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판소리에 대해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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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에 대해

 

. 문체

판소리계 소설은 사설을 문자로 고정시킨 것이므로 문체에서도 공연을 목적으로 했던 사설의 여러 특징이 먼저 눈에 띈다. 단순한 서술체문장에서 보기 어려운 율문적 문장체는 곧 창의 대본이었음을 말해준다. 장편구비 서사시로 사설의 장르를 분류하는 사람도 있지만 워낙 노래를 위한 바탕글에 목적을 두다보니 자연 문장 길이가 짧아지고 3-4음을 기본으로한 리듬이 알맞게 되었다. 문법 구조상 이야기 식의 문장이 되지 못하고 숨의 휴지에 의한 제약과 함께 노래의 율동을 돕고 그 의미를 명료하게 전하기 위해 문장이 짧아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도 또 다른 까닭이었다.

 

판소리 사설은 아니리와 창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아무래도 창의 부분에 율문이 많이 들어가고 아니리 부분은 산문 위주로 처리될 것이나 자세히 보면 아니리 부분도 산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율문에 더 가깝게 되어있다. 이는 판소리 소설에 와서도 달라지지 않는다.

 

아울러 판소리계 소설은 여러 삽입가요를 아주 풍성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여러 양식의 복합수용체라는 느낌마저 준다. 그런데 바탕글조차 율문 위주로 흐르다보니 어떤 시가 형식이 삽입되더라도 그리 낯설게 보이지 않는다.

또한 판소리계 소설은 의성어 의태어가 고스란히 채록되어 있어 다른 국문소설 한문소설 혹은 번역소설에서 맛보기 어려운 독특한 감칠맛을 느끼게 한다. 이런 부분은 개인의 독서 때보다도 강담사 강독사 같이 여러 청중을 대상으로 읽어줄 때 한결 그 감칠맛이 높아졌을 것이다.

 

. 수사와 시제

수사법에서 판소리계 소설은 감탄법, 나열법, 중언법에다 직유나 은유를 매우 빈번히 쓰고 있다. 굳이 말을 고르지 않고 일상의 구어를 그대로 받아들이다보니 이야기가 외설스럽게 흘러갔고 천하고 거친 말이나 사투리가 걸러지지 않은 채 그대로 문장 속에 들어와 독자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사라진 조선후기 민중의 말과 삶을 판소리 소설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음은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판소리소설에서 시제는 거의 현재진행형으로 처리된다. 과거시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소설일반이 과거시제를 선호하는 것에 비길 때 큰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이 역시 판소리 연행이 공연성과 현장성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판소리 연행은 출연자나 관객에게는 오직 특정공간에서 벌어지는 <현재>, <여기>에서의 일이므로 그 공연의 자취인 사설 소설 역시 현재진행형으로 된 것이다.

 

2. 시점과 화자

화자는 서술을 중간에서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작품 중에 숨어있는 객관적 인물이다. 작중인물과 그들을 둘러싸고 빚어지는 사건 상황의 전개는 물론 설명과 묘사까지도 화자가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달려있다. 판소리 소설에서 화자는 전지전능한 입장에서 이야기를 엮어나가지만 느닷없이 그 화자가 얼굴을 드러내고 사적인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줄거리가 흐름이 단절되는 것은 물론 자칫 내용에 있어서도 신뢰성을 잃을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소설과 달리 판소리소설에서 화자는 창을 직접 부르는 광대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 김승호,판소리와 판소리계 소설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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