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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뎅이의 여행 / 안데르센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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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뎅이의 여행 / 안데르센

 

임금님이 타고 다니는 말이 금 신발을 받게 되었답니다.
임금님의 말은 아주 훌륭한 말입니다. 빠른 다리를 가지고 있고 긴 털은 멋있게 늘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이 말은 임금님의 목숨이 위태로웠을 때 재빨리 임금님을 태우고 안전한 곳으로 도망가 임금님을 살렸습니다. 그 상으로 금 신발을 받게 된 것입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멋진 금 신발을 신으니 더욱 멋있어 보였습니다.
"정말 멋진 말이야!"
모든 사람이 입을 모아 칭찬했습니다.


임금님의 말이 사는 마구간에는 풍뎅이가 한 마리 살았습니다.
'먼저 큰 말이 상을 받았으니 다음은 작은 내 차례겠지.'
풍뎅이는 임금님의 말이 금 신발을 신게 되었으니 자기도 금 신발을 신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장장이가 임금님의 말에게 금 신발을 신기고 돌아가는데 풍뎅이가 기어왔습니다.
풍뎅이는 가느다란 발을 쭉 내밀고,
"금 신발을."하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장장이는 흘깃 쳐다보았을 뿐 돌아가 버렸습니다.
"쳇, 무례한 놈이로군!"
풍뎅이는 화가 나서 말했습니다.
"나는 이제 이런 곳에는 있기도 싫어!"
풍뎅이는 '붕' 하고 날갯짓을 하여 어디론가 날아갔습니다.


그곳은 여러 꽃이 예쁘게 피어 있는 작은 화원이었습니다.
"멋지지 않아요?"
그렇게 말한 것은 빨간 날개에 검은 점이 박힌 무당벌레였습니다.
"어쩜 이렇게 좋은 향기가 날까요?"
무당벌레는 감탄하며 말했습니다. 하지만 풍뎅이는,
"난 그 정도로는 놀라지 않아. 잘 가."하고 날아갔습니다.
이번에는 푸른 채소밭에 왔습니다. 유채꽃 위에 배추벌레가 기어갔습니다.
"어쩜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울까요?"
배추벌레가 풍뎅이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해님도 비추고 먹을 것도 많고. 한잠 자고 일어나면 나는 나비가 되어 있을
거예요."
"네가 나비가 된다고? 그게 정말이니?"
"나는 거짓말 따위는 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날아 보지 그래? 나하고 같이 날아 보자고."
"그건 아직 무리예요."
"네가 날 수 있다고 말했잖아. 너는 정말 되지도 않을 소리를 하는구나."
풍뎅이는 이렇게 톡 쏘고는 또 날아가 버렸습니다.
  '부부부-붕.'


풍뎅이는 어느 넓은 들판에 털썩 떨어져 그 곳에 누워 있다가 푹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큰일이다, 큰일이야."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습니다.
풍뎅이는 허둥지둥 흙 속으로 달아나려고도 생각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비를
맞으며 엎어졌다가 뒤집어졌다가 흠뻑 젖은 채 물웅덩이를 목숨을 걸고 건너기도 했습니다.
날이 저물어 춥고 배도 고팠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 날 밤은 돌멩이 뒤에서 자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침이 되자, 비는 멎었고 풀섶 위에 개구리가 두 마리 앉아 있습니다.
"아, 상쾌해! 비가 온 뒤만큼 상쾌한 건 없다니까."
개구리가 기분이 좋다는 듯 말하자 풍뎅이는 잔뜩 화가 나서 말했습니다.
"뭐가 상쾌하다고 그래?"
"어?"
개구리 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군요. 이 촉촉하고 상쾌한 느낌을 모르다니, 개굴개굴."
개구리는 이상하다는 듯이 웃었습니다.
"흥, 나는 마구간에 있었으니까 당연해. 안녕."
풍뎅이는 '붕' 하고 날아갔습니다.
이번에 간 곳에는 반쯤 흙에 묻힌 항아리 조각이 뒹굴고 있었습니다.


항아리 속에는 집게벌레 어미 한 마리와 새끼 너댓 마리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곧바로 힘차게 놀기 시작했답니다. 그것은 엄마에게는 큰 기쁨이죠. 그렇지 않아요. 풍뎅이 님?"
"그건 그래요."
풍뎅이는 시큰둥하게 말했습니다.
"저, 풍뎅이 님. 어린 집게벌레도 봐 주세요. 정말 귀엽고 재미있는 아이들이랍   니다."
집게벌레는 언제까지고 아이들 자랑을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새끼 한마리가 집게로 풍뎅이의 수염을 자르려고 했습니다.
"에이, 이런 짓을 하다니"
풍뎅이는 화가 나서 또 날아갔습니다.
얼마쯤 가자 강둑에 온갖 꽃이 화려하게 피어 있는 예쁜 꽃밭이 나타났습니
다.
"가 보자."
풍뎅이는 날아올랐습니다.
꽃밭에 오니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아, 예쁘다. 빨리 시들면 좋겠는데. 내가 좋아하는 거야. 아주 맛있거든."
풍뎅이는 무심코 이렇게 내뱉었습니다.
  "하하하하."
그러자 문득 꽃 뒤쪽에서 벌 한 마리가 크게 웃었습니다.
  "너의 먹성에는 두 손 들었다. 부붕."
벌은 그렇게 말하고 저 쪽 꽃으로 훌쩍 날아갔습니다.
  "야, 풍뎅이다."
어린 아이가 느닷없이 나타나서는 풍뎅이를 잡아 포도나무 잎사귀에 싸더니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굼실굼실, 굼실굼실.'
풍뎅이는 어떻게든 달아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빠져나갈 수가 없습니다.
주머니 속은 뜨뜻미지근해서 배멀미라도 하는 것처럼 메슥거렸습니다.
"형, 나 풍뎅이 잡았어."
"어디, 봐."
풍뎅이는 주머니에서 꺼내져 형인 듯한 조금 큰 아이에게 건네졌습니다.
"형이 재미있게 해 줄게. 잘 봐 둬."
풍뎅이는 낡은 나막신 속에 넣어졌습니다.
나막신에는 가느다란 돛대가 세워져 있고, 종이 돛이 붙어 있었습니다. 풍뎅이는 털실로 묶여서 돛대에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연못으로 가서 풍뎅이를 태운 나막신 배를 연못 물에 띄웠습니다. 여름이지만 물이 파랗고 넓어서 풍뎅이에게는 마치 바다처럼 느껴집니다. 바람이 불면 나막신 배는 출렁출렁 앞으로 나아갑니다.

      풍뎅이
      뱃사공
      어기영차 어기영차

형과 동생은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나 풍뎅이는 무섭기 그지없습니다.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배는 점점 먼 곳으로 흘러갔습니다.
"날씨가 참 좋죠?"
파리 한 마리가 날아와 돛대에 앉아 말했습니다.
"한숨 돌려야지. 햇볕을 쪼이기에 좋은 걸요. 당신도 기분이 좋으시겠죠?"
"그만 둬!"
풍뎅이는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너는 내가 묶여 있는 것이 안 모이니?"
"앗, 정말 그렇네. 휴, 나는 묶여 있지 않아서 다행이야."
파리는 '윙' 하고 어디론가 날아갔습니다.
나막신 배는 언제까지고 그렇게 연못 위에 떠서 이 쪽으로 흘러갔다 저쪽으로 흘러갔다 했습니다.
풍뎅이는 이제 이대로 죽어 버리는가 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저녁 무렵 여자 아이 한 명이 연못가를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연못 가장자리에 있는 나막신 속의 풍뎅이를 발견했습니다.
"아이, 불쌍해라. 자, 날아가렴."
여자 아이는 풍뎅이를 풀 위로 보내 주었습니다. 하지만 풍뎅이는 너무 지쳐있어 날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밤이 되자 이슬이 떨어졌습니다. 풍뎅이는 이슬을 마시고 나니 기운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아침이 되니 날 수 있었습니다. 풍뎅이는 빈 집의 열린 유리창으로 날아들었습니다.
"앗, 마구간이다!"
그 곳은 풍뎅이가 태어난 마구간이었습니다. 임금님의 말이 반짝반짝 빛나는 금 신발을 신고 있었습니다.
"역시 여기가 제일 좋은 곳이야."
풍뎅이가 말했습니다.
풍뎅이는 이제 더 이상 임금님의 말과 같은 금 신발을 신고 싶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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