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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시집95 - 해촌(海村)의 석양(夕陽)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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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촌(海村)의 석양(夕陽)


석양은 갈대지붕을 비쳐서

작은 언덕 잔디밭에 반사되었다.

산기슭으로 길을 물 길로 가는 처녀는

한손으로 부신 눈을 가리고 동동걸음을 친다.

반쯤 찡그러진 그의 이마엔 저녁 늦은 근심이 가늘게 눈썹을 눌렀다.

낚싯대를 메고 돌아오는 어부는

갯가에 선 노파를 만나서

멀리 오는 돛대를 가리키면서

무슨 말인지 끊일 줄을 모른다.

서천에 지는 해는

바다의 고별음악을 들으면서

짐짓 머뭇머뭇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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