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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시집94 - 지는 해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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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해


지는 해는

성공한 영웅의 말로(末路)같이

아름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창창(蒼蒼)한 남은 빛이

높은 산과 먼 강을 비치어서

현란한 최후를 장식하더니

홀연히 엷은 구름의 붉은 소매로

뚜렷한 얼굴을 슬쩍 가리며

결별의 미소를 띄운다.

큰 강의 급한 물결은 만가(輓歌)를 부르고

뭇산의 비낀 그림자는 임종의 역사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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