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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전(傳) 요점 정리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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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전--(傳)

요점 정리

갈래 : 고전 소설, 판소리계 소설, 우화 소설

성격 : 풍자(諷刺)적. 우화(寓話)적. 해학(諧謔)적. 교훈(敎訓)적

배경 : 시간적(옛날 옛적). 공간적(용궁, 바닷가, 산 속), 사회적 (유교적 사상(忠)이 강조되던 사회)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형성 : 설화(구토지설)→판소리(수궁가)→고소설(토끼전)→신소설(토의간)

인도본생설화

중국불전설화

한국구토설화

수궁가

토끼전

근원설화

구전설화 - 판소리계

고전 소설

구성

발단 : 동해 용왕이 병이 들어 온갖 치료를 했는데 효험을 보지 못하는데 도사가 등장하여 진맥하고, 토끼의 생간이 약이 된다고 하여 자라가 자원하여 토끼를 잡으러 육지로 나간다.

전개 : 토끼를 만난 자라는 온갖 감언이설로 토끼를 유혹하고, 자라의 유혹에 넘어간 토끼는 수궁으로 들어간다.

절정 : 용왕이 토끼를 잡아 간을 내오라고 하자, 토끼는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고 하여 위기를 넘긴다. 토끼의 말을 믿은 용왕은 자라를 시켜 토끼를 육지에 데려다 주고 간을 가져오게 한다.

결말 : 육지에 다다른 토끼는 자라를 조롱하며 달아나고, 자라는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경망스럽게 행동하던 토끼는 또다시 독수리에게 잡히지만 기지를 써서 위기를 모면한다.

주제 :

표면적 주제 : 토끼의 허욕에 대한 경계와 고난을 극복하는 지혜 자라의 왕에 대한 충성심

이면적 주제 : 상류 계층에 대한 비판 및 풍자, 평민계층의 속물적 근성을 풍자

표현 : 우화적, 의인화수법으로 인간 사회를 풍자, 고사성어와 속담, 한자어가 많이 쓰임.

특징 : 판소리로, 우의적[寓意的 : 다른 사물에 빗대어 비유적인 뜻을 나타내거나 풍자함. 또는 그런 의미] 기법으로 인간 사회의 세태를 풍자하고 있으며, 중국의 고사와 속담 등을 사용하여 대화의 내용을 다채롭게 표현함.

의의 : 전래 설화가 먼저 판소리로 형성된 후 소설로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특이한 작품

인물 :

토끼 - 궁핍한 서민상을 대변하며, 허욕과 공명심에 들떠 있는 인물. 신분 상승에의 욕망도 갖고 있다. 지혜가 있고 영악하며 임기응변에 뛰어난 인물. 위기에 처해서도 당황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는 배짱도 있다. 같은 처지에 있는 민중을 대변하며, 오랜 생활 과정에서 축적된 슬기와 기지로써 무지막지한 처사로 일관하는 지배층에 대항하여 결국 승리하고 만다는 민중들의 의식세계를 보여주는 인물.

자라 - 우직하고 충성스러운 신하의 전형. 언변이 뛰어나 영리한 토끼를 용궁으로 유혹해 데려오는 임무를 충실히 완수한다. 그러나 뭍에 도착한 토끼로부터 속은 것을 알고 그것이 자기의 전적인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면목이 없어 용궁에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명분론에 사로잡혀 있는 관료의 모습이다.

용왕 - 자신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지혜도 없는 데다 탐욕이 지나쳐 토끼의 꾀에 넘어 가는 부당한 권력을 상징하며 봉건 왕조의 지배층을 대변

등장 인물

성격

상징성

용왕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남의 생명을 빼앗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함 - 이기적임

욕심에 눈이 멀어 토끼의 꾀에 속아 넘어감 - 어리석음

탐욕스런 통치자

토끼

세속적인 부귀 영화를 추구함 - 속물적임

죽을 위기에 처했으나 상대를 속여 극복함 - 지혜로움

지혜로운 백성

자라

(별주부)

용왕에 대한 충성을 보람으로 여기며 명령에 무조건 복종함 - 우직하며 어리석은 충성심을 지님.

우직한 신하, 관료

작품의 배경이 바뀜과 인물의 행동, 사건 양상 비교

배경변화

용 궁(수 궁) - 지배 관료층의 세계(귀족 사회)

땅 위(산 속) - 피지배 서민층의 세계(서민 사회)

인물변화

토끼 : 공손, 자라 : 거만

토끼 : 의기 양양, 자라 : 풀이 죽음

사건변화

토끼는 살아남기 위해 갖은 꾀를 생각해 내고 용왕에게 정성을 다하는 듯이 보임

토끼는 위기를 면하여 크게 웃고 자라를 준엄히 꾸짖으며 의기양양해 보임

‘토끼전’의 구조

 

반복 구조와 대립 구조의 두 가지 측면으로 파악할 수 있다. 작품의 공간이 ‘수궁→육지→수궁→육지’로 반복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에서 반복 구조이며, ‘수궁’과 ‘육지’를 대립적 세계로 설정했다는 점에서는 대립 구조이다. 반복 구조에서는 공간의 이동에 따라 위기와 그것을 극복하는 기지(機智)가 반복됨으로써 흥미의 유발과 함께 극적 효과를 증대시켜 준다. 대립 구조에서는 수궁을 강자의 세계로, 육지를 약자의 세계로 표현하고 있다. 육지의 토끼가 수궁의 용왕에게 희생될 뻔한 이야기이며, 용왕에 비하여 토끼는 아무 권력도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줄거리 :

 

출전 : 완판본 '토끼전'


이러한 차례로 모다 모였는데, 만세를 불러 하례를 마친 후, 왕이 하교(下敎)하여 토끼를 바삐 잡아들이라 하니, 금부 도사(禁府都事)가 나졸을 거느려 객관(客館)에 이르니, 이 때 토끼, 홀로 앉아 자라의 돌아오기를 기다리더니, 불의에 금부 도사가 이르러 어명을 정하고, 나졸의 좌우로 달아들어 결박하여 풍우같이 몰아다가 영덕전(靈德殿) 섬돌 아래 꿇리거늘, 토끼, 겨우 정신을 수습하여 전상을 우러러보니, 용왕이 머리에 통천관(通天冠)을 쓰고, 몸에 강사포(絳紗袍)를 입고, 손에 백옥홀(白玉笏)을 쥐었으며, 만조 백관이 좌우에 옹위(擁衛)하였으니, 그 거동이 엄숙하고 위의가 놀랍더라.

용왕이 선전관 전어(錢魚)로 하여금 토끼에게 하교하여 가로되,

"과인은 수국의 천승(千乘) 임금이요, 너는 산중의 조그마한 짐승이라. 과인이 우연히 병을 얻어 신음한 지 오랜지라. 네 간이 약(藥)이 된다 함을 듣고 특별히 별주부를 보내어 너를 다려 왔노니, 너는 죽음을 한치 마라. 너 죽은 후에 너를 비단으로 몸을 싸고 백옥과 호박(琥珀)으로 관곽을 만들어 명당 대지에 장사할 것이요, 만일 과인의 병이 하린즉 마땅히 사당을 세워 네 공(功)을 표하리니, 네 산중에 있다가 호표(虎豹)의 밥이 되거나 사냥꾼에게 잡히어 죽느니보다 어찌 영화(榮華)롭지 아니하리요? 과인이 결단코 거짓말을 아니 하리니, 너는 죽은 혼이라도 조금도 과인을 원망치 말지어다."

하고 말을 마치자, 좌우(左右)를 호령하여 빨리 토끼의 배를 가르고 간을 가져오라 하니, 이 때에 뜰 아래 섰던 군사들이 일시에 달려들려 하니, 토끼, 무단히 허욕을 내어 자라를 쫓아왔다가 수국 원혼이 되게 하니, 이는 모다 자취(自取)한 화라, 누구를 원망하며 누구를 한하리요? ※세상에 턱없이 명리(名利)를 탐하는 자는 가히 이것을 보아 경계할지로다. 이 때에 토끼, 이 말을 들으매 청천벽력이 머리를 깨치는 듯 정신이 아득하여 생각하되, " 내 부질없이 영화 부귀를 탐내어 고향을 버리고 오매 어찌 이외의 변이 없을쏘냐? 이제 날개가 있어도 능히 위로 날지 못할 것이요, 또 축지(縮地)하는 술법(術法)이 있을지라도 능히 이 때를 벗어나지 못하리니 어찌하리요?" 또 생각하되, "옛말에 이르기를, 죽을 때에 빠진 후에 산다 하였으니, 어찌 죽기만 생각하고 살아날 방책을 헤아리지 아니하리요?" 하더니, 문득 한 꾀를 생각하여, 이에 얼굴빛을 조금도 변치 아니하고 머리를 들어 전상(殿上)을 우러러보며 가로되,

"소토(小兎), 비록 죽을지라도 한 말씀 아뢰리이다. 대왕은 천승의 임금이시요, 소토는 산중의 조그마한 짐승이라. 만일, 소토의 간으로 대왕의 환후(患候) 십분 하리실진대, 소토, 어찌 감히 사양하오며, 또 소토 죽은 후에 후장(厚葬)하오며 심지어 사당까지 세워 주리라 하옵시니, 이 은혜는 하늘과 같이 크신지라, 소토 죽어도 한이 없사오나, 다만 애달픈 바는, 소토는 바로 짐승이오나 심상(尋常)한 짐승과는 다르와, 본대 방성(房星) 정기를 타고 세상에 내려와 날마다 아침이면 옥 같은 이슬을 받아 마시며 주야로 기화요초(琪花瑤草)를 뜯어 먹으매 그 간이 진실로 영약이 되는지라. 이러하므로, 세상 사람이 모다 알고 매양 소토를 만난즉 간을 달라 하와 보챔이 심하옵기로 그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와, 염통과 함께 꺼내어 청산녹수 맑은 물에 여러 번 씻사와 고봉준령(高峰峻嶺) 깊은 곳에 감추어 두옵고 다니옵다가, 우연히 자라를 만나 왔사오니, 만일 대왕의 환후 이러하온 줄 알았던들 어찌 가져오지 아니하였으리잇고?"

하며 또 자라를 꾸짖어 가로되,

 

"네 임금을 위하는 정성이 있을진대, 어이 이러한 사정을 일언반사(一言半辭)도 날 보고 말하지 아니하였느뇨?"

하거늘, 용왕이 이 말을 듣고 크게 노하여 꾸짖어 가로되,

"네 진실로 간사한 놈이로다. 천지간에 온갖 짐승이 어이 간을 출입(出入)할 이치가 있으리요? 네, 얕은 꾀로 과인을 속여살기를 도모하나, 과인이 어이 근리(近理)치 아닌 말에 속으리요? 네, 과인을 기만한 죄 더욱 큰지라, 빨리 너의 간을 내어 일변 과인의 병을 고치며, 일변 과인을 속이는 죄를 다스리리라."

 

토끼, 이 말을 듣고 또한 어이없고 정신이 산란하여 간장이 없고 가슴이 막히어 심중히 생각하되, 속절없이 죽으리로다 하다가, 다시 웃으며 가로되,

 

"대왕은 소토의 말씀을 다시 자세히 들으시고 굽어 살피옵소서. 이제 만일, 소토의 배를 갈라 간이 없사오면, 대왕의 환후도 고치지 못하옵고 소토만 부질없이 죽을 따름이니, 다시 누구에게 간을 구하오려 하시나이까? 그제는 후회 막급하실 터이오니, 바라건대 대왕은 세 번 생각 하옵소서."

용왕이 토끼의 말을 듣고, 또 기색이 태연함을 보고 심중에 심(甚)히 의아하여 가로되,

"네 말과 같을진대, 무슨 간을 출입(出入)하는 표적이 있는가?"

 

토끼, 이 말을 듣고 크게 기꺼 생각하되, 이제는 내 살아날 도리 쾌(快)히 있도다 하고 여쭈오되,

"세상의 날짐승, 길짐승 가운데 소토는 홀로 특별히 간을 출입하는 곳이 따로 있사옵니다."

 

왕이 그 말을 듣고 더욱 노하여 꾸짖어 가로되,

"네 말이 더욱 간사한 말이로다. 날짐승, 길짐승을 물론하고 어이 간을 출입하는 곳이 따로 있으리요?"

토끼, 다시 여쭈오되,

"소토의 간을 출입하는 곳의 내력을 말씀하오리니, 대저 하늘이 자시(子時)에 열려 하늘이 되옵고, 땅이 축시( 丑時)에 열려 땅이 되옵고, 사람이 인시(寅時)에 생겨 사람이 나옵고, 만물이 묘시(卯時)에 나와 짐승이 되었사오니, "묘(卯)"라 하는 글자는 곧 소토의 별명이니, 날짐승, 길짐승의 근본을 궁구하오면 소토는 곧 금수의 으뜸이 되나니, 생초를 밟지 아니하는 저 기린도 소토의 아래옵고, 주리되 좁쌀을 먹지 아니하는 저 봉황도 소토만 못하옵기로, 특별히 품부(稟賦)하와 일월성신 삼광(三光)을 받아 간을 출입하는 곳이 따로 있사오니, 대왕이 만일 이 말씀을 믿으시지 아니하실진대 말으시려니와, 그러지 아니 하오시면 소토의 몸에서 적간(摘奸)하옵소서."

 

용왕이 이 말을 듣고 이상히 여겨 나졸을 명하여 자세히 보라 하니, 과연 간을 출입하는 곳이 따로 있는지라. 용왕이 아직 의혹하여 가로되,

" 네 말이, 네 간을 능히 내는 곳이 있다 하니, 도로 넣을 제도 그리로 넣는가?"

 

토끼, 속으로 헤오대 '이제는 내 계교가 거의 맞아 간다.'하고 여쭈오되,

"소토는 다른 짐승과 특별히 같지 아니하온 일이 많사오니, 만일 잉태하오려면 보름달을 바라보아 수태하오며, 새끼를 낳을 때에는 입으로 낳으옵나니, 옛글을 보아도 가히 알 것이오. 이러하므로, 간을 넣을 때에도 입으로 넣나이다."

용왕이 더욱 의심하여 가로되,

"네 이미 간을 출입한다 하니, 네, 혹 잊음이 있어 네 뱃속에 간이 있는지 깨닫지 못할 듯하니, 급히 내어 나의 병을 고침이 어떠하뇨?"

 

토끼 다시 여쭈오되,

"소토, 비록 간을 능히 출입하오나 또한 정한 때 있사오니, 달마다 초일일부터 십오일까지는 뱃속에 넣어 일월 정기를 호흡하여 음양지기(陰陽之氣)를 온전히 받사옵고, 십육일부터 삼십일까지는 줄기 아울러 꺼내어 옥계청류(玉溪淸流)에 정히 씻어 창송녹죽 우거진 정(淨)한 바위 틈에 아무도 알지 못하게 감추어 두는고로, 세상 사람이 영약이라 하는지라. 금일은 하육월(夏六月) 초순이니, 자라를 만날 때에는 곧 오월 하순이라. 만일 자라, 대왕의 병세 이러하심을 말하였던들 수일 지체하여 가져왔을지니, 이는 다 자라의 무상함이로소이다."

대저 용왕은 본성이 충후(忠厚)한지라, 토끼의 말을 듣고 묵묵히 말이 없으며, 속으로 헤아리되, '만일 제 말 같을진대, 공연히 배만 갈라 간이 없으면 저만 죽을 따름이요, 다시 누구다려 물으리요? 차라리 저를 달래어 간을 가져오게 함이 옳도다.'하고, 이에 좌우를 명하여 토끼의 맨 것을 끄르고 맞으니 전상(殿上)에 올라 황공함을 이기지 못하거늘, 용왕이 가로되,

"토 처사는 나의 아까 실례함을 허물치 말라."

하고, 이에 백옥배(白玉杯)에 천일주(千日酒)를 가득 부어 권하며 놀람을 진정하라 재삼 위로하니, 토끼, 공손히 받들어 마신 후 황송함을 말씀하더니, 홀연, 한 신하 나아가 아뢰어 가로되,

"신이 듣사오니 토끼는 본대 간사한 종류요, 또 옛말에 일렀으되 '군자(君子)는 가기이방(可欺以方)이라.' 하였사오니, 바라옵건대 전하는 그 말을 곧이듣지 말으시고 바삐 그 간을 내어 옥체를 보중하옵소서. "

모다 보니, 이는 대사간 자가사리라. 왕이 기꺼하지 않아 가로되,

"토 처사는 산중 은사라, 어찌 거짓말로 과인을 속이리요? 경은 물러 있으라."

하니, 자가사리, 분함을 못 이기나 하릴없이 물러나니,

 

용왕이 이에 크게 잔치를 베풀고 토끼를 대접할새, 금광초, 불로초는 옥반에 버러 있고, 옥액경장은 잔마다 가득하고, 전악(典樂)을 아뢰며 미녀 수십 인이 쌍쌍이 춤추며 능파사(陵波詞)를 노래하니, 이 때 토끼, 술에 반취하여 속으로 헤오대, '내 간을 줄지라도 죽지 아니할 것 같으면 이 곳에서 늙으리라.'하더라. 용왕이 이에 토끼다려 가로되,

"과인이 수국에 처하고 그대는 산중에 있어 수륙이 격원하더니, 오늘 상봉함은 이 또한 천재(千載)에 기이한 인연이니, 그대는 과인을 위하여 간을 가져오면 과인이 어찌 그대의 두터운 은혜(恩惠)를 저바리리요? 비단, 후히 갚을 뿐 아니라 마땅히 부귀를 같이 누릴지니, 그대는 깊이 생각할지어다."

 

토끼, 웃음을 참지 못하나, 조금도 사색(死色)을 드러내지 아니코 흔연히 대답하여 가로되,

"대왕은 너무 염려치 마옵소서. 소토, 외람히 대왕의 너그러우신 덕을 입사와 잔명을 살았으니, 그 은혜를 어찌 만분지일(萬分之一)이나 갚사옴을 생각지 아니하오며, 하물며 소토는 간이 없을지라도 사생(死生)에는 관계치 아니하오니 어찌 이것을 아끼리잇고?"

하니, 용왕이 크게 기꺼하더라. 잔치를 파한 후, 용왕이 근시(近侍)를 명하여 토끼를 인도하여 별전(別殿)에 가서 쉬게 하니, 토끼, 근시를 따라 들어가니, 광채 영롱한 운모 병풍(雲母屛風)과 진주발을 사면에 드리웠는데, 석반(夕飯)을 올리거늘 살펴보니, 진수성찬이 모두 인간에서는 보지 못한 바라. 그러나 토끼는 마치 바늘 방석에 앉은 듯하매 생각하되, '내 비록 일시 속임수로 용왕을 달래었으나, 이 땅에 가히 오래 머무르지 못하리라.'하고, 밤을 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튿날 다시 용왕을 보아 가로되,

"대왕의 병세 미령(靡寧)하오신 지 이미 오랜지라. 소토, 빨리 산중(山中)에 가 간(肝)을 가져오고자 하오니, 바라옵건대 소토의 작은 정성을 살피옵소서."

 

용왕이 크게 기꺼 즉시 자라를 불러 이르되,

"경은 수고를 아끼지 말고 다시 토처사와 함께 인간에 나가라."

하니, 자라 머리를 조아려 명을 받드는지라, 용왕이 다시 토끼를 대하여 당부하여 가로되,

"그대는 속히 돌아오라."

하고 진주 이백 개를 주어 가로되,

"이것이 비록 사소하나 우선 과인의 정을 표하노라."

하니, 토끼, 공손히 받은 후 용왕께 하직(下直)하고 궐문 밖에 나오매, 백관이 다 나와 전별하며 수이 간을 가져 돌아옴을 부탁하되, 홀로 자가사리 오지 아니하였더라.

 

이 때, 토끼, 자라등에 다시 올라 만경창파를 건너 바닷가에 이르러 자라, 토끼를 내려놓으니, 토끼, 기꺼움을 못 이겨 스스로 생각하되, '이는 진실로 그물을 벗어난 새요, 함정에서 뛰어나온 범이로다. 만일 나의 지혜 아니면 어찌 고향 산천을 다시 보리요?' 하며 사면으로 뛰노는지라.

 

자라, 토끼의 모양을 보고 가로되,

"우리의 길이 총망(悤忙)하니, 그대는 속히 돌아감을 생각하라."

 

토끼, 크게 웃어 가로되,

"이 미련한 자라야, 대저 오장육부에 붙은 간을 어이 출납하리요? 이는 잠시 내 기특한 꾀로 너의 수국 군심(群心)을 속임이라. 또 너의 용왕의 병이 날과 무슨 관계 있느뇨? 진소위(眞所謂) 풍마우불상급(風馬牛不相及) 이로다. 또, 네, 무단히 산중에 한가로이 지내는 나를 유인하여 네 공(功)을 나타내려 하니, 내, 수국에 들어가 놀라던 일을 생각하면 모골(毛骨)이 송연(悚然)한지라. 너를 곧 없이하여 분을 풀 것이로되, 네, 나를 업고 만리창파에 왕래하던 수고를 생각지 아니치 못하여 잔명을 살려 이르되, 사생이 다 명이 있으니, 다시는 부질없이 망령된 생각을 내지 말라 하여라."

하고 또 크게 웃어 가로되,

"너의 일국 군신(君臣)이 모다 나의 묘계(妙計)에 속으니, 가히 허무타 하리로다."

하고 인하여 깊은 송림(松林) 사이로 들어가 자취가 사라지는지라.

 

자라, 토끼의 가는 모양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길이 탄식하여 가로되,

"내 충성이 부족하여 토끼에게 속은 바 되었으니, 이를 장차 어찌하리요?"

 

또, 탄식하여 가로되,

"우리 수국 신민이 복이 없어, 내, 토끼의 간을 얻지 못하고 무슨 면목으로 돌아가 우리 임금과 만조 동료를 대하리요? 차라리 이 땅에서 죽음만 같지 못하도다."

하고 머리를 들어 바윗돌을 향하여 부딪치려 하더니, 홀연, 누가 크게 불러 가로되,

"별주부는 노부(老夫)의 말을 들으라."

하거늘, 자라, 놀라 머리를 돌이켜보니, 한 도인이 머리에 절각건(折角巾)을 쓰고 몸에 자하의(紫霞衣)를 입고 표연히 자라 앞에 와 웃어 가로되,

"네 정성이 지극하기로 내 천명을 받자와 한 개의 선단(仙丹)을 주노니, 너는 빨리 돌아가 용왕의 병을 고치게 하라."

하고 말을 마치더니, 소매 안에서 약을 내어 주거늘, 자라, 크게 기꺼 두 번 절하고 받아 보니, 크기 산사(山査)만하고 광채 휘황하며 향취 진동하는지라. 다시 절하고 사례하여 가로되,

"선생의 큰 은혜는 우리 일국 군신(君臣)이 감격하려니와, 감히 묻삽나니 선생의 존성 대명(尊姓大名)을 알고자 하나이다."

 

도인이 가로되,

"나는 패국(沛國) 사람 화타(華陀)로다."

하고 표연(飄然)히 가더라.

 

요점 정리

작자 : 미상

연대 : 미상

형식 : 고대 소설. 판소리계 소설. 우화 소설.

성격 : 풍자(諷刺)적. 우화(寓話)적. 해학(諧謔)적. 교훈(敎訓)적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배경 : 시간적(옛날 옛적). 공간적(용궁, 바닷가, 산 속), 사회적 (유교적 사상(忠)이 강조되던 사회)

표현 : 우화적, 의인화수법으로 인간 사회를 풍자, 고사성어와 속담, 한자어가 많이 쓰임.

제재 : 용왕의 병과 토끼의 간

주제 :

표면적 주제 : 고난을 극복하는 지혜와 허욕에 대한 경계와 왕에 대한 충성심

이면적 주제 : 상류 계층에 대한 비판 및 풍자, 인간의 속물적 근성을 풍자

구성 : 5단 구성

발단

용왕이 병이 들어 백방으로 약을 구함

전개

별주부가 토끼를 잡아가기 위해 육지로 나온

위기

토끼를 유인하여 용왕 앞에 데려옴

절정

용왕을 속여 용궁에서 벗어나는 토끼

결말

토끼의 꾀와 자라의 충성심

인물 :

토끼 : 꾀돌이의 화신으로 명예욕이 강하고, 꾀가 많으며 말주변이 좋음. 서민들을 상징

자라 : 충성심이 강하나, 사물의 이치를 살펴 판단하기보다 자기의 목적 달성에 급급하여 처음에는 토끼를 속였으나 나중에는 토끼의 속임수에 빠지고 만다.

용왕 : 자신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지혜도 없는 데다 탐욕이 지나쳐 토끼의 꾀에 넘어 가는 부당한 권력을 상징

작품의 배경이 바뀜과 인물의 행동, 사건 양상 비교

배경변화

용 궁(수 궁)

땅 위(산 속)

인물변화

토끼 : 공손, 자라 : 거만

토끼 : 의기 양양, 자라 : 풀이 죽음

사건변화

토끼는 살아남기 위해 갖은 꾀를 생각해 내고 용왕에게 정성을 다하는 듯이 보임

토끼는 위기를 면하여 크게 웃고 자라를 준엄히 꾸짖으며 의기양양해 보임

발전 과정

인도본생설화

중국불전설화

한국구토설화

수궁가

토끼전

근원설화

구전설화 - 판소리계

고전 소설

특징 : 우의적[寓意的 : 다른 사물에 빗대어 비유적인 뜻을 나타내거나 풍자함. 또는 그런 의미] 기법으로 인간 사회의 세태를 풍자하고 있으며, 중국의 고사와 속담 등을 사용하여 대화의 내용을 다채롭게 표현하였다.

줄거리 : 용왕이 병이 나서 죽게 되자 용궁에서는 어전 회의가 열린다. 토끼의 간이 영약이라는 사실을 안 용왕은 이를 구해 오라고 하나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 이 때 자라가 자청하여 육지에 가서 토끼를 잡아오겠다고 나선다. 육지에 간 자라는 어렵게 토끼를 유혹해서 용궁으로 데리고 오나, 토끼가 꾀를 내어 자신의 간은 볕에 말려 놓고 왔다고 거짓말을 하여 위기를 모면한다. 토끼는 육지로 돌아가고 낭패를 본 자라가 자살하려 할 때 도인이 나타나 자라에게 선약을 건네 준다.

내용 연구

가기이기방(可欺以其方) : 그럴 듯한 말로써 남을 속일 수 있음.

풍마우불상급(風馬牛不相及) : 굴레를 벗겨 놓은 우마도 서로 미치지 못할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다

이해와 감상: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조선 후기의 판소리계 작품으로 동물을 의인화한 우화소설이다.

 

〔서 지〕

대략 100여 종의 이본이 전하는데, 이들을 서지적 측면에서 나누어 볼 때 한글 및 국한문 혼용으로 된 필사본 78종, 한문 필사본 4종, 목판본 2종, 활자본 6종, 그리고 창자를 알 수 있는 판소리 개작 및 전사본 12종이 있다. 이본은 판소리계 이본과 소설계 이본으로 양분되며 그 이본의 명칭 또한 다양하다.

명칭은 ‘토끼전’ 외에 별주부전(鼈主簿傳)·토별가(兎鼈歌)·수궁가(水宮歌)·토공전(兎公傳)·토별산수록(兎鼈山水錄)·토생전(兎生傳)·수궁전·퇴별전·토처사전(兎處士傳)·토공사(兎公辭)·별토전(鱉兎傳)·토(兎)의 간(肝)·불로초(不老草)·수궁록(水宮錄)·별토가(鼈兎歌)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이들 중 국한문 혼용의 필사본은 〈별주부전〉·〈별토가〉·〈수궁가〉 등, 한글 필사본은 〈토끼전〉·〈토생전〉·〈토처사전〉 등, 한문 필사본은 〈토공사〉·〈별토전〉 등이며, 목판본은 경판본 〈토沂젼〉과 완판본 〈퇴별가〉가 있다.

활자본은 〈별주부전〉·〈불로초〉·〈토의 간〉 등인데, 이 중 1913년에 간행한 신구서림본 〈별주부전〉은 이해조(李海朝)가 명창 곽창기(郭昌基)와 심정순(沈正淳)의 구술을 받아 정리한 것이다.

 

판소리 창본은 신재효(申在孝) 교정의 〈퇴별가〉와 이선유(李善有)의 〈수궁가〉, 김연수(金演洙)의 〈수궁가〉 등 10명의 창본이 있는데, 신재효의 〈퇴별가〉가 완판본 〈퇴별가〉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본은 대체로 소설본과 판소리본으로 대별되며 ‘전(傳)’ 또는 ‘록(錄)’으로 된 것이 소설본, ‘가(歌)’로 된 것이 판소리본인 경우가 많다.

 

〔줄거리〕

〈토끼전〉의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용왕이 병이 나자 도사가 나타나 육지에 있는 토끼의 간을 먹으면 낫는다고 한다. 용왕은 수궁의 대신을 모아놓고 육지에 나갈 사자를 고르는데 서로 다투기만 할 뿐 결정을 하지 못한다.

이 때 별주부 자라가 나타나 자원하여 허락을 받는다. 토기화상을 가지고 육지에 이른 자라는 동물들의 모임에서 토끼를 만나 수궁에 가면 높은 벼슬을 준다고 유혹하면서 지상의 어려움을 말한다.

 

이에 속은 토끼는 자라를 따라 용궁에 이른다. 간을 내라는 용왕 앞에서 속은 것을 안 토끼는 꾀를 내어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고 한다. 이에 용왕은 크게 토끼를 환대하면서 다시 육지에 가서 간을 가져오라고 한다.

자라와 함께 육지에 이른 토끼는 어떻게 간을 내놓고 다니느냐고 자라에게 욕을 하면서 숲 속으로 도망가 버린다. 어이없는 자라는 육지에서 죽거나 빈손으로 수궁으로 돌아간다.

 

〔유 래〕

〈토끼전〉은 인도설화에 뿌리를 둔 불전설화(佛典說話)를 근원설화로 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 나라에 전파되어 설화화와 소설화의 과정을 거친 것으로, 그 근원설화에서 소설에 이르기까지는 대략 4단계를 거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첫째 단계는 인도의 본생담(本生譚, Jataka)으로 자타카 57 〈원왕본생 猿王本生〉, 자타카 208〈악본생 鰐本生〉, 자타카 342〈원본생 猿本生〉의 세 가지가 있는데, 모두 ≪남전장경 南傳藏經≫ 속에 들어 있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인도의 설화문학서인 ≪판차탄트라 Panchatantra≫와 ≪가타사리트사가라 Gathasaritsagara≫, 불교 문헌인 ≪마하바스투 Mahavastu≫에도 나타나고 있다. ≪판차탄트라≫는 서기전 200∼300년 경에 성립된 것이고, ≪가타사리트사가라≫와 ≪마하바스투≫는 대략 그 이후에 성립된 문헌으로 추정되고 있다.

둘째 단계는 이들 인도의 설화가 불경에 흡수되어 불교의 전파와 함께 중국에 들어와 한자로 번역되어 한역경전으로 나타난 단계이다. 〈토끼전〉의 근원설화를 수록하고 있는 불경은 3종으로 ≪육도집경 六度集經≫, ≪생경 生經≫의 제1권 ≪불설별미후경 佛說鼈搗銳經≫, 그리고 ≪불본행집경 佛本行集經≫이다.

이들이 중국에서 번역된 것은 대략 3세기에서 5세기에 이르는 기간으로, 이것이 다시 중국의 불교 문헌에 재편입되었다. 수록 문헌은 ≪경률이상 經律異相≫·≪법원주림 法苑珠林≫ 등이다.

 

셋째 단계는 우리 나라에 들어와 문헌설화로 정착되거나 구비설화로 구전되는 단계인데, ≪삼국사기≫ 김유신열전(金庾信列傳)에 나타나는 구토설화(龜兎說話)가 문헌설화의 예이고, 구전설화는 불전설화의 민간유출로 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넷째 단계는 오랫동안 구전되던 설화가 조선시대 후기에 이르러 판소리화하여 그 대본으로 정립되거나, 또는 설화에서 곧바로 소설화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단계이다. 그 기간은 대체로 17, 18세기경으로 추측될 뿐 정확한 연대나 경위를 확증하기는 어렵다.

〈토끼전〉은 판소리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기에 그 성립의 시기나 계기에 대한 추론은 판소리 자체의 역사, 특히 〈수궁가〉의 형성과 전개에서 찾아야 한다.

이처럼 4단계를 거쳐 성립되는 동안 이야기의 내용도 많은 변화를 거치게 되나 원형으로서의 설화의 골격은 변함이 없다.

첫째 단계에서는 대체로 단순히 교훈적인 인도의 우화적 설화로 존재한다. 그러다가 불경에 삽입되면서 종교적 의미를 띠게 된다. 이 단계에서 등장하는 동물은 원숭이와 악어로 되어 있고, 수중의 악어 아내가 원숭이의 간을 먹고 싶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둘째 단계인 한역경전에서 동물은 자라와 원숭이, 또는 용과 원숭이로 변한다. 그러나 악어는 악인 제바달다(提婆達多)로서, 악어가 원숭이 간을 탐내는 것처럼 악인인 제바달다가 석가를 해치려 한다는 의미로 되어 있다.

셋째 단계에서 구토설화는 다분히 한국화되어 풍자소설로 이루어진다.

 

〔평가 및 의의〕

〈토끼전〉에는 작자군(作者群)의 서민의식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풍자와 익살스러운 해학이 잘 나타나 있고, 이것이 주제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 풍자성은 작자군인 서민계층이 당시 피지배층의 지배층에 대한 저항의식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형성시기로 추정되는 17, 18세기는 지배관료계층의 부패와 무능으로 서민들의 사회적 불만이 커가던 때였다.

그러나 이러한 불만은 지적 능력의 결여와 사회적 신분의 제약으로 표출할 방도가 없었고, 다만 민란(民亂)이라는 폭력적 수단과 민속극·판소리·민요 등 서민예술을 통한 간접적 배설의 길만이 있었다. 우화적 이야기로서의 〈토끼전〉은 그러한 사회적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었던 것이다.

여기에 나타나는 세계는 용왕을 정점으로 한 자라 및 수궁대신들의 용궁세계와, 토끼를 중심으로 한 여러 짐승들의 육지세계로 나뉜다. 전자는 정치 지배 관료층의 세계를, 후자는 서민 피지배 농민층의 세계를 각각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주색에 빠져 병이 들고 어리석게도 토끼에게 속아 넘어가는 용왕과 어전에서 싸움만 하고 있는 수궁대신들은 당시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사회의 인물들을 투영한 것이다.

이와 반대로, 토끼는 서민의 입장을 취한다. 수궁에서 호의호식(好衣好食)과 높은 벼슬을 할 수 있다는 자라의 말에 속아 죽을 지경에 이르지만, 끝내 용왕을 속이고 수궁의 충신 자라를 우롱하면서 최후의 승리를 얻는 작품의 귀결은 토끼가 작자군을 대변하는 존재임을 잘 보여준다.

여기서 이 작품의 주제가 서민의식에 바탕을 둔 발랄한 사회풍자에 있음이 잘 드러나고 있다. 한편, 곳곳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서민적 해학도 주제적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이본에 따라 자라의 충성을 주제적 측면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있지만, 충성이 이 작품의 본래적이고 일반적인 주제는 아니다. 외래의 짤막한 동물우화를 장편의 의인체 풍자소설로 발전시킨 데서 조선 후기 서민들의 예술적 창작력이 높이 평가된다.

아울러 단순한 동물소설이 아니라 당시의 비판적 서민의식을 우화적 수법을 통하여 드러낸 점에서 고소설사상(古小說史上)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이 작품은 소설·판소리·전래동화 등으로 전해지고, 지금도 마당극이나 창무극(唱舞劇)으로 계속 공연되고 있는 우리 민족의 살아있는 고전이다.

≪참고문헌≫ 朝鮮小說史(金台俊, 學藝社, 1939), 토끼打令(崔南善, 東亞日報, 1927), 토끼傳 根源說話硏究(印權煥, 亞細亞硏究 25, 1967), 토끼傳 異本考(印權煥, 亞細亞硏究 29, 1968), 토끼傳의 構造와 諷刺(趙東一, 啓明論叢 9, 啓明大學, 1972), 兎鼈歌의 系譜的 考察(姜漢永, 省谷論叢 3, 省曲財團, 1972), 토끼傳의 諷刺性과 庶民意識(印權煥, 語文論集 14·15, 高麗大學校語文硏究會, 1973), 토끼傳 硏究(金東建, 慶熙大學校 博士學位論文, 2001), 토끼전·수궁가 硏究(印權煥, 高麗大學校 民族文化硏究院, 2001).(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해와 감상2

 

'토끼전'은 조선 후기 판소리계의 동물우화소설이다. 따라서 그 이본(異本) 역시 판소리계 이본과 소설계 이본으로 양분되며, 그 이본의 명칭 또한 다양하다. 대체로 '별토가'나 '수궁가' 등으로 불려지는 작품들이 판소리계에 속하고, '별주부전'이나 '토끼전' 등으로 불려지는 작품들이 소설본계에 속한다. 그러나 이본 가운데는 판소리본이나 소설본의 중간적 성경을 지닌 것도 많고, 그 명칭도 다양하여 그 구분이 단순한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설화는 다른 나라에 널리 퍼져 있다. 인도에서는 <자타카 본생경(本生經)>의 원숭이와 용왕 사이의 이야기가 실려 있고, <별미후경>에서는 자라와 원숭이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중국이나 일본 등지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구토지설(龜兎之說)'이 우리 나라에 기록으로 처음 등장하는 것은 <삼국사기(三國史記)>의 '김유신전(金庾信傳)'에서이다. 김춘추(金春秋)가 고구려에 잡혔을 때에 이 고지(故智)를 이용하였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토끼전'은 원래 인도의 본생 설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며, 중국의 한역경전(漢譯經典)을 거쳐 전래된 불전설화에 그 근원을 두고 성립된 설화계 소설이다. 우리 나라의 문헌설화로는 <삼국사기> 소재의 구토설화(龜兎說話)가 해당된다. 이들이 조선 후기의 '토끼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순서대로 보면 다음과 같다.

인도 본생설화

중국 불전 설화

한국 구토설화

수궁가

토끼전

 

구전설화

 

즉, 외국의 전래설화가 토착화되어 구토설화나 기타 구전설화가 되고, 이들이 다시 판소리 사설화하여 '수궁가'가 되었다가, 판소리 대본의 정착 과정에서 문자화되면서 '토끼전'으로 소설화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우리 나라에 알맞게 그 무대가 꾸며지고, 마침내는 판소리로 불리어지기까지 하다가 우리의 고대 소설로 틀이 잡힌 것이다.

 

'토끼전'은 대부분의 고전 소설처럼 특정한 작가 개인이 아니라, 전승과 전파에 따라 수많은 작가들에 의해 변개, 착색되어 온 것이다. 그래서 흔히 이런 문학을 유동 문학(流動文學), 적층 문학(積層文學)이라고 부른다.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남해(南海)의 용왕(龍王)인 광리왕(廣理王)이 병들어 죽게 되자 영약(靈藥)인 토끼의 간(肝)을 구하는 사명을 띤 자라가 산중에서 토끼를 꾀어 등에 업고 수궁(水宮)으로 돌아오던 중 내막을 알게 된 토끼가 기지로써 간을 볕에 말리려고 꺼내 놓고 왔노라는 말에 속아 토끼를 놓쳐 버린다. 이에 자라가 자살하려던 찰나, 도인(道人)의 도움으로 선약(仙藥)을 얻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로서, 자라와 토끼의 행동을 통하여 인간성의 결여를 풍자해 주는 내용이다.

'토끼전'의 주제는 대체로 충(忠)을 앞세운 중세적 유교의 지배논리를 강조하는 경우, 이들 충과 유교적 도덕률에 대한 야유와 비판, 서민적 풍자적 해악이 주제인 경우, 또 이들 양자가 공존, 내지 혼재하는 경우의 세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토끼전'은 동물들을 등장시켜 풍자적으로 묘사한 의인소설(擬人小說)이자 우화소설(寓話小設)이다. 조선의 고전소설에는 실화(實話)가 모델이 되어 작품으로 정착된 것이 적지 않다.

 

그러나 고전소설에는 실화가 소설로 된 것뿐만 아니라 전래되어 내려오는 우화가 소설의 소재가 된 것 또한 적지 않다.

전해 내려오는 우화라 한다면 과거에는 설화문학(說話文學)으로 벌써 오랫동안 민간에 유행되어 문자로 기록되지 않은 문학으로 일반 대중에게 환영을 받았다.

 

또 그러는 사이에 대중의 생활이 남몰래 그 가운데로 스며 들어가, 때마침 소설이 널리 읽혀짐에 따라 누군가가 문자로 옮겨 작품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토끼전'은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적혀 있는 삼국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던 '구토설화(龜兎說話)'가 그 줄거리를 얼마만큼 바꾸어 가면서 입으로 전해져 오다가 조선의 영정조(英正祖) 무렵에 이르러 소설로 굳어진 것이라 생각된다.

그 내용은 남해 용왕이 우연히 병에 걸렸는데 토끼의 간이 약이 된다는 말을 듣고 그것을 구해 병을 고치고자 하여 자라가 인간 세상에 나가 갖은 감언 이설로 토끼를 유혹하여 용궁으로 데려왔으나 도리어 토끼의 꾀에 속아 그만 놓쳤으나 자라의 충직함에 토끼가 감동하여 약을 주어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이는 동물의 세계를 통하여 인간사회를 풍자하려는 뜻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곧 자라의 충성스러운 성격과 토끼의 경솔하면서도 간사한 지혜는 흔히 우리 인간에게서도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하여 '토끼전'을 읽는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교훈을 주고 있다.

첫째, 자기의 분수에 넘치는 헛된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즉, 산중에 사는 토끼가 자기를 높이 평가하는 자라의 말에 현혹되어 용궁으로 들어가는데 이것은 우리 인간들 세계에 있어서는 흔히 볼 수가 있는 광경이다. 작자는 이 대목에서 풍자의 극치미를 보여 주고 있다.

 

둘째, 무슨 일이든지 경솔하게 행하지 말 것이며 비밀을 함부로 미리 말하지 말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만약 용왕 이하 신하들이 깊이 생각하여 토끼의 말을 분석했다면 절대 속아 넘어 가지 않았을 것이다.

 

'토끼전'과 같은 동물들을 의인화한 소설로는 '두껍전', '장끼전', '서동지전' 등이 있는데 모두가 세상 사람들을 풍자적으로 충고하기 위한 것들이다.

 

이것은 마치 서양의 <이솝 우화>에 나오는 짐승들의 이야기와 비슷하면서도 좀 더 사실적인 면이 두드러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심화 자료

 

등장인물의 성격

토끼 : 꾀돌이의 화신으로 명예욕이 강하고, 꾀가 많으며 말주변이 좋음. 서민들을 상징

자라 : 충성심이 강하나, 사물의 이치를 살펴 판단하기보다 자기의 목적 달성에 급급하여 처음에는 토끼를 속였으나 나중에는 토끼의 속임수에 빠지고 만다.

용왕 : 자신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지혜도 없는 데다 탐욕이 지나쳐 토끼의 꾀에 넘어 가는 부당한 권력을 상징

판소리수궁가(――水宮歌)

고대소설 토끼전을 창본(唱本)으로 엮어 부르는 판소리.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9호. 1985년 1월에 지정되었다. 판소리 〈수궁가〉의 전승 계보에는 두 종류가 있는바, 유성준(劉成俊)의 동편제와 박유전(朴裕全)-정재근(鄭在根)-정응민(鄭應珉)-정권진(鄭權鎭) 계보의 강산제가 그것이다.

 

유성준은 소년시절에 송만갑의 선친(先親)이며 동편제 〈수궁가〉가 특별히 뛰어난 송우룡(宋雨龍)한테서 판소리 〈춘향가〉·〈심청가〉·〈수궁가〉를 배웠고, 정춘풍(鄭春風)한테서는 판소리 이론에 관한 지침을 받아 이론과 실제에 두루 능했다.

그는 특히 수궁가에 뛰어났으며 만년에 이르기까지 경남 진주에서 수궁가 전수에 힘썼으므로 임방울(林芳蔚)·김연수(金演洙)·정광수(丁珖秀) 등 당시 수궁가를 배우려는 사람들은 으레 진주로 가서 유성준을 찾았다고 한다.

예능보유자 선동옥(宣東玉)은 1970년 이래로 사천시에서 살고 있다. 1953년 4월부터 1957년 9월까지 박봉술 ( 朴奉述 ) 문하에서 〈수궁가〉와 〈적벽가〉를 배웠으며, 1958년 9월에 창극단인 국극사에 입단하여 이듬해 7월까지 활동하였고, 1965∼1969년간엔 순천시에서 국악원 강사를 지냈다.

 

박봉술본 〈수궁가〉도 동편제에 속하는 바, 강산제의 그것과 함께 줄거리는 허두(虛頭)/왕이 득병(得病)을 한탄/도사가 병을 진맥/수궁 조회(朝會)/가족과의 이별/수궁 출발/모족(毛族)회의/자라와 호랑이/산신제/토끼와 자라/여우의 방해/해변의 토끼/용궁 도착/토끼 결박/용왕과 토끼/용궁 연회/수궁 출발/상륙한 토끼와 주부/덫에 걸린 토끼/토끼와 독수리로 엮어진다.

그러나 강산제에는 ‘가족과의 이별’에 별주부(자라) 모친의 말이 없다. 마지막 끝맺음에서 강산제에서는 용왕이 산신에게 ‘이문장’을 보내고 토끼를 얻어 병을 치유하며 성주풀이를 부르나 동편제엔 이런 장면이 없으며 구성 장단도 다른 곳이 적지 않은 점 등, 차이가 난다.

≪참고문헌≫ 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 78-판소리 수궁가-(문화재관리국, 1970), 판소리사설집(신재효, 민중서관, 1972), 판소리 二百年史(朴滉, 思社硏, 1987).

토끼전의 교훈성

 

'토끼전'이 주는 사람들에게 주는 교훈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기의 분수(分數)에 넘치는 헛된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교훈(敎訓)을 담고 있다.

즉, 산중(山中)에 사는 토끼가 자기를 높이 평가(評價)하는 자라의 말에 현혹(眩惑)되어 용궁(龍宮)으로 들어가는데 이것은 우리 인간들 세계에 있어서는 흔히 볼 수가 있는 광경이다. 작자는 이 대목에서 풍자의 극치미(極致美)를 보여 주고 있다.

 

둘째, 무슨 일이든지 경솔(輕率)하게 행하지 말 것이며 비밀(秘密)을 함부로 미리 말하지 말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만약 용왕과 그의 신하들이 조금만 깊이 생각하고, 토끼의 말을 분석했다면 절대 속아 넘어 가지 않았을 것이다. '토끼전'과 같은 동물들을 의인화한 소설로는 '두껍전', '장끼전', '서동지전' 등이 있는데 모두가 세상 사람들을 풍자적으로 충고하기 위한 것들이다.

 

이것은 마치 서양의 '이솝 우화'에 나오는 짐승들의 이야기와 비슷하면서도 좀 더 사실적인 면이 두드러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판소리계 소설의 특징

 

판소리계 소설이란 판소리로 불려졌던 소설을 포함하여 판소리와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는 소설을 함께 부르는 명칭이다. '춘향전', '흥부전', '심청전'을 비롯하여 '배비장전', '옹고집전', '장끼전', '토끼전' 등이 이에 속한다. 판소리계 소설은 평민 계층의 발랄함과 진취성을 바탕으로 하여 전승, 재창작(再創作), 개작(改作)되었고, 그들의 체험(體驗)과 원망을 투영하고 있다. 판소리계 소설에서는 전대(前代) 소설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했던 초경험적이고 관념적인 내용을 대폭 축소하고, 현실적(現實的)인 경험을 생동감 있게 표현(表現)하고 있다. 따라서, 소설의 독자가 양적(量的), 계층적으로 확대되면서 군담소설(軍談小說)의 인기를 판소리계 소설이 차지하게 되었다. 또한, 판소리계 소설은 판소리가 지닌 개방적 면모와 향유층(享有層)들의 다양한 관심사, 자유로운 수용 태도, 해학(諧謔)과 풍자(諷刺)를 기본으로 하는 평민 계층의 문화적 역동성 등을 잘 보여 주고 있다.

판소리계 소설은 지은이를 알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판소리는 설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판소리계 소설은 판소리의 사설을 소설화(小說化)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기 때문에 그만큼 이본이 많아졌다. 오랜 세월에 걸쳐 전해 오는 동안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이 이야기의 형성에 관계하여 마치 퇴적물이 쌓이듯 형성되었다고 하여, 이를 가리켜 적층문학(積層文學)이라고도 한다. 판소리계 소설들은 서민(庶民)들의 발랄함과 해학성(諧謔性)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우화(寓話)

 

인간 이외의 동물 또는 식물에 인간의 생활감정을 부여하여 사람과 꼭 같이 행동하게 함으로써 그들이 빚는 유머 속에 교훈을 나타내려고 하는 설화(說話).

그 의도하는 바는 이야기를 빌려 인간의 약점을 풍자하고 처세의 길을 암시하려는 데에 있다. 이를테면 이야기를 육체로 하고 도덕을 정신으로 하는 설화이다. 그러나 주인공이 일상 친근할 수 있는 한 마리의 새앙쥐이며 역시 한 마리의 까마귀이기 때문에 그들이 연출하는 기지와 유머에는 도덕적인 딱딱한 맛은 가셔지고 독자들을 흥미 속으로 이끌어 도의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옛날부터 동물을 이용하여 인간사회를 풍자하는 방법은 적지 않지만 그런 경우 주인공인 동물들은 인간의 능력과 줄을 긋고 절대로 자기 본래의 영역을 넘지 못하는 데 비해 우화의 주인공들은 인간의 모든 기능을 구비한 인격으로서 자유스럽게 지껄이며 행동하는 것이 상례이다. 여기에 우화의 기교상 특색이 있는 것이다.

우화 작가로서 유명한 사람은 《이솝 이야기》의 작가로 알려진 이솝인데, 그야말로 시대적으로나 또는 작품의 우수성으로나 동물우화의 제1인자이다. 물론 그의 모든 작품이 독창(獨創)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소재를 널리 그리스 이외의 곳에서까지 구한 것은 작품 속에 나타나는 동물의 종류를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이들 소재에 혼(魂:도덕관)을 불어넣어 훌륭한 문학작품으로 다듬어내었다.

그의 우화들은 간결하고 소박한 문체(文體) 속에서도 인간성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간직하고 있으며 교묘하게 인생기미(人生機微)를 찌르면서 일상생활에 도덕적 기조(基調)를 제공하고 있다. 그의 우화는 그리스에서 유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파에도르스의 라틴어역(譯)으로 로마시대에도 읽혔고, 학교의 교과서로도 쓰였다.

근세에 와서는 많은 우화작가가 나타났지만 프랑스의 라 퐁텐을 우선 들 수 있다. 17세기에는 왕족들의 호화판 사치생활과는 딴판으로 백성은 곤궁에 빠지고, 좋은 점보다는 결점이 많았으며 사자처럼 무서운 군주(君主) 밑에 원숭이 같은 궁정관리(宮廷官吏)가 많았던, 이를테면 이런 심한 대조 속에서 화려한 인간 모습들을 전개한 시대였는데, 그런 속에서 라 퐁텐은 세련된 기지와 유머로 풍자의 붓을 날렸다. (출처 : 두산세계대백과 EnCyber)

토별가(兎鼈歌)

 

신재효 ( 申在孝 )가 개작하여 정착시킨 판소리 작품의 하나. ‘ 퇴별가 ’ 라고도 한다. 몇 가지의 필사본이 전하나, 미세한 자구의 차이만 보여 주는 동일본의 전사본(轉寫本)이다.

전주 지방에서 목판으로 찍어 낸 완판본 〈 퇴별가 〉 는 이 작품을 인쇄한 것이다. 읍내본(邑內本) 〈 퇴별가 〉 를 영인한 자료와 이를 주석하고 각 이본 간의 차이를 표시한 자료가 출판되었다.

이본 중에는 용궁에 잡혀 온 토끼를 동정적인 관점에서 서술하고 별주부의 아내가 우직한 남편보다 영리하고 멋진 토끼에게 애정을 표시하게 되는 것도 있으나, 신재효의 〈 토별가 〉 는 충성스러운 별주부를 긍정적인 관점에서 서술하고 이에 걸맞게 그의 아내도 정숙하게 형상화한 점에서 다른 개작의 방향을 보여 준다. 이것은 유교적 이념 구현에 충실하려는 그의 가치관의 구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별주부가 토끼를 찾으러 산중의 짐승이 모인 모족회의(毛族會議)에 끼어드는 부분에서는 신재효의 현실 인식 태도가 반영되어 있다. 지방 수령을 호랑이에 비유하고 아전을 사냥개에 비유하고 멧돼지와 다람쥐를 백성에게 비유하고 있는 부분은 약육강식이라는 생태계 현상을 사회적 착취 관계에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조선조 후기의 사회 현실을 투철히 파악했던 작자의 현실 인식 태도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것은 지배이념을 긍정하지만 사회 현실의 모순은 비판하려는 의식의 양면성이 빚어낸 결과였다.

신재효의 〈 토별가 〉 가 독서물로 전환될 수 있음은 이 작품이 완판본 〈 퇴별가 〉 로 인쇄되었던 사실에서 확인된다. 그러나 그의 〈 토별가 〉 의 일부는 김수영 ( 金壽永 )의 창본에 수용되었으며, 그의 초청으로 고창에 와서 소리 선생을 하였던 김세종 ( 金世宗 )의 영향을 받은 유성준 ( 劉成俊 )의 창본에도 상당 부분이 수용되었다.

≪ 참고문헌 ≫ 朝鮮唱劇史(鄭魯, 朝鮮日報出版部, 1940), 兎鼈歌의 系譜的考察(姜漢永, 省谷論叢 3, 1972), 申在孝판소리 辭說硏究(徐鍾文, 서울大學校博士學位論文, 1983).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토끼전' 제대로 읽기

1. 내가 고전 문학을 읽고 가르치는 이유

문학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신념이랄까, 문학관이 있다면 그것은 문학이 바로 나의 이야기, 이 시대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라는 믿음이다. 고전 문학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고려 가요 '가시리'도, 황진이의 시조도, 아기장수 설화도, '춘향전'도 나는 모두 이 시대 우리들의 이야기로 읽고 가르친다. 물론 고전 문학 작품 중에는 이제 문학으로서의 생명을 다하여 더 이상 우리 시대의 이야기가 아닌 작품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은 아직도 우리 시대의 이야기로 읽힐 수 있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학이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면 그 이유 역시 그 작품이 바로 나의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 우리의 문학 수업 시간에는 이러한 감동이 없다. 특히 고전 문학 수업의 경우 독해와 분석은 있어도 재미와 감동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작품 자체가 유효 기간이 지났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작품 속에 담긴 '우리 시대의 문제'를 읽어내지 못해서 그런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그러니 읽어도 나와는 관계없는 남의 이야기처럼 되어 재미도 없고, 그런데도 시험 때문에 열심히 독해 분석은 해야 하니 따분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재미없어하는 작품의 대표적인 예가 '토끼전'일 것이다. 그렇다면 '토끼전'은 정말로 그렇게 재미없는 작품인가? '토끼전' 읽기의 현실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를 통해 우리 고전 문학 교육의 방향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2. '토끼전' 읽기의 현실

학생들에게 '토끼전'을 읽어보았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그렇다고 할 것이다. 원작으로 읽어보았느냐고 다시 물어보면 대부분 동화나 만화로, 혹은 교과서에 게재된 일부분만을 읽었다고 할 것이다. 계속해서 '토끼전'의 주제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학생들 대부분이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말자', '위기에서도 정신을 차리고 지혜로 모면하자', '지배 계층의 억압에 맞서는 민중의 지혜' 등으로 마치 시험 문제 풀듯 말할 것이다. 그래서, 그래서 감동적이었느냐고 묻는다면 아마 학생들은 그렇게 묻는 교사를 이상하게, 어쩌면 딱하다는 듯이 쳐다볼지 모른다. 그게 뭐가 감동적인가, 뭐 다 그렇고 그런 옛날이야기, 구태의연한 교훈적 '동화'일 뿐, 적어도 우리가 감동해야 할 이야기는 아니지 않는가 하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정말로 그런가? '토끼전'이 정말로 그렇게 유치한 동화적 이야기, 혹은 구태의연한 이야기인가? 그렇다면 별로 감동적일 것도 없는 그런 이야기를 수백 년 동안이나 (그것도 어른들이) 읽고 또 읽고 밤새워 베껴 쓰고 판소리로 즐겨 부르고 좋아서 듣고 감동하며 전승해 왔던 우리 민족은 정신적 유치원생인가?

아닐 것이다. 단언컨대 문제는 우리가 '토끼전'을 잘못 읽고 있는 데 있을 것이다. '토끼전'은 우화의 형식을 빌려서 쓰긴 했지만 분명한 것은 '토끼전'은 동화도 아니고 만화도 아니라는 점이다. 또 한 가지 '토끼전'은 구토설화에 근원을 두고 있긴 하지만 단순한 설화보다는 훨씬 심각한 현실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야기다. 오늘날 '토끼전'이 잘못 읽혀지는 데에는 '토끼전'을 동화 혹은 설화쯤으로 읽고 있는 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워온 학생들도 '토끼전'의 내용이나 주제에 대해 그쯤 이해하고선 더 이상 알려고도 않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우리 고전 명작들 중 특히 동화적 내용이 아닌 작품들을 동화적으로 개작하여 읽히거나 가르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토끼전'이 적어도 수백 년 동안을 우리 민족을 울리고 웃기며 전승되어 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토끼전'은 절실한 사연과 감동을 담고 있는 우리 민족의 고전 명작이지, 구태의연한 교훈이나 전해 주는 동화나 비현실적인 내용을 다룬 설화와는 내용과 주제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사실은 원작을 면밀히 읽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3. '토끼전'의 갈등과 주제

소설 읽기의 핵심은 갈등의 양상과 전개 과정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이 점을 분명히 하고 '토끼전'을 읽어 가면 작품의 의미가 전혀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토끼전'의 주된 갈등은 토끼의 간을 요구하는 용왕과 간을 내놓지 않으려는 토끼의 갈등일 것이다. 소설이 자아와 세계의 갈등을 다룬 문학이라 할 때,'토끼전'에서의 자아는 물론 토끼이고, 용왕이 세계에 해당할 것이다. 토끼가 처해 있는 세계의 지배자인 용왕은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토끼의 간을 요구하지만 토끼로서는 자라의 속임수에 속아 수국에 왔을 뿐 애당초 간을 내놓을 마음도 그럴 이유도 없는 것이다. 토끼가 왜 용왕을 위해 간을, 목숨을 내 놓겠는가? 다음 장면을 자세히 읽어보자.

"과인은 수국의 천승임금이요, 너는 산중의 조그만 짐승이라. 과인이 우연히 병을 얻어 신음한 지 오랜지라, 네 간이 약이 된다 함을 듣고 특별히 별주부를 보내어 너를 다려왔노니, 너는 죽음을 한치 말라. 너 죽은 후에 너를 비단으로 몸을 싸고 백옥과 호박으로 관곽을 만들어 명당대지에 장사할 것이요, 만일 과인의 병이 하린즉 마땅히 사당을 세워 네 공을 표하리니, 네 산중에 있다가 虎豹(호표)의 밥이 되거나 사냥꾼에게 잡히어 죽느니보다 어찌 영화롭지 아니하리요. 과인이 결단코 거짓말을 아니하리니 너는 죽은 혼이라도 조금도 과인을 원망치 말지어다." 1)

이 부분을 자세히 보면 용왕은 수국의 임금이고 토끼는 산중의 짐승이라 했다. 즉 서로가 사는 나라가 다른 것이다. 따라서 둘은 동족도 아니고 군신 관계도 아닌 것이다. 그러니 토끼가 용왕을 위해 희생해야 할 이유도 명분도 없는 것이다. 이것은 수국에서 빠져나온 토끼가 자라를 조롱하는 말에서도 확인된다.

"이 미련한 자라야! 대저 오장육부에 붙은 간을 어이 출납하리요. 이는 잠시 내 기특한 꾀로 너의 水國君臣(수국군신)을 속임이라. 또 너의 용왕의 병이 날과 무슨 관계 있느뇨. 眞所謂(진소위) 風馬雨(풍마우) 不相及(불상급)이로다. 또 네 무단히 산중에 한가로히 지내는 나를 유인하여 네 공을 나타내려 하니, 내 수국에 들어가 놀래던 일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한지라, 너를 곧 없이하여 분을 풀 것이로되, 네 나를 업고 만리창파에 왕래하던 수고를 생각지 아니치 못하여 잔명을 살려 이르되, 사생이 다 명이 있으니 다시는 부질없이 망령된 생각을 내지 말라 하여라." 2)

그런데도 '토끼전'의 주제를 '지배 계층의 억압에 맞서는 민중의 지혜'니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말자'등으로 읽어내는 것은 실제 작품의 갈등과는 일치하지 않는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면 '토끼전'의 주제는 무엇인가? 갈등에 주목하여 읽는다면 적어도 '토끼전'의 주제는 수국과 산중이라는, 나라 사이의 문제와 관련된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수국과 산중은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수국은 강대국인 중국이고 산중은 약소국인 조선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용왕의 병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는 중국에 심각한 국가적 위기가 생겼음을 의미하는 것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당하게도 약소국인 조선에 토끼의 간이라는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토끼전'의 상황인 것이다.3) 물론 산중이나 토끼 자신이 이에 동의한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용왕인 중국은 달콤한 속임수와 사후 영화로운 장례 보장이라는 같잖은 약속을 내세워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중국은 중원의 지배권을 놓고 숱한 전쟁을 치른 나라, 그럴 때마다 중국이 우리나라에 파병을 요구한 일은 실제로 역사에 여러 차례 기록되어 있다.4) 이처럼 중국이 요구할 때마다 울며 겨자 먹기로 파병을 해야 하는 우리의 입장은 용왕에게 간을 내놓아야 하는 토끼의 입장과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이때 실제로 파병을 나간 사람들은 지배 계층이 아닌, 대부분 힘없는 농투성이 무지렁이의 자식들이었을 것이다. 힘없는 나라에서 힘없는 백성으로 태어나 남의 나라 전쟁에 자식을 보내야 하는 늙은 부모의 마음은 어떠했겠는가? 무사히 돌아오면 다행이겠지만 자식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원통하겠는가?

비단 파병의 상황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죄 없는 백성들이 인질로 끌려가거나 팔려가거나 수탈을 당하는 일은 수시로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중국과의 지배, 종속의 관계는 명나라와 후금과의 전쟁이나 병자호란 같은 국가 비상 사태 때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지속적으로 조선 민중의 일상적 삶에 억압을 가해왔을 것이다. 이것은 조선의 민중에게는 지배 계층의 수탈에 못지않은 심각한 현실의 문제였던 것이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거절하자니 힘이 없고 그냥 당하고 있자니 원통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토끼와 같은 지혜, 언변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절박한 상황과 안타까운 사정을, 그리고 토끼의 기지로 사지에서 살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우화의 형식으로 (직접 표현하면 사대주의적인 지배층에서 탄압했을 것이니) 쓴 것이 소설 '토끼전'이 아닐까? 조선의 민중들은 '토끼전'을 읽으면서 그와 같은 우리의 현실에 가슴을 쳤을 것이다. 그러니 '토끼전'이 어찌 비현실적인, 흥미 본위의 단순한 동화이겠는가?

4. '토끼전'과 오늘의 한국

서글픈 것은 그러한 사정이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현대의 우리 한국에게 용왕은 바로 미국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몇 년 전 미국에서 9.11 테러라는, 전대미문의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여객기를 이용한 테러로 쌍둥이 빌딩이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수천 명의 무고한 시민이 희생되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용왕에게 큰 병이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용왕은 소설 '토끼전'에서처럼 또 다시 토끼에게 간을 요구해 올 것인가? 그랬다. 미국은 9.11 테러 얼마 후 테러 국가인 이라크 응징을 명분으로 우리에게 파병을 요구해 왔던 것이다.

수많은 우리 국민들과 진보적 지식인들, 시민 단체들이 나서서 명분 없는 전쟁에의 파병에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경제적, 군사적 이유를 들어 파병을 결정하고 말았다. 우리는 다시 수국에 끌려간 토끼의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정부는 이라크 재건 지원을 위해 의료 공병 부대를 위주로 파병할 것이므로 이라크 국민들도 환영할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이라크 국민들이나 특히 이라크 저항 세력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우리의 토끼는 이라크에서 끝내 간을 빼앗기고 희생되고 만 것이다. 그 첫 번째 토끼가 바로 김선일 씨였던 것이다. 그의 억울하고 원통한 죽음을 불가피한 희생이었다고만 강변할 수 있겠는가? 그가 참혹한 죽음을 당할 때까지 정부는 인질범들과 협상 한번 제대로 못했다고 하니, 그러면 도대체 정부는 무엇을 제대로 하고 있었단 말인가? 생각하면 정부의 외교적 무능이 분통이 터지지만, 그보다는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얼마 전에 자이툰 부대를 향한 저항 세력의 미사일 발사가 보도된 적이 있었듯이 앞으로도 제2, 제3의 김선일 씨가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 우리의 현실은 그대로 수국에 갇힌 토끼의 모습인 것이다. 이라크에서뿐 아니라 몇 년 전의 동티모르, 그리고 베트남 전에 이르기까지, 심지어는 불공정한 SOFA 협정에 따른 국내에서의 여러 가지 피해와 불이익 등 '토끼전'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눈앞의 현실인 것이다. 나는 '토끼전'을 읽고 가르치면서 베트남 전에서 희생되었거나, 고엽제 후유증으로 죽음보다 더 처참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최근 이라크에서 희생된 김선일 씨의 모습과 미선이, 효순이의 모습이 떠올라 울컥할 때가 많다. '토끼전'이 여전히 우리의 현실이라는 사실이 서글프고 서글픈 것이다. 아아 불쌍한 토끼여, 서글픈 역사여.

그러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수국에서 빠져나오면 되는 것이다. 이라크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몇몇 국가는 철군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베트남 전처럼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에 명분 없는 전쟁의 사막에서 빠져나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 정부는 토끼의 지혜와 결단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국가적인 힘, 민족의 주체적 역량을 길러나가야 할 것이다.

5. 토끼전인가, 별주부전인가

고전 소설은 지금처럼 저작권 개념이 없었기에 구전 또는 필사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수많은 이본을 낳았다. 이본들은 대체로 큰 줄거리는 같으면서도 세부 내용에서 다소 차이를 보이는데, 그 극단적인 예가 '토끼전'과 '별주부전'이라 할 것이다. 별주부는 작품 속의 세계의 지배자인 용왕의 편에 서서 작품 속의 자아인 토끼와 대립 갈등의 관계를 이루고 있는데, 이 별주부가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소설의 중점이 정반대로 바뀌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흥부전'을 '놀부전'으로,'춘향전'을 '변학도전'으로 바꿔 쓰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실제로 작품의 내용이 완전히 바뀌는 것은 아니다.5) 조동일 교수의 용어를 사용하자면 고정체계면에서는 토끼전과 별주부전이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6) 그런데도 작품에 따라 주인공을 정반대로 제시하게 된 것은 왜일까? 그것은 아마 계층에 따른 정치적 입장의 차이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국민들이 이라크 파병을 반대해도 보수 우익 계통의 사람들은 미국과의 혈맹 관계니 우방이니 테러 응징이니 하며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파병을 주장하듯이 옛날이라고 왜 우익이 없었겠는가?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토끼는 현실을 모르는 철없는 행동을 하여 국익을 심각하게 해친 것일 뿐이다. 그런 입장을 가진 사람이 어느 날 '토끼전'을 읽었을 때 이건 뭔가 잘못된 것이다, 별주부의 입장을 좀더 부각시켜서 고쳐 써야겠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 집단의 누군가에 의해 어느 날 '별주부전'이 탄생하게 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별주부의 충성심을 강조한 그 우익은 구체적으로 누구인가? 그것은 시대마다 다르겠지만 명나라와 후금이 중원을 다투던 광해군 시대라면 그들 집단은 당연히 친명 사대주의자라 할 수 있다. 7) 이들은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가 들어선 이후까지도 명나라의 재건을 외치던 자들이었다. 그럴 정도로 명나라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던 그들에게 명나라 황제는 다름 아닌 용왕과 같은 존재일 것이고, 명나라의 재건을 위해서라면 그들 자신이 별주부라도 되고 싶었을 것이다. 게다가 병자호란으로 인해 청나라에 대한 그들의 적개심은 더욱 커져갔을 것이니, 그들 입장에선 주인공인 토끼가 용왕을 속이고 수국을 빠져 나와 용왕과 별주부를 희롱하는 '토끼전'은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웠을 것임을 알 수 있다.8) '별주부전'의 지은이는 물론 미상이지만 나는 '별주부전'의 탄생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하고 싶다.

6. 재미와 감동이 있는 문학 수업을 위하여

이상으로 토끼전의 갈등과 주제에 대해 알아보았다. 작품에 나타난 갈등을 면밀히 살펴보면 '토끼전'은 중국과의 국제 관계를 염두에 두고 씌어진 작품임이 분명하다. 중국과 조선의 관계가 조선 민중의 삶에 끼친 직접적, 지속적인 영향에 주목한다면 '토끼전'이 지니고 있는 주제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러한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토끼전'은 오늘날 미국이 지배하는 우리의 현실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지닌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비단 '토끼전'뿐 아니라 모든 고전 문학은 우리 조상들의 삶의 이야기로서 그 시대의 절실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작품 속에는 지어질 당시뿐만 아니라 현재에까지도 공감을 줄 수 있는 보편성이 담겨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고전 문학 교육의 현실은 작품에 나타난 시대의 문제나 그 현재적 의미에 대한 고민이 없이 단순한 독해와 분석, 문제 풀이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소설을 비롯해 시가, 수필 등 모든 장르에 공통된 현상이라 할 것이다. 그러다보니 고전 문학 수업 시간은 재미도 감동도 없는 따분한 수업이 되고 말았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고전 문학을 통해 삶을 가르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고전 문학에 나타난 조상들의 삶과 고민을 깊이 이해하고, 그 현재적 의미까지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고전 문학이 단순히 옛날이야기일 뿐 아니라 바로 우리 시대의 이야기, 나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함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고전 문학 교육의 출발점이고 또한 지향점이어야 할 것이다.

고대 가요인 '공무도하가'가, 혹은 설화인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가, 또한 고전 소설 '흥부전'이 다름 아닌 우리 시대의 이야기임을 알게 된다면, 그때 우리의 문학 수업은 보다 재미있고 감동도 있는 수업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며 어쭙잖은 글을 마친다. (2005.8. 10 초안산 아래서 行雲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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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한국고전문학 100' 제8권 '토끼전,장끼전,김진옥전,홍계월전'(서문당,1984) 43쪽에서 인용.

주2) 위의 책 52쪽.

참고로 양우당에서 간행한 '한국고전문학전집' 속의 '토끼전'에도 수국과 산중이 서로 다른 나라임을 나타내는 표현들은 곳곳에 보인다.

*사해의 용왕 가운데에서 오로지 남해의 광리왕만이 우연히 득병을 하여(양우당 간, '한국고전문학전집' 제4권 282쪽)

*자라는 집으로 돌아와서 처자를 이별하였다. 이때 그의 아내는 눈물을 흘리고 당부하는 말이,'인간은 위지오니 부디 조심하여......'(같은 책 290쪽)

*자라의 말을 들은 여우는 곰곰이 생각을 하여 보았다. 자라는 물 속에 있으며 나와 토끼는 산 속에 살고 있는데 종족이 다를 뿐만 아니라 그 무슨 일로 묻는지 알지를 못하니(같은 책 304쪽)

*수족과 산족이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용왕 조정에 각임기직하였을 터이니 어찌 나에게 벼슬이 돌아오리요(같은 책 309쪽)

주3) 학계에서는 대부분 토끼전의 주제를 지배계층과 피지배 계층의 갈등으로 설명하지만, 이러한 해석은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1. 앞에서 말한 대로 둘은 서로 종족이 다르므로 군신 관계나 지배, 피지배 관계로 보기 어렵다는 점. (작품 속에서 토끼는 수차례 자라에게 용왕을 '너의 임금'이라고 호칭하고 있다.)

 

2. 수국과 산중을 굳이 같은 나라 안에서의 계층 간의 갈등 내지 수탈을 그리기 위한 설정으로 본다면, 첫째로 굳이 수국과 산중을 오가는, 번거롭고 비장하기까지 한 여행의 과정이 있어야 할 필연성이 없고, 둘째로 일국의 임금의 병환(혹은 비유적으로 해석하여 어떤 문제)을 치료하기 위해, 그것도 임금이 직접 힘없는 백성의 간(목숨)을 요구했다는 것은, 조선 후기 사회의 가렴주구를 고려하더라도 지나친 설정이며, 현실의 반영이나 풍자로 보기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부자연스럽다는 점 등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본에 따라서는 그와 같은 계층 간의 갈등, 수탈을 비고정체계면에서의 부차적인 주제로 다룰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다.)

 

3. 참고로 삼국사기를 보면 토끼전의 근원 설화인 구토설화 역시 한 나라 속의 계층 갈등이 아닌, 나라와 나라 사이의 문제와 관련하여 인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즉 신라의 김춘추가 고구려에 원병을 요청하러 갔다가 옥게 갇히게 되는 위기에 처했는데, 이때 지인인 선도해를 통해 구토설화를 듣고, 설화에서 간을 가져오겠다고 한 토끼처럼 김춘추도 죽령과 마목현 땅을 돌려주겠다고 일단 둘러댄 다음에 사지에서 생환해 온 것이다.

주4) 멀리는 중국 신나라 때의 왕망이 흉노족을 물리치기 위해 고구려에 출병을 요구하여 강압에 못 이긴 고구려가 1만 명의 군사를 출병하였다가 많은 희생을 치른 사실이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고, 가까이로는 광해군 때 명나라가 후금을 치기 위해 출병해 줄 것을 요청하여 강홍립에게 군사 1만을 주어 파병한 적이 있다. 이때 광해군은 명나라가 후금에 패하자 강홍립으로 하여금 적당히 때를 보아 후금에 투항하게 하여 우리 측의 피해를 줄이면서 누루하치와도 화의를 맺게 하였다. 그러니까 광해군은 토끼의 기지를 발휘한 임금이라 하겠다.

주5) 토끼전의 이본에 대해서는 김동건의 '토끼전 연구'(민속원,2003)에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김동건은 토끼전 계열과 별주부전 계열이 내용상의 차이는 별로 없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위의 책 256쪽 참조) 이처럼 주인공을 정반대로 내세우면서도 내용이나 결말에 큰 차이가 없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관계없이 비극적 파국을 원하지 않는 우리 문학 특유의 결말 처리 방식 때문일 것이다.

주6) 조동일 교수에 따르면 고정체계면은 형식적 중요성 또는 실질적 중요성에 따라 일부가 없을 수도 있으나, 항상 고정적인 줄거리 체계를 이루는 단락들의 집합체이며, 비고정체계면은 오직 실질적 중요성에 따라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고정적인 줄거리 체계를 이루는 데 참여할 수 없는 단락들의 집합체를 의미한다. 조 교수는 토끼전은 다른 판소리계 소설과는 달리 표면적 주제와 이면적 주제의 갈등이 없고, 오히려 비고정체계면이 고정체계면의 주제를 더욱 명확하고 풍부하게 해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이는 우화라는 토끼전의 존재론적 특성에 기인한다고 보았다. 조동일, '토끼전(별쥬전)의 구조와 풍자', <계명논총 8> (계명대,1972) 참조

주7) 토끼전의 성립 연대는 판소리 '수궁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대략 1720년대로 추정되고 있다. (인권환,'토끼전의 근원 설화 연구',<아세아연구25>,고려대 아세아문제 연구소,1967) 이렇게 보면 17세기 광해군 때 명나라에 파병을 했던 역사적 사실이 '토끼전'의 내용 속에 반영되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하겠다.

주8) 명나라를 위해 출군하였던 강홍립이 광해군의 묵인 아래 후금에 투항하자 평양감사 박엽은 강홍립의 가족들을 즉각 투옥하였고, 조정 대신들은 명나라를 배신하고 투항한 강홍립을 역적으로 다스리고 그의 가족들을 주살해야 한다고 들고 일어섰다. 그러나 광해군은 그 가족들을 한양으로 불러와서 편히 살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출처 : 강승남 선생님, 필명 行雲)

--- 이 글은 시인이자 교사이신 강승남선생님의 글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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