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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코의 황금날개 / 동화 / 레오 리오니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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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코의 황금날개 / 레오 리오니

 

아주 오래 전에 나는 티코라는 작은 새 한 마리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티코는 내 어깨 위에 앉아 꽃과 고사리와 큰 나무들에 대해서 많은 걸 얘기해 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티코는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 내게는 날개가 없었습니다.

나는 다른 새들처럼 노래도 부를 수 있엇고 뛸 수도 있었지만, 날지는 못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내 친구들은 날지 못하는 나를 사랑해 주었습니다.

그들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다니다가, 저녁이 되면 가장 높은 가지에서 딴 달콤한 열매와 딸기 같은 과일들을 내게 가져다 주었습니다.

"난 왜 다른 새들처럼 날 수 없을까? 난 어째서 저 지붕들과 나뭇가지 위의 푸른 하늘로 날아오를 수 없을까?"

혼자서 이런 질문을 던져 본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때는 크고 멋진 황금 날개를 갖는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꿈 속에서 나는 황금 날개를 달고 눈 덮인 산맥을 아득히 굽어보며 힘차게 날아가곤 했습니다.

어느 여름날 밤, 나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진주알처럼 하얗고 이상하게 생긴 새 한 마리가 내 뒤에 서 있었습니다.

"나는 소망의 새란다. 네 소원을 말하렴. 그러면 네 소망대로 이루어질 거야."

나는 꿈에 봄 황금 날개 생각이 나서 황금 날개를 갖게 해 달라고 졸랐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빛이 번쩍하더니, 달빛 속에서 황금 날개가 내 등 위에 천천히 돋아났습니다.

그리고 소망의 새는 날아가 버렸습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날개를 움직여 보았습니다. 그러자 몸이 가볍게 떠올랐습니다.

난 키가 가장 큰 나무보다 더 높은 곳까지 날아 올랐습니다.

저 아래 들판에는 우표만해 보이는 꽃밭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흐르는 강물은 풀밭에 떨어뜨려 놓은 은빛 목걸이 같아 보였습니다. 나는 행복감에 넘쳐서 하루 종일 날아다녔습니다.

그런데 내 친구들은 내가 하늘에서 날아 내려오는 것을 보고는 얼굴을 찌푸리며 언짢은 듯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흥! 황금 날개를 가졌다고 우리보다 더 잘났다고 생각하는군. 우리하고는 달라지고 싶다, 이거지?"

그리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않고 모두들 날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친구들이 왜 떠나 버렸을까? 그들은 왜 화가 났지? 서로 다르다는 것이 나쁜 일일가?'

나는 독수리만큼 높이 날 수 있었습니다. 내 황금 날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내 친구들은 나를 떠나 버렸고, 그래서 나는 몹시 외로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어떤 오두막집 앞에 앉아 있는 한 남자를 보았습니다.

그는 바구니를 만들어 파는 사람익, 그의 주위에는 바구니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울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말을 걸기 위해 다른 가지로 옮겨 앉았습니다.

"왜 그렇게 슬피 우세요?"

"응, 작은 새야, 내 아들이 아파서 누워 있는데 나는 너무 가난해서 병을 고칠 약을 살 수가 없구나."

'어떻게 저 아저씨를 돕지?'

나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옳지, 내 황금 깃틀을 하나 뽑아 드려야겠다.'

깃틀을 받아 든 아저씨는 너무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있나! 네가 우리 아들 목숨을 구해 주었구나. 그런데 저런! 네 날개가……."

황금 깃털을 뽑아 낸 자리에 비단처럼 부드럽고 아주 검은 깃털이 났습니다.

그 날 이후부터 나는 황금 깃털을 조금씩 조금씩 나누어 주게 되었고, 그럴 때마다 그 자리에는 까만 깃털이 생겨났습니다.

황금 깃털은 좋은 일을 많이 했습니다.

돈이 없어서 인형극을 하지 못하는 극장 주이에겐 멋진 인형 세개를 주었고, 어떤 할머니에겐 못도리를 짤 실을 뽑아 낼 물레를 선물할 수 있었으며, 바다에서 길을 잃은 어부에겐 나침반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남은 황금 깃털을 어여쁜 신부에게 주고 나자, 나는 먹물처럼 새까만 날개를 가진 새가 되어 버렸습니다.

나는 친구들이 밤을 보내기 위해서 모이는 큰 나무가 있는 곳으로 날아가 보았습니다.

'친구들이 나는 반갑게 맞아 줄까?'

나는 본 친구들은 기뻐하며 지저귀었습니다.

"너도 이제 우리와 같아졌구나."

우리들은 서로 몸을 맞대로 옹기종기 모여 앉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너무 기쁘고 가슴이 울렁거려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황금 날개로 도와 준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올랐습니다.

바구니 장수의 아들, 인형 극장 주인, 할머니, 그리고 아름다운 신부,그 외에도…….
나는 생각했습니다.


'내 날개가 이젠 친구들 것처럼 새까맣지만, 나와 내 친구들이 같은 것은 아니야.
우린 모두 달라. 각자 자신만의 기억을 가지고 있고, 저마다 다른 황금빛 꿈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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