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사(太平詞)
by 송화은율태평사(太平詞)
나라가 한쪽으로 치우쳐서 해동에 버려져 있어도
기자 조선 때부터 끼친 풍속 고금 없이 순박하고 인정이 두터워
(조선건국 이후에) 이백 년 간 예의를 숭상하니
우리의 모든 문화(의관문물)가 한·당·송과 같이 되었더니
섬나라 오랑캐의 많은 군사가 하루 아침에 갑자기 쳐들어 와서
수많은 우리 겨레가 놀라 죽은 넋이 칼 빛 따라 생겨나니
들판에 쌓인 뼈는 산보다 높아 있고
큰 도읍과 큰 고을은 승냥이와 여우의 소굴이 되었거늘
처량한 임금 행차 의주로 바삐 들어가니
먼지가 아득하여 햇빛이 엷었더니
거룩한 명나라 천자 무술이 빼어나시어 한 번 크게 성을 내시어
평양의 모든 흉적(왜적) 한칼 아래 다 베어서
바람같이 휘몰아 남쪽으로 내려와서 남해가에 던져 두고
궁지에 빠진 왜구를 치지 않고 몇 해를 지냈는고?
낙동강 동쪽 강변 일대의 외로운 구름 같은 우리 겨레가
우연히 때가 와서 제갈량 같은 장수을 다행스럽게 다시 만나
오덕(五德)이 밝은 장수 밑에서 앞장 서서 싸우는 군사가 되었다가
영웅의 어질고 날램에 외교술을 섞었으니,
남방이 편안하고 병사와 군마(軍馬) 강하더니
명나라 왕조 하룻밤에 큰바람이 다시 일어나니
용 같은 빼어난 장수와 구름 같은 수많은 용사들이
깃발은 하늘을 덮어 만 리나 이어졌으니
요란한 군마 소리 크게 떨쳐 산악을 흔드는 듯
어영청 우두머리 장수는 선봉을 이끌어
적진 중에 돌격하니 모진 바람 큰비에 벼락이 쏟아지는 듯
왜장 가등청정 어린애 머리도 손아귀에 있건마는
하늘에서 비가 말썽을 부려 장병들이 피곤커늘
잠깐 동안 포위를 풀어 군사들의 기운을 쉬게 하다가
적의 무리 도망하여 흩어지니 못다 잡고 말겠는가?
도적의 굴(敵窟)을 굽어 보니 튼튼한 듯하다마는
패전하여 잿더미가 되니 요새지도 소용없네
명나라 황제와 우리 임금의 덕화(德化)가 원근(遠近)에 미쳤으니
하늘이 교활한 도적을 죽여 인과 의를 돕는도다.
바다가 고요하듯 (외환이 없는) 태평성대야말로 지금인가 여기노라
못생긴 우리들도 신하되어 있었다가
임금 은혜 못 갚을까 감히 죽고야 말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어
(감히 죽기를 꺼리지 않는 마음을 갖고 있어)
칠 년간을 바삐 쫓아다니다가 태평한 오늘을 보았도다.
전쟁을 끝마치고 세류영에 돌아들 때
태평소 드높은 음악 소리에 북과 나팔이 어지러우니
수궁 깊은 곳의 고기떼들도 다 웃는 듯
용을 그린 대장의 군기는 나풀거려 서풍에 나부끼니
오색의 상서로운 구름 한 조각이 반공에 떨어진 듯
태평한 이 모양이 더욱더 반갑구나
활과 화살을 높이 들고 개선가를 아뢰오니
외치는 환성(歡聲) 소리가 공중에 어리도다
서릿발 같은 긴 칼을 흥에 넘쳐 둘러메고
얼굴 들어 긴 휘파람 불면서 춤을 추려고 일어서니
보배로운 칼 빛이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에 쏘이도다
손과 발로 덩실덩실 춤을 추며 저절로 즐기니
칠덕가, 칠덕무를 그칠 줄 모르도다
인간의 즐거운 일이 이 같은 것이 또 있는가
화산이 어디인가 이 말을 보내고 싶다.
천산이 어디인가 이 활을 높이 걸어 두자.
이제는 해야 할 일이 충효 한 가지 일뿐이로다
영중에 일이 없어 긴잠 들어 누웠으니
묻노라 이 날이 어느 땐가
복희씨 때의 태평시절을 다시 본 듯 여기노라.
하늘에 궂은 비 멎어지니 밝은 해가 더욱 밝다.
햇빛이 밝으니 온누리에 다 비치도다.
곳곳의 골짜기에 흩어져 있던 늙고 여윈 사람들이
봄바람에 새로이 돌아오는 제비 같이 옛집을 찾아오니
고향을 그리는 본마음에 누가 아니 반겨하겠는가?
여기저기로 옮겨 거처하니 즐거움이 어떠한고
외로이 살아남은 백성들아, 임금님의 은혜인 줄 아는가?
성은이 깊은 아래 오륜(五倫)을 밝혀 보세
많은 백성을 가르쳐 다스리면 절로 흥해지지 않겠는가
하늘의 운수가 순환함을 알겠도다, 하느님이시여
우리 나라를 도우시어 만세무강 누리게 하소서
요순 같은 태평시에 하은주와 같은 삼대 일월 비취소서
오 무궁무진 긴세월 동안에 전쟁을 없애소서
밭 갈고 우물 파서 격양가를 부르게 하소서
우리도 임금님 모시고 함께 태평 즐기리라.
요점 정리
작자 : 박인로
갈래 : 가사, 정격 가사
문체 : 운문체. 가사체
연대 : 선조31년(1598)
구성 : 4·4조, 72절 146구로 된 가사[서사·본사(1, 2)·결사]
서사 : 고대 우리의 순박한 풍속과 조선의 예의 숭상과 번화했던 문물 제도가 한, 당, 송과 같이 되었다면서 사대 모화사상이 드러나 있다.
본사 : 우리 나라가 불시에 왜적의 침략을 당하여 혼란에 빠지고, 많은 백성이 죽고, 임금이 피난가기에 이르자 명나라의 도움으로 왜적을 물리치고 남방이 편안하게 되었음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다시 정유재란이 일어나고 하늘의 도우심으로 전쟁이 끝나고 개선가를 부르면서 외환이 없는 태평성대가 도래하였음을 노래하고 있다.
결사 : 고향으로 돌아가 선비로 성현의 도리를 따르고 백성들에게 충효를 가르치고 임금의 은혜를 깨닫게 하고, 하늘의 섭리를 알게 하여 천만 년 전쟁이 없는 태평성대를 누리고자 염원했다.
주제 : 임진왜란이 끝나고 다시 태평성대를 구가한다는 내용으로 사졸(士卒)을 위로한 가사
의의 : 정철과 함께 우리 나라 대표적인 가사 문학 작가인 박인로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전쟁 체험을 바탕으로 한 전쟁 문학의 대표작이다.
출전 : <노계집(蘆溪集)>
내용 연구
나라가 한쪽으로 치우쳐서 해동에 버려져 있어도
기자 조선 때부터 끼친 풍속 고금 없이 순박하고 인정이 두터워
(조선건국 이후에) 이백 년 간 예의를 숭상하니
우리의 모든 문화(의관문물)가 한·당·송과 같이 되었더니
섬나라 오랑캐의 많은 군사가 하루 아침에 갑자기 쳐들어 와서
수많은 우리 겨레가 놀라 죽은 넋이 칼 빛 따라 생겨나니
들판에 쌓인 뼈는 산보다 높아 있고
큰 도읍과 큰 고을은 승냥이와 여우의 소굴이 되었거늘
처량한 임금 행차 의주로 바삐 들어가니
먼지가 아득하여 햇빛이 엷었더니
거룩한 명나라 천자 무술이 빼어나시어 한 번 크게 성을 내시어
평양의 모든 흉적(왜적) 한칼 아래 다 베어서
바람같이 휘몰아 남쪽으로 내려와서 남해가에 던져 두고
궁지에 빠진 왜구를 치지 않고 몇 해를 지냈는고?
서사 - 뜻밖에 왜적의 침입으로 피해가 컸지만 명군으로 도움으로 그들을 내쫓았다.
낙동강 동쪽 강변 일대의 외로운 구름 같은 우리 겨레가
우연히 때가 와서 제갈량 같은 장수을 다행스럽게 다시 만나
오덕(五德)이 밝은 장수 밑에서 앞장 서서 싸우는 군사가 되었다가
영웅의 어질고 날램에 외교술을 섞었으니,
남방이 편안하고 병사와 군마(軍馬) 강하더니
명나라 왕조 하룻밤에 큰바람이 다시 일어나니
용 같은 빼어난 장수와 구름 같은 수많은 용사들이
깃발은 하늘을 덮어 만 리나 이어졌으니
요란한 군마 소리 크게 떨쳐 산악을 흔드는 듯
어영청 우두머리 장수는 선봉을 이끌어
적진 중에 돌격하니 모진 바람 큰비에 벼락이 쏟아지는 듯
왜장 가등청정 어린애 머리도 손아귀에 있건마는
하늘에서 비가 말썽을 부려 장병들이 피곤커늘
잠깐 동안 포위를 풀어 군사들의 기운을 쉬게 하다가
적의 무리 도망하여 흩어지니 못다 잡고 말겠는가?
도적의 굴(敵窟)을 굽어 보니 튼튼한 듯하다마는
패전하여 잿더미가 되니 요새지도 소용없네
명나라 황제와 우리 임금의 덕화(德化)가 원근(遠近)에 미쳤으니
하늘이 교활한 도적을 죽여 인과 의를 돕는도다.
바다가 고요하듯 (외환이 없는) 태평성대야말로 지금인가 여기노라
못생긴 우리들도 신하되어 있었다가
임금 은혜 못 갚을까 감히 죽고야 말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어(감히 죽기를 꺼리지 않는 마음을 갖고 있어)
칠 년간을 바삐 쫓아다니다가 태평한 오늘을 보았도다.
본사1 - 정유재란을 당하여 아군의 용전분투하는 모습과 전란의 끝마침
전쟁을 끝마치고 세류영에 돌아들 때
태평소 드높은 음악 소리에 북과 나팔이 어지러우니
수궁 깊은 곳의 고기떼들도 다 웃는 듯
용을 그린 대장의 군기는 나풀거려 서풍에 나부끼니
오색의 상서로운 구름 한 조각이 반공에 떨어진 듯
태평한 이 모양이 더욱더 반갑구나
활과 화살을 높이 들고 개선가를 아뢰오니
외치는 환성(歡聲) 소리가 공중에 어리도다
서릿발 같은 긴 칼을 흥에 넘쳐 둘러메고
얼굴 들어 긴 휘파람 불면서 춤을 추려고 일어서니
보배로운 칼 빛이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에 쏘이도다
손과 발로 덩실덩실 춤을 추며 저절로 즐기니
칠덕가, 칠덕무를 그칠 줄 모르도다
인간의 즐거운 일이 이 같은 것이 또 있는가
본사2 - 전란이 끝난 뒤의 명랑·쾌활하게 노는 모습
화산이 어디인가 이 말을 보내고 싶다.
천산이 어디인가 이 활을 높이 걸어 두자.
이제는 해야 할 일이 충효 한 가지 일뿐이로다
영중에 일이 없어 긴잠 들어 누웠으니
묻노라 이 날이 어느 땐가
복희씨 때의 태평시절을 다시 본 듯 여기노라.
하늘에 궂은 비 멎어지니 밝은 해가 더욱 밝다.
햇빛이 밝으니 온누리에 다 비치도다.
곳곳의 골짜기에 흩어져 있던 늙고 여윈 사람들이
봄바람에 새로이 돌아오는 제비 같이 옛집을 찾아오니
고향을 그리는 본마음에 누가 아니 반겨하겠는가?
여기저기로 옮겨 거처하니 즐거움이 어떠한고
외로이 살아남은 백성들아, 임금님의 은혜인 줄 아는가?
성은이 깊은 아래 오륜(五倫)을 밝혀 보세
많은 백성을 가르쳐 다스리면 절로 흥해지지 않겠는가
하늘의 운수가 순환함을 알겠도다, 하느님이시여
우리 나라를 도우시어 만세무강 누리게 하소서
요순 같은 태평시에 하은주와 같은 삼대 일월 비취소서
오 무궁무진 긴세월 동안에 전쟁을 없애소서
밭 갈고 우물 파서 격양가를 부르게 하소서
우리도 임금님 모시고 함께 태평 즐기리라.
결사 - 평화를 맞아 모두 충효의 일념으로 오륜을 밝히고 태평세월을 기원하며 살자
이해와 감상
1598년(선조 31) 박인로(朴仁老)가 지은 가사. 작자가 38세 때에 지은 작품으로 그의 문집인 ≪노계집 蘆溪集≫에 실려 있다. 작자가 경상도 좌병사 성윤문(成允文)의 지휘 아래 왜적을 막고 있을 때 부산에 있던 적이 밤에 달아나자, 성윤문이 10여일 그곳에 머무른 뒤에 본영으로 돌아와 수군(水軍)을 위로하기 위하여 박인로로 하여금 이 가사를 짓게 한 것이다.
이 가사는 모두 146구 72행으로, 형식에 있어서는 4음 4보격 무한 연속체라는 가사의 율격을 충실히 지켰다. 그러나, 2음보를 추가하여 6음보로 늘어난 행이 두 군데, 1음보가 결손되어 3음보로 축약된 행이 한 군데 보인다.
이 가사는 3인칭 서술시점에 의하여 객관적 서사(敍事)로 진술되다가 작품의 끝부분에 이르러서 “子遺生靈들아 聖恩인줄 아나산다”라고 하여, 전쟁에서 살아남은 백성들을 청자(聽者)로 설정하여 교시적 설득을 하였다. 이어서 “天運循環을 아옵게다 하나님아/佑我邦國하샤 萬歲無彊 눌리소셔/唐虞 天地예 三代日月 비최소셔/於萬斯年에 兵革을 그치소셔/耕田鑿井에 擊壤歌를 불니소셔.”라고 하여 하느님(天)을 청자로 설정해서 작자가 소망하는 이상세계가 실현되기를 강렬하게 염원하였다.
내용상의 짜임은 기(起)·승(承)·전(轉)·결(結)의 구조를 취하였는데, 이 4단락의 요지를 들면 다음과 같다. ① 뜻밖에 왜적의 침입으로 피해가 컸지만 명군(明軍)의 도움으로 그들을 내쫓음(처음∼몃몃羸를 디내연고), ② 정유재란을 당하여 힘을 다하여 싸우는 아군의 모습과 전란의 끝마침(∼太平오堪 보완디고), ③ 전란이 끝난 뒤의 명랑·쾌활하게 노는 모습(∼이 枷悧니 寗 인勘가), ④ 평화를 맞아 모두 충효 일념으로 오륜을 밝히고 태평세월을 기원하며 살자(∼끝)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작품의 이념적 기반은 나라를 근심하는 마음이 넘치는 충효사상이며 평화와 태평성대가 계속되기를 염원하는 충정이 깔려 있다. 표현 기교가 다소 능숙하지 못하며 한문어투와 고사성어가 많은 것이 흠이지만, 그 문체가 강건·웅렬·화려하고 무인다운 기상이 넘쳐 흐르는 작품이다.
또, 전체의 구성이 웅장한 가운데 섬세함이 숨어 있고, 조어(造語)가 치밀하고 사용된 어휘가 풍부하다. 이 작품은 작자의 초기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시가문학사상 3대시가인으로 꼽힐만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참고문헌≫ 朴蘆溪硏究(李相寶, 一志社, 1962), 松江·蘆溪·孤山의 詩歌文學(朴晟義, 玄岩社, 1966).(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해와 감상1
이 작품은 1598년(선조 31) 노계 박인로가 지은 가사로 당시 정유재란(丁酉再亂)의 와중에서 좌병사(左兵使) 성윤문(成允文)을 보좌할 때 병졸들을 위로하고자 지은 노래이다. 찬란한 고래의 우리 문화를 예찬하고, 왜군의 침입과 병사들의 활약·승전(勝戰)·개선(凱旋)을 읊은 다음, 다시 찾아온 태평성대(太平聖代)를 구가한 내용 <노계집(蘆溪集)>의 제 3권에 실려서 전한다.
이 작품의 이념적 기반은 우국지성에 넘치는 충효 사상이며 평화와 태평성대의 지속을 염원하는 충정이 깔려 있으며, 표현 기교가 다소 능숙하지 못하며, 한문투의 말과 고사성어가 상당히 많은 것이 흠이긴 하지만, 그 문체가 강건·웅렬·화려하고 무인다운 기상이 넘쳐흐르는 작품이다.
또 전체의 구성이 웅장한 가운데 섬세한 용의(用意)가 숨어 있고, 조어(造語)가 치밀하고 구사된 어휘가 풍부하여, 작자의 초기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시가 문학사상 3대 시가인으로 꼽힐 만한 능력을 보여 주었다. 다시 말해서 노계는 문장의 수사면에서 송강 정철에게 떨어질지는 모르나 치밀한 묘사나 풍부한 어휘 구사는 더 높이 평가할 만하다.
내용을 3단으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서사는 고대 우리의 순박한 풍속과 조선의 예의 숭상과 번화했던 문물 제도가 한(漢), 당(唐), 송(宋)과 같이 되었다면서 사대모화사상(事大慕華思想)이 드러나 있다. 본사는 우리 나라가 불시에 왜적의 침략을 당하여 혼란에 빠지고, 많은 백성이 죽고, 임금이 피난 가기에 이르자 명나라의 도움으로 왜적을 물리치고 남방이 편안하게 되었음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다시 정유재란(선조 30년. 1597년)이 일어나고 하늘의 도우심으로 전쟁이 끝나고 개선가(凱旋歌)를 부르면서 외환이 없는 태평성대(太平聖代)가 도래(到來)하였음을 노래하고 있다. 결사는 고향으로 돌아가 선비로 성현(聖賢)의 도리를 따르고 백성들에게 충효를 가르치고 임금의 은혜를 깨닫게 하고, 하늘의 섭리를 알게 하여 천만 년 전쟁이 없는 태평성대(太平聖代)를 누리고자 염원했다.
이해와 감상2
태평사는 가사의 첫머리는 “나라히 편소(偏小)하야, 해동(海東)에 바려셔도, 기자(箕子) 유풍(遺風)이, 고금(古今) 업시 순후(淳厚)하야…”로 시작되고, 1598년(선조 31) 노계 박인로가 지은 가사로 당시 정유재란(丁酉再亂)의 와중에서 좌병사(左兵使) 성윤문(成允文)을 보좌할 때 병졸들을 위로하고자 지은 노래이다. 찬란한 고래의 우리 문화를 예찬하고, 왜군의 침입과 병사들의 활약 ·승전 ·개선을 읊은 다음 다시 찾아온 태평성대(太平聖代)를 구가한 내용 '노계집(蘆溪集)' 제3권에 실려서 전한다. 이 작품의 이념적 기반은 우국지성에 넘치는 충효사상이며 평화와 태평성대의 지속을 염원하는 충정이 깔려 있으며, 표현기교가 다소 능숙하지 못하며, 한문투어와 고사성어가 상당히 많은 것이 흠이지만, 그 문체가 강건·웅렬·화려하고 무인다운 기상이 넘쳐 흐르는 작품이다. 또 전체의 구성이 웅장한 가운데 섬세한 용의(用意)가 숨어 있고, 조어(造語)가 치밀하고 구사된 어휘가 풍부하여, 작자의 초기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시가 문학사상 3대시가인으로 꼽힐 만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다시 말해서 노계는 문장의 수사면에서 송강에게 떨어질지는 모르나 치밀한 묘사나 풍부한 어휘 구사는 더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심화 자료
나라가 한쪽으로 치우쳐서 해동에 버려져 있어도
기자의 끼친 풍속 고금 없이 순박하고 인정이 두터워
조선 건국 이후에 이백 년간 예의를 숭상하니
우리의 모든 문화가 한(漢)·당(唐)·송(宋)과 같이 되었더니
섬나라 오랑캐의 많은 군사가 일조(一朝)에 갑자기 쳐들어 와서
수많은 우리 겨레가 칼빛 따라 놀란 혼백
들판에 쌓인 뼈는 산보다 높아 있고
큰 도읍과 큰 고을은 승냥이와 여우의 소굴이 되었거늘
처량한 임금 행차 의주로 바삐 들어가니
먼지가 아득하여 햇빛이 엷었더니
무술이 빼어나신 거룩하신 천자님이 노여움 한 번 크게 내어
평양의 모든 흉적 한칼 아래 다 베어서
바람같이 몰아 내어 남해 바닷가에 던져 두고
궁지에 빠진 왜구를 치지 않고 몇 해를 지냈는고.
낙동강 동쪽 강변 일대의 외로운 우리 겨레
우연히 때가 와서 제갈량을 다시 만나
오덕(五德)이 밝은 장수 밑에서 앞장서서 싸우는 군사가 되었다가
영웅과 인용들을 전하는 재상에 끼게 되었으니
남방이 편안하고 장사 군마(軍馬) 강하더니
왕조 하룻밤에 정유재란(丁酉再亂)이 다시 일어나니
용 같은 빼어난 장수와 구름 같은 수많은 용사들이
깃발은 하늘 덮고 만 리나 이어졌으니
요란한 군마 소리 산악 흔드는 듯
어영청 대장은 선봉을 인도하여
적진 중에 돌격하니 모진 바람 큰비 내려 벼락이 쏟아지는 듯
왜장(倭將) 가등청정(加藤淸正) 따위의 더벅머리도 손아귀에 있건마는
하늘에서 비가 말썽을 부려 장병들이 피곤하거늘
잠깐 동안 풀어 주어 사기를 북돋우고
적의 무리 도망하여 흩어지니 못다 잡고 말겠는가.
적굴(敵窟)을 굽어보니 튼튼한 듯하다마는
패전하여 잿더미가 되니 요새지도 소용없네.
명나라 상제와 우리 임금의 덕화(德化)가 원근에 미쳤으니
하늘이 교활한 도적을 죽여 인과 의를 돕는도다.
외환이 없는 태평성대야말로 지금인가 여기노라.
못생긴 우리들도 신하가 되어 있었다가
임금 은혜 못 갚을까 감히 죽고야 말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어
칠 년간을 쏘대다가 태평한 오늘을 보았도다.
전쟁을 끝마치고 세류영에 돌아들 때
태평소 드높은 음악 소리에 북과 나팔이 어우러지니
수궁 깊은 곳의 고기떼들도 다 웃는 듯
군기는 휘날려서 바람에 나부끼니
오색 구름 찬란하게 반공에 떨어진 듯
태평한 이 모양이 더욱더 반갑구나.
활과 화살을 높이 들고 개선가를 아뢰오니
외치는 환성(歡聲) 소리가 공중에 어리도다.
예리한 긴 칼을 흥에 넘쳐 둘러메고
휘파람 불면서 춤을 추며 일어서니
보배로운 칼 빛이 두우(斗牛) 간에 쏘이도다.
손이 춤추고 발이 뛰어 덩실덩실 춤을 추며 저절로 즐기니
칠덕가, 칠덕무를 그칠 줄 모르도다.
인간에 즐거움이 이 같음이 또 있는가.
화산이 어디메냐 이 말을 보내고 싶다.
천산이 어디메냐 이 활을 쏘아 보고 싶다.
이제는 해야 할 일이 충효한 일뿐이로다.
감영(監營) 안에 일이 없어 긴 잠 들어 누웠으니
묻노라 이 날이 어느 땐가
옛날 중국의 복희씨 때 태평 시절을 다시 본 듯 여겨진다.
궂은비도 멎어지고 밝은 해가 더욱 밝다.
햇빛이 밝으니 만방이 훤하도다.
곳곳의 골짜기에 흩어져 있던 늙은이가
봄날의 제비같이 옛집을 찾아오니
그립던 고향인데 누가 아니 반겨하겠는가?
여기저기로 옮겨 거처하니 즐거움이 어떠한고.
겨우 살아 남은 백성들아, 임금님의 은혜인 줄 알아라.
거룩한 임금님의 은혜 아래 오륜(五倫)을 밝혀 보세.
백성을 가르치면 절로 일어나서 나가지 않겠는가.
천운이 순환함을 알겠도다, 하느님이시여.
이 나라를 도우시어 만세무강 누리게 하소서.
요순 같은 태평시에 삼대일월 비추소서.
천만 년 동안에 전쟁을 없애소서.
밭 갈고 우물 파서 격양가를 부르게 하소서.
우리도 임금님 모시고 함께 태평 즐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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