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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시집32 / 포도주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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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


가을 바람과 아침 볕에 마치맞게 익은

향기로운 포도를 따서 술을 빚었습니다.

그 술 괴는 향기는 가을 하늘을 물들였습니다.

님이여, 그 술을 연잎잔에 가득히 무어서 님에게 드리겠습니다.

님이여, 떨리는 손으로 거쳐서 타오르는 입술을 축이셔요.

임이여, 그 술은 한 밤을 지나면 눈물이 됩니다.

아아, 한 밤을 지나면 포도주가 눈물이 되지마는,

또 한 밤을 지나면 나의 눈물이

다른 포도주가 됩니다.

오오, 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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