傳說)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조선지광󰡕 65, 1927.3)

* 해설피 : 느리고 어설프게. 시원치 않게

* 함추름 : ‘함초롬의 사투리. 가지런하고 고운 모양.

* 성근 별 : 드문드문 돋아난 별.


<핵심 정리>

 

감상의 초점

이 시는 19233월을 창작 시기로 추정하는데, 당시 22세에 상경한 시골 젊은이의 객수와 일제하 존재의 근거를 상실한 민족의 잃어버린 공간회복의 의지를 세련된 감각으로 처리한 모더니즘 계열의 초기시에 해당한다. 고향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고향 옥천에 대한 향토색 짙은 기억을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해 입체화했다.

성격 : 감각적, 묘사적, 향토적

특징 : 감각적 이미지가 두드러짐, 후렴구의 반복이미지의 통일성 확보

어조 : 애틋한 어조

구성 : 평화롭고 한가로운 고향의 정경(1)

겨울밤 풍경과 아버지의 회상(2)

유년기의 회상(3)

누이와 아내에 대한 회상(4)

귀가와 휴식(5)

제재 : 고향의 정경

주제 : 고향에 대한 그리움

 

<연구 문제>

1. 각 연과 연 사이에 동일한 시행을 반복 사용함으로써 얻는 효과를 50자 내외로 설명해 보라.

이미지의 통일성(형태상의 균형)을 가져 오고, 음악성(리듬의 규칙성)을 살리며, 그리움의 정서를 강조한다.

 

2. 이 시의 각 연들은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를 매개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장면 전환을 시나리오의 장면 전환 기법에 견주어 보면 무엇과 유사한가?

O.L(Over Lap) 수법

 

3. 이 시가 독자에게 공감을 주는 이유를 80자 정도로 쓰라.

평이하고 감각적인 시어를 사용, 그리운 고향의 정경을 선명한 이미지로 형상화하여 향수라는 인간의 근원적 정서를 표출하였기 때문이다.

 

4. 이 시에서 (1)공감각적 이미지가 제시된 시행을 찾아 쓰고, (2)어떻게 감각이 전이되고 있는지 밝히라.

(1) 해설피 금빛 게으름 울음을 우는 곳

(2) 청각을 시각화함.

 

 

< 감상의 길잡이 1 >

이 시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절실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넓은 벌’, ‘실개천’, ‘얼룩빼기 황소’, ‘질화로’, ‘짚베게’, ‘화살’, ‘어린 누이’, ‘발 벗은 아내’, ‘성근 별’, ‘서리 까마귀등 토속적이고 원초적인 심상에 의해 고향의 정경이 재구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병렬적으로 구성된 이 시의 다섯 개의 연들은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시행을 매개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향해 집중되는데, 1,2,5연이 현재 시제임에 대해 제3,4연은 과거 시제로 되어 있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형이 지금도 지속되는 고향의 모습이라면, 과거형은 이미 추억으로나 남아 있는 고향의 모습일 것이다.

한편, 이 시는 공감각(共感覺) 내지 감각의 전이(轉移)를 통해 참신하고 선명한 이미지를 빚어낸다.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 ‘금빛 게으른 울음’,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와 같은 표현은 청각적 이미지를 색채화 하고 조형화 한 고도의 기교를 엿보게 하는 대표적인 예들이다.

 

이 시는 시인이 태어난 충북 옥천(沃川) 읍내의 한가로운 농가를 생생히 재현한 하나의 풍경화이다. 서울로 올라와 생활하면서 시인은 실향민(失鄕民)으로서의 비애를 내면화한 것으로 보이며, 매 연 마지막 행에서 반복되는 영탄의 목소리는 귀향 의지를 표현한 것인 동시에 과거로의 귀환, 즉 유년기의 에 대한 강한 애착을 의미한다. 이 시가 모두에게 생생한 감동을 주는 것은 고향이라는 보편적 회상의 대상을 형상화했기 때문이며, 그 형상화의 방법에 있어서 독특한 감각과 향토적 서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 감상의 길잡이 2 >

1988년 월북 작가들에 대한 대규모의 해금 조치가 단행된 이후 비로소 밝은 세상에 얼굴을 내민 정지용의 대표작이다. 한때 월북한 것으로 알려져 문학사에서 실종되었던 그는 최근 납북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 그에게 씌워진 멍에가 하나씩 벗겨지고 있지만, ‘한국 현대시의 효시요, 자각(自覺)’이라는 명예에 어울리지 않게 그의 문학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정지용의 시사적 위치를 이것저것 장황하게 말하기보다는 청록파 세 시인을 󰡔문장󰡕지에 등단시킨 그들의 스승이었다고 하면, 그의 위상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시는 우리말로 씌어진다는 이 평범한 진리를 정지용만큼 체득하고 있던 시인은 드물다는 평가에 적합한 이 작품은, 그가 일본에 유학 중인 22세 되던 19233월에 쓴, 그의 초기시의 대표작이다. 이 시가 씌어진 20년대 초가 󰡔백조󰡕를 중심으로 한 낭만적, 퇴폐적 감정 분출의 풍조가 문단을 지배하였던 시기였음에 비추어 볼 때, 주로 30년대나 되야 나타나는 고향 회상의 시정(詩情)을 이처럼 차분한 어조로 시대를 앞당겨 노래했다는 것에서 그의 선도적 시 세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근래 대중 가요로 만들어져 널리 회자되고 있는 이 작품은 고향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을 주정적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 고향 충북 옥천을 떠나 낯선 타국(他國)땅에서, 그것도 식민지 망국의 설움을 간직하고 생활하던 젊은 시인은 꿈에도 잊혀지지 않는 고향의 따스한 정경들을 떠올리며 그리움에 목이 말랐을 것이다. 그가 노래하는 고향의 정경과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느 한 특정 지역에서만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실개천이 지줄대고’ ‘얼룩백이 황소가 금빛 울음을 우는 곳이며 짚베개를 돋워 고이시는 늙으신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우리 민족의 고향에 대한 보편적 정서와 부합된다. 그러므로 그의 향수는 그만의 향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된 향수로 확산되게 된다.

 

이 시는 음악의 반복 형식처럼 구성되었는데, 각 연 모두 () 으로 끝맺고 있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고향의 정경을 실감있게 제시하고 있으며, 그 뒤에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독백이 이어짐으로써 간절한 그리움을 반복, 강조하는 단순한 표현 기법을 통하여 감동의 극대화를 이루고 있다. 한편, 홀수 연은 고향의 정겹고 따스한 모습을, 짝수 연은 고향의 아픈 모습을 교묘하게 배합시켜 고향의 밝고 어두운 모습을 번갈아 보여 줌으로써 고향을 아름답게만 보는 것이 아니라, 푸근한 흙내음과 간난(艱難)한 삶의 고난이 함께 존재하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지줄대는해설피풀섶함초롬이라는 감각적 우리말 구사와 청각적, 시각적 이미지와 공감각적 이미지, 냉온 감각 등의 수준 높은 이미지 활용은 그의 시를 현대시의 효시로 평가받게 하는 데 충분할 것이다.

 

< 감상의 길잡이 3 >

빈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이것은 가요곡으로 널리 알려진 지용의 시향수가운데서도 특히 이름난 구절이다.「누가 바람을 보았는가라는 크리스티너 로제티의 귀여운 시도 있지만 누구도 보지 못한 바람을 그것도 칠흑 같은 밤빈 들판을 지나가는 겨울 바람을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시인 정지용이었다

 

입체음향의 효과를 시험하려고 할 때 사람들은 흔히 말발굽 소리를 녹음한 테이프를 이용한다그 거리감과 속도감 때문에 말이 달리는 소리는 금시 눈으로 보는 것같은 생동감을 주기 때문이다소리가 가까이 다가올 때에는 나부끼는 말 갈기가 보이고 멀리 사라져가는 소리에서는 휘날리는 말꼬리의 잔상이 어린다줌인 줌아웃 되는 달리는 말의 이미지는 그것이 사라지고 난 뒤의 텅 빈 공백까지도 보여준다지용은 그러한 정적을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영상으로 보여준다

 

청각적인 것을 시각의 이미지로 바꿔놓는 공감각의 기법은향수의 첫머리에 나오는얼룩 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에서도 발견된다지용은 황소의 울음소리를 금빛으로 칠해 놓은 것이다금빛이라는 시각언어 때문에 우리는 그 울음소리를 무게로 달 수가 있고 느릿느릿 걷는 황소의 걸음과 몸짓의 내면성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심지어는 금빛이라는 그 말에서 우리는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가을 들판을 연상하기까지 한다황소의 황과 금빛의 금은 무의식적으로 두 이미지를 연결하는 구실을 하기도 한다더구나 황소도 그냥 황소가 아니라 얼룩백이 황소라고 되어 있다이렇게 황소울음소리는 이중 삼중으로 시각적 장치에 의해서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지용의향수는 눈시각으로만 그린 고향풍경은 아니다.「빈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의 시구는 소리를 동영상으로 보여준 시각적 이미지의 절정이면서도 동시에 그것은 다채로운 두운과 모운이 연주하는 황홀한 음악 상자이기도 한 것이다

 

빈밭밤바람에 근접되어 있는 두 어휘에는 무려 네 개의「ㅂ」자음이 중첩되어 있고 ,,바람,그리고 달리고의에는 모두 여섯 개의「ㅏ」모음모음이 반복되어 있다그러므로 이 시를 소리내어 읽으면 깊은 겨울밤 바람소리가 귓전으로 스친다자수율에만 의존해 있는 한국시의 층위에 서 보면 가히 반란에 가까운 운율 혁명인 것이다

 

또 첫째 연의넓은 벌 동쪽 끝으로 흐르는 실개천은 시각적 대상을 청각적으로 옮겨옛이야기 지줄대는 것으로 묘사했다청각적인 것을 시각적 영상으로 바꿨던 것과는 정반대이다이렇게 시각과 청각이 서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은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이라는 마지막 연에서도 극명하게 드러 나 있다흐릿한 불빛은 시각적인 것이고 도란도란 거리는 것은 청각적인 것이다그리고돌아앉아도란도란음의 중첩은 앞에서 본 것처럼 두운 효과를 최대한으로 이용한 것이다.「향수의 정서는 낭만적인 시제에 속하는 정서이다그것은 도시의 감정도 농촌의 감정도 아니다향수는 장소로는 도시와 농촌의 차이시간으로는 현재와 과거의 그 차이에서 우러 나오는 감정이다그래서소리만 들리고 그 모습을 볼 수 없는뻐꾹새를 찬양했던 낭만주의 시인들은향수를 노래하는 경우에도 그 차이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그 감각의 균형도 깨뜨리는 일이 많다그러나 지용의향수는 감각만이 아니라 시의 소재나 구조에서도 고전적인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있다

 

시간 축을 이루고 있는 계절도 어느 한 계절에 얽매이지 않고 사계절 전체를 균등하게 재현한다.「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연은 겨울이고따거운 햇볕을 등에 지고 이삭줍던 곳연은 여름철 전후이삭이 보리 이삭이냐 벼 이삭이냐로 이른 여름일 수도 있고 늦은 여름일 수도 있다이다나머지 연도 확실한 언급은 없으나 대체로 봄과 가을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낮과 밤도 그렇다.「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연과 하늘 에는 성근 별의 마지막 연은 밤 풍경이고 나머지 연들은 낮 풍경이다고향에 있는 화자의 연령도 화살을 쏘던 유년 시절에서사철 발벗은 아내가…」에서 암시되어 있듯이 성인시절의 기억에 이르기까지 그 폭이 넓다

 

정지용의향수가 건축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첫째 연과 마지막 연을 비교해 보면 자명해진다첫 연의넓은 벌 동쪽 끝으로 흐르는 실개천의 공간구성은 수평적이며 확산적이다그리고 실개천이 흐르는 들판은 열려진 바깥공간이다그러므로 소의 울음소리도 벌판으로 퍼져가는 수평성 확산성 그리고 바깥공간의 개방성을 지니게 된다.(황소의 울음소리는 종달새 같은 수직성이나 귀뚜라미 같은 내부공간의 폐쇄성과는 다르다.)그런데 끝 연을 보면 그 공간구성이 정반대로 되어 있다즉 하늘의 성근 별에서 시작하여 서리 까마귀로서리 까마귀에서 지붕으로 그리고 그 지붕에서 흐릿한 불빛으로 점차 아래로 내려오고 있는 수직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첫째 연은 실개천이 동쪽 끝으로 흘러 갔지만 마지막 연은 하늘의 별빛이 방안의 불빛으로 귀착되어 있는 것이다그리고 실개천이 흘러가는 벌판이 확산적인 외부공간이라면마지막 연의 등불 밑에 돌아앉아 도란거리는 그 방안은 응축적인 내 부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정지용의향수는 햇빛 아래 밝고 넓은 벌판을 향해 우는 금빛 황소 울음으로 시작하여 희미한 불빛 아래 방안 구석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인간의 속삭임으로 끝나있는 것이다수평과 수직밝은 태양과 희미한 등불벌판의 확산과 방안의 응축그리고 황소울음과 속삭임소리….정지용이 건축한 향수의 공간은 이렇게 바깥과 안의 대칭적 언어에 의해서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정지용의향수는 그의 다른 시에 비해서 결코 그 격조가 높다고는 할 수 없다오히려 부분을 보면 시적 이미지와 은유로 넘쳐나 있지만 그 전체의 내용은 수필의 한 대목처럼 설 명적이다.「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같은 시구는 수식에 수식을 첨가해 가는 과다한 시적 수사로 되어 있으면서도 연마다 반복되는그 곳이 참하 꿈엔 들 잊힐 리야의 구절은 직설적이고도 상투적인 산문형태의 글로 되어 있다

 

감각이나 시간과 공간의 구성이 그랬듯이 서술의 양식에 있어서도 시와 산문의 이질적인 두 특성을 다 함께 공유하고 있는 것이 지용의 시향수라고 할 수 있다그리고 바로 그 점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게 된향수의 비밀이기도 한 것이다

 

하늘을 향해 쏘아 올린 화살은 끝내는 땅으로 추락하고 만다잃어버린 화살을 찾아 풀섶의 이슬에 온 몸을 적시고 돌아오는 아이처럼 우리는 고향도 시도 그렇게 잃었다아스팔트와 콘크리트에서 태어난 우리의 아이들은 잃어버린 화살조차 쏜 적이 없다그래서 아직은 가요곡의 가사로나마 불리어지고 있는 정지용의향수는 바로 잃어버린 시에 대한 향수이기도 한 것이다<이어령 교수>

 

 

< 감상의 길잡이 4 >

정지용의 초기시의 하나로서, 1930년대에 지니게 되는 이미지스트의 시풍과는 달리 고향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을 주정적(主情的)으로 노래했다.

 

그는 충북 옥천(沃川)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도쿄에 유학하던 1923년 경에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작품에서 그리고 있는 공간은 당시의 우리 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농촌이며,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또한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 보편적인 가족의 모습이다. 그런 뜻에서 이 작품은 특정한 개인의 체험을 넘어서서 한국인이 지닌 향수의 보편적 영상으로 수용될 만하다.

 

작품은 모두 다섯 부분으로 나뉘는데, 각 부분마다 고향의 모습을 회상하는 연이 먼저 오고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독백이 이어짐으로써 간절한 그리움을 반복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반복의 수법은 무척 단순한 것이지만, 그 어떤 복잡한 기교보다도 절실하게 시인의 심경을 나타내 준다.

 

다섯 부분의 구성은 순탄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교묘하다. 첫째, 셋째, 다섯째 부분은 포근함과 아름다운 꿈이 서려 있는 고향의 모습이다. 둘째, 넷째 부분은 가난하고 고단한 삶의 모습이 담긴 고향을 보여 준다. 작품 전체는 결국 이 두 가지 빛깔로 채색된 고향의 모습이 차례로 엇갈리면서 전개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두가 사랑스럽고 그리운 삶의 원천으로 절실하게 결합하는 데에 바로 시인이 노래하는 향수의 깊은 호소력이 있다. [해설: 김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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