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 / 전문 / 김소월(김정식)
by 송화은율함박눈 / 김소월(김정식)
元淳[원순]이는 書室[서실]의映窓[영창]을 열어젓기고 압바다의 시원한景
致[경치]를 내다보며잇다. 十月[십월]절긔도 벌서 저믈어간지 이질만한 첫
十一月[십일월]의아츰은 한울빗도 파르족족하고 집압바다의 물빗도 감으족
족하게 어케도 몸에 치워보엿다. 바다ㅅ물은 방금에 살얼음이나 집힐듯이
고요하고도 어둡게보엿다. 열붉게 물들엇든 핏물이 낡아진것과도 가튼 시닥
나무의 丹楓[단풍]이뒷마당으로부터 한닙두닙 알에를 向[향]하고 구을러
나려왓다.
누이는 갓난지 달반假量[가량]된 젓먹이를 건넌房[방]에다 잠들여노코 元
淳[원순]의房[방]으로 건너왓다.
『아이구 魂[혼]이이러케도 젓담. 바느질그릇을 그대로내버리고 왓다
니.』하면서 누이는 돌쳐 건넌房[방]으로 건너가더니 미다지를 살그먼히 열
고 바느질그릇을 집어내어가지고 와서 房[방]웃목에 말업시안저잇다.
元淳[원순]이는 그대로 한동안 넉시업시 映窓[영창]우에 업드렷다가 비롯
오精神[정신]이 드는듯이 누이의便[편]을 돌아다보앗다. 그에 누이도 亦
是全身[역시전신]에 맥아리가 한푼도업시 다만 定處[정처]업슨目標[목표]를
바라보고 잇든줄을 알앗다. 바느질 그릇속에는 다만 갓난아기의 두릉다리가
거의 다 지어저잇슬이엇다. 누이의손은 바느질그릇에 갈것갓지도 안케보
엿다. 그러나 그의눈瞳子[동자]속에는 업수히 여기랴도 업수히여기지못할
굿세인 날카라운視線[시선]이 時今[시금]에라도 압헤잇는모든것을 사뭇흘
듯한 異常[이상]한光彩[광채]로 반인다. 햇슥한누이의 얼굴은 血色[혈색]
이 도무지 업서 보엿다. 오늘은 어된닭인지 몰라 누이의 얼굴은 解産
[해산]하고 나든 그當時[당시]의 一週間[일주간]보다도 더 무섭도록 파라
케 물질려보엿다. 몹시나 瘦瘠[수척]한 그女子[여자]의 팔다리, 間間[간간]
이 神經的[신경적]으로 리는 곱으장한 그女子[여자]의입슐, 갸름한 그 女
子[여자]의콧머리, 그表情[표정]은 느즌봄 깁허드는夜半[야반]의 가득히 잠
가진 안개속에서 먼野原[야원]을 돌아흐르는 燐光[인광]과도가티 고요하
고도 날카라왓다. 그러나 그女子[여자]의 모든表情[표정]과 姿態[자태]에는
미트로부터 무엇이 진것가티 보엿다. 그의全身[전신]에 나타나온모든表情
[표정]이 一時[일시]에 푹 저업서지지나 안흘가하는 念慮[염려]가 나도록
그의 表情[표정]과姿態[자태]에는 沈着[침착]도아닌 空虛[공허]한點[점]이
잇섯다.
『누이님 그러면…… 참 오늘밤 나시겟습니?』하고 元淳[원순]이는 말
머리를 걸었다.
『글세.』하는 누이는 무엇에 맘이 리는듯이 고개를 갸웃두룸하게 기울
이면서 한참이나 무엇을 생각하는것 가탓다. 元淳[원순]이는 뭇기는 무럿서
도 對答[대답]에는 생각이 업슨것처럼 먼바다틀 내다보고잇다.
『元淳[원순]아! 정말 나는 오늘밤에는 나.』하며 말하는 누이의 목소리
는 썩 가다듬이워 들렷다. 방안은 한層[층]더 풀ㅅ氣[기]가 업서지는것 가
탓다.
『그래요 인전 그만하엿스면 旅行券[여행권]도 벌서 二三日前[이삼일전]에
되고 乳母[유모]도……한달에 拾貳圓式[십이원식] 주기로 뒷집과 約束[약
속]하엿스니 準備[준비]는 더할것도업서요.』
『그러면 아무러태도 나는 오늘밤 난다. 來日[내일]아춤 이맘이면奉天
[봉천]서 너의 妹夫[매부]를 맛나보지.』하며 누이는 말하엿다. 누이는 마
즈막 말마디를 마치면서 입슐을 담으는것 가탓다.
『便紙[편지]가 上海[상해]지 다 갓슬는지 몰라, 짐작가타서는 느근히
바다보앗스련만.』 이러케 말하는 元淳[원순]이는 누이의손으로 써서 두週
日[주일]이나 前[전]에 自己[자기]가 郵便局[우편국]지 가지고가서 그의
妹夫[매부]한테 書留[서류]로 부처보낸 便紙[편지]가 좀 念慮[염려]스럽게
생각되엇다.
『바다보앗겟지 그러나 못바다보앗다해도 나는 괜챤하요. 奉天[봉천]서下
車[하차]하엿다가도 혼자 못갈念慮[염려]는업스니.』하며 누이는 對答[대
답]하엿다. 누이의 눈에는 漸漸[점점] 前[전]에업든 生氣[생기]가 가득히
차오는것 가탓다. 그러나 元淳[원순]이는 그의가슴이 漸漸[점점] 묵어워오
는것을 느다.
『그럼 누님 저녁밥 일즉이 지으십시요. 車時間[차시간]이 여덟時[시] 三
十分[삼십분]입니다.』하며 말한元淳[원순]이는 누이의손으로 지어준 밥을
먹기도 오늘저녁후에는 언제나될는지 모르겟고나 하엿다. 元淳[원순]이는
그자리에 더 오래 안저잇슬수가 업섯다. 元淳[원순]이는 艱辛[간신]히 일어
서서 窓[창]밧게 나섯다. 그러나 그는 그의 누이를 돌아다볼 勇氣[용기]가
업섯다. 한다름에 精神[정신]업시 大門[대문]밧지 나섯다.
벌서 새로 두點[점]을 치는 木鍾[목종]소리는 元淳[원순]이가 大門[대문]
에서 三馬場假量[삼마장가량] 이나 어저 잇는 防波堤[방파제]우에 올라
서서, 서리에 쓸어진 풀폭이들을 허치며 支向[지향]업시 바다를 向[향]하야
거러나아갈에 元淳[원순]의귀를 울렷다. 싸늘한 바람에 그의心氣[심기]는
시츤듯이爽快[상쾌]하여젓다. 天氣[천기]는 오히려 어둑어둑하게 흐리워왓
지마는 그의心氣[심기]마는 호을로 漸漸[점점] 하여젓다. 그의가슴속에
는 지금 自己[자기]의누이와 누이의男便[남편]되는사람에게 對[대]한 모든
것이 明瞭[명료]히 認識[인식]되어질더러 一層[일층]더 힘잇게 울리어옴
을 달앗다.
누이의 男便[남편]되는사람은 지금은 上海[상해]와 北京間[북경간]을 기
럭이가티 往來[왕래]하고잇다. 그는 지나간三月[삼월]에 全朝鮮[전조선]을
通[통]하여 일어난 政治運動[정치운동]에 參加[참가]하여가지고 在學中[재
학중]이든 日本大學社會科[일본대학사회과]를 中止[중지]하는同時[동시]에
그 本部[본부]되는上海[상해]로 向[향]하엿다. 그가 四月初旬頃[사월초순
경]이엇다. 그는 집업슨몸임으로 그에도 그의안해되는 나의누이는 지금과
가티 우리집에 잇섯다. 누이는 그에는 胎上[태상]이엇다. 그리고 그가 中
國[중국]으로 向[향]한 줄을 우리가 집에잇서서 알게된는 그가 이미 當地
[당지]에 到着[도착]된것을 그의손소 쓴便紙[편지]로 우리에게 通知[통지]
하여준 後[후]이엇다. 그린데 지금 누이는 自己[자기]의男便[남편]되는 가
장 사랑하는 그사람을 하 오늘밤으로 아름다운 우리의祖土[조토]를 버리
고 뒤 멀리 安東懸[안동현]을 건너려 하는것이다. 그리할더러 누이는
막 달半前[반전]에 解産[해산]한몸으로 잇스면서. 乳兒[유아]도 아즉 健全
[건전]히 자라나는중인데, 그러나 그女子[여자]는 오늘밤으로 鴨綠江[압록
강]을 건너서 우리의祖土[조토]를 뒤로 등지고 사랑하는男便[남편]을 하
밋븐愛人[애인]의 기다림에 마추어 勇敢[용감]한靑年[청년]의事業[사업]을
도으려 저 다른나른나라으로 가는것이다. 온것은 確實[확실]하다. 다른
무엇이라도 들일餘地[여지]가업다. 누이는 京城[경성]서 淑明女子高等普通
學校[숙명여자고등보통학교]를 三年前[삼년전]에 卒業[졸업]한以上[이상]에
여태 무엇이나 새롭은것을 보고듯기에 게으르지안핫다. 間斷[간단]업슨
努力[노력]의結果[결과]는 적어도 그女子[여자]에게 朝鮮社會[조선사회]의
現今狀態[현금상태]에 잇서서는 相當[상당]한見解[견해]를 가지게하엿슬
더러 自己自身[자기자신]에 對[대]한 徹底[철저]한 信念[신념]을 抱負[포
부]시켜주엇다. 元淳[원순]이는 얼진 사람과가티 이러케중얼거렷다.……
『모든것은 確實[확실]하다. 疑心[의심]할것은 족음도 업다.』하며.
이에 地平線上[지평선상]의 구름터진 한部分[부분]으로 차게얼은初冬[초
동]의해가 배족하니 나타낫다. 그러나 곳 숨겨버렷다. 감으족족하든 바다一
面[일면]과 四圍[사위]의山色[산색]은 一時[일시]에 蕭殺[소쇄]한風景[풍
경]이 元淳[원순]의眼界[안계]에 異常[이상]한 强[강]한色彩[색채]의 刺戟
[자극]을주엇다. 이에 元淳[원순]이는 防波堤[방파제]의지 거러나왓
섯다. 그는 더욱 鮮明[선명]한 爽快[상쾌]한心氣[심기]를 가지고 고요히 저
믈어가는 永遠[영원]의 에 싸힌바다의 물빗을 내다볼수잇섯다.
네時頃[시경]에 元淳[원순]이는 집으로 돌아왓다.
房[방]알엣목에는 이미 저녁밥床[상]이 노혀잇섯다. 밥床[상]우에는 물그
릇지 한거번에 차려노혀젓다. 그러나 누이는 건너便房[편방]에서 무엇을
하는지 乳兒[유아]지 三人食口[삼인식구]의집안은 소리조차 업시 고요하
엿다.
오늘밤 밤새도록 그우에도 몃낫몃밤동안을 車中[차중]에서 衰弱[쇠약]한몸
이 지티우지나 안흘가하게도 念慮[염려]되는 元淳[원순]의누이 그것은 다버
려두고라도 오늘저녁으로 돌아올期約[기약]도업시 가는누이의 行裝[행장],
모든것을 생각할에 元淳[원순]이는 아무리하여도 밥알이 목구멍을 넘는것
갓지 안핫다. 그는 그以上[이상] 아무런것이라도 더 생각하지 안흐려하엿
다. 오늘밤 되어가는일을 다시는 생각도 말자하엿다. 그리할스록 그의가슴
으로서는 설음이 북바처오른다. 元淳[원순]이는 건너便房門[편방문]압헤 서
서잇다. 그러나 窓[창]안으로부터는 아무런소리도 들리지안는다. 元淳[원
순]이는 삼가는듯이 조심스러운듯이 고요히 房[방]안에 들어섯다.
누이의 참아볼수업는 눈물에 넘친 얼굴은 元淳[원순]이를향하야 번개가티
들엇다. 『아이, 내元淳[원순]이!』하고 부르는 그女子[여자]의 목소리는
사무치는熱情[열정]에, 저윽이려나는것가티 들렷다.
元淳[원순]이는 누이의품속에 얼굴을 뭇고 업드러젓다. 누이의 햐릇한두팔
이 그의등우에 올려노혓다. 방안은 고요하다. 窓[창]박도 고요하다.
『누님, 우지맙시다. 우리는 울어될닭이 업지안습니? 두사람의 압헤도
다 반듯이 거를길이 잇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길을 거르랴고 하지안습니?
그러면 족음이라도 서럽워할것은 업습니다. 사람마다 제가 거를제길 지금
두사람의 압헤는 그것이 分明[분명]히 나타난것일 입니다.』 겨우 울음을
鎭定[진정]한元淳[원순]의 말소리는 킬듯킨듯 하면서 을맷기도 몹시
어려웟다. 그러나 元淳[원순]이는 繼續[계속]하여 이와가티 말하엿다.
『나는 날이밝으면 京城[경성]으로 갑니다. 그리하여 하든工夫[공부]를 繼
續[계속]하겟습니다. 그러면. ……누님은 저어 그곳에 가셔서……일만히 하
십시오.』 누이는 元淳[원순]이를 더욱 힘잇게 어안는다.
『그럼元淳[원순]아, 工夫[공부]만히 잘하여 두어라. 모든것은 네말에서
틀릴것이 업다. 그리고 우리의 압헤는 光明[광명]이 잇슬것이다. 조흔月桂
冠[월계관]! 元淳[원순]아! 내동생아!』
『그러면 누님! 갓난것은 벌서 가저갓서요?』 掛種[괘종]은 닐곱時[시]를
친다.
한동안후에 元淳[원순]이와 그의누이 두사람은 停車場[정거장]으로 向[향]
하는길우에 섯다.
十里[십리]도 넘는 停車場[정거장]지 가는데는 時間[시간]이 걸렷다.
그리하여 元淳[원순]이와 그의누이의 一行[일행]이 停車場[정거장]의 을
을하며 조으는듯한 燈[등]불과 푸르기도하고 붉기도 한 鐵道工夫[철도공
부]의 信號燈[신호등]불빗들을 감으스름한 안개속으로 바라보게 된에는
아무래도 흰눈이 한송이 두송이 어지기 始作[시작]하엿다.
地方小驛[지방소역]의 待合室[대합실]과 밋 그周圍[주위]의 景色[경색]들
은 다만 검읏검읏한 木柵[목책]의 그림자들속에 쌔워잇슬이오. 두서너 초
라한行裝[행장]을 녑헤 男女行客[남녀행객]이 이미改札口[개찰구]를 지나
서 레루를 沿[연]하야 昇降臺[승강대]로 向[향]한다.
흰눈에 온몸이 뒤덥히운대로 두사람一行[일행]도 昇降臺[승강대]우에 나타
낫다.
밤番[번]을 보는 巡査[순사]가 두사람의 行色[행색]을 有心[유심]히 살피
다가 다시 차고 희게 빗나는 칼자로를 번득이며 그의 벅벅하는 발소리
와 함 저便[편] 그늘속으로 슬어저버렷다. 고요하게 잠가진 밤의 空氣[공
기]속에서 漸漸[점점] 멀리 들리는 데그럭데그럭하는 巡査[순사]의 칼소리
와 漸漸[점점] 가와오는 汽關車[기관차]의 音響[음향]은 두사람의 가슴에
一種凄慘[일종처참]한氣分[기분]과 말못하게 焦燥[초조]한心情[심정]을 일
으켜주엇다.
굽으정한 山岬[산갑]을 돌아서 汽關車[기관차]의 사람의가슴을 뒤노니는듯
한 騷音[소음]과함 十餘輛連鎖[십여량연쇄]된 客車[객차]는 停車場正面
[정거장정면], 키놉흔 아카시아와 포프라의 성긴그늘속에停止[정지]하엿다.
두서너男女旅客[남녀여객]들은 惶急[황급]한 貌樣[모양]으로 車臺[차대]우
에 어오른다. 그틈에 석겨서 오른 元淳[원순]이누이는 疾走[질주]하는 汽
車[기차]의 露臺[로대]우에 서서 침업시 족으마한 손수건을 내어둘은다.
元淳[원순]의눈에는 다만 어두운밤빗속에 슬어저가는 흰點[점]가튼것을 알
아보앗슬이다. 最終[최종]에 남겨준 그女子[여자]의 말과 함…… 元淳
[원순]아, 아아 내동생 元淳[원순]아! 便紙[편지]하마 가며는 곳 너도 便紙
[편지]해라, 그러면 元淳[원순]아, 日後[일후]에…… 언제 …… 그以上
[이상] 무슨말이 더 잇섯던듯하엿서도 元淳[원순]이가 그것을 다 알아듯기
보다는 汽車[기차]만이 더 리다라나버렷다.
흰눈이 間斷[간단]업시 펄펄 나려싸힌다. 검은天地[천지]만이 漸漸[점점]
희어저 간다.
元淳[원순]이는 집으로 돌아왓스나 열두時[시]지 잠을들지못하엿다. 온
四圍[사위]는 죽은듯이 고요하엿스나……
그는 映窓[영창]을 열어젓기고 시름업시 펄펄 나리는함박송이가튼 흰눈
을 바라보앗다. 그에게는 온天地[천지]의 孤獨[고독]을 自己一身[자기일신]
이 혼자 마타노흔것가티 생각되엇다. 그러나 그의心情[심정]은 모든明日[명
일]의 計劃[계획]으로 充滿[충만]되엇섯다. 그래도 그의心情[심정]은 統一
[통일]을 엇지못하엿다. 그의 가슴속은 漸漸[점점] 焦悶[초민]하여젓다.
元淳[원순]이는 大門[대문]밧글나서서 左右[좌우]에 잠든 니웃집村家[촌
가]들을 등지고 퍼부어 싸히는 흰눈속으로 는 물결에 고요히 붓안기운
防波堤[방파제]우를 半[반]이나 허투로 거러나가기 始作[시작]하엿다.
………(畢[필])………
저작물명 : 함박눈
저작자 : 김소월(김정식)
출처 : 공유마당
이용조건 :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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