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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별신굿 탈놀이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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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별신굿 탈놀이

 

앞부분의 주요 내용 성황당에 오색포(五色布)를 늘인 성황대 앞에서 산주(山主)의 광대들이 강신(降神)을 기원하며 극이 시작된다(제1과장). 이어 주지의 춤(제2과장)과 무녀의 삼석놀음(제3과장)이 이어지고, 각시와 중이 서로 희롱하다 중이 파계한다(제4과장), 본문에 수록된 제5과장에서는 양반과 선비가 서로 세도를 자랑하고 있다.

 

제 5 과장 양반 선비 세도 자랑

 

초랭이  아? 각시하고 중놈하고 어디 갔노? 아 ― 저리로 도망가는구나. (각시와 중이 달아난 쪽으로 바쁜 제자리 걸음으로 뛰다가) 아이고! 요게 뭐로? 아 ― 각시 신이구나. (각시가 흘리고 간 꽃신을 품에 안고 혼자 좋아서 몸을 비틀다가 넘어진다.) 아이고 궁둥이야. (일어나 쩔룩쩔룩거리며 관중들에게 신을 줄 듯 줄 듯 하면서 춤을 춘다.) 보소! 이거 이쁘지? 안 돼! 보소! 이거 이쁘지? 이거 줄까? 안 돼! (갑자기 무언가를 생각해 낸 듯이) 아 참! 우리 양반을 불러와야지. (조착조착 뛰어가면서) 양반요! 양반요, 빨리 오소 빨리.

양  반  어흠. (거드름을 피우면서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나온다.)

양  반  (귀찮다는 듯이) 이놈! 이놈이 왜 이리 수답노?1(부채로 초랭이의 벙거지를 툭 친다.)

초랭이 (무안하여 어쩔 줄 모르다가) 양반요! 각시하고 중하고 춤추다가 도망갔어요.

양  반  뭣이라고? 허허 망측한 세상이로다. (주위를 빙빙 돌며 세상을 개탄하듯 부채질을 한다.)

선  비  (이매2를 앞세우고 나온다.)

초랭이  이매야, 이노마야.

이  매  (비실비실 바보스런 걸음걸이로 초랭이 쪽으로 걸어오며) 왜 이노마야.

초랭이  (귓속말로) 아까 중하고 각시하고 춤추다가 도망갔대이.

이  매  허허, 우습다, 우스워. (비실비실 선비에게 가서) 선비 어른요, 아까 중하고 각시하고 춤추다가 도망갔다 그래요.

선  비  (신경질적으로) 뭣이라고. 에이 고약한지고. (담뱃대 재를 땅바닥에 탁탁 턴다.)

초랭이  (이매에게 가서 꽃신을 가지고 이매와 주고받다가 껴안으며 수작한다.)

양  반  (그 광경을 보고 못마땅스러운 듯 부채를 집어 벙거지를 때리며) 이 놈! 거기서 그러지 말고 부네3 나 불러오너라.

초랭이  (바쁜 제자리 걸음으로 뛰어나가 부네를 데리고 나온다.)

부  네  (요사스럽게 춤을 추며 몸을 비비 꼬아대면서 나온다.)

초랭이  (부네의 엉덩이를 만지면서 냄새를 맡는다.)

부  네  (초랭이를 때리려고 하지만 손이 뒤로 가다가 그만둔다.)

초랭이  (조착조착 뛰어와서) 양반요, 부네 왔니더.

양  반  (부채질을 하다가) 어디 어디?

부  네  양반 내 여기 왔잖나.

양  반  부네야. 국추단풍(菊秋丹楓)에 기체후만강(氣體候萬康)하시며 보동댁이 감환(感患)4이 들어 자동양반 문안드리오.

부  네  그 문안 감사하오나 감자5  한 쌍은 왜 왔소?

양  반  허허허, 그 곳이 하도 험악하와 보호자로 왔나이다. 수목은 울창하고 양대꽃이 만발하니 들어가기만 하면 백혈(白血)을 토하고 죽어 가기에 보호자로 왔나이다.

부  네  하도 감사하와 버선 한 켤레 아뢰나이다.

양  반  허허, 얘, 부네야. (양반, 부네 어울려 춤춘다.)

선  비  (그 광경을 보고 못마땅하여) 에끼! 고약한지고. 에헴 에헴.

부 네   (양반과 춤추다가 선비의 기침 소리를 듣고 선비에게 간다.) 선비 어른 내 여기 왔잖나?

선  비  오냐 오냐, 부네야. (부네를 안 듯이 춤춘다.)

양  반  (기분이 좋아서 혼자서 춤추다가 그 광경을 보고 어쩔 줄 모르며) 아니? 저런 망할 년의 요부(妖婦)가? 어흠 어흠.

부  네  (양반의 기침 소리에 다시 양반에게 간다.) 양반 내 여기 있잖나.

양  반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듯이) 오냐 오냐.

부  네  (양반과 어울려 춤을 추다가 선비를 본다.)

선  비  (부네와 눈길이 마주치자) 아니. 저런 요망한 계집년 봤나? 에헴 에헴.

부  네  (다시 선비에게 간다.)

양  반  (그 광경을 보고) 아니, 저놈의 선비가? 옳거니 여보게 선비, 이리 좀 오게. 저길 보면 좋은 구경이 있네. (선비에게 마을 쪽을 가리키고 나서 부네에게 간다.)

선  비  (양반이 가리킨 쪽을 바라보다가 아무것도 없자 돌아서서 놀라며) 아니 저놈의 양반이? (양반에게 간다.) 여보게 양반, 이리 오게. 저기에서 각시들이 목욕을 하고 있네.

부  네  (선비와 양반을 바라보며) 호호호, 내 때문에 저래 싸우는구나.

양  반  (선비가 가리킨 쪽을 바라보다가 돌아서며) 아니? 저놈의 선비가? 나를 속여? 여보게 선비, 자네가 감히 내 앞에서 이럴 수 있는가?

선  비  그렇다면 자네가 진정 나한테 이럴 수가 있는가?

양  반  아니, 그럼 자네 지체가 나만 하단 말인가?

초랭·이매 (자기 상전의 세도 자랑을 흉내낸다.)

양  반  암 낫고 말고.

선  비  뭣이 나아, 말해 봐.

양  반  나는 사대부(士大夫)의 자손인데…….

선  비  뭐 사대부? 나는 팔대부(八大夫)의 자손일세.

양  반  허허, 팔대부는 또 뭐야?

선  비  팔대부는 사대부의 갑절이지.

양  반  우리 할아버지는 문하시중(門下侍中)이거던.

선  비  아 ― 문하시중 그까짓 거? 우리 아버지 바로 문상시대(門上侍大)6인데…….

양  반  문상시대! 그건 또 뭐야?

선  비  문하(門下)보다는 문상(門上)이 높고 시중(侍中)보다는 시대(侍大)가 크단 말일세.

양  반  그것 참 별꼴을 다 보겠네.

선  비  지체만 높으면 제일인가?

양  반  그러면 무엇이 또 있단 말인가?

선  비  첫째 학식이 있어야지. 나는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다 읽었네.

양  반  뭣이, 사서삼경? 나는 팔서육경(八書六經)을 다 읽었네.

선  비  도대체 팔서육경은 어디 있으며 대관절 육경은 또 뭐야?

초랭이  (방정맞게 양반과 선비 사이로 뛰어들며) 헤헤헤, 나도 아는 육경 그것도 모르니껴? 팔만대장경, 중의 바래경7, 봉사의

안경, 약국의 길경8, 처녀 월경, 머슴의 쇄경9.

이  매  그거 다 맞어.

양  반  (흐뭇한 표정으로) 이것들도 아는 육경을 선비라는 자가 몰라?

선  비  (혀를 차면서) 우리 싸워야 피장파장이니 그러지 말고 부네나 불러 노세.

양  반  암, 좋지. 얘, 부네야 우 ―욱.

부  네  (양반과 선비가 자기 때문에 싸우는 모양을 지켜보다가 호들갑스런 춤을 추며 나온다.)

      양반, 선비, 부네 어울려 춤을 춘다. 양반이 부네와 춤을 추면 선비가 양반을 밀치고 부네를 껴안듯이 자기 쪽으로 데리고 가서 춤을 추고, 양반도 그와 같은 행동을 한다.

할  미  (양반, 선비, 부네가 춤추고 노는 게 흥에 겨워 나온다. 양반과 선비 사이를 번갈아 보다가 부네와 선비가 어울려서 춤추는 사이에 양반과 짝이 되어 춤춘다.)

양  반  (흥에 겨운 어깨춤으로 빙빙 돌다가 부네가 없고, 할미를 보자 화가 나서) 아니? 이놈의 늙은 할망구가? 예끼, 이 할미야! (할미를 밀어 버린다.)

할  미  (뒤로 나가자빠질 뻔하다가 화가 나서) 이놈, 양반아! 너도 나처럼 늙어 봐. (선비에게 간다. 부네가 옆에서 춤추는 줄 알고, 선비는 팔을 들어 도포 자락을 늘이고 춤을 춘다.)

선  비  (양반과 마찬가지로) 아니, 이 요망한 할망구가? 예끼, 이 할망구야. (할미를 밀어제치고 부네에게 간다. 양반과 부네 사이에 끼여들어 부네와 마주보며 끌어안듯이 춤을 춘다.)

할  미  예끼 이놈, 너도 똑같은 놈이구만. 에이고 나가야지.

초랭이  (콩콩 바쁜 걸음으로 뛰어나오다가 할미를 본다.) 할매요! 어디가노? 내하고 춤추고 노시더.

할  미  그래, 그래, 초랭이가 제일이지?

   (양반, 선비, 초랭이, 이매 춤을 추고 있다.)

백  정  (심술궂은 걸음걸이로 배꼽이 보이고, 가슴을 앞으로 쑥 내밀고, 뒤에 허리 받침의 오른손에는 소불알을 들었다.) 헤헤헤, 꼴들 참 좋다. (춤추는 광대들을 바라보다가 양반과 선비 사이로 뛰어들면서) 샌님! 알 사이소!

양  반  (깜짝 놀라며) 이놈! 한참 신나게 노는데 알이라니?

백  정  알도 모르니껴?

초랭이  (양반과 선비 사이로 뛰어나오면서) 달걀, 눈알, 새알, 대감 통불알.

백  정  (호탕하게 웃으며) 맞았다 맞어. 불알이야 불알. (소불알을 흔들흔들거린다.)

선  비  이놈! 불알이라니?

백  정  소불알도 모르니껴?

양  반  이놈! 쌍스럽게 소불알은 어짠 소리냐. 안 살 테니 썩 물러가거라.

백  정  소불알을 먹으면 양기(陽氣)10에 억시기 좋다는데…….

선  비  뭣이 양기에 좋다? 그럼 내가 사지.

양  반  (부네와 수작을 하다가 황급히 나서며) 야가 나한테 먼저 사라고 했으니, 이것은 내 불알이야. (백정이 쥔 소불알을 잡는다.)

선  비  (백정이 쥔 소불알을 잡으며) 아니, 이것은 결코 내 불알이야. (양반과 선비는 서로 소불알을 잡고 당긴다.)

백  정  아이구, 내 불알 터집니더.

할  미  (양반, 선비, 백정이 서로 잡아당기다가 떨어뜨린 소불알을 쥐고) 쯔쯔쯔, 소불알 하나를 가지고 양반은 지 불알이라 하고, 선비도 지 불알이라 하고, 백정도 지 불알이라 하니 도대체 이 불알은 뉘 불알인고? 육십 평생을 살아도 소불알 가지고 싸우는 꼴들은 첨 봤다 첨 봤어. 에이고 몹쓸 인간들이라니. (양반과 선비는 부끄러운 행동으로 나가고, 그 뒤를 따라 광대들 모두 나간다.)

 이후의 줄거리  제6과장에서는 백정이 도끼와 칼을 들고 나와 잔인하고 표독스러운 춤을 추며 양반을 비웃는다. 이어서 할미가 앉아 베를 짜면서 노래하는 제7과장과 광대 전원이 모여서 춤추는데 별채가 나와서 환재를 요구하는 제8과장이 이어진다. 이후 총각과 각시는 혼례를 올리고(제9, 10과장), 별신 행사의 최종일인 음력 정월 15일, 마을 앞길에서 제물을 차려 놓고 모든 귀신들이 하회 동네에 침범하지 못하도록 굿을 올리며(제11과장), 야삼경에 일년 간의 동네 무사식재(無事息災)를 기도하고, 다음에 국신당(國神堂), 삼신당(三神堂)에 차례로 제를 올려 별신 행사를 마친다(제12과장).

 

요점 정리

 갈래 : 전통 가면극의 대본, 탈춤(민속극) 대본

 작가 : 미상(경북 안동 하회 마을)

 연대 : 조선 후기

 성격 : 비판적, 풍자적, 희화적, 해학적, 오락적, 유희적

 제재 : 서민과 양반의 생활

 구성 : 전체 12과장중 5과장 '양반과 선비의 세도 자랑'으로 구성됨

 주제 : 양반과 선비의 허위성 폭로, 양반과 파계승에 대한 비판과 서민 생활의 애환

 출전 : [유한상 채록본]

 특징 : 내용이 원초적이고, 소박하며, 언어 유희에 의한 표현, 대표적인 농촌형 탈춤임

 전체 줄거리 :
   첫째 마당은 '각시의 무동 마당'이다. 각시 광대는 무동을 타고 꽹과리를 들고 구경꾼들 앞을 돌면서 걸립(乞粒)을 한다. 이 걸립은 놀이 중에 수시로 행해지며, 이렇게 모은 돈과 곡식은 이 행사에 쓰고, 남으면 다음 행사를 위하여 보관한다.


둘째 마당은 '주지놀이'로서 주지는 곧 사자를 뜻하며, 액풀이마당으로 사악함을 물리치는 벽사의 의식무(儀式舞)이다.
셋째 마당은 '백정(白丁) 마당'으로 백정이 춤을 추다가 사람이 멍석을 뒤집어써 만든 소를 죽여 우낭(牛囊)을 꺼내 구경꾼들에게 판다. 이것도 걸립의 일종으로, 이 돈도 별신굿 행사에 쓴다.


넷째 마당은 '할미 마당'으로 쪽박을 차고 흰 수건을 쓴 할미 광대가 등장하여, 베를 짜면서 고달픈 인생살이를 '베틀가'에 얹어 부르고, 춤추다가 걸립한다. 계속되는 이 걸립 마당들은 이 놀이의 주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 마당은 '파계승 마당'으로, 부네(妓女 혹은 小室)가 오금춤을 추며 나와 치마를 들고 오줌을 눈다. 이 때 중이 나와 이 광경을 엿보다 흥분하여 부네를 끼고 도망간다. 이 마당은 대사 없이 진행된다.


여섯째 마당은 '양반과 선비 마당'으로 양반의 하인인 초랭이와 나오고, 선비는 소첩인 부네와 함께 나온다. 초랭이가 양반과 선비를 서로 인사시키고 자기가 양반 대신 선비의 인사를 받는다. 초랭이는 계속 양반을 골려준다. 양반과 선비는 학식을 자랑하며 노는데, 별채(別差) 역인 이매가 나와 환자(還子) 바치라고 외치자 모두 놀라 도망간다. 관리가 착취하는 것을 풍자하는 것이다.


이로써 1차적인 탈놀이가 마치지만 장소를 옮겨 동네 입구에서 혼례 마당과 신방 마당을 치루는 것이 하회 별신굿 탈놀이만의 특색이다. 멍석 위에 장구 2개, 그 위에 고깔을 하나씩 놓아 혼례상을 마련하고, 양반 광대가 혼례식을 진행하며, 각시 광대와 남은 광대 하나가 탈을 쓰고 신부, 신랑역을 맡아 혼례 마당을 치른다. 이어 같은 멍석 위에서 신랑, 신부의 첫날밤 행위를 모의적으로 행함으로써 신방마당을 치른다. 이 혼례 마당과 신방 마당은 처녀신인 서낭신을 위로하기 위한 것인데, 풍요를 비는 의식이기도 하다.

내용 연구

 

제 5 과장 양반 선비 세도 자랑

 

초랭이  아? 각시하고 중놈하고 어디 갔노? 아 ― 저리로 도망가는구나. (각시와 중이 달아난 쪽으로 바쁜 제자리 걸음으로 뛰다가) 아이고! 요게 뭐로? 아 ― 각시 신이구나. (각시가 흘리고 간 꽃신을 품에 안고 혼자 좋아서 몸을 비틀다가 넘어진다.) 아이고 궁둥이야. (일어나 쩔룩쩔룩거리며 관중들에게 신을 줄 듯 줄 듯 하면서 춤을 춘다.) 보소! 이거 이쁘지? 안 돼! 보소! 이거 이쁘지? 이거 줄까? 안 돼! (갑자기 무언가를 생각해 낸 듯이) 아 참! 우리 양반을 불러와야지. (조착조착 뛰어가면서) 양반요! 양반요, 빨리 오소 빨리.

양  반  어흠. (거드름을 피우면서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나온다.)

양  반  (귀찮다는 듯이) 이놈! 이놈이 왜 이리 수답노(수다인고?)?(부채로 초랭이의 벙거지를 툭 친다.)

초랭이 (무안하여 어쩔 줄 모르다가) 양반요! 각시하고 중하고 춤추다가 도망갔어요.

양  반  뭣이라고? 허허 망측한 세상이로다. (주위를 빙빙 돌며 세상을 개탄하듯 부채질을 한다.)

선  비  [이매 (선비의 하인 역. 바보탈 이라고도 함.)를 앞세우고 나온다.]

초랭이  이매야, 이노마야.

이  매  (비실비실 바보스런 걸음걸이로 초랭이 쪽으로 걸어오며) 왜 이노마야.

초랭이  (귓속말로) 아까 중하고 각시하고 춤추다가 도망갔대이.

이  매  허허, 우습다, 우스워. (비실비실 선비에게 가서) 선비 어른요, 아까 중하고 각시하고 춤추다가 도망갔다 그래요.

선  비  (신경질적으로) 뭣이라고. 에이 고약한지고. (담뱃대 재를 땅바닥에 탁탁 턴다.)

초랭이  (이매에게 가서 꽃신을 가지고 이매와 주고받다가 껴안으며 수작한다.)

양  반  (그 광경을 보고 못마땅스러운 듯 부채를 집어 벙거지를 때리며) 이 놈! 거기서 그러지 말고 부네(아름다운 여인. 다른 가면극의 ‘소무’에 해당함.) 나 불러오너라.

초랭이  (바쁜 제자리 걸음으로 뛰어나가 부네를 데리고 나온다.)

부  네  (요사스럽게 춤을 추며 몸을 비비 꼬아대면서 나온다.)

초랭이  (부네의 엉덩이를 만지면서 냄새를 맡는다.)

부  네  (초랭이를 때리려고 하지만 손이 뒤로 가다가 그만둔다.)

초랭이  (조착조착 뛰어와서) 양반요, 부네 왔니더.

양  반  (부채질을 하다가) 어디 어디?

부  네  양반 내 여기 왔잖나.

양  반  부네야. 국추단풍(菊秋丹楓)에 기체후만강(氣體候萬康)하시며 보동댁이 감환(感患 :  ‘감기’의 존댓말.)이 들어 자동양반 문안드리오.

부  네  그 문안 감사하오나 감자(미상. 하인들을 두고 하는 말인 듯.)  한 쌍은 왜 왔소?

양  반  허허허, 그 곳이 하도 험악하와 보호자로 왔나이다. 수목은 울창하고 양대꽃이 만발하니 들어가기만 하면 백혈(白血)을 토하고 죽어 가기에 보호자로 왔나이다.

부  네  하도 감사하와 버선 한 켤레 아뢰나이다.

양  반  허허, 얘, 부네야. (양반, 부네 어울려 춤춘다.)

선  비  (그 광경을 보고 못마땅하여) 에끼! 고약한지고. 에헴 에헴.

부 네   (양반과 춤추다가 선비의 기침 소리를 듣고 선비에게 간다.) 선비 어른 내 여기 왔잖나?

선  비  오냐 오냐, 부네야. (부네를 안 듯이 춤춘다.)

양  반  (기분이 좋아서 혼자서 춤추다가 그 광경을 보고 어쩔 줄 모르며) 아니? 저런 망할 년의 요부(妖婦)가? 어흠 어흠.

부  네  (양반의 기침 소리에 다시 양반에게 간다.) 양반 내 여기 있잖나.

양  반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듯이) 오냐 오냐.

부  네  (양반과 어울려 춤을 추다가 선비를 본다.)

선  비  (부네와 눈길이 마주치자) 아니. 저런 요망(요사스럽고 망령된 것)한 계집년 봤나? 에헴 에헴.

부  네  (다시 선비에게 간다.)

양  반  (그 광경을 보고) 아니, 저놈의 선비가? 옳거니 여보게 선비, 이리 좀 오게. 저길 보면 좋은 구경이 있네. (선비에게 마을 쪽을 가리키고 나서 부네에게 간다.)

선  비  (양반이 가리킨 쪽을 바라보다가 아무것도 없자 돌아서서 놀라며) 아니 저놈의 양반이? (양반에게 간다.) 여보게 양반, 이리 오게. 저기에서 각시(새색시, 한복을 입고 머리를 뒤로 땋은 조그맣게 만든 여자 인형)들이 목욕을 하고 있네.(선비나 양반이나 위선적인 모습들만 취하고 있을 뿐, 속으로는 여색을 밝히고 있음을 비꼬고 있는 내용이다.)

부  네  (선비와 양반을 바라보며) 호호호, 내 때문에 저래 싸우는구나.

양  반  (선비가 가리킨 쪽을 바라보다가 돌아서며) 아니? 저놈의 선비가? 나를 속여? 여보게 선비, 자네가 감히 내 앞에서 이럴 수 있는가?

선  비  그렇다면 자네가 진정 나한테 이럴 수가 있는가?

양  반  아니, 그럼 자네 지체가 나만 하단 말인가?

초랭·이매 (자기 상전의 세도 자랑을 흉내낸다.)

양  반  암 낫고 말고.

선  비  뭣이 나아, 말해 봐.

양  반  나는 사대부(士大夫)의 자손인데…….

선  비  뭐 사대부? 나는 팔대부(八大夫)의 자손일세.

양  반  허허, 팔대부는 또 뭐야?

선  비  팔대부는 사대부의 갑절이지.

양  반  우리 할아버지는 문하시중(門下侍中 : 조선 초기의 문하부의 정1품으로 으뜸 벼슬)이거던.

선  비  아 ― 문하시중 그까짓 거? 우리 아버지 바로 문상시대(門上侍大 : ‘문하시중’ 보다 높고 크다는 뜻으로 한 말이 나, 전혀 말이 되지 않음)인데…….(탈춤 대사의 특징인 언어 유희에 의해 내용이 전개되고 있다. 여기서 자신의 할아버지가 문하시중임을 내세워 거들먹거리는 양반과 이에 자신의 아버지는 문상시대라고 응수하는 선비는 신분의 제대로 된 명칭이 무엇인지 서로 알지 못한다. 이것을 통해 당시 지배 계층들이 헛지식만을 탐구한 한계와 그들의 위선, 허위 의식 등을 엿볼 수 있다.)

양  반  문상시대! 그건 또 뭐야?

선  비  문하(門下)보다는 문상(門上)이 높고 시중(侍中)보다는 시대(侍大)가 크단 말일세.

양  반  그것 참 별꼴을 다 보겠네.

선  비  지체만 높으면 제일인가?

양  반  그러면 무엇이 또 있단 말인가?

선  비  첫째 학식이 있어야지. 나는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다 읽었네.

양  반  뭣이, 사서삼경? 나는 팔서육경(八書六經)을 다 읽었네.

선  비  도대체 팔서육경은 어디 있으며 대관절 육경은 또 뭐야?

초랭이  (방정맞게 양반과 선비 사이로 뛰어들며) 헤헤헤, 나도 아는 육경 그것도 모르니껴? 팔만대장경, 중의 바래경[불경의 일종인 팔양경(八陽經).], 봉사의 안경, 약국의 길경(질경이. 한약재로 쓰이는 풀.), 처녀 월경, 머슴의 쇄경(새경. 머슴에게 주는 한 해의 품삯). <이 부분에 나타난 양반과 선비의 풍자를 살펴 보면 하회 탈춤에는 양반에 대한 비판과 조롱이 많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양반과 선비가 논쟁을 벌이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양반은 지체가 높다는 것을 자랑하고 선비는 학식이 많다는 것을 내세운다. 자신이 사대부의 자손이고 할아버지가 문하시중이었다고 떠벌리는 양반 앞에서 선비는 자신이 팔대부의 자손이고 문상시대의 아들이라고 받아친다. 그러고는 팔대부는 사대부의 갑절이고 문상시대는 문하시중보다 높고 크다고 강변한다. 반면에 양반은 사서삼경을 읽었다고 스스대는 선비에게 팔서육경을 읽었노라고 응수한다. 서로 한 번씩 장군멍군을 주고받는 그들의 본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고, 소설가 김동리의 '화랑의 후예'에서 황진사라는 인물과 일맥상통한 점이 있다.>

이  매  그거 다 맞어.

양  반  (흐뭇한 표정으로) 이것들도 아는 육경을 선비라는 자가 몰라?

선  비  (혀를 차면서) 우리 싸워야 피장파장이니 그러지 말고 부네나 불러 노세.(초랭이가 무식함을 드러내면서 육경을 언어 유희로 나열하지만, 양반과 선비 또한 무식하여 초랭이의 말이 엉터리임을 지적하지 못하고 곧이곧대로 믿음으로써 그들의 학식의 허구성이 파헤쳐지고 있다. 비아냥거리는 초랭이와 그것에 맞장구치는 이매 앞에서 양반과 선비의 모습은 초라하기만 하다.)

양  반  암, 좋지. 얘, 부네야 우 ―욱.

부  네  (양반과 선비가 자기 때문에 싸우는 모양을 지켜보다가 호들갑스런 춤을 추며 나온다.)

      양반, 선비, 부네 어울려 춤을 춘다(춤을 추면서 양반, 선비와 수작하는 것으로 보아 부네는 여염집 여자가 아닌 자유로운 신분을 지닌 여성으로 추측된다). 양반이 부네와 춤을 추면 선비가 양반을 밀치고 부네를 껴안듯이 자기 쪽으로 데리고 가서 춤을 추고, 양반도 그와 같은 행동을 한다.

할  미  (양반, 선비, 부네가 춤추고 노는 게 흥에 겨워 나온다. 양반과 선비 사이를 번갈아 보다가 부네와 선비가 어울려서 춤추는 사이에 양반과 짝이 되어 춤춘다.)(여기서 할미의 역할은 양반과 선비의 욕심과 속됨을 조롱하고 있다.)

양  반  (흥에 겨운 어깨춤으로 빙빙 돌다가 부네가 없고, 할미를 보자 화가 나서) 아니? 이놈의 늙은 할망구가? 예끼, 이 할미야! (할미를 밀어 버린다.)

할  미  (뒤로 나가자빠질 뻔하다가 화가 나서) 이놈, 양반아! 너도 나처럼 늙어 봐. (선비에게 간다. 부네가 옆에서 춤추는 줄 알고, 선비는 팔을 들어 도포 자락을 늘이고 춤을 춘다.)

선  비  (양반과 마찬가지로) 아니, 이 요망한 할망구가? 예끼, 이 할망구야. (할미를 밀어제치고 부네에게 간다. 양반과 부네 사이에 끼여들어 부네와 마주보며 끌어안듯이 춤을 춘다.)

할  미  예끼 이놈, 너도 똑같은 놈이구만. 에이고 나가야지.

초랭이(한국의 가면극에서 양반의 하인으로 등장하는 인물로 초랑이, 초란이, 초라니라고도 함. '하회 별신굿 탈놀이'에 등장하는 초랭이는 붉은 저고리에 푸른 치마를 입고 양 어깨와 허리에 청홍 띠를 두름)  (콩콩 바쁜 걸음으로 뛰어나오다가 할미를 본다.) 할매요! 어디가노? 내하고 춤추고 노시더.

할  미  그래, 그래, 초랭이가 제일이지?

   (양반, 선비, 초랭이, 이매 춤을 추고 있다.)

백  정  (심술궂은 걸음걸이로 배꼽이 보이고, 가슴을 앞으로 쑥 내밀고, 뒤에 허리 받침의 오른손에는 소불알을 들었다.) 헤헤헤, 꼴들 참 좋다. (춤추는 광대들을 바라보다가 양반과 선비 사이로 뛰어들면서) 샌님! 알 사이소!

양  반  (깜짝 놀라며) 이놈! 한참 신나게 노는데 알이라니?

백  정  알도 모르니껴?

초랭이  (양반과 선비 사이로 뛰어나오면서) 달걀, 눈알, 새알, 대감 통불알.

백  정  (호탕하게 웃으며) 맞았다 맞어. 불알이야 불알. (소불알을 흔들흔들거린다.)

선  비  이놈! 불알이라니?

백  정  소불알도 모르니껴?

양  반  이놈! 쌍스럽게 소불알은 어짠 소리냐. 안 살 테니 썩 물러가거라.

백  정  소불알을 먹으면 양기[陽氣 : 남자 몸 안의 정기(精 氣). 곧 정력 ( 精力).]에 억시기 좋다는데…….

선  비  뭣이 양기에 좋다? 그럼 내가 사지.

양  반  (부네와 수작을 하다가 황급히 나서며) 야가 나한테 먼저 사라고 했으니, 이것은 내 불알이야. (백정이 쥔 소불알을 잡는다.)

선  비  (백정이 쥔 소불알을 잡으며) 아니, 이것은 결코 내 불알이야. (양반과 선비는 서로 소불알을 잡고 당긴다.)

백  정  아이구, 내 불알 터집니더.

할  미  (양반, 선비, 백정이 서로 잡아당기다가 떨어뜨린 소불알을 쥐고) 쯔쯔쯔, 소불알 하나를 가지고 양반은 지 불알이라 하고, 선비도 지 불알이라 하고, 백정도 지 불알이라 하니 도대체 이 불알은 뉘 불알인고? 육십 평생을 살아도 소불알 가지고 싸우는 꼴들은 첨 봤다 첨 봤어. 에이고 몹쓸 인간들이라니. (양반과 선비는 부끄러운 행동으로 나가고, 그 뒤를 따라 광대들 모두 나간다.)

 이후의 줄거리  제6과장에서는 백정이 도끼와 칼을 들고 나와 잔인하고 표독스러운 춤을 추며 양반을 비웃는다. 이어서 할미가 앉아 베를 짜면서 노래하는 제7과장과 광대 전원이 모여서 춤추는데 별채가 나와서 환재를 요구하는 제8과장이 이어진다. 이후 총각과 각시는 혼례를 올리고(제9, 10과장), 별신 행사의 최종일인 음력 정월 15일, 마을 앞길에서 제물을 차려 놓고 모든 귀신들이 하회 동네에 침범하지 못하도록 굿을 올리며(제11과장), 야삼경에 일년 간의 동네 무사식재(無事息災)를 기도하고, 다음에 국신당(國神堂), 삼신당(三神堂)에 차례로 제를 올려 별신 행사를 마친다(제12과장).

이해와 감상

 

  경상 북도 안동군 풍천면 하회리(河回里)에 전승되는 탈놀이로 중요 무형 문화재 제69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이 놀이는 우리 나라 가면극의 주류인 산대도감(山臺都監) 계통극과는 달리 동제에 행해지던 서낭제(城隍祭) 탈놀이이다. 하회리와 병산리에서 탈놀이가 행해졌다고 하나, 1928년경에 중단되고 가면 12종 13개만이 국보 제121호로 지정되어 온다.
   이 놀이는 10년에 한 번씩 혹은 신탁(神託)에 따라 임시로 거행되는 별신(別神)굿으로써, 먼저 섣달 보름날 산주(山主)가 마을 뒷산 서낭당에 올라 신의 뜻을 묻고 굿을 준비한다. 하회의 서낭신(城隍神)은 '무진생 서낭님'으로 17세 처녀인 의성 김씨라고 하고, 혹은 15세에 과부가 된 동네 삼신의 며느리신이라고도 한다.


   [하회 별신굿]은 제1과장 주지춤, 제2과장 백정 놀이, 제3과장 할미 놀이, 제4과장 파계승 놀이, 제5과장 양반, 선비 놀이로 구성되어 있다. 탈놀이의 내용은 지배 계층인 양반과 선비의 허위성을 폭로하고, 여기에 중의 파계를 통해 당시 불교의 타락상을 드러냄으로써 피지배 계층인 상민들 간의 갈등적 관계와 삶의 애환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와 같이 하회 마을의 평민들은 별신굿 탈놀이를 통하여 그때 그때의 세상살이를 풍자하고 자신들의 억눌린 감정을 거리낌없이 마음껏 발산할 수 있었다. 제시된 5과장의 양반과 선비가 가문과 벼슬, 학식을 다투는 장면에서 양반의 허위 의식과 무식함이 폭로되며, 초랭이가 양반이 말한 '육경'에 대해 팔만대장경, 중의 바라경, 봉사 안경, 약방의 질경, 처녀 월경, 머슴 새경이라고 말하며 양반이 이에 동조하는 장면에서는 양반에 대한 풍자가 심화된다. 더욱이 백정이 '양기'에 좋다며 파는 '소불알'을 가지고 서로 자신의 것이라고 실랑이하는 장면에서 양반에 대한 풍자는 극에 달한다. 신분 질서가 엄격했던 당시의 사회상으로 보아 이처럼 양반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희화화하는 내용의 탈놀이가 하회라는 양반마을에서, 그것도 양반들의 묵인 하에 경제적인 지원까지 받으며 이루어졌다는 점은 매우 특이하다. 이것은 평민들이 탈놀이를 통하여 자신들의 억눌린 감정과 불만을 해소하고, 또 양반들은 평민들의 비판과 풍자를 통해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불만을 해소시켜 줌으로써 상하간의 갈등을 줄이고 조화로운 삶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해와 감상1

 

 이 작품은 중요 무형 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된 놀이로, ‘하회 가면극’이라고도 하며, 약 500년 전부터 음력 정초마다 농민들의 무병(無病)과 안녕을 위하여 마을의 서낭신에게 제사 지낸 동제(洞祭)였다. 하회 마을에서는 매년 정월 보름과 사월 초파일에 동제가 지내졌다. 이 마을의 성황신은 여성신으로서 무진(戊辰)생 성황님이라고 불리고 이 성황신에게 매년 제사를 지내는 것을 동제(당제)라 하며 별신굿은 3년, 5년, 또는 10년에 한 번씩 마을에 우환이 있거나 돌림병 등이 발생한 경우에 신탁(신내림)에 의해서 거행되었는데 이 때에는 탈놀이가 당제와 함께 행해진다.

 이 작품은 모두 여섯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놀이 마당 사이에는 광대들이 풍악을 울리며 한 바탕씩 놀기 때문에 마당의 구분이 가능하다. 두 분류로 나눈다면 탈놀이 마당이라 하여 무동 마당, 주지 마당, 백정 마당, 할미 마당, 파계승 마당, 양반 선비 마당을 들 수 있고, 비의라고 할 수 있는 의례는 강신 대 내리기 마당, 당제 뒤의 혼례 마당, 신방 마당을 들 수 있다.

 

이해와 감상2

  하회 별신굿 탈놀이는 전통 민속극 가운데 농촌형 탈춤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따라서 산대놀이와 같은 도시형 탈춤에 비해, 공연 방식이나 내용이 상대적으로 소박하다. 이 탈놀이는 하회 지방의 별신굿의 제차(祭次)에 맞춰 진행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구성이나 특별한 몇몇 과장에서 종교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도 하다.

 

  파계승 과장에서 각시에 대한 중의 태도와 행위는 그것 자체로 비판과 풍자의 대상이 되기에 족하며, 양반과 선비가 등장하여 자신들 스스로 상층의 허위와 위선을 폭로하는 과장에서는 하층 백성들의 억눌린 감정이 어느 정도 해소되기도 한다. 여기에는 실리지 않았으나, 여인네들의 살림살이가 실로 고단한 것임을 할미의 노래로 풀어 내는 과장에서는 놀이판에 모인 모든 이들이 공감하며, 맺힌 것을 풀어 내게 된다. 탈놀이의 마지막에 이르면 마을에 잡귀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거리굿이 행하여지고, 이어 당제를 행함으로써 탈놀이의 전체 일정이 끝을 맺는다.

 

  우리는 하회 별신굿 탈놀이를 통해 우리의 전통극이 서양 연극과 어떤 점에서 같고, 어떤 점에서 다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전통극의 기능을 당시의 사회 상황과 연관지어 이해해 보는 것도 유익한 경험이 된다.

심화 자료

 

 

 

 

 하회탈

 

 

 

 

 

 

부네탈

백정탈

양반탈

각시탈

중탈

병신탈

 

 

 

 

 

 

 하회 별신굿 탈놀이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에 전승되어오는 탈놀이. 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  그 근원은 서낭제의 탈놀이로서, 우리 나라 가면극 전승의 주류를 이루는 산대도감계통극과는 달리 동제에 행하여지던 무의식극적(無意識劇的) 전승이다.

서낭제에 탈놀이를 놀았던 곳은 경상북도 안동시 일대에서는 하회리와 병산리가 알려져 왔으나, 하회별신굿은 1928년(戊辰) 이래 중단되고 병산별신굿도 거의 같은 시기에 중단되어 하회와 병산의 가면 12종 13개만이 국보 제121호로 지정되어온다.

 

계승자는 1928년 마지막 별신굿 때 각시역을 맡았던 이창희(李昌熙, 1913∼1996)이다. 이 놀이는 10년에 한 번씩 혹은 신탁(神託)에 따라 임시로 거행되는 별신굿의 하나로서 행해지는데, 별신굿은 먼저 섣달보름날 산주(山主)가 마을 뒷산의 서낭당에 올라가서 대를 내려 신의 뜻을 묻고, 또 마을 어른들의 동의를 얻어 별신굿 준비를 시작한다.

하회리의 서낭신은 ‘무진생 서낭님’으로 17세 처녀인 의성김씨라고 하고, 혹은 15세에 과부가 된 서낭신으로 동네 삼신의 며느리신이라고도 전한다. 준비과정은 먼저 부정이 없는 목수를 골라 서낭대와 내림대를 만들고, 가면과 악기 등 모든 도구를 점검한다.

 

이어 스무아흐렛날 동민대표들이 동사(洞舍)에 모여서 부정이 없는 사람들 중 배역에 맞추어 광대 12명과 산주 외에 서무를 맡는 유사(有司) 2명, 가면관리를 하는 청광대와 무동꾼들을 선정하고 섣달그믐날부터 정월대보름날까지 합숙에 들어간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대내림에서부터 시작된다. 정월 초이튿날 아침 산주와 광대들이 서낭당에 올라가 당방울이 달린 내림대를 잡고 서낭신을 내리면 당방울을 서낭대에 옮겨 달고 하산한다.

동사에 다다르면 서낭대와 내림대를 동사 처마에 기대어 세우고, 모여든 마을 사람들 앞에서 농악을 울리며 한바탕 놀이를 벌인다.

 

이창희의 구술(口述)에 따르면, 탈놀이의 첫째마당은 ‘각시의 무동’마당이다. 각시광대는 무동을 타고 꽹과리를 들고 구경꾼들 앞을 돌면서 걸립(乞粒:동네의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패를 짜 돌아다니며 풍악을 울리는 일)을 한다.

이 걸립은 탈놀이 전마당을 통하여 수시로 행하여졌고, 이렇게 모은 전곡(錢穀)은 모두 별신굿 행사에 쓰고, 남으면 다음 행사를 위하여 세워둔다.

 

둘째마당은 ‘주지놀이’로서 주지는 곧 사자를 뜻하며, 액풀이마당으로 벽사(陽邪)의 의식무(儀式舞)라는 의미를 지닌다.

셋째마당은 ‘백정(白丁)’마당으로 백정이 춤을 추다가 사람이 멍석을 뒤집어써서 만든 소를 죽여 우낭(牛囊)을 꺼내어 구경꾼들에게 판다. 이것도 걸립의 일종으로, 이 돈도 별신굿행사에 쓴다.

 

넷째마당은 ‘할미’마당으로 쪽박을 허리에 차고 흰 수건을 머리에 쓴 할미광대가 등장하여 살림살이를 한다. 베를 짜면서 고달픈 인생살이를 〈베틀가〉에 얹어 부르고, 춤을 추다가 쪽박을 들고 걸립한다.

 

이처럼 각시걸립과 백정걸립에 이어 할미걸립까지 세 마당의 걸립이 계속되는데, 이 걸립마당들은 이 탈놀이의 주제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파계승마당과 양반풍자마당을 위한 도입부 구실을 한다.

 

다섯째마당은 ‘파계승’마당으로, 부네(妓女 혹은 小室)가 오금춤을 추며 등장하여 치마를 들고 오줌을 눈다. 이때 중이 등장하여 이 광경을 엿보다가 흥분하여 부네를 옆구리에 차고 도망간다. 이 마당은 대사 없이 진행된다.

 

여섯째마당은 ‘양반과 선비’마당으로 양반이 하인인 초랭이를 데리고 나오고, 선비는 소첩인 부네를 데리고 나온다. 초랭이가 양반과 선비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서로 인사를 시키고는 자기가 뛰어들어 양반 대신 선비 인사를 받는다. 초랭이는 계속해서 양반을 풍자하고 골려준다.

 

양반과 선비는 서로 문자를 써가며 지체와 학식을 자랑하고 춤을 추고 노는데, 이 때 별채〔別差〕역인 이매가 나와 환재〔還子〕 바치라고 외치면 모두 깜짝 놀라 도망간다. 여기서는 관리가 마을사람들에게 곡식을 거두면서 중간착취하는 횡포를 풍자하고 있다. 이로써 여섯 마당의 탈놀이는 끝난다.

 

섣달그믐날부터 동사에서 합숙한 일행은 매일같이 동사 앞마당이나 초청받은 대갓집에 가서 탈놀이를 하는 등 14일까지 잠시도 쉴 사이 없이 지내다가, 15일이 되면 아침밥을 먹고 나서 서낭대를 모시고 서낭당에 올라가 당제를 지낸다. 제사는 산주가 주제하며, 축문은 없고 비념만으로 마을의 평안과 풍년들 것을 축원한 다음 종일 소지(燒紙)를 올려 계속된다.

광대들은 처음 탈을 쓰지 않고 산주와 더불어 서낭당에 재배한 뒤 서낭당을 돌면서 풍물을 치고 나서, 탈을 쓰고 서낭당 둘레에 모여든 구경꾼들 앞에서 탈놀이를 놀았다. 저녁무렵 당제를 마치고 서낭대와 내림대는 당 처마에 매어달고, 광대들은 청광대에게 각기 탈을 반납하고 보름 만에 합숙에서 풀려나 집으로 돌아간다.

 

다만, 유사와 광대 1명, 양반광대·각시광대만이 남아 하산하여 동네 입구에서 혼례마당과 신방마당을 치른다. 멍석 위에 장구 2개, 그 위에 고깔을 하나씩 놓아 혼례상을 마련하고, 양반광대가 혼례식을 진행하며, 각시광대와 남은 광대 하나가 각기 탈을 쓰고 신부·신랑역을 맡아 각시가 두 번, 신랑이 한 번 절하고 혼례마당을 끝낸다.

 

이어 같은 멍석 위에서 신랑·신부의 첫날밤 행위를 모의적으로 행함으로써 신방마당을 치른다. 이 혼례마당과 신방마당은 17세 처녀신인 서낭신을 위로하기 위하여 치르는 것이라 하는데, 풍요의례(豊饒儀禮)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신방마당이 끝나면 각시광대도 탈을 청광대에게 주고, 청광대는 탈을 동사에 봉납하고 귀가한다.

 

마지막으로 유사의 책임하에 동네 입구에서 무당들이 허천거리굿을 행하여 별신굿 동안 묻어 들어온 잡귀·잡신들을 몰아낸다.  〈하회별신굿탈놀이〉의 가면은 주지(2)·각시·중·양반·선비·초랭이·이매·부네·백정·할미 등 10종 11개가 현재 전한다. 가면의 재료는 오리나무이며 그 위에 두 겹, 세 겹으로 옻칠을 한 뒤 색을 칠했다.

 

하회리에서는 이 탈들을 신성시하며, 특히 각시탈은 서낭신을 대신한다고 믿어 별신굿 때 외에는 볼 수 없고, 부득이 꺼내볼 때는 반드시 산주가 고사를 지내야 한다. 이처럼 의례용 가면으로서의 신성성을 지니고 있다.

 

악기는 농악기로서 탈놀이 광대들이 농악대를 겸하였고, 탈놀이 마당과 마당 사이에 한 차례씩 농악을 울려 놀이마당을 구분하였다. 장단은 주로 세마치장단을 많이 쳤다고 한다.

 

춤이나 동작은 놀이할 때 서낭님이 시켜서 저절로 하게 된다고 일러오며, 다른 탈춤의 경우처럼 춤사위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분명하지 않고 즉흥적이며 일상동작에 약간의 율동을 섞은 것이었다고 한다. 춤사위로는 몽두리춤과 오금춤이 있다.

 

1998년 현재 기예능보유자로는 이상호(李相浩, 백정역)가 있다. 채록본으로는 최상수J58624(崔常壽J58624)채록본(1959)과 유한상(柳漢尙)채록본(1959)이 있는데, 놀이마당의 순서가 약간 다르다. ≪참고문헌≫ 河回假面劇의 硏究(崔常壽, 고려서적주식회사, 1959), 韓國假面劇(李杜鉉, 文化財管理局, 1969), 韓國의 假面劇(李杜鉉, 一志社, 1979), 河回別神假面舞劇臺詞(柳漢尙, 국어국문학 20, 1959), 註釋本韓國假面劇選(李杜鉉, 敎文社, 1997).(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하회 마을과 하회 별신굿

 

  한국의 탈춤을 서낭제 탈놀이와 산대도감 계통의 탈놀이로 나눌 때, 하회 별신굿 탈놀이는 서낭제 탈놀이에 속한다. 즉, 별신굿이라는 종합적인 마을굿에 포함되면서도 연극적인 독립성을 가진 놀이이다.

 

  하회 마을은 매년 정월 보름과 4월 초파일(8일) 각각 이틀에 걸쳐 동제를 지냈다. 별신굿은 3년, 5년, 또는 10년에 한 번씩 마을에 우환이 있거나 돌림병 등이 발생했을 때, 신탁(신내림)에 의해서 거행되었으며, 이 때에는 탈놀이가 당제와 함께 행해졌다. 하회 마을 사람들은 별신굿 탈놀이를 통하여 그때 그때의 세상살이를 풍자하고, 자신들의 억눌린 감정을 마음껏 발산하였다. 신분과 질서가 엄격했던 당시의 사회상으로 보아, 지배 계층에 대한 비판으로 일관된 탈놀이가 하회라는 양반 마을에서 양반들의 묵인 아래 또는 경제적인 지원 속에서 연행되었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이것은 양반들이 서민들의 비판과 풍자를 통해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불만을 해소시켜 줌으로써, 갈등과 저항을 줄여 상하 간의 조화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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