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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지붕 너머로 / 베를렌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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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지붕 너머로 / 베를렌/ 송면 옮김

 

하늘은, 지붕 너머로

아주 푸르고 고요하다!

나무는, 지붕 너머로

가지를 흔들고 있다.

 

종(鍾)은 저 하늘에

조용히 울리고 있다.

새는 저 나무에서

한탄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신(神)이여, 저것이 삶이다.

소박하고 고요한.

이 평화로운 소요(騷擾)는

도시에서 오는 것.

 

─어떻게 된 것인가, 아! 너는 여기서

줄곧 울고 있으니

말해 보아라, 어떻게 된 것인가

너의 청춘(靑春)이?


요점 정리

작자 : 베를렌/ 송면 옮김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감각적, 상징적, 신비적, 고백적

율격 : 내재율 (대구를 통한 리듬의 창출이 두드러짐)

어조 : 차분한 어조와 통회의 어조가 교차함.

심상 :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

제재 : 소박하고 평화로운 정경

주제 : 삶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과 통회(痛悔)

출전 : <예지(叡智)>(1881)

내용 연구

신이여, 저것이 삶이다. : 신의 창조물인 자연(自然)의 소박(素朴)하고 고요한 삶에 대비해 사람이 이룬 도시적 삶의 소요와 평화의 갈등을 표현한 시구이다.

이 평화로운 소요는 : 일종의 모순 어법으로서 역설법에 해당한다. 인간의 삶이 지닌 양면성(兩面性)을 역설적(逆說的)으로 표현하고 있다. 삶의 역동성을 표현한 어구이다.

줄곧 울고 있으니 : 인생에서 청춘이 지닌 가치를 몰각(沒却)한 행위를 상징하는 어구이다.

말해 보아라. 어떻게 된 것인가 - 너의 청춘이? : 청춘(靑春)이 지닌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공연히 시간을 낭비하고 정력을 소모하는 행위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는 시구이다.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베를렌이 카톨릭에 귀의한 직후 낸 <예지>(1881)에 수록된 작품이다. 지붕 너머로 하늘이 펼쳐지고 나무는 가지를 흔들고 종이 평화롭게 울려 퍼지고 새가 노래를 부르는 1,2연의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3연과 4연에는 서정적 자아의 인생관이 나타나 있다. 소박하고 평화로운 명상의 삶을 강조하고 청춘의 소중함을 말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 시는 마치 한시의 구성법인 선경 후정의 배열 방식을 택해 단순하고 소박한 삶의 가치를 노래하고 있는데, 프랑스 상징주의 시의 독특한 음악성을 잘 구현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것은 치밀한 대구에서 형성되는 형식적 안전성과 프랑스어의 음감을 살리는 조사법이다. 그러나 번역에 의해서 후자는 많이 희석되어 있다. (출처 : 김열규 신동욱 저 동아 문학교과서)

감상2

베를렌은 고답파와 보들레르의 영향을 받은 시인으로 상징주의 시인 중에서 특히 음악성을 중시하여 독자적인 시의 수법을 계발하였다. 이 작품은 베를렌이 랭보와 변태적인 생활을 청산하고 카톨릭에 귀의한 직후 낸 시집 '예지'에 수록된 시로서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드러낸다.

 

1연과 2연에서는 푸르고 고요한 하늘과 지붕 너머로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있는 종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지고 새 소리가 들려 오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정경을 대구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시의 배경이 된 자연의 소박한 정경을 제시한 뒤 3연에서는 자연의 소박하고 고요한 측면을 제시하고 있다. 앞에서 제시한 삶과 대비되는 인간의 삶이 지닌 불협 화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4연에서는 이제 신이 만든 자연에서 떨어져서 이루어지는 사람들의 분주한 삶이 지닌 의미를 묻는다. 즉 소진되는 청춘의 소중함에 대해서 자각하지 못하는 양태를 각성시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1연과 2연에서 자연의 사물을 가지고 대구법을 사용한 데 이어 이러한 자연과 인간의 삶과의 연관을 묻는 3연과 4연을 배치하여 전체적으로도 대비가 되도록 구성하였다. 이 같은 구성은 먼저 경치를 서술하고 그에 대한 인간적 감회를 읊는 동양의 한시의 구성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시상 전개가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베를렌은 이 시에 대해 "시 전체가 꿈과 현실, 부재와 실재 사이에 걸려 있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다. 현실의 삶이 지닌 소요와 그에 대해 이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소박하고 고요한 삶에 대한 인간적 희원을 담은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시는 치밀한 구성을 엿보게 해주는데 구성의 엄밀성뿐만 아니라 음감과 조사법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번역된 작품이기 때문에 원문을 읽는 것과 같은 맛의 느낄 수가 없다.

 

이 시는 베를렌의 시집 <예지>에 실린 작품 중에서 가장 걸작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특히 주체와 대상 사이의 일원적인 조화를 통한 대상 자체의 단순화가 돋보인다.

 

심화 자료

데카당(Decadent)/ (영)Decadent.

19세기말의 일군의 시인들을 일컫는 말로 특히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과 그와 비슷한 시기의 영국 심미주의 운동의 후세대에 속하는 시인들을 말한다. 이 두 집단은 문학과 예술을 산업사회의 물질만능주의로부터 해방시키고자 했으며, 일부는 도덕에서도 자유분방함을 추구했기 때문에 '데카당'의 의미가 확대되어 '세기말'(世紀末)과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데카당이라는 용어는 원래 프랑스의 가브리엘 비케르와 앙리 보클레르가 쓴 풍자시집 〈아도레 플루페트의 퇴폐 Les Deliquescences d'Adore Floupette〉(1885)에 나오는 말인데, '퇴폐적'이라는 뜻의 이 형용사를 폴 베를렌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아나톨 바쥐가 창간한 평론지 〈데카당 Le Decadent〉은 1886~89년 간행되었고, 폴 베를렌도 그 잡지의 기고자였다. 데카당파는 1867년에 죽은 샤를 보들레르가 그들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주장했으며, 아르튀르 랭보, 스테판 말라르메, 트리스탕 코르비에르도 그 일원으로 꼽았다. 이밖에 중요한 인물은 종교적 신비에 관심이 많은 소설가 J. K. 위스망스가 있었는데, 그가 쓴 〈 역로 A rebours〉(1884)라는 소설을 영국의 아서 사이먼스('금발의 천사'로 불림)는 '데카당파의 기도서'라고 불렀다.

영국의 데카당파는 1890년대에 라이머스 클럽회원이거나 〈옐로 북 The Yellow Book〉의 기고자인 아서 사이먼스, 오스카 와일드, 어니스트 다우슨, 라이어넬 존슨 등이다. G.L. 반 로제브루크가 쓴 〈데카당파의 전설 The Legend of the Decadents〉(1927)에는 '데카당'이라는 용어의 해설이 나온다. (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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