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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란더즈의 개 / 동화 / 위다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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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란더즈의 개 / 위다

 

플란더즈 지방의 한 작고 아름다운 마을에, 네로라는 소년이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네로는 몸이 그다지 건강하지 못한 할아버지를 도와서 읍내까지 우유를 날랐습니다. 이런 네로를 볼 때마다 마을 사람들은 네로를 칭찬했습니다.

"착하기도 하지. 몸이 불편하신 할아버지와 언제나 함께 다니며 도와 드리니 말이야."

어느 날이었습니다. 네로와 할아버지가 여느 때처럼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앗! 할아버지, 저길 좀 보세요!"

길가에 개 한 마리가 쓰러져 있는 것입니다. 네로와 할아버지는 정신을 잃은 개를 수레에 싣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불쌍하기도 하지. 걱정 마. 이젠 내가 잘 돌봐 줄게."

네로는 날마다 정성스럽게 개를 보살펴 주었습니다.

얼마 후, 개는 네로의 보살핌 덕분에 건강을 되찾고 기운을 차렸습니다.

"와아! 다 나았구나. 넌 이제부터 내 친구야, 알았지? 파트라 슈, 그래 이게 네 이름이야. 파트라슈!"

파트라슈도 이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꼬리를 흔들며 좋아했습니다. 네로와 할아버지는 가난했지만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식구가 하나 더 늘어 더욱 기뻤습니다.
다음 날부터 네로와 파트라슈는 함께 일을 나갔습니다. 힘이 센 파트라슈가 수레를 잘 끌어서 일이 더 쉬워졌습니다. 무엇보다 네로는 파트라슈와 함께 다니는 것이 신났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건강이 많이 나빠져서 자리에 눕고 말았습니다.

"할아버지, 걱정 마세요. 파트라슈와 제가 있잖아요."

네로와 파트라슈는 더욱 열심히 우유를 날랐습니다.
일이 끝나면, 네로는 늘 성당으로 갑니다.
성당 안에는 네로가 가장 보고 싶어하는 그림이 있습니다.
유명한 화가 루벤스의 그림입니다.
하지만, 그 그림은 언제나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 볼 수가 없었습니다.
돈을 내어야만 그림을 볼 수 있는데, 가난한 네로는 그만한 돈이 없었습니다.

네로에게는 알로아라는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알로아는 그 마을에서 제일 부자인 방앗간 집의 외동딸이었습니다.

그런데 알로아의 아버지는 네로가 가난하다는 이유로 알로아와 놀지 못하게 했습니다.

"아버지, 난 네로가 좋아요."
"안 돼! 가난뱅이와 어울려서는 안 된다, 알로아!"

네로의 할아버지는 점점 더 몸이 약해졌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네로는 미술 대회에 나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일등을 해서 상금을 타면 할아버지의 약값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알로아네 방앗간에 불이 났습니다.

"불이야! 불이야!"

네로도 불 끄는 일을 열심히 도왔습니다.

그러나, 네로의 모습을 본 알로아 아버지는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네로 저 녀석이 불을 지른 게 틀림없어. 내가 알로아와 못 놀 게 하니까 심술이 나서 그랬지? 그렇지, 네로!"

"아니에요, 아저씨!" 마을 사람들도 이상한 눈으로 네로를 보았습니다.

네로는 억울했지만, 아무도 네로의 정직한 마음을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네로에게 일거리를 주지 마시오!" 알로아 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마을에서 제일 부자인 그의 편을 들었습니다.
결국 네로는 더 이상 우유 배달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네로에게 냉정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즈음,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네로의 슬픔은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이제 네로 곁에는 파트라슈 밖에 남지 않은 것입니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 네로와 파트라슈는 할아버지를 묻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네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집세가 많이 밀렸어. 이 집을 비워 주어야겠다."

네로는 수레도 집세 대신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파트라슈, 이젠 이 세상에 우리 둘뿐이구나."

네로와 파트라슈는 배고픔을 참으며 추운 거리로 나갔습니다.

그 때, 갑자기 파트라슈가 짖으며 어디론가 달려갔습니다.

"무슨 일이니? 어, 웬 지갑일까?"

파트라슈가 발견한 것은 눈 속에 반쯤 파묻힌 지갑이었습니다. 네로가 지갑을 열어 보았습니다. 지갑 속에는 아주 많은 돈이 들어 있었습니다.

"파트라슈, 여기 이름이 있어. 이건 알로아의 아버지 것이구나. 어서 돌려 드려야겠다. 가자, 파트라슈."

알로아의 어머니는 네로의 착한 마음씨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정말 고맙구나, 네로. 우리를 용서해 주겠니?"

"아니에요, 아주머니. 그런데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무슨 부탁이든 말해 보렴."

"파트라슈에게 먹을 것을 좀 주세요. 며칠을 굶었거든요."

이 말을 마치자마자 네로는 쏜살같이 달려나가 버렸습니다.
알로아가 불러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알로아의 어머니가 파트라슈에게 줄 맛있는 죽을 끓였습니다.

그러나, 파트라슈는 멍하니 창밖을 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뭔가가 생각났다는 듯이 문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알로아가 큰 소리로 불렀지만, 파트라슈는 계속 달려갔습니다.

파트라슈가 다다른 곳은 바로 성당이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네로는 성당 안의 루벤스 그림 앞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위해 특별히 커튼을 열어 두었던 것입니다.
파트라슈는 쓰러져 있는 네로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파트라슈, 내가 이 그림을 얼마나 보고 싶어했는지 알지? 이제 소원이 이루어졌어. 정말 훌륭한 그림이지, 그렇지?"

다음 날 아침, 성당에 모인 사람들은 어린 소년과 개가 꼭 부둥켜안고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소년이 바로 네로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오, 세상에! 우리가 정말 나빴어."

"조금만 더 네로를 따뜻하게 대했더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사람들은 그제서야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쳤습니다.

네로는 비록 죽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에 따뜻한 사랑을 심어 주었던 것입니다.

그 후, 마을 사람들은 네로를 생각하며 가난한 이웃을 잘 도와 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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