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파랑새 / 마테를링크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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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 마테를링크

 

가난한 나무꾼의 집입니다.

불이 꺼진 캄캄한 방안으로 한 줄기의 빛이 어슴푸레하게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램프에 저절로 불이 켜진 것입니다.

"오빠, 오늘이 크리스마스지?"

미치르가 물었습니다.

"크리스마스는 내일이야. 그런데 아마 올해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오시지 않을 거야."

치르치르가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면서 말했습니다.

"저런, 엄마가 램프불을 끄지 않으셨군. 우리 일어나서 건너편 부잣집 크리스마스 트리나 보자."

", 그래"

두 아이는 침대에서 내려와, 창가로 갔습니다.

그 때, '끼익' 하고 방문이 열리더니 이웃집 벨 아주머니와 비슷하게 생긴 할머니가 들어왔습니다.

"누구세요, 할머니는?"

치르치르가 물었습니다.

"잘 있었니? 나는 요술 할멈인 베릴류느란다. 그런데 너희 집에 파랑새가 있니?"

요술 할멈이 아이들에게 다가와서 물었습니다.

"새는 있지만 파랑새가 아니고 비둘기예요."

치르치르가 대답했습니다.

"그러면 파랑새를 찾아 줄 수 없겠니? 내 딸의 병을 고치려면 파랑새가 꼭 있어야 해."

"알았어요."

치르치르가 말했습니다.

"찾아 드리겠어요. 그런데 어떻게 해야 파랑새를 찾을 수 있는지 가르쳐 주세요."

그러자 요술 할멈은 자루에서 초록색 모자를 꺼냈습니다. 아주 작은 모자였습니다.

요술 할멈은 치르치르에게 그 모자를 주면서 말했습니다.

"이 모자를 써 보아라. 그리고 모자에 달려 있는 다이아몬드를 왼쪽으로 돌려보아라. 그러면 보통 때는 안 보이던 것도 아주 잘 보이게 된단다."

 

치르치르는 요술 할멈에게서 모자를 받아썼습니다.

그리고 다이아몬드를 왼쪽으로 돌렸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방안이 대낮처럼 밝아졌습니다.

방안에는 전에 보지 못하던 훌륭한 가구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여기가 어디예요?"

"옛날의 너희 집이란다."

요술 할멈이 말했습니다.

 

그 때, 찬장에서 빵과 우유, 그리고 설탕의 요정이 뛰어나왔습니다.

난로에서는 불의 요정이, 수도에서는 물의 요정이 노래를 부르며 나왔습니다.

개와 고양이가 멋진 옷을 입고 치르치르와 미치르에게로 다가왔습니다.

마지막으로 램프가 쓰러지면서 빛의 요정이 나타났습니다.

그러자 요술 할멈이 말했습니다.

"얘들아 오늘밤에는 너희 둘이서 '생각의 나라'에 다녀오너라. 나머지는 집을 보고. 아홉 시까지는 꼭 돌아와야 한다."

치르치르는 다이아몬드를 돌렸습니다.

 

그러자 안개 속에서 무엇이 나타났습니다.

"집이다. 집이 보인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계셔."

치르치르와 미치르의 목소리를 듣고, 문 앞에서 졸고 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눈을 떴습니다.

"누이와 동생들도 여기 있나요, 할아버지?"

그러자 집안에서 일곱 명의 아이들이 달려나왔습니다. 어렸을 때 죽은 치르치르와

미치르의 형제들이었습니다.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우리를 생각해 주어서 이렇게 만나게 되었구나! 반갑다.

반가워."

형제들은 서로 끌어안고 기뻐했습니다.

 

그 때, 티티새가 머리 위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파란 날개를 가진 예쁜 티티새였습니다.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이 파란 티티새를 잡아서 새장 안에 넣었습니다.

"이 새가 다른 곳에서도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두 아이는 집안을 둘러보았습니다.

"이 개는 전에 우리가 기르던 키키야."

"저 시계의 바늘은 내가 부러뜨렸는데..."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형제들과 옛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좀더 일찍 생각을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앞으로는 자주 생각하겠어요."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형제들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었습니다.

 

잠시 후, 낡은 시계가 ''하고 한 번 울렸습니다. 여덟시 반이었습니다.

"빨리 가야겠어요. 요술 할멈이 아홉 시까지 돌아오라고 했거든요. 그 새장을

이리 주세요."

두 아이는 새장을 들고 부리나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잘 가. 그리고 또 와."

형제들의 말소리가 짙은 안개 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바람을 쐬자, 새장 속의 파랑새는 검은 티티새로 변했습니다.

"오빠, 춥고 무서워."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손을 곡 잡고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마침내 저 멀리 정다운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두 아이는 시간에 늦지 않고 집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밤의 궁전'으로 가 봐요. 거기 가면 파랑새를 잡을 수 있을 지 모르니까요."

빛의 요정이 말했습니다.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개를 데리고, 빵과 설탕의 요정과 함께 밤의 궁전을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

 

그러자 이를 알게 된 고양이가 먼저 밤의 궁전으로 달려가서, "파랑새를 잡으러 몰려오고 있어요."

하고 밤의 여왕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그러자 여왕은, 밤의 궁전의 문을 모두 걸어 잠그게 했습니다.

"제발 안으로 들어가게 해 주세요."

치르치르가 여왕에게 부탁했습니다. 치르치르의 모자에 있는 다이아몬드를 본 여왕은, 문을 열어 주기로 했습니다.

"좋아, 그러나 너희들이 이 곳에서 혼이 나도 난 모른다."

여왕에게서 열쇠 꾸러미를 받은 치르치르는 첫 번째의 방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자 '쏴아'하고 유령들이 튀어나왔습니다.

"유령들의 방이다. 문을 닫아라!"

두 번째 방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기분 나쁜 신음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 질병의 방이다. 문을 닫아라!"

세 번째 방의 문을 열자, 이번에는 전쟁의 귀신들이 문을 향해서 밀려나오고

있었습니다.

"저것들이 나오면 큰일난다. 문을 닫아라."

네 번째의 방의 문은 유난히 컸습니다.

"아직도 혼이 더 나야 되겠니?"

여왕이 나타나서 말했습니다.

그러나 치르치르는 용감하게 네 번째의 방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 곳은 아름다운 화원이었습니다.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수백 마리의 파랑새가 달빛을 받으며 이리저리 꽃밭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빵과 설탕의 요정의 도움을 받아서 파랑새를 잡아 가지고 재빨리 밤의 궁전을 빠져 나왔습니다.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파랑새를 빛의 요정에게 보여 주려고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그러나 빛의 요정을 만나자마자 파랑새는 목을 늘어뜨리고 죽고 말았습니다.

"이건 가짜 파랑새예요."

빛의 요정이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진짜 파랑새를 찾으러 가요."

파랑새는 어디 있을까?

두 아이는 숲 속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고양이가 먼저 숲으로 달려가서, "나무꾼의 아이들이 파랑새를

잡으러 이리로 오고 있어요."

하고 나무들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그러자 나무들은 화를 내며, 정신을 바짝 차

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치르치르는 떡갈나무 대왕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 파랑새가 저기 있다. 떡갈나무 대왕님, 그 파랑새를 우리에게 주세요."

하고 말했습니다. 떡갈나무 대왕은, "흥 잡을 테면 어디 잡아 보아라."

하고 소리치면서 굵은 가지로 치르치르와 미치르를 후려갈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숲 속의 짐승들과 나무들도 일제히 두 아이에게 덤벼들었습니다.

치르치르는 그들과 싸우면서 모자의 다이아몬드를 돌렸습니다. 그랬더니 별안간 숲 속이 환하게 밝아지고, 나무와 짐승들도 얌전해졌습니다.

 

그러나 파랑새는 그 사이에 어디론지 날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빛의 요정은 이번엔 치르치르와 미치르를 '미래의 나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곳에 있는 것들은 모두 푸른색이었습니다.

푸른 빛깔의 아이들이 두 사람의 주위로 몰려들었습니다.

"우리 공장에 가 보세요."

미래의 아이들이 두 사람의 소매를 끌어당겼습니다.

"이것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약이에요."

"이것은 달나라에 갈 때 타고 갈 로켓이에요."

"우리가 태어나면, 여러분을 행복하게 해 드리겠어요."

미래의 아이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했습니다.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놀라는 눈으로 여러 가지 신기한 물건들을 보고 있을 때,

큰문이 열리면서 바다에 떠 있는 아름다운 배가 한 척 보였습니다.

"오늘 태어날 아이들은 어서 배에 타거라. 육십삼 초 후에 출발한다."

시간의 할아버지가 모래 시계를 들고 배 앞에 서서 외치다가, 두 사람을 보고 화를 내며 물었습니다.

"너희들은 누군데 파랗지 않느냐?"

그러자 빛의 요정이 치르치르에게 속삭였습니다.

"파랑새는 내가 잡았으니까 얼른 다이아몬드를 돌리세요."

"너무 긴 여행이었지요?"

빛의 요정이 물었습니다. 그 때,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이미 집앞에 와

있었습니다.

"미래의 나라에서 잡은 새가 분홍빛으로 변해 버려서 요술 할멈이 화를

내지 않을까?"

"아니에요, 도련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으니까요. 아마 이 세상에

파랑새 같은 것은 없을 지도 몰라요."

빵의 요정은 이렇게 말하며 빈 새장을 내주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빛의 요정이 말했습니다.

"헤어지고 싶지 않은데..."

치르치르도, 미치르도, 빵의 요정도 모두 눈물을 흘렸습니다.

"나는 해님 속에도, 별님 속에도, 또 여러분의 밝은 마음속에도 있어요."

빛의 요정이 말했습니다.

시계가 여덟 시를 알렸습니다.

빛의 요정은 헤어지기 섭섭해하는 두 어린이를 달래서 집안으로 들여보내고,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주위가 캄캄해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고, 어디선지 개

짖는 소리만 들려 왔습니다.

"일어나거라, 잠꾸러기들아! 벌써 여덟 시가 넘었다."

어머니의 목소리에 눈을 번쩍 떴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여러분!"

그 때, 벨 아주머니가 웃으며 들어왔습니다. 잠이 덜 깬 치르치르는 벨 아주머니를 요술 할멈으로 잘못 알고, "파랑새를 잡아오지 못해서 미안해요."

하고 사과를 했습니다.

"파랑새라니?"

"따님이 병이 들어 아파서 누워 있다고 했잖아요? 이 새를 갖다 주세요."

치르치르가 새장을 가져왔습니다.

"오빠, 이 새가 파랑새가 되었어!"

새장을 본 미치르가 외쳤습니다. 정말로 새장에 있는 새의 날개가

밤사이에 파랗게 변해 있었습니다.

"밤새도록 파랑새를 찾으려고 그렇게 돌아다녀도 없더니, 그 파랑새가 바로 우리집에 있었네!"

치르치르가 새장을 벨 아주머니에게 건네주며 말했습니다.

"벨 아주머니, 따님에게 얘기해 주세요. 이 새는 점점 더 파랗게 될 거라고요. 그러면 병도 나을 거라고요."

 

잠시 후, 벨 아주머니가 딸을 데리고 다시 왔습니다.

"참으로 고맙다. 네가 준 새를 보여 주었더니, 이렇게 일어나서

걸어다니기 시작하는구나."

벨 아주머니의 딸은 파랑새를 안고 빙긋 웃으며 서 있었습니다.

치르치르가 파랑새에게 먹이를 주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새가 손에서

하늘 높이 날아올라 갔습니다.

"어머나, 내 파랑새가 날아가네!"

벨 아주머니의 딸이 슬프게 울자 치르치르가 달랬습니다.

"울지 마. 또 잡아 줄게."

여러분, 이 다음에라도 어디서 파랑새를 보거든 일러주세요.

"치르치르에게로 돌아가거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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