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파우스트(Faust:1831) / 괴테 / 해설 및 줄거리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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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Faust:1831) / 괴테 / 해설 및 줄거리

  해설
  "파우스트"는 종교 개혁 시대의 산물인 독일의 파우스트 설화를 소재로 하여
괴테가 그 풍부한 삶에 대한 사색과 감정을 결정화한 2부작의 극시이다.
  그가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는 그가 어렸을 때 어떤 사람한테서 파우스트의
인형극 장난감을 선물로 받은 일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 인형에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그 조종술을 배워 그 재주를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여 주는 것에 대한
대단한 즐거움을 느꼈다고 한다. 이와 같이 극의 소재는 인형극 공연을 보게 된
뒤 그에게서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파우스트의 전설을 소재로 한 편의 희곡을
써 보겠다고 구상이 싹트기 시작한 것은 1770년 그가 20세 청년이었던
시절이었다. 1774년에 쓰기 시작하여 제2부가 완성된 것은 그가 죽기 8개월 전인
1831년 7월로 82세 되던 해였다.


  "파우스트"는 근 60년 간에 걸쳐서 청년기의 정열과 예술성 노년기의 지혜가
담긴 그의 인생과 더불어 성장한 사람의 기록이다. 그가 살아 있었을 때 이 극이
발표된 형식을 보면 "단편 파우스트"(1790), "파우스트 제1부"(1803), "파우스트
중간곡"(1827) 등이었다. 그런데 "파우스트 제2부"를 쓰고 난 후 괴테는 그것을
함 속에 봉인하여 두었다. 그 작품이 그 시대에 갈채를 받지 못할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세계적인 걸작은 그가 죽은 다음 발표되었던 것이다.
  2부에는 그 시대의 자연관과 철학 사상이 상징과 비유로 곳곳에 삽입되어
있으므로 이해가 어렵다.


  그가 이 작품의 소재로 오랫동안 깊이 간직하고 자기만의 독자적인 세계에서
치밀한 구상을 세웠기 때문에 그의 원고에는 정정한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고
한다.


  "파우스트"가 독문학에 있어 고전 중의 고전으로서 성서와 같이 중요시 되고
주인공 파우스트가 독일인의 전형으로 이해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파우스트 전설
  "파우스트"의 소재가 된 것은 15세기에서 16세기에 실제로 살아 있었다는 요한
파우스트라는 마술사의 방랑 행각기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 근거가 매우
희박하고 아마도 실존 인물인 요한 파우스트의 이야기에 여러 가지 흥미 있는
마술 이야기를 덧붙여 만들어 낸 전설의 집대성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오래 된 1587년에 괴테의 출생지인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서 출판된 책에 의하면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파우스트는 바이마르 근방인 로다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뷔텐베르크에
있는 친척집에 가서 그 곳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여 신학 박사가 되었다. 그는
원래 머리가 예민하고 노력과 향상력이 강하여 만족을 모르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 의학을 연구하여 의학 박사가 되었으며 수학과 천문학을
연구하고 마술에까지 손을 대어 천지 만물의 근원을 탐구하려 했으나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함을 깨닫고 이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불러내는 데 성공하여 계약을 하게 된다. 파우스트는 한밤중에
숲 속에 가서 마술로 악마를 불러내는 데 성공하여 계약을 제안하지만 마왕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한다. 악마가 마왕의 허가를 얻어서 파우스트는 24년 간
악마의 힘을 빌려 자기의 모든 욕망을 만족시키며 그 동안 메피스토가
파우스트의 시종이 되어 봉사를 하는 대신에 파우스트는 신을 배반하고
그리스도의 적이 되어 두 번 다시 신에게로 돌아오지 않으며 24년 후에는 그의
영혼을 악마에게 판다는 조건으로 혈약을 맺는다. 혈약을 맺을 때 피가 흘러
"Ohome fuge!"(인간이여 피하거라)란 글자가 나타난다.


  계약 후 8년 간은 여러 가지 기괴한 일이 일어나 뷔텐베르크에 있는
파우스트의 집에서 보낸다. 그러는 동안에 파우스트는 향락 생활에 욕심이 생겨
여자와 결혼할 것을 원하나 메피스트펠레스는 모든 수단을 다하여 단념시키고
만다. 향락과 타락은 악마의 본령이지만 결혼이 루터 주의적 관념에서는 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에게 천국과 지옥
이야기를 해 주고 드디어 여행을 떠난다. 그들은 천국과 지옥을 구경하고 로마
교황의 궁전을 방문하고 콘스탄티노플에도 갔으며 황제 카를 5세 앞에서
기기묘묘한 마술을 연출한다. 8년 간의 여행을 끝마치고 고향인 뷔텐베르크에
돌아온다. 이와 같은 공중 여행에 사용한 것은 날개가 돋친 말과 악마의 외투인
것이다.


  그는 집에 돌아와 이웃에 살고 있는 경건한 의사로부터 마음을 돌릴 것을 충고
받고 과거를 후회하며 악마와의 계약을 파기할 것을 결심하나 악마의 반대로
실패로 돌아가고 또다시 관능과 육욕의 향락 생활에 빠져서 절망적인 마음의
상태를 잊어버리려 한다. 파우스트는 지난 날 뷔텐베르크 집에서 학생들의
연회가 있었을 때 어느 학생이 세계 최고의 미인인 그리스의 헬렌이 보고
싶다하여 마술로써 헬렌을 나타나게 해 보인 일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고 이제
다시 헬렌에 대한 열망이 솟아올라 메피스트는 어쩔 수 없이 이 열망을 풀어
준다. 파우스트와 헬렌 사이에 열렬한 사랑이 맺어지고 두 사람 사이에는
아들까지 태어나게 된다. 이 아들은 조숙하고 예언력을 가지고 있는 신동이어서
두 사람은 매우 기뻐했으나 이미 24년이란 계약의 기한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선고 받은 사형수처럼 자기가 저지른 죄로 인하여 슬퍼하고 후회하며
통탄하였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마지막 날 저녁을 그는 친구들 학생들과
근방의 림릿히에서 보내고 그들에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경고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가운데서 사멸하고 그의 영혼은 영원히 악마의
소유가 되어 버린다. 그가 죽은 후 헬렌과 그의 아들도 없어져 버리고 만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다른 설화가 있으나 보편적인 전설을 여기에 소개했다. 이
이야기의 근본 사상은 결국 15세기를 전후해서 민간에 널리 행하여지고 있었던
마술 신앙이 기독교 그 중에서도 특히 루터교에 위배된다는 것을 명백히
나타내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중에서도 특히 루터교에 위배된다는 것을 명백히
나타내고 있을 뿐 아니라 마지막에 가서는 루터교의 승리를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약전
  괴테는 1749년 8월 28일 라인 강변의 프랑크푸르트 시에서 출생하였다. 부친은
법학사의 학위를 가졌으면서도 재봉사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관리로 채용되지
못했으나 부유했기 때문에 명문가였던 시장의 딸과 결혼하여 나중에는 독일 황제
카를 7세로부터 궁중 고문관의 칭호를 얻어 당시의 최고 인사들과 같은 지위에
몸을 두게 되었다. 어머니는 겨우 18세에 괴테를 낳았다. 어머니는 나이 차이가
심하고 까다롭고 엄격한 성격을 가진 남편 때문에 괴로움을 받았으나 보기
드물게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을 가진 부인이었으며 언제나 낙천적이며 희망과
기쁨과 신에 대한 신앙을 잊지 않았다.


  "어머니에게서는 기질과 인생에 대한 진지함을 그리고 어머니에게서는 쾌활한
성격과 풍부한 상상력 그리고 문학적인 재능을 물려받았다"


  이렇게 괴테는 그의 훌륭한 모친에 대한 감사와 애정을 작품에 담았으며
모친은 아들이 성장한 뒤에도 창작의 의논 상대가 되어 아들의 모든 작품을 읽고
비평을 해주었다고 한다. 특히 "루레의 왕"이라는 시를 여러 사람들에게
합창으로 들려달라고 한 후에는 오른손을 가슴에 대고
  "이 시인을 낳은 사람은 나야!" 하며 자랑했다고 한다.


  괴테는 대학 재학 중에 우연히 식당에서 알게 된 케트헨이라는 처녀와 깊이
사랑을 하게 되었다. 대체로 괴테의 인간으로서의 성숙과 도전에는 여성이 않은
영향을 주었는데 그와 교제한 여성을 논하지 않고 그의 시와 생애를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병이 들고 나서는 신비주의와 연금술을 가까이 하였으며 어머니의 친구인
노처녀 그레텐베르히 양으로부터 신에 대한 관념 등에 대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 때에 질풍노도운동(Sturm und Drang)의 중심 인물인 헤르데르와 친교를 맺게
되고 마을의 목사의 딸 프리데리케와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1771년에는 법률가가 되어 고향에서 변호사를 개업하였으나 헤르데르에게서
문학의 새로운 세계를 배우고 목가적인 프리데리케와의 사랑으로 터져 나온
왕성한 창작열은 불과 6주일만에 "괴츠 폰 베르리힌겐"을 쓰게 하였다.
  1772년에 베츨러의 제국 고등 법원에 사법 사무 견습을 가서 친구
케스트네프의 약혼자인 샤 롯테 붓프를 사랑하게 되었다. 한때 유럽 여러 나라에
소위 베르테르 열풍을 일으킨 유명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이 때 체험한
사랑을 고백한 서간체 소설이다.


  샤 롯테는 15세의 쾌활하고 총명한 처녀로서 미래의 남편인 외교관보다 16세나
나이가 어렸다. 케스트네프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결코 미인은 아니었으나
괴테가 좋아하는 타입의 여성이었던 모양이다. 케스트네프가 부재 중에 괴테는
자제할 수 없는 연정에 그만 새 롯테에게 키스를 하고 말았다. 이 때 샤 롯테는
괴테에게 자기에게 우정 이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말라며 거절을 했고 괴테는
마치 얻어맞은 것처럼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고 한다. 샤 롯테는 약혼자가
돌아왔을 때 이 사실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것은 케스트네프 자신이 샤 롯테의
말을 들은 대로 담담하게 자신의 일기 속에 써 놓았던 사실이다.


  다행히도 케스트네프가 침착하고 고결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문제를 원만하게
처리하여 세 사람이 다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고 위험한 삼각 관계로부터
벗어날 수가 있었다고 한다. 그 후 이 세 사람은 아름다운 교제를 계속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괴테는 이 사랑을 단념하지 못하고 자살까지도 생각한 일이
있었으나 친구들을 괴롭히지 않으려고 두 사람에게는 내색하지 않은 채 혼자서
감당하였다.


  샤 롯테에 대한 사랑을 끝내 잊을 수 없어 글로 표현한 것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인데 전작 "괴츠"와 더불어 이 두 작품은 독일뿐 아니라 전 유럽에 그의
이름을 널리 알렸으며 동시에 독일 문학의 존재를 전세계에 알리게 하였던
것이다. 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나폴레옹도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되풀이
애독하였다고 하며 그 후 모방작까지 나오고 멀리 중국에서도 그릇과 부채에
베르테르와 롯테를 그렸으며 베르테르가 자살할 때에 입었던 푸른 상의와 노란
조기와 바지를 당시의 청년들도 입고 자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1781년에 그는 총리 대신이 되어 바이마르 공화국 안의 정치 외교의 중심
인물이 되어 활동하였으며 이른바 시트름 운트 드랑 운동의 중심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공국의 내정과 외교가 안정되자 예술적 열정이 다시 되살아나 관직을
떠나 여행을 했다고 한다. 이 여행은 그에게 정치가가 아닌 시인으로 설 결심을
하게 했다. 여행 중에 괴테는 공직 생활에서 해방된 자유의 생활을 즐긴 동시에
바르고 아름다워 품위가 있는 고전 예술의 극치와 남방 풍경의 아름다움에
접하여 고전주의 예술 원리를 확립하였으며 평생 동안 그 소신을 바꾸지 않았다.
1788년 귀국한 그는 예술과 과학의 연구를 일생의 과업으로 정하고 정무에서는
물러나 다만 궁정 극장의 감독과 예나 대학의 지도에만 종사하였다.


  1794년에 실러와의 친교가 시작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슈레겔의 형제
철학자 피히테 쉘링과도 교류하여 영향을 받았다. 실러와의 깊은 우정은 독일
문학 사상에 특기할 만한 사실이었으며 두 시인의 협력은 독일 문학 운동의
융성에 크게 기여하였다. 서로 상반되는 특성을 지녔으면서 최고의 수준에
도달한 두 시인의 서로에 대한 존경과 우정은 어디에서도 그 예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괴테는 1797년 제3차 스위스 여행에서 '빌헤름 텔'의 사적에
흥미를 느껴 자료를 수집한 후 희곡을 쓰려고 하였으나 이것을 실러에게
양보하여 그로 하여금 유명한 희곡을 창작케 하였다. 그리고 공동으로 시평
"구세니엔"의 시를 짓기도 하고 경작도 하여 많은 담시도 지었다.


  이 두 시인의 제휴는 또한 독일 연극사상에도 신기원을 이루었는데 실러는
희곡을 쓰거나 다른 사람이 쓴 희곡을 각색하였으며 괴테는 주로 연출의 지도에
종사하였다.


  1805년 실러가 병사했다는 비보는 괴테를 절망 속에 빠트렸으며 "나의 반신을
잃었다"고 탄식케 하였다. 현재 독일 공화국의 신헌법 제정 의사당으로 선정된
바이마르 국립 극장의 전면에는 두 시인이 서로 손을 잡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조각한 유명한 입상이 있다.


  실러가 죽은 뒤 나폴레옹 전쟁은 그를 더욱 암담케 하였다. 바이마르 공화국도
나폴레옹의 침입으로 말미암아 심각하게 동요되었다. 1808년 10월 나폴레옹이
에르누르트에서 4명의 국왕과 34명의 대공과 함께 회의할 때 괴테는 아우그스트
공을 시종하게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나폴레옹은 곧 이 유명한 시인을
초대하였다. 그가 일대의 영웅인 황제의 방에 들어갔을 때 나폴레옹은
고관들에게 둘러싸여 조찬을 하고 있었다. 황제는 괴테를 가까이 불러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더니
  "보라! 이 사람을!" 하고 부르짖었다. '이 사람이야말로 참다운 사람이다'라는
뜻이었으며 괴테에 대하여 이 이상 적확한 비평이 없다는 것이 모든 비평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그리고 나폴레옹은 그에게
  "몇 살이 되십니까?" 하고 물었고 괴테가
  "60세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참으로 건강하십니다. 귀하는 독일 제국의 극시인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괴테와 한 시간 이상을 그의 작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이 작품은 나폴레옹의 청년 시대의
애독서로서 그는 그것을 모방하여 소설을 쓴 일까지도 있었다고 한다.
  수 년 후 나폴레옹은 바이마르 대공에게 궁정 배우를 인솔하게 하여 볼테르의
"시저의 죽음"을 상연시켰다. 연극이 끝나고 무도회가 개최되었을 때에 그는
괴테를 가까이 불러
  "진실한 희곡은 황제에게나 백성에게나 좋은 교육이 됩니다. 귀하께서
베르테르보다 더욱 위대한 시저의 죽음도 써 주었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하며
파리로 오면 우대하겠노라고 권하였으나 괴테는 파리로 가지 않고 바이마르에
머물러 있었으며 시저의 죽음에 대해서도 쓰지 않았다.
  "파우스트"를 완성한 지 얼마 안 되는 1832년 3월 22일 오전 11시 30분에
84세의 고령으로 안락 의자에 기대 앉은 채 이 시성은 세상을 떠났다. 죽기
직전까지도 이야기를 하였으며 중도에 말이 끊어지면 문자로라도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려고 공중에 손을 내저어 쓰는 시늉을 하였으며 그것도 여의치 못하자
자기의 무릎 위에다 글씨를 썼다. 그의 노년에 그가 항상 귀여워했고 자기를
진심으로 섬겨 주었던 며느리에게
  "악수를 하자"고 말한 것과 청지기에게
  "방 안에 더 많은 빛이 들어 오도록 창을 열어라"한 것이 이 위대한 인물의
최후의 말이었다


  그는 혈육이 다 죽고 없었으므로 며느리 옷타리에의 이름으로 사망 통지서를
내게 되었고 26일 오후 5시에 장엄한 의식으로써 바이마르 대공가 역대의 영묘
안에 있는 실러의 무덤 곁에 묻였다.


  1932년은 괴테의 사후 백 년 되는 해였는데 3월 22일부터 4월 5일에 걸쳐
독일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는 다양하게 괴테 백년제 강연과 연극
전람회 등을 성대히 개최하였다. 이것을 보더라도 괴테가 세계의 문화 문학 연극
과학에 미친 지대한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괴테에 대한 전기 연구의
왕성한 열기도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살아 있을 때부터 열렬한 찬미자들에
의하여 성인으로까지 높이 받들어졌던 괴테가 몇천 년 후에는 그리스의 신과
같은 존재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으리라는 것을 누가 의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는 독일어와 독일 문학을 창조하였으며 독일 사상을 집대성하여 후일 독일의
정치적 통일의 터전을 닦은 위인일 뿐만 아니라 시적 상상과 풍부한 창작력
건전하고 심오한 사상 형식의 우아한 아름다움과 자연스러움 등 모든 것을
구비한 점에서 단연 독보적인 존재일 것이다.



  줄거리


  하늘의 서곡


  이 극시의 줄거리는 천상의 서곡으로부터 시작된다. 첫머리에 중세기 사람들의
기독교적 사상에 의거한 천국의 광경이 전개된다. 우주 만물의 창조주인
하느님은 높이 옥좌에 앉아서 천사의 무리를 알현하고 있다.
  악마인 메피스토펠레스도 천사와 똑같은 하느님의 부하이므로 이 알현에
참가한다. 모든 것을 부정하고 파괴하는 악마는 창조의 하느님과는 상반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나 대등한 세력을 가지고 대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천사와
같이 부하로서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활동하는 것이다. 하느님이 악마라는
파괴적인 방해자를 부하로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절대적인 안식을 염원하면서
유혹에 빠지기 쉬운 인간의 정신에 자극을 줌으로써 인간을 더욱 성숙시키기
위함이다. 악마는 인생의 역사는 모두 실패이며 무의미한 것이고 인간은 천지
창조 때와 조금도 다름없이 참담한 것이라고 말하고는 천사가 부르는 찬미의
노래를 비웃지만 하느님은 인간이 실패 속에서도 하느님이 부여한 고상한 본성
즉 진리를 향하여 매진하는 본성이 작용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성서의 야고보서에서 야곱의 인격에 대하여 하느님과 악마의 싸움이 일어나는
것과 같이 이 곳에서도 파우스트의 인격에 대하여 하느님과 악마 사이에 대립이
있다. 악마는 파우스트를 악한 길로 유인하여 영혼을 타락시킴으로써 속세의
온갖 쾌락에 빠지게 할 자신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느님은 이에 대하여 악마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항상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는 파우스트를 본성의 뿌리까지
타락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선량한 인간은 비록 내부의 충동에 의하여 여러 가지 미로에 빠져드는 일이
있어도 그리하여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바른 길을 망각해 버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악마는 자기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파우스트를
통하여 증명하고 싶으니 파우스트의 인생을 자기에게 맡겨 달라고 청하여
하느님의 허락을 받는다.


  악마가 제안한 이 내기를 하느님이 승낙한 것은 이미 승패의 판결을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우리들에게는 파우스트 역시 대다수의 인간들처럼 인간 고유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약점으로 말미암아 악마의 손아귀에 떨어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일어난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파우스트의 일생의 경로를
서술한 희곡 "파우스트"의 내용이 보여 주고 있다.

  -제1부-
  파우스트는 오랜 세월 속세를 떠나 곰팡내 나는 고딕 식의 서재에 파묻혀
철학, 의학, 신학 심지어는 마술 연구에까지 몰두하여 학식에 있어서는 그를 따를
사람이 없을 만큼 대학자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심오하고 폭넓은 지식으로도
만족과 행복을 얻을 수가 없었다. 그는 대우주의 법칙을 파악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의 한계와 무능을 한탄했다. 그는 이미 인생에 지친 노인이었다. 자기의
생명이 이미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고 한계에 도달한 학문을 위해서 인생의
모든 것을 희생해 버렸음을 생각하며 절망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더욱 괴로운 것은 지식의 한계보다도 학자로서의 삶이 부질없다는데
대한 불만인 것이다. 어떠한 지식이나 기계도 자연의 신비를 여는 열쇠가 못
된다는 걸 깨닫고 학문을 위하여 일생을 바친 것을 후회하면서 그는 이제 지상의
향락을 누리려고 한다. 즉 학문의 부자연으로부터 자연에 돌아가려고 한 것이다.
그래서 자연 과학의 영역에 있어서의 미신 즉 마술에 몸을 맡기고 주문을 읽어
인간과 교섭을 하며 인간과 유사한 영인 지령을 불러내어 우주의 진리를
간파하고 집요한 지식욕과 향락에의 욕구를 만족시키려고 하였다. 파우스트는
천국도 지옥도 아닌 지상에서의 만족을 구하였기 때문에 지령의 힘을 빌리려 한
것인데 대지의 아들인 그로서는 너무나 위대한 지령을 이해할 수가 없었고 지령
또한 그를 외면하였다.


  파우스트가 지령의 음성을 듣고 당황하고 있을 때 이상도 없이 지식만을
탐하고 있는 현학적인 그의 조수 와그너가 잠옷을 입은 채 들어와 학문에 대한
이야기로 파우스트가 영혼에 대하여 사색하고 있는 것을 방해한다. 그는
와그너를 보자 다시 불쾌해져서 소리를 질렀다.


  "학자 그 중에서도 역사가는 쓰레기이다!" 하고 호되게 꾸짖어 돌려 보냈다.
  홀로 남은 파우스트는 고독과 회의 인생에 대한 갈증으로 절망한 나머지
정신의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하는 육체로부터 빠져 나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영혼이 되어 우주의 진상을 보기 위하여 자살을 결심한다. 그는 독약을
마시면 모든 고통이 사라지고 새로운 세계로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독약을 입에 대려는 순간


  "그리스도 부활하셨네!" 하는 부활절의 합창 소리와 함께 교회의 종소리가
멀리서 은은히 들려왔다. 이 소리는 신을 믿지 않는 파우스트에게 신의 은혜를
믿고 찬미가를 부르면서 숲이나 들을 헤매어 다니던 어린 시절의 옛 추억을
환기시켜 주었다. 더구나 그 노래의 고운 음률은 파우스트의 늙은 가슴 속에
순진하던 소년 시절의 동경을 소생시켜 마침내 자살을 단념하게 되고 만다.


  그는 와그너와 함께 밖으로 나가 고운 옷차림을 하고 봄날을 즐기는 시민 학생
군인 직공 노인 소녀 거지들의 무리에 섞여 교외를 돌아다니며 향락의 모습을
바라본다. 즐겁게 춤추는 농부들 가운데서 그에게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노인
한 사람이 파우스트를 발견하고 인사를 하며 술을 권하여 그도 그 순간에는
유쾌한 기분이 되어 어울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곳을 떠날 때에는 다시
와그너를 향하여 인간의 지식이 무용함을 한탄한다. 석양을 바라보며 지상에
대한 집착과 높은 하늘에 오르고 싶은 마음의 갈등으로 더욱 새롭고 풍부한
내용의 생활을 구하려 한다.


  이는 그가 유혹 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 때 해가 저물고 있었는데
어둠 속에서 검은 개 한 마리가 나타나서 파우스트의 뒤를 따라왔으므로 그는 이
개를 서재로 데리고 온다. 파우스트의 가슴에 또다시 이성과 희망이 솟아나 그는
성서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요한 복음을 독일어로 번역하려고 한다. 그러자
서재 안으로 들어온 검은 개는 짖어 대면서 방 안을 돌아다니더니 이상스럽고
불안한 태도를 보이므로 파우스트는 이 짐승이 어떤 영혼이 둔갑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영혼을 불러내는 주문을 읽어 보았으나 하등의 효험이 없다. 그래서
악마가 두려워하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보여 주자 개는 점점 변해서 금실로
수놓은 빨간 저고리에 새털을 꽂은 모자를 쓰고 긴 칼을 찬 귀공자가 되어
나타났다. 검은 개는 악마 메피스트펠레스의 변신이었던 것이다.


메피스토펠레스라 함은 '빛을 싫어하는 자' 즉 악마라는 뜻이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와 악마의 본체 등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그를 달콤한 말로 유혹하려고 한다.


  그는 파우스트에게 그가 이 세상에 생존하고 있는 동안에 원하는 모든 희망과
향락을 성취시켜 주는 대가로 그가 죽은 뒤 그의 영혼을 지옥으로 에리고 가는
계약을 하자고 제안한다. 파우스트는 그의 유혹과 지식에 대한 혐오의 마음에
자포자기가 되어 고민을 잊어버리는 향락에 도취하여 보려고 쾌히 이를 승낙하고
영원히 영혼을 파는 증서에 혈관을 찍어 주었다.


  그는 악마를 종복으로 하여 자유로이 부리고 그 마법을 이용하여 인간의 기쁨
및 슬픔을 맛보고 또한 자신의 자아를 인류의 자아에까지 확장하여 세계의
근원을 규명하려는 초인적인 욕구를 관철하려는 것이었다.


  계약이 성립되자 둘은 악마의 외투를 타고 세계 여행 길을 떠났다.
  악마는 파우스트의 영혼을 파멸의 구덩이에 떨어트리기 위하여 먼저 그를
공상의 세계로부터 끌어내려고 하였다. 그렇게 해서 현실의 추악한 진상을 보여
주면 그도 향상적인 노력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믿으며 그 쾌락의 세계를
보이기 위하여 그를 데리고 온 곳은 라이프치히에 있는 아우에르바하의 지하실
주막에서 활기에 찬 대학생들이 주연을 베풀고 있는 곳이었다. 악마는 마술로
만들어 온 술을 타락한 그 대학생들에게 먹여 만취해 있는 광경을 보여 주었으나
냉철한 학자인 파우스트의 도덕성은 마비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에게 젊어지는 약을 먹이려고 산중에 사는 마귀 할멈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는 요술에 흥미를 갖고 있지 않았으나 마귀로부터 이상한 액체를
받아 마시고 일정한 의식을 마치자 마약의 효능이 현저히 나타나 노쇠하여
구부러진 그의 몸은 한 서른 살쯤으로 젊어져서 이제까지 몸 한 구석에 잠자고
있었던 정욕이 발동하여 악마의 마법에 의하여 거울에 비친 절세의 미인을 보자
마음이 황홀해지며 추잡한 감정이 일어났다. 악마는 기뻐하며 그레첸이라는
16세밖에 안되는 순결한 처녀를 그에게 접근시켜 육욕으로써 그를 타락시키려고
하였다.


  파우스트는 교회에서 돌아오는 그레첸을 길거리에서 본 뒤로는 꿈 속에서도
그의 미모를 잊을 수가 없어 악마에게 자기의 소원을 성취시켜 달라고 졸라댔다.
어느 날 밤 그 처녀가 이웃집에 놀러 나간 틈을 타서 그는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안내되어 처녀의 방에 침입하였다. 아담한 처녀의 침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들뜬 사랑의 꿈에 잠겨 있다가 악마에게 들고 오게 한 보석이 든 조그마한
상자를 쇠로 잠겨진 옷장 속에 몰래 넣어 놓고 밖으로 나와 버렸다.


  집에 돌아온 그레첸은 파우스트가 두고 간 보석과 장신구를 발견하고 이제까지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그것을 보여 주기 위해 어머니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렸다. 그레첸은 옷을 갈아입으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얼굴을
들여다 보고 즐겁게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원래 정직하고 신앙심이 두터운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는 상의한 끝에 누가 준 것인지도 모르는 이상한 선물을
가질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교회에 다 바치고 말았다.


  이것을 안 파우스트는 다시 새로운 장신구를 보내고 그 옆집에 사는
마르테라는 여자를 매수하여 처녀에게 접근하려고 하였다. 처녀는 새로운 보석이
옷장 속에 들어있는 것을 보고 놀라면서 마르테를 찾아가서 어머니에게 보석을
보이면 또 교회에 바칠 것이니 비밀로 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 때 낯선 사나이가
찾아왔다. 그는 메피스토인데 마르테를 아름답다고 칭찬하여 비위를 맞추고
마르테의 남편이 이탈리아에서 매독으로 죽은 것을 알리러 왔다고 하며
마르테에게 추파를 던진다. 본래 남편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던 마르테 부인은
처음에는 눈물까지 흘렸지만 악마의 유혹에 점점 끌려 들어가서 남편의 사망증을
손에 넣어 자유로운 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악마는 계획대로 그의 남편의
죽음을 목격하였다는 자기의 친구를 증인으로 세우고 증서를 만들기로 하였다.
  그 날 밤 파우스트를 증인으로 세울 자기의 친구로 가장 시키고 마르테의 집을 
찾아가서 소개한다. 이리하여 두 쌍의 애인이 맺어졌다


  메피스토와 마르테의 사랑은 순간의 물거품과 같은 사랑에 불과하였으나
파우스트와 그레첸(마가레테의 애칭인데 본서에서는 이렇게 부른다)과의 사랑은
희열에 넘치고 순수한 사랑이었다. 순결한 소녀의 감화에 의하여 파우스트의
난폭한 정욕이 순결한 사랑으로 변화된 것이다. 둘의 사랑은 마음과 몸의 모든
기능을 정화시키는 것 같은 순수한 것으로 파우스트는 그레첸의 순진하고 고상한
감정을 사랑했으며 그레첸은 파우스트의 높고 심원한 지성을 존경하였다.
  이와 같이 두 사람 사이에는 순결 무구한 사랑이 이루어졌으나 대망을 품고
있는 파우스트는 이 처녀와 결혼하여 가정이라는 굴레를 만들기를 원치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이 처녀를 일시적 쾌락의 대상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더욱 못할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 처녀를 잊어버리기 위하여 심산 유곡으로 몸을 피하여
대자연을 즐기게 되었는데 집요한 악마는 그 곳까지 쫓아 와서 그레첸이 그에
대한 연모로 비탄에 잠겨 있다고 유혹한다. 마음 속에 아직도 미련이 남아 있던
파우스트는 그의 유혹에 못 이겨 다시 산에서 내려와 열정에 몸을 맡기고 만다.
그레첸의 파우스트에 대한 애정은 더욱 깊어졌다. 이상한 세계가 그녀에게
펼쳐졌다. 격렬한 연모의 마음이 얼음이 녹은 후의 냇물과 같이 충만해져서 현실
세계의 모든 것을 멀어지게 했다.


  이제 그녀에게는 어머니도 형제도 없었다. 자기 자신마저도 잃었다. 매일
마르테의 집 뜰에서 밀회를 하며 육욕과 쾌락에 도취하였다.
  "내가 만일 새라면!" 하고 노래만 종일토록 부르면서 그의 곁에 있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을 만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신앙심이 깊은 그레첸은
파우스트가 그렇게도 순결한 마음을 가졌으면서도 신을 믿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신앙을 권유하였다.


  "그런 것은 아무런 문제도 될 수 없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피와 살도 아끼지 않습니다" 하고 파우스트가 대답했지만
그레첸에게는 그가 기독교 신자가 아닌 것이 하나의 커다란 죄인 것처럼
느껴졌다.


  어느 날 그레첸은 물을 길러 샘터에 가서 여인들이 하는 얘기 속에서 근처에
사는 여자가 남자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기의 일인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그녀는 교회 안에 있는 돌담으로 만든 감실의 마리아
상에 꽃을 꽂고 자기의 타락한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면서 구원을 빌었다.
  그러나 그들은 한 걸음 한 걸음 타락의 심연으로 빠져 들어갔다. 사랑에
맹목적인 그레첸은 밀회의 방해가 되는 어머니를 잠들게 하기 위하여 수면제를
파우스트에게서 받아 어머니에게 먹인 후파우스트를 자기의 방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그레첸의 오빠인 발렌틴은 누이 동생을 지극히 사랑하며 아끼고 있었으나
뜻밖에 그레첸에 대한 추문을 듣고 분개한 나머지 성급한 군인 기질이 발동해서
누이를 찾아 다니는 그놈을 붙들어 욕을 보이고 혼을 내려고 가만히 숨어서 망을
보고 있었다. 이 때에 파우스트가 악마와 함께 몰래 침입해 들어와 창 밑에서
기타를 치며 그레첸을 유인하려는 것을 보자 그는 어둠 속에서 뛰어나와 칼을
빼들고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발렌틴은 불의의 습격을 피하려고 빼어든
파우스트의 칼에 그만 무참히 피살되고 말았다.


  기쁨은 순간이었다. 청춘의 환락은 한순간의 꿈처럼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
쾌락은 그레첸의 가슴 속에 깊은 상처를 새겨 놓았다.


  그녀가 파우스트에게서 받아 온 수면제는 애인을 만나고 싶은 생각만으로
어머니에게 먹인 것인데 너무 분량이 많아서 어머니는 그만 죽고 말았다.
교회에서는 죽은 두 사람의 미사가 거행되었다. 그레첸은 오르간의 음률과 합창
소리를 들으면서 자기를 책망하는 악령에게 갖은 고초를 당한 끝에 여러 사람의
면전에서 졸도한다.


  파우스트는 자기의 죄를 자각하고 한시도 그 곳에 머물러 있을 수 없어서
악마에게 이끌려 하르츠 산중의 부록켄 산으로 도망하였다.


  그 때는 마침 매년 봄 전세계의 마녀들과 악마들이 집합하여 대연회를
개최하는 발푸르기스 축제인 5월 초하루 밤이었다. 그는 마녀들의 소란스런
축연 속에서 기분을 돌려 그레첸을 잊어버리려고 애썼지만 헛수고였으며 시간이
경과될수록 그에 대한 연모의 마음은 더욱 깊어질 뿐이었다.


  한편 어머니와 오빠를 사랑 때문에 잃어버리고 사랑하는 애인마저 산 속으로
도망을 갔는데 그와의 불의의 씨는 그레첸의 뱃속에 잉태되어 햇볕으로 나왔다.
그레첸은 기막히는 죄의 가책에 드디어 발광하여 제 손으로 아기를 물 속에 던져
죽게 하고 정처없이 방황하다가 결국 붙잡혀 살인죄로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의 지혜를 빌려 밤을 이용하여
마법의 검은 말을 타고 감옥으로 달려갔다. 악마의 힘으로 문지기의 정신을 잃게
한 후 파우스트는 열쇠를 가지고 감방으로 들어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쓰러져
있는 그레첸을 구출하려 하였다. 회한과 공포 때문에 미쳐 버린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애인이 사형을 집행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파우스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겨우 정신이 돌아온 그레첸은
  "오오, 당신이었습니까. 키스를 해 주세요. 숨이 막힐 듯한 키스를... 도망치면
무슨 소용이 있어요. 아아 빨리 당신의 어린애를 구해 주세요. 저편 냇가의 숲
속에 있는 연못 가운데 있어요. 아! 어린애가 떠오르려고 손발을 움직이고
있어요. 어서 빨리 구해 주세요"
  이렇게 헛소리를 하고 그녀는 다시 정신을 잃어버린다.
  파우스트는 그녀를 억지로라도 안아 들고 밖으로 나가려 하였으나 그녀는 다시
깨어나 머리를 흔들면서
  "안 돼요. 저는 세상의 죄를 씻기 위해 신의 재판을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하고 거절하며 열심히 기도를 올렸다.
  "하늘에 계시는 주여, 저를 구해 주소서. 천사님 저를 둘러싸고 지켜 주소서.
오, 하인리히 나는 당신이 무서워요!" 하고 파우스트의 이름을 부르면서 가련한
그레첸은 그만 쓰러져 아침 이슬과 같이 숨을 거둔다.
  "그녀는 심판을 받았소!" 하고 메피스토가 말하자 천상에서 누구인지 모르는
소리가 들려 온다
  "구원을 받았도다"
  메피스트는 억지로 파우스트를 끌고 밖으로 도망쳐 나가는데 뒤에서 애처럽게
꺼져가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인리히! 하인리히!"
  이 소리는 파우스트를 타락으로부터 구원할 수 있는 소리였다.

   -제2부-
  화초가 가득한 알프스 고원의 우아한 풍경 속에 누워 있는 파우스트는
아리엘이 거느리는 요정들의 합창 소리에 잠이 깼다. 그는 자연의 품에 안겨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받을 수 있는 안식을 다시 찾은 것이다. 떠오르는 아침해를
바라보며 새로운 용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물질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절제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을 깨달은 것에 만족하지 않고 활동의 생활 즉 위대한 세계로
들어가려고 한다.


  그래서 메피스토가 연애 이외의 넓은 세계를 보여 주기 위하여 그를 데리고 간
곳은 중세기 독일의 라르츠 제령의 궁중이었다.


  황제는 아직 나이가 젊고 사려가 부족한 사람이었으므로 정치는 문란하고
향락만을 일삼았기 때문에 심한 재정난에 빠져 있었다.


  마침 어전 회의가 열려 각 대신으로부터 어려운 문제가 속출되고 의견이
구구하였을 때 메피스토가 나타나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로 유혹하며 황제는
메피스토에게 의지하며 그의 의견을 묻는다. 악마는 이 나라에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거짓으로 국토의 지하에 막대한 금과 재물이 매장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이것이 황제의 소유이니 꺼내어 쓰는 것이 현명하리라고
설득한다. 대신들 중에는 메피스토의 의견을 반대하는 자도 있었다. 악마는
황제로부터 보물을 파내라는 명령을 받았으나 천문 박사의 입을 통해서 황제에게
가장 무도회를 열 것을 권하여 잠시 그의 기분을 돌리게 하고 금의 발굴을
연기시켰다.


  파우스트는 부의 신 플루투스로 가장하고 악마는 가난한 사람으로 분장하여
소동을 벌인다. 이 가장 무도회에서는 신분이 천한 사람으로부터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까지 여러 계층의 남녀가 참석하였다.


  다음 날 한 재상은 황제를 알현하고 한 장의 지폐를 보인다. 그것은 지하의
보물을 담보로 발행된 지폐인데 그 종이엔 황제의 서명이 찍혀져 있는 것이었다.
황제가 놀라 그것을 조사해 보니 전날 밤 무도회의 혼란 속에서 메피스토의
계략으로 황제에게 정신없이 서명시켜 하룻밤 사이에 수천 매를 인쇄시켰던
것이다. 악마는 지하의 보물은 영원히 황제의 재산이며 그것을 파내는 대신
지폐를 발행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속여 그를 납득시키니 대신들도 새 지폐를
보고 기뻐하였으며 황제는 그의 지혜에 감탄했다. 지폐의 발행은 경제 사정의
일대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며 여기에 새로운 자본주의가 탄생하려는 것이다. 이
위험 천만한 위조 지폐의 남발로 황제는 일시적이나마 부를 얻게 되고 국내의
재정난도 수습되었다. 그러나 어리석은 황제는 재정의 여유가 생기자 또 다른
욕망이 일어났다.


  그는 파우스트에게 세계 제일의 미남 미녀로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되었던
그리스의 헬렌과 트로이의 파리스를 보고 싶다고 하였다. 이 일은 파우스트가
담당하게 되었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토를 믿고 승낙하지만 그들이 북구의
메피스토에게는 영향력이 없는 그리스 사람이므로 곤궁에 빠진다. 그리고 파괴를
생명으로 하고 있는 악마에게 이러한 부활의 임무를 수행할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천상의 신을 불러 올 능력도 없었으므로 파우스트에게 단지 그 환영을 불러 올
수 있는 방법만을 가르쳐 준다.


  파우스트는 악마에게서 마법의 열쇠를 받아 우주의 끝까지 가서 헬렌이 있는
'어머니의 나라'로 내려간다. 이 곳은 만물의 원상을 제조하는 불가사의한 곳인데
이 세계는 일체의 창조되는 것이 그대로 환영으로 존재하는 시공을 초월한
영원히 공허한 곳이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토가 가르쳐 준 대로 타버린 향을
가지고 나온다.


  파우스트가 '영원의 나라'로부터 돌아오자 무대가 장치되어 있는 '기사의 방'에
황제 이하 궁전 안의 사람들이 다 모였다. 파우스트가 향을 피우고 아름다운
음향을 울리며 마법의 열쇠로 그 향로를 두들기니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서 인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파리스의 자태가 나타나더니 잠이
들었다. 계속해서 절세의 미인이라는 헬렌도 나타났다. 그의 요술에 황제를
비롯한 궁전의 모든 사람들은 꿈같은 마음으로 다만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을 뿐
신비한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 때 헬렌이 잠들어 있는 파리스에게 키스를 헬렌의 아름다움에 현혹되어
절제를 잃은 파우스트가 질투를 억제할 길이 없어 손에 쥐었던 마법의 열쇠를
파리스에게 내던지자 폭발이 일어나 아름다운 두 남녀의 자취는 다시 연기로
사라지고 파우스트는 땅바닥에 쓰러져 그대로 기절해 버린다.


  메피스토는 연기에 취해 기절해 있는 파우스트를 업고 그의 옛날의 서재로
돌아왔다. 파우스트의 돌연한 실종은 대학과 학계를 놀라게 하였으나 그의
제자였던 와그너가 그의 뒤를 이어 저명한 학자가 되어 유기 화학 실험으로 인조
인간을 만들려 하고 있었다. 마침 악마가 그 방에 들어 왔을 때 이것이 성공했다.
그러나 그 인조 인간은 피와 살이 없는 소인(호문쿨루스)이며 아직 시험관 속의
존재였다. 소인은 악마에게 말을 걸어 옆방에서 헬렌에게 정신을 잃어 실신해
있는 파우스트의 꿈을 읽은 것을 보고한다. 파우스트가 고대 그리스를
그리워하며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호문쿨루스는 혼수 상태인
파우스트를 고대 그리스로 데리고 간다.


  이 소인은 문예 부흥기의 학술을 상징하고 있는데 박학 다식하고 그리스의
사정에 정통하고 있으므로 파우스트를 그리스로 안내하는 역할을 맡는데 가장
적합하였다.


  와그너와 작별한 악마는 이번에는 파우스트를 자기 외투에 태우고
호문클루스와 함께 팔자루스의 들판에서 마침 열리고 있는 '발푸르기스의
밤'으로 데리고 간다. 팔자루스의 들판까지 따라온 파우스트는 그의 몸이 그리스
땅에 닿자 잠에서 깨어나 헬렌을 찾아다닌다. 그래서 파우스트 메피스토
호문클루스 등의 세 사람은 각자 행동을 취하게 된다. 그 곳에 모인 고대
그리스의 영혼들 중에서 헬렌을 찾으려고 돌아다녔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다.
  파우스트는 다시 그리스의 세계로 깊이 들어가 그 곳을 흐르는 페네이오스
강변을 거닐며 스핑크스 등에게 헬렌의 소식을 묻자 의술에 능한 인수마신의
히론에게 물으면 알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강의 하류로 내려가 파우스트가
히론의 등에 올라 타자 히론은 그리스 제일의 미인 헬렌을 자신의 등에 태워 준
일이 있다고 자랑한다. 이 말을 들은 파우스트는 미칠 듯이 좋아하였다. 히론은
그를 등에 태우고 예언을 하는 무녀 만토가 살고 있는 세계로 안내한다. 만토는
파우스트를 맡아 그를 올림포스의 산 속에 있는 하계의 여왕 페르세포네에게
가서 헬렌을 데려다 달라고 부탁해 보자고 암흑의 통로로 내려간다.


  한편 사상의 덩어리인 인조인간 호문쿨루스는 육체를 얻기 위하여 철학자인
탈레스를 따라 바다의 신 프로토이스를 찾아갔다. 바다의 신은 예언하는 것과
형태를 바꾸는 것을 좋아했는데 호문클루스를 보자 마음에 들어 그의 생장을
대단히 기뻐했다.


  그리고 프로이토스는 작은 일에서 시작하여 점점 커지면서 큰 일을 하려면
넓은 바다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탈레스도 인조 인간의 생장을 보고 기뻐하며
모든 것이 물에서 생장하였다는 것을 생각하며 대양의 위대함을 찬미한다.
  그래서 셋은 에게 해로 나가 그 곳 바다의 제전을 보기로 한다. 이윽고 달빛이
비치는 해상을 바다의 여러 신들과 요괴들이 헤엄치며 지나간다. 프로포이스는
해돈으로 변신하여 호문클루스를 등에 태우고 바다의 여신 가라테아의 조개
껍질의 수레 가까이 간다. 그러자 호문클루스는 기쁨의 빛을 내뿜었으나 수레
바퀴에 닿자마자 그의 몸은 순식간에 부서지고 생명의 불은 바다 속에 흘러가고
만다. 이것은 인조 인간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다.


  파우스트가 만토를 따라 하계의 여왕 페르세포네에게 가서 헬렌을 한 번만 더
데리고 갈 것을 간청하니 쾌히 승락한다.


  헬렌은 시녀를 거느리고 세상에 다시 돌아와 옛날 그의 아버지인
틴다레오스왕이 지은 궁전 앞에 서 있다. 미인인 헬렌은 어려서부터 여러 가지
운명에 휩쓸렸는데 아버지인 항해자 메넬라오스를 그의 남편으로 정해 주었다.
그녀는 남편이 없는 동안 파리스에게 유혹되었는데 이것이 원인이 되어 10년
간의 트로이전쟁이 일어나 수많은 인명을 잃게 하였다. 그러나 결국 남편에게로
다시 돌아오게 된 그녀는 한 걸음 먼저 스파르타의 성으로 돌아와 뒤따라 들어온
남편 메넬라오스 왕을 기다린다


  이 때 메피스토는 추녀 포르기아스로 변신하여 메넬라오스의 궁전에 침입한 후
종들의 총감독이 되어 궁전 일을 제멋대로 처리한다. 헬렌은 남편으로부터
부탁 받은 제단의 준비를 그에게 의논하니 포르기아스는 그 준비가 이미 다
되었음을 알리며 제단에 올릴 희생의 제물이 헬렌이라고 위협하면서 헬렌의
결심에 따라서 살아날 길도 있다고 유혹한다.


  이 때 왕이 돌아온다는 신호의 나팔 소리가 들린다. 헬렌은 자신의 과거와
10년 전쟁의 원인이 된 일을 생각하면서 포르기아스에게 구원을 청한다. 그는
계획한 대로 부근 산골짜기에 파우스트가 지어 놓은 성 이야기를 하며 그 곳에
가면 구해 줄 사람이 있을 거라고 말한다. 헬렌은 그의 안내로 그 훌륭한
성안으로 들어가니 독일의 황제(중세 문화의 대표자)가 된 파우스트가 마중 나와
그녀를 환영해 주었다.


  그리스에서 온 헬렌은 중세기식 건물의 진기함에 놀라고 또한 독일어로 된
아름다운 음악에 감탄한다. 헬렌의 아름다움은 햇빛이 빛나듯 궁전 안을 빛나게
했으며 금고에 있는 갖가지 보석도 그 빛을 받아서 빛나는 것 같았으며 복도에
깐 융단도 그녀의 발에 밟혀 부드러워지는 듯 했다. 파우스트는 소망대로 헬렌을
여왕으로 정하고 자기는 그의 남편이 되어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게 된다(전기파
예술과 고전파 예술 즉 중세기와 고대의 융합의 상징이며 또한 여기에서
중세기의 여성 숭배 풍조를 보여 준다)


  이 때 헬렌의 남편 메넬라오스가 대군을 거느리고 파우스트의 궁성을 공격해
온다. 그러나 파우스트의 부하들이 용감하게 싸웠으므로 적군은 퇴각하여 두
사람은 더욱더 아름다움의 세계에서 사랑의 황홀감에 빠진다.


  그들은 아카디아의 깊은 숲 속에 거처를 정하고 둘 사이에 오이포리온(근대
예술의 상징)이라는 조숙한 아들을 낳게 되었고 파우스트는 단란한 가운데
진실한 하느님의 희열을 느낀다. 오이포리온은 점점 성장하여 산과 들을 마음껏
뛰어다니고 속박을 무시한 채 지나치게 자유 분방한 생활을 하며 전쟁을 즐겼다.
그는 하늘로 올라가려고 바위 위에서 날려고 하다가 그만 계곡으로 추락하여
참사한다. (이것은 그리스의 독립 전쟁에 참전하였던 영국 시인 바이런의 생애를
가리킨다고 한다)이 변사가 있은 후 파우스트와 헬렌의 사랑에 틈이 생겨 헬렌은
  "미와 행복은 함께 있을 수가 없나 봐요. 지옥의 여신이여 아들과 함께 나의
몸을 받아 주소서" 하면서 다시 하계로 돌아가려고 한다. 파우스트가 애석하여
그녀를 부둥켜안았으나 여자의 옷과 면사포만 손에 남고 헬렌은 사라지고 만다.
그의 손에 남아 있던 옷과 면사포는 곧 구름이 되어 파우스트를 높은 산 위로
데리고 간다. 그는 구름을 타고 헬렌의 뒤를 쫓았으나 그의 자취는 보이지 않고
넓은 육지와 바다만 내려다 보일 뿐이었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에게 인간의 지혜로 바다를 정복하고 싶다는 욕망을
피력한다.
  "사랑과 환락이 아닌 위대한 사업이 나에게 남겨져 있다"
  "그러면 제왕이 되어 권세를 누리겠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으면 명예를 얻자는
것인가?" 하고 메피스토가 묻는다.
  "아니다. 사업이다. 명예와 권세는 공허한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그는 곧 넓은 해안을 개발하는 간척 사업을 계획한다. 이 때에
그들이 발행한 위조 지폐의 남발로도 구원을 받지 못하자 황제를 원망하는
백성들을 선동하여 반란이 일어났는데 황제가 이를 물리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마침 의욕에 불타고 있던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의 마력을 이용하여 이 반역자를
물리치고 그 상으로 해안 일대의 토지를 얻게 된다. 그는 이 불모의 토지를
개척하여 이곳에 새로운 이상국을 건설하려고 한다. 미와 예술은 그에게 있어
최고의 이상이 아니고 고상한 존재에 도달한 힘을 주는데 불과하였다. 인간을
참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오직 타인을 위한 희생적 활동이기 때문이었다.


  그 후 몇 해가 지나갔다. 파우스트에게도 회색의 노년이 찾아와 벌써 백 살의
노인이 되었지만 아직도 새로운 영토의 완성에 여념이 없다. 바다는 번화한
도시가 되고 그도 이제 궁정에서 살게 된다. 궁정은 아름다운 화원에 둘러싸이고
그 앞의 운하에는 외국 무역선의 왕래가 빈번하다. 그런데 이 신천지와의 왕래에
필레몬과 바우치스 노부부가 살고 있는 보라빛 오막살이가 장해물이 되었다.
그래서 새로 메운 토지에 아름다운 집을 지어 놓고 옮기도록 하였으나 노부부는
오래 살아온 그 땅을 떠나려고 하지 않는다. 그 땅이 자기가 건설한 국토를
한눈에 전망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장소였기 떄문에 파우스트는 궁전을
옮기려고 메피스토에게 상의하니 메피스토는 그 노부부를 철거시킬 것을
약속한다. 악마는 경찰관리를 데리고 가서 너무나 난폭한 행동을 취했기 떄문에
이 집이 파괴되는 것을 본 노부부는 놀라서 그만 죽게 된다. 그리고 불이 나서
오막살이와 함께 교회까지 타서 없어진다.


  파우스트는 악마의 포악한 행동에 가책을 느끼고 괴로워한다. 이 때 연기
안에서 불만 죄악 우수 가난이라는 네 가지 화를 주는 잿빛의 악령들이
나타났다. 다른 악령들은 그의 재산과 권력으로 쫓아 버렸으나 우수의 악령만은
파우스트의 굳게 닫은 집안으로 들어와 독기를 풍겼으므로 그는 마침내 눈이
멀게 된다.


  파우스트는 사업의 완성에는 열정이 남아 있지만 심리적 고통은 그들 노부부의
죽음에 의하여 점점 깊어 간다. 아끼던 토지를 빼앗기고 죽은 자들에 대한
가책으로 그는 만인을 위한 자유로운 왕국의 건설까지 무가치한 일로 여겨진다.
  학문에 의혹을 품고 연애와 예술에 공허감을 느끼고 낙원의 건설에 인생의
가치를 발견한 후 큰 제국을 건설한 파우스트는 이제 악마에게 영혼을 판 것을
후회하기 시작한다. 눈먼 파우스튼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원대한 계획을 하루
속히 실현시키려고 최선을 다한다. 동시에 그는 마술에서 헤어지고 악마로부터
해방되어 참된 자각과 자제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었다. 이것은 메피스토의
계획과는 정반대 되는 일이었다. 한편 파우스트가 박애적인 개척 사업을
추진시키고 있는 동안에 악마는 파우스트에게 죽을 때가 가까워진 것을 알고
넓은 뜰 안에서 악령들을 지휘하여 무덤을 파게 하고 있었다.


  "훌륭한 궁전을 나와 이렇게 좁은 곳으로 들어간다니 파우스트는 천하에
바보 같은 놈이다" 하고 악마는 조소한다. 이 때 장님인 파우스트가 다가온다.
그는 삽을 든 인부들이 개척 사업을 하고 있는 줄 안다.


  "여러분! 저 산 밑의 늪을 메우고 거기서 솟는 독기를 막아내면 몇백만의
백성들에게 토지를 줄 수가 있다. 땅은 기름지고 초목은 무성하여 거센 파도가
밀려오더라도 이 곳에는 낙원이 이루어질 것이다. 모든 생활이나 자유도 나날이
싸워 얻어야 비로소 이를 향유할 권리가 생긴다. 여기에서는 모두가 평화를 누릴
수 있다. 나는 그 모습을 눈으로 보면서 자유로운 백성들과 더불어 평화로운
토지 위에서 살고 싶은 것이다. 나는 찰나를 향해서 '멈추어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다'하고 외치고 싶다. 내가 세상에 남기는 흔적은 억겁을 지나도 멸망하지
않으리라. 그 크나큰 행복을 기대하며 나는 지금 최고의 찰나를 맛보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 최고의 목적을 간파하고 감격에 넘친 소리를 외치며 파우스트는
그만 쓰러져 절명한다


  메피스토는 이 모양을 보고 만족스럽게 웃으며
  "이 사람은 어떠한 즐거움에도 어떠한 행복에도 만족하지 않았으며 변화하는
아름다움만을 쫓아 다녔다. 그리하여 이 불쌍한 녀석은 최후의 텅 빈 찰나를
잡아 놓으려고 했지" 하고 조소한다.
  그러나 파우스트가 아름답다고 외친 찰나는 감각적인 속세의 순간은 아니었다.
새로운 자유의 세계를 창조하여 후대의 사람들에게 행복한 생활을 영위케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고상하고 초감각적인 순간이었다. 악마가 좋아하는
마음이 아니고 하느님이 바라는 마음이었다. 드디어 그의 영혼이 하느님에게
구원을 받게 된 것이다.


  영혼에 대하여 전혀 모르는 악마는 파우스트의 죽음을 파우스트의 패배이며
자기의 승리로 생각하고 지난 날 받은 증서에 따라 그의 영혼을 자기의 손아귀에
넣으려고 한다. 악마는 파우스트의 죽은 육체에서 영혼이 튀어나오는 순간
잡으려고 부하인 악령들을 모아 지키게 한다. 이 때에 천사들의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천사들은 발갛고 향기로운 장미꽃을 비같이 뿌리며 지상의 더러움을
씻으려고 내려온다. 악마는 악령들을 지휘하여 파우스트의 영혼을 천사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누르고 있었으나 하늘에서 떨어진 장미꽃의 향기는 불꽃처럼
강력하게 그들의 몸을 태울 뿐 아니라 메피스토는 본래 여자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사를 보고 황홀해져서 정신을 잃었다. 그 사이에
천사들은 파우스트의 무덤을 둘러싸고 그의 영혼을 안은 채 하늘 높이 올라가
버린다.


  여기는 세 사람의 신성한 학자가 숨어사는 산꼭대기이다. 그 높은 대기 속에서
파우스트의 영혼을 나르는 한 무리의 천사가 나타난다. 하느님에게 구원받은
사내아이들도 날아와 파우스트의 육체를 따라다니는 지상의 솜털을 떼어 준다.
광명의 신인 성모 마리아가 내려온다. 그 주위에는 죄를 닦는 여인들이 나타난다.
그들 중에는 옛날에 그의 애인이던 그레첸이 나타나 성모에게 사모하던 애인의
용서를 빈다. 파우스트의 영혼도 드디어 그레첸의 영혼에게 인도되어 더욱 높이
하늘로 올라간다. 이리하여 인간의 그칠 줄 모르고 노력하는 마음이 마침내
하늘의 하느님과 합치하는 것이다.


  이 때에 그를 환영하는 천사들의 신비로운 합창 소리가 들려 온다


  "일체의 무상한 것은 한낱 비유일 뿐
  도달할 수 없는 것 여기에 실현되고
  말할 수 없는 것 여기에 이룩되었네
  영원한 여성은 우리를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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