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케팔로스와 프로크리스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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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팔로스와 프로크리스  


케팔로스는 아름다운 청년이었고 남성적인 스포츠를 좋아했다.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서 짐승을 추격하곤 했다. 어느날 그를 발견한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사랑을 느껴 그를 납치하였다.

그러나 최근에 결혼한 케팔로스에게는 프로크리스라는 아름다운 아내가 있었다.

그녀는 수렵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총애를 받았고, 여신은 그녀에게 어떤 개보다도 빨리 달리는 개 한 마리와, 그 표적을 정확히 맞출 수 있는 투창을 주었다. 그리고 프로크리스는 이 두 선물을 남편에게 주었다.

케팔로스는 아내를 사랑하였으므로 에오스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여신은 마침내 노하여 "가거라. 이 배은망덕한 놈아, 여편네나 소중히 해라. 반드시 네 아내에게 돌아간 것을 후회 할 때가 올 것이다."라고 하면서 그를 놓아주었다.

케팔로스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전과 같이 그의 아내와 더불어 행복한 생활을 했으며 사냥도 여전히 즐겼다. 그런데 마침 어떤 신이 노하여서 그 나라를 괴롭히려고 사나운 여우를 한 마리를 파견하였다.

여러 사냥꾼들이 나서서 여우를 잡으려 노력했으나 여우를 잡지는 못했다. 또한 그 여우를 추격해서 잡을 수 있는 개도 없었다. 마침내 사냥꾼들은 케팔로스에게 그의 유명한 개를 빌려 줄 것을 요청했는데, 그 개의 이름은 레라프스였다.

그 개를 풀어놓자, 개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쏜살같이 달아났다. 모래 속에 개 발자국이 없었더라면 날아가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빨랐다.

케팔로스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언덕 위에 서서 그 경주를 보고 있었다.

여우는 온갖 재주를 다 부렸다. 빙빙 돌기도 하고 방향을 바꾸기도 하였다. 개는 입을 벌리고 여우에게 다가가 그 뒷발을 물었나 했더니, 물린 것은 여우가 아니라 공기였다. 케팔로스가 그의 창을 던지려고 한 순간 갑자기 개도 여우도 순식간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각자 개와 여우를 보낸 준 천상의 신들은 둘 중 어느 하나가 이기는 걸 원치 않았다. 신들은 살아서 움직이는 모습 그대로 두 짐승을 돌로 변하게 했다. 개는 짖으려하고, 여우는 앞으로 달아나려는 살아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런 모습이었다. 그 돌을 본 사람이면 누구나 똑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케팔로스는 개를 잃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사냥을 즐겼다. 그는 아침 일찍이 집을 나와 홀홀 단신으로 숲과 언덕을 돌아다녔다. 개는 잃었지만 어떤 경우도 빗나가는 일이 없는 확실한 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냥에 지치고 해가 중천에 오를 때에는 시냇물이 흐르는 그늘진 구석을 찾아 풀 위에 누워 옷을 벗고 서늘한 바람을 즐겼다. 때로는 소리 높이 "오라, 감미로운 미풍아! 와서 나의 가슴에 부채질을 해다오. 오라. 나를 불태우는 열을 식혀다오."라고 외쳤다.

어느날 길을 지나던 한 사람이 케팔로스가 이렇게 공중을 향하여 말하는 것을 듣고 어리석게도 어떤 처녀와 이야기하는 줄 알고, 이 비밀을 케팔로스의 아내 프로크리스에게 가서 전했다.

사랑은 정신적인 것이다. 프로크릿는 갑자기 충격을 받아 기절하였다.

잠시 후 깨어난 그녀가 말하였다. "그럴리가 없어. 내 눈으로 보기 전에는 믿지 않겠어." 프로크리스는 가슴을 죄면서 다음날 아침까지 기다렸다. 케팔로스는 그날도 다름없이 사냥하여 나갔다. 그녀는 몰래 그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밀고자가 알려준 장소에 가서 숨었다.

케팔로스는 사냥하다 피로하면 늘 가는 그 장소에 왔다. 그리고 초록색 강 언덕에 몸을 뉘고 말하였다.

"오라. 감미로운 미풍아! 와서 내게 부채질을 해다오.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너도 잘 알지? 네가 있기 때문에 숲도 나의 외로운 산책도 즐겁단다." 이렇게 말을 하고 있는데, 문득 숲 속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 왔다. 아니 들은 것 같았다. 야수나 아닌가 하고 소리나는 곳을 향해 창을 던졌다.

사랑하는 프로크리스의 외마디 소리가 들려 오자 던진 창이 표적을 정확히 맞혔음을 알 수 있었다. 케팔로스는 표적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프로크리스는 피를 흘리면서 자기가 케팔로스에게 선물로 준 창을 있는 힘을 다해 상처에서 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케팔로스는 그녀를 붙들어 일으키며 출혈을 막으려고 온갖 애를 다 썼다. 그리고 "정신차려요. 나를 두고 어디로 간단 말이오? 당신 없는 나는 가엾은 신세가 되지 않겠소? 죽음으로써 나를 책망하지 말아요."하고 외쳤다.

그녀는 간신히 눈을 떴다. 그리고 마지막 힘을 다해 말했다. "여보, 당신이 나를 사랑했었다면 그리고 내가 당신의 사랑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었다면, 제발 나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세요. 그 얄미운 미풍하고는 결혼하지 말아주세요." 그 말이 모든 비밀은 밝혀진 셈이었다.

그러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케팔로스가 사건의 진상을 설명하였을 때 그녀는 남편을 용서하듯 애처로운 표정으로 남편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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