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토인비의 '미래의 전망'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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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전망 / 토인비

"강자만이 사는 WTO체제 출범" 이라는 기사가 연일 신문 지면을 뒤덮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UR)는 마침내 종착역에 닿았으며 이제는 GR, BR의 시대가 왔다는 내용이다. 힘의 논리를 내세워 우루과이라운드를 끝내 성사시킨 미국 등 선진국은 이제 '무역환경위원회'를 공식 설치, '환경보호'의 명분을 내세우고서 무역규제와 다자간 규율을 적용함으로써 후진국을 위협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노동조건을 규율하는 블루라운드(BR)도 발동, 공무원의 노동조합 결성이나 노조의 정치개입 등에 관한 금지조항을 국내법에 정해두고 있는 한국 등의 나라는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UR, GR, BR과 관련하여 흥미있게 읽어볼 만한 명저가 있어 이번 주의 <독서지도>대상으로 채택하였다. 다름 아닌 토인비의 저술이다.

1971년 이미 '역사의 연구' 등의 대작을 발표함을써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던 아놀드 토인비는 81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Surviving the Future'를 저술했다.
이책 제7장 '세계국가'와 제6장 '미래의 전망'은 근래의 UR, GR, BR등과 견주어 특별히 한번 읽고 생각해 볼만한 내용이어서 요약 정리해 본다.

[읽어보기]

설사 큰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지 전쟁이나 게릴라전은 여전히 계속될 수 있을 것 같다. 전쟁을 없애고 오래오래 평화를 누렸으면 하는 인류의 일반적 소원 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기본원리와 조건, 방법이 그 소원을 성사 시키는데에 필요할까? 오늘의 국제 사회의 기본 구조를 개혁하지 않고도 그것은 실현 될 수 있을까?
평화의 조건

토인비는 말한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는 공포의 균형, 억제력의 균형에 의해 가능해진다라고. 사람들이 비슷비슷하게 전쟁을 두려워하고 비슷비슷하게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그렇게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은 믿음직 스럽지도 못하고 불안전하다고 토인비느 말한다. 또, 오래 지속될 수도 없다고 말한 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참된, 그리고 오래오래 이어지는 평화를 누릴 수가 있을 까?

토인비는 '세계적인 정신혁명없이는 완전하고도 참된 평화에 도달할 수 없다'고 본다. '정치제도의 개혀없이는' 그것을 이룰 수 없다고 말한다.

토인비의 정신혁명 주장, 정치제도 개혁론은 대략 다음과 같다. 지역적인 주권 국가 국민들은 자기 나라의 주권을 버리고, 문자 그대로 세계정보의 최고주권에 종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인류의 정치조직이 이처럼 변혁되려면 보다 급격하고 심원한 혁명, 다시 말해서 우리의 기본적인 사상과 이상의 혁명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참된 평화가 영언히 지속되려면 종교혁명없이는 불가능하다.

토인비의 '종교혁명'은 루터나 캘빈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토인비가 말하는 조교개혁론은 '개인과 공동체 양자가 서로 자기 중심주의를 극복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평화를 유지해 낼 수 있는 유일한 열쇠다라고 토인비는 말한다.

하지만, 토인비의 생각으로는 그 열쇠를 손에 넣고, 또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우리는 너무나 엉뚱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 열쇠를 손에 넣지 못하는 한에는 인류의 생존은 앞으로도 여전히 의심스러울뿐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세계국가가 세워지지 못하고 지구 곳곳에서 국지 전쟁이 자주 일어나는 근저에는 '남북문제'라는 심각한 문제가 가로놓여 있다. '남북문제'란 흔히 '북'으로 지칭되는 선진국가와 '남'으로 불려지는 개발도상국가 사이의 경제적 격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가진 나라'와 '갖지 못한 나라'사이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차이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실 이 차이를 얼른 메워낸다는 것은 거의 절망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워 보인다. 만약 핵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 선다면, 그 다음으로는 이와 같은 남북문제 해결이 국제사회에서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의 긴장이 날로 심해져가고 있다면, 이른바 (가진 자)와 (갖지 못 한 자) 사이의 간격을 해소하거나 단축시킬 방법은 없을까?

우선,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간격을 이루고 있는 까닭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다. 후진국에는 (인구 폭발)의 문제가 있다. 인구 폭발은 식량확보의 문제를 불러일으키며, 경제적 침체, 사회적 후진성, 정치적 불안정 등의 요인이 된다.

또 하나의 중요한 까닭은, 넉넉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에서 볼 수 있는 무역 조건의 구조이다. 무역조건을 조작하는 나라는 물론 부유국이다. 부유한 나라가 무역 당사자간에 경 제적으로 강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만약 부유국이 빈국에 대해 채택하고 있는 경제정 책을 좀더 공평한 내용으로 바꾼다면 당사국간의 간격은 결국 줄어들고 장차는 해소되고 말 것이다.

이 점은 개인간에도 마찬가지다. 20세기초 이래 영국에서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의 간격이 많이 축소되었다. 이유는, 사회복지 입법이 그 하나이며 다른 하나는 노동조합원의 단체교섭력 증대이다. 부자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의 증대를 주된 재원으로 하는 사회보장제 도의 도입과 임금의 증가로 말미암아 가난한 사람의 실제소득도 크게 늘어났던 것이다.

토인비는 (남북)국가(선진국과 후진국)간의 간격 차이도 영국에서의 개인간 빈부 차이의 축소방법으로 줄여갈 수 있다고 말한다. 첫째, 가난한 나라의 이익을 위해 부유한 나라에 무 거운 세금을 부과할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세계정부가 있어야 한다. 둘째, 가난한 나라들을 조합으로 조직할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이나 동맹파업 자체를, 투쟁성을 지닌 냉정한 형식이 란 이유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면서도 토인비는 사회적 부정이 꼬리를 감추지 않고 있는 것보다는 그것이 낫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그러면서 토인비는 대다수의 가난한 나라들이 하 나로 뭉쳐서 동맹파업을 한다면, 다시 말해서 빈국들이 종전보다 더 공평한 조건이 아니면 부국들에게 노동력, 원료, 식량 등을 팔지 않겠다고 나선다면, 선진국들은 후진국에 좀더 이 익이 생기도록 거래조건을 바꾸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을 토인비는 (정의에 입각한 행동)이라고 언급한다.

만일 강력한 세계정부가 세워진다면 우선 이 정부는 각 나라의 군비 보유를 금지할 것이 다. 현재 낭비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군비로 사용되는 막대한 예산이 인류 전체의 생활조건 을 개선하려는 경비로 전용될 것이다. 그렇다면,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의 간격은 저절 로 줄어들 것이다.

이 일의 주도권은 부유한 나라에서 잡아야 한다. 만일 부유한 나라가 현명하고 긴 안목을 갖고 있다면, 양심 때문이 아니라 일종의 보험으로 여겨서라도 간격 해소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을 거부하다가는 오래지 않아 다음 중의 한 불행에 직면하 고야 말 것이기 때문이다. 격분한 다수(인류의 2/3)가 일제히 일으킨 반란에 의해 부유국으 로서의 지위를 박탈당하거나, 아니면 세계적인 파시스트정부에 의해 다수가 억압을 받을 것 이기 때문이다.

위험한 인종차별

그러나, 세계정부는 아직 세워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지구 각처에서 인종문제는 날로 심각 해지기만 하는 듯하다. 유엔이나 그밖의 국제회의에서도 해마다 의제로 다루고 있지만 여전 히 해결의 실마리는 잡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인종문제는 세계국가를 건설하는 데에 장 애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나라에서는 민족국가의 통일까지도 이루기 어렵게 하고 있 다.

당연히, 한갓 피부빛이나 신앙의 차이 때문에 타인을 차별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 손하는 것이며 평등의 정신에 위배되는 비합리이다. 감정적 태도이며 용납될 수 없는 일이 다. 이러한 인종 차별의 역사적 사회적 본질을 꿰뚫어 문제를 해소시켜내지 않으면 안된다.

토인비는 말한다. 인종적 감정은 인류 전체의 걱정거리로서 아주 위험하기 짝이 없는 감 정이다. 그는 극단적인 비교를 통하여 인종차별의 감정이 얼마나 (수치스러운 것)인가를 보 여주려고 한다. 그에 의하면, 개들은 서로 차별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검정개와 흰개는 곧잘 어울려 논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기 자신만 개가 아니라 상대방도 개라는 사실, (각자가 개) 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서로 적대감정을 품고 있다면서 토인비는 개탄하여 마지 않는다. 흑인과 백인은 불행하게도, 어린 시절만을 제외하고, 서로에게 피차 적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그 정도는 극심하여서 종종 폭력사태를 불러일으키기 까지 한다는 것이다.

토인비는 그렇지 않은 경우를 예로 든다. 서부 파키스탄의 경우이다. 그곳은 많은 인종들 이 뒤섞여 사는 지방이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간에 인종적 혹은 육체적 차이를 전혀 의식하 지 못하고서 살아간다. 종교가 같기 때문이다. 모두 회교도이기 때문이다. 같은 종교에 대한 신념이 다른 인종이라는 의식을 극복한 것이다.

중남미에 이민 와서 살고 있는 약 오십만 명의 일본인도 같은 경우로 포르투갈계인 그곳 사람들과 전혀 반감없이 잘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정복자인 스페인인, 피정복자인 멕시코인 모두가 숭배하는 멕시코의 수호신인 과들루프의 성모마리아 성전을 보면, 그녀는 인디언의 눈, 인디언의 피부, 인디언의 복장을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하와이는 그러한 예에 해 당한다고 볼 수 있다.

토인비는 말한다. 인종차별감정은 분명히 나면서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다. 요컨대 인종의 차이는 살가죽 한 꺼풀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의 특성은 정신에 있지 결코 육체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토인비는 (나는 온 세계가 멕시코나 파키스탄 또는 하와이 같 은 길을 걷게 될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라고 말한다. 인종차별의 감정은 세계평화를 위협하 는 것이며, 인류가 서로 그러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한 그것을 제거하 기 위한 노력을 해야하는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인간 진로의 가능성

앞으로 인간의 역사에서 일어날 일은 둘 중의 하나라고 토인비는 말한다. (인류의 자멸) 혹은 (전제적 독재의 지배를 받아 인류가 강제적으로 통일되고 평정되는 것)이 그 둘이라는 것이다. 물론 토인비는 둘 중에서 후자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인류의 자멸을 방지할 만한 세계적인 독재장치가 나타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일 인류가 독재를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과도기적인 하나 의 국면에 지나지 않는다고 토인비는 말한다. 인간생활에 불안을 느끼기 시작한 때(3만년 전인 구석기 시대 후기 초)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 어떠한 정치제도를 막론하고 다 오래가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토인비는, 과학자들의 예측을 빌려, 약 20억년동안만 인류가 지구상에 생존할 것이라고 말 한다. 이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인류는 다른 태양계나 다른 은하계 안의 혹성까지 탐험하여 식민지를 개척하게 된다. 이에 발맞추어 (인간성의 변화)도 일어날지 모른다. 인간이 이미 가축에 대해 진화시킬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것처럼 인류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리라고 토인 비는 예언한다.

그러면서 토인비는 미래에 대한 일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인간이 갖고 있다 는 점에 주목한다. 현실을 이상에 접근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그 런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나는 나 자신을 낙관주의자라고 생각한다)고 토인비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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