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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시집14 / 고적한 밤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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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적한 밤




하늘에는 달이 없고 땅에는 바람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소리가 없고 나는 마음이 없습니다.

우주는 주검인가요.

인생은 참인가요.

한 가닥은 눈썹에 걸치고,

한 가닥은 작은 별에 걸쳤던

님 생각의 금실은 살살살 걷힙니다.

한 손에는 황금의 칼은 들고 한 손으로 천국의 꽃을 꺽던

환상의 여왕도 그림자를 감추었습니다.

아아, 님 생각의 금실과 환상의 여왕이 두손을 마주잡고,

눈물 속에서 정사(情死)한 줄이야 누가 알아요.

우주는 주검인가요.

인생은 눈물인가요.

인생이 눈물이라면

죽음은 사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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