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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문화와 대항 문화 / 반문화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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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문화와 대항 문화(반문화)

 

하위 문화란 어느 한 집단이 전체 사회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지배적인 문화 유형과는 다른 독특한 문화를 지닌 문화를 말한다. 하위 문화는 때때로 그 사회의 지배적인 전체 문화와 다소간의 갈등의 소지를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지배 문화에 상반되거나 그에 대한 도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위 문화는 좀더 포괄적으로 특정 종교 집단이나, 직업 집단, 연령 집단, 취미 집단, 인종 집단과 같은 특정 집단의 구성원들이 그들만의 독특한 생활 양식과 규범 체계, 가치 지향을 공유함으로써 형성하는 것이다. 하위 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좀더 좁은 의미에서 봤을 때, 어떤 하위 잡단들은 경우에 따라서 지배 문화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적극적으로 이에 도전하는 문화를 형성한다. 그리고 이런 하위 문화 집단들을 위의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하위 문화와 구별하기 위해서 대항 문화, 또는 반()문화라고 부른다.

 

(1) 하위 문화로서의 신세대 문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 사회에서 대표적인 하위 문화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신세대 문화이다. 신세대 문화를 형성하는 층위는 젊은 주부들을 일컫는 이른바 '미시(Missy),'이나 소비와 쾌락의 추구에만 열정을 쏟는 집단으로 비난받는 '오렌지족' 등에 걸쳐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

 

보통 한국 사회에서 신세대라고 말하면 경제가 고도로 성장하기 시작한 1970년대에 한두 명의 자녀만을 낳는 부모들 밑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빈곤의 어려움을 모르고, 과잉 보호 속에서 자라서 자기 자신 밖에 모르는 세대라고 비판받기도 하는 세대이다. 이러한 신세대의 부정적 측면은 사치와 향락의 추구, 성도덕의 마비, 공동체의 문제에 대한 무관심과 배타적인 이기주의 등으로 대표된다. '오렌지족'은 신세대의 가장 나쁜 측면을 상징하는 집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신세대들은 불합리한 기성의 권위에 복종하지 않고 자기 주장이 강하며, 각자의 개성을 강조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강조되기도 한다. 신세대들은 폐쇄된 밀실 대신에 탁 트인 공간(커피 전문점, 락카페)을 선호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패션, 미래를 위해 금욕하기보다는 즉각적인 쾌락의 추구, 문화의 수동적인 수용 대신 적극적인 참여와 창조를 통해 자기를 실현하려 한다. 그리하여 이들이 주체가 되어 형성하는 신세대 문화는 한편으로 권위주의의 타파, 문화 다원주의의 정착과 대중의 참여 확대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갖기도 한다.

 

그러나 신세대와 신세대 문화가 얼마만큼 실체를 갖고 있는 것인지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들이 소위 '신세대' '신세대 문화'가 그 실체를 제대로 갖추기도 전에 신세대의 피상적인 특징만을 포착하고 이를 소비 촉진을 위한 광고에 활용함으로써 오히려 신세대 문화를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즉 신세대들은 그들 부모의 맹목적인 보호 아래, 부족함 없이 자라난 세대이고, 자신이 돈을 벌지는 않지만 그 이상의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미시족'이라 불리는 젊은 주부들의 경우에도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통해 기혼 여성의 주체적인 삶을 실현하려는 노력을 부각시키는 일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대중 매체는 단지 패션과 같은 외관상의 특징만을 과대 포장하여 소비를 부추기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2) 대항 문화로서의 민중 문화

 

대항 문화는 지배 문화의 체제 정당화 기능에 정면으로 대항하여 새로운 문화 형태를 창출함으로써 대중의 의식과 생활을 일반적인 대중 문화의 소비적인 측면을 비판하고, 좀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개혁하려는 성격을 갖는다. 1980년대의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광범하게 확산됐던 소위 '민중 문화 운동'은 한국 사회에서의 대항 문화를 형성하려 했던 대표적인 움직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민중 문화 운동은 적대적 계급 사회에서는 예술이나 문화도 각 계급의 이데올로기를 표현하고 있으며, 한국 사회의 문화 또한 지배 계급의 이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비판적 인식에서 출발하였다. 따라서 문화의 본질이 삶의 반영을 통한 인간성의 구현을 달성하는 것이라면 민중 문화는 한 사회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중의 이익과 관점을 명확히 반영해야 하고, 특히 자본주의적 상업주의를 배격해야 한다고 보았다.

 

민중 문화 운동은 문학의 영역에서는 현실의 정치, 사회 문제를 생생하게 묘사하여 대중에게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보고 문학(르뽀), 우리 민족사의 불행인 분단을 형상화하는 분단 문학 또는 통일 문학, 노동자 계급의 생활을 작품 속에 형상화시켜서 노동이 가지는 올바른 가치를 담아보려는 노동 문학 등의 형태로 발전하였다.

 

또 기존의 상업 연극, 영화 대신에 마당극*과 작은 영화 운동*등을 통해 이러한 문제 의식을 확산시키려는 시도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음악의 경우에도 상업적 대중 가요를 대신하여 대중 가요의 가사를 바꾸어 부른 노래, 민중적 정서와 의식을 담은 창작 가요들이 광범하게 보급되기도 하였다. 한편으로 농민적 정서에 뿌리박은 사물 놀이와 강강수월래를 비롯한 전통 놀이가 대학 문화를 중심으로 새로운 놀이 문화로 형성되어 실험되기도 하였다.

 

일상 생활에 있어서도 외국 상표가 붙은 옷 대신에 우리말이 인쇄된 옷 입기, 커피, 콜라 대신에 우리차 마시기, 우리 농산물 애용 등이 강조되기도 하였다.

 

1980년대의 민중 문화 운동은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민주화되고, 동서 냉전의 해체에 뒤이어 이데올로기가 퇴색함에 따라 1990년대에 들어 소강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자본주의적 소비 문화가 엄청나게 확산되고 그것을 통해 대중의 건전한 비판 의식이 마비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대항 문화 운동의 창출이 요청된다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용어 설명>

 

* 마당극 : 전통 민속극의 정신과 형식을 창조적으로 계승한 연극 형태. 본래 1970년대에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던 상업주의, 배금주의, 문화적 사대주의 등에 대한 비판적 저항으로 대두하여 사회 비판적이고 현실 고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배우와 관객이 구분되지 않고 한 마당에서 같이 호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구 근대 연극과 다른 특징을 보여준다.

 

* 작은 영화 운동 : 8mm, 혹은 16mm 필름을 이용한 10분 내지 20분짜리 소형 영화의 제작 발표를 통해 기성 영화의 상업주의적 속성에서 벗어나 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담아보려 했던 영화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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