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와 방언
by 송화은율표준어와 방언 / 성낙수(成洛秀)
까마득한 옛날부터 우리 조상은 고유의 언어를 사용했는데, 이 고유 언어를 일반적으로 한국어라고 하며, 국민의 입장에서는 국어라고 한다. 한국어는 오랜 기간에 걸쳐 한민족(韓民族)이 사용하는 동안에 지역적으로 많은 차이를 나타내게 되었다. 이렇게 차이가 난 말을 방언(方言) 또는 사투리라고 한다. 방언에는 모든 지역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말이 있는가 하면, 다른 지역 사람들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것도 있다.
한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끼리 방언 때문에 서로 의사 소통이 안 된다거나 오해가 생긴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특정 시대, 특정 지역, 특정 계층에서 사용하는 말을 정하여 모든 국민이 배우고 쓸 수 있게 하는데, 이런 말을 표준어라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교양 있는 사람들’이라는 말은 계급적 조건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교양 없는 사람들’의 말은 표준어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지나친 비어나 속어, 유행어 같은 것은 표준어가 될 수 없다. ‘교양 있는 사람들’의 말이라도 일부만 사용하면 안 되고, ‘두루’ 써야 한다는 조건이 들어있다.
‘현대’라는 말은 시대적 조건을 나타낸다 언어는 생명이 있어서 ‘생성, 발전, 소멸’의 단계를 거치는데, 이미 쓰이지 않게 된 말은 표준어가 될 수 없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쓰이고 있는 말이 표준어가 된다. 예를 들어, ‘머귀나무, 오동나무’ 중에서 현대에는 ‘머귀나무’는 쓰이지 않으므로 ‘오동나무’가 표준어이다.
‘서울’은 지역적 조건을 나타내는데, 우리 나라의 수도인 이곳은 문화, 경제, 정치, 교통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쓰이는 말이 전국 방언의 대표가 될 만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말이라도 표준어가 될 수 없는 것이 있고, 시골말이어도 표준어가 되는 것이 있다. 이와 같이 모든 규정에는 예외가 있을 수 있으므로, “원칙으로 한다.”고 하였다.
표준어는 맞춤법이나 표준 발음의 대상이 된다. 즉,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고 하였으며, ‘표준 발음법’은 “표준어의 실제 발음을 따르되, 국어의 전통성과 합리성을 고려하여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하였으니, 올바른 한글 표기와 표준 발음을 하기 위해서도 표준어를 꼭 알아야 함은 물론이다.
표준어는 나라에서 대표로 정한 말이기 때문에, 각급 학교의 교과서는 물론이고 신문이나 책에서 이것을 써야 하고, 방송에서도 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이와 같이 국가나 공공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해야 하므로, 표준어는 공용어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느 나라에서나 표준어가 곧 공용어는 아니다. 나라에 따라서는 다른 나라 말이나 여러 개의 언어로 공용어를 삼는 수도 있다. 전자는 자기 나라 말이 통일이 안 되어서 부득이 다른 나라 말을 공용어로 하는 경우인데, 인도나 필리핀 등이 그러하다. 후자는 여러 민족이 함께 살므로 그들이 언어를 공용어로 인정해 주는 경우인데, 스위스 같은 나라가 이에 속한다. 공용어가 여럿이면 그것을 쓰는 사람들 간에 위화감이 생길 수 있고, 하나의 언어가 다른 언어를 무력화시킬 수 도 있는데, 우리 나라는 민족이나 언어가 하나이니 다행이라 하겠다.
표준어를 정해서 쓰면, 모든 국민이 의사 소통이 원활하게 되어 통합이 용이해진다. 또, 표준어를 통하여 지식이나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문화 생활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교육적인 면에서도 효율적이며, 국어 순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표준어가 아닌 말은 모두 방언이라고 하는데, 방언 중에서 지역적 요인에 의한 것을 지역 방언이라고 하고, 사회적 요인에 의한 것을 사회 방언 또는 계급 방언이라고 한다. 그러나 좁은 의미에서의 방언은 지역 방언만을 의미한다. 지역 방언은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살게 되면서 변이된 것이다. 그러므로 가까운 지역보다는 먼 지역과 방언 차이가 더 크며, 교통이 잘 발달하지 않은 지역이나 옛날에 다른 나라에 속했던 지역 간에도 방언의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우리 나라의 지역 방언은 크게 나누는 방법과 작게 나누는 방법이 있다. 크게는 ‘제주도 방언, 경상도 방언, 전라도 방언, 충청도 방언, 경기도 방언, 강원도 방언’등으로 나누며, 작게는 ‘대구 방언, 목포 방언, 청주 방언, 수원 방언, 강릉 방언’ 등으로 나눈다. 그러나 인접한 지역 사이에서는 이처럼 분명하게 방언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사회 방언은 언어의 사회적 요인에 의한 변이가 나타난 것인데, 대체로 계층, 세대, 성별, 학력, 직업 등이 중요한 사회적 요인이다. 사회 방언의 예를 들면, ‘물개’는 군인들이 ‘해군’을 의미하는 말로 쓰며, ‘낚다, 건지다’는 신문이나 방송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좋은) 기사를 취재하다’ 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방언은 비표준어이기는 하지만, 국어에서 다음과 같이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우선, 표준어도 여려 방언 중에서 대표로 정해진 것이다. 따라서, 방언이 없으면 표준어의 제정이 무의미하다. 예를 들면, ‘무’는 ‘무수, 무시, 무, 무’와 같은 방언 중에서 표준어 규정에 따라서 표준어가 된 것이다.
다름으로, 방언은 실제로 언중들이 사용하는 국어이므로, 그 속에는 국어의 여러 가지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예를 들면, ‘구개음화, 전설 모음화’와 같은 현상이 방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는 한국인이 그만큼 말을 쉽게 하려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방언 속에는 옛말이 많이 남아 있어서 국어의 역사를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옛말에서 쓰이던 어휘가 그대로 쓰이는가 하면, 불규칙 용언이 규칙 용언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 속에서 옛말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아울러 방언은 특정한 지역이나 계층의 사람끼리 사용하므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 친근감을 느끼게 해 준다. 예를 들어, “저 옵서예.”라고 할 때에 이 방언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서 오십시오.”라는 뜻을 금방 알 수 있으며, “잘 가입시다.”라고 할 때에 그 방언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안녕히 가십시오.”라는 의미로 잘 알아듣는다. 이런 말들은 다른 지방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같은 지방 사람들끼리 사용하면 그만큼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
끝으로, 방언 속에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사랑이 들어 있어서 민족성과 전통, 풍습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즉, 신화, 전설, 민담, 민요 수수께끼, 말놀이 등과 같은 풍부한 구비 문학이 방언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들은 과거 우리 조상들의 삶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 준다.
표준어는 우리 나라의 공용어로서 국민의 의사 소통을 원활하게 해 주며, 교육적으로 효율성을 지니고, 국어 순화에도 기여한다. 반면에 방언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끼리 의사소통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지만, 방언만이 가지는 의의와 가치가 적지 않다.
유구한 역사의 바탕 위에 풍부한 문화를 누리는 교양을 갖춘 국민으로서 표준어를 사용하는 것은 의무이며 권리이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에 방언을 사용하는 일도 의의 있는 일이며, 이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일도 게을리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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