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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시집104 / 요술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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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 


가을 홍수가 작은 시내의 쌓인 낙엽을 휩쓸어 가듯이, 

당신은 나의 환락의 마음을 빼앗아 갔습니다. 

나에게 남은 마음은 고통뿐입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을 원망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이 가기 전에는 나의 고통의 마음을 빼앗아 간 까닭입니다. 

만일 당신이 환락의 마음과 고통의 마음을 동시에 빼앗아 간다 하면, 

나에게는 아무 마음도 없겠습니다. 

나는 하늘의 별이 되어서 구름의 면사로 낯을 가리고 숨어 있겠습니다. 

나는 바다의 진주가 되었다가, 당신의 구두에 단추가 되겠습니다. 

당신이 만일 별과 진주를 따서 게다가 마음을 넣어 

다시 당신의 님을 만든다면, 그때에는 환락의 마음을 넣어 주셔요. 

부득이 고통의 마음을 넣어야 하겠거든, 

당신의 고통을 빼어다가 넣어 주셔요 

그리고 마음을 빼앗아 가는 요술은 나에게는 가르쳐 주지 마셔요. 

그러면 지금의 이별이 사랑의 최후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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