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 시집21 / 해당화
by 송화은율반응형
해당화
당신은 해당화가 피기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랬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철 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 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그려.
시름없는 꽃을 주워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 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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