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가 - 춘향과 이도령 첫 만남 장면
by 송화은율춘향가 - 춘향과 이도령 첫 만남 장면
(전략)
이때는 3월이라 일렀으되 5월 단오일이었다. 天中之佳節(천중지가절)이라. 이때 月梅(월매) 딸 춘향(春享)이도 또한 시서음률(音律詩書) 이 능통하니 天中節 (천중절)을 모를쏘냐. 韆( 추천)을 하랴 하고 향단(香丹)이 앞세우고 내려올 때 난초같이 고운 머리 두 귀를 눌러 곱게 땋아 金鳳釵(금봉채)를 整齊(정제)하고 羅裙 (나군)을 두른 허리 未央(미앙)의 가는 버들 힘이 없이 듸운 듯, 아름답고 고운 태도 아장거려 흐늘거려, 가만가만 나올 적에 長林(장림)속으로 들어가니 綠陰芳草 (녹음 방초) 우거져 금잔디 좌르륵 깔린 곳에 황금 같은 꾀꼬리는 雙去 雙來(쌍거 쌍래) 날아들 때 무성한 버들 百尺丈高(백척장고) 높이 매고 추천을 하려 할 때 水禾有紋(수화유문) 초록 장옷 藍紡紗(남방사) 홑단 치마 훨훨 벗어 걸어 두고, 紫朱 影 (자주 영초) 繡唐鞋(수당혜)를 썩썩 벗어 던져 두고, 白紡絲(백방사) 진솔 속곳 턱 밑에 훨씬 추고 軟熟麻(연숙마) 추천줄을 纖纖玉手(섬섬옥수) 넌짓 들어 兩手(양수)에 갈라 잡고, 白綾(백릉)버선 두 발길로 섭적 올라 발 구를 때, 細柳(세류) 같은 고운 몸을 단정히 노니는데 뒷 단장 옥비녀 銀竹節(은죽절)과 앞치레 볼작시면 蜜花 粧刀(밀화 장도) 玉粧刀(옥장도)며 光月紗(광월사) 겹저고리 제 색 고름에 태가 난다. "항단아 밀어라." 한 번 굴러 힘을 주며 두 번 굴러 힘을 주니 발 밑에 가는 티끌 바람 좇아 펄펄 앞뒤 점점 멀어가니 머 리 위에나뭇잎은 몸을 따라 흐늘흐늘 오고 갈 때, 살펴보니 녹음 속에 紅裳(홍상) 자락이 바람결에 내비치니 九萬長天(구만장천) 白雲間(백운간)에 번갯불이 쐬이는 듯, 瞻之在前忽然後(첨지재전홀연후)라, 앞에 얼른하는 양은 가비야운 저 제비가 桃花一點(도화일점) 떨어질 때 차려 하고 쫓이는 듯, 뒤로 번듯하는 양은 狂風(광풍)에 놀란 호접 짝을 잃고 가다가 돌치는 듯, 巫山巫女(무산무녀) 구름 타고 陽臺相(양대상)에 내리는 듯, 나뭇잎도 물어보고 꽃도 질끈 꺾어 머리에다 실근실근, "이애 향단아 , 그네 바람이 독하기로 정신이 어찔한다. 그넷 줄 ㄹ 붙들어라." 붙들려고 무수히 진퇴하며 한창 이리 노닐 적에 시냇가 盤石上(반석상)에 옥비녀 떨어져 쟁쟁( )하고,
"비녀 비녀"
하는 소리 珊瑚釵(산호채)를 들어 玉盤(옥반)을 깨치는 듯, 그 태도 그 형용은 세상 인물 아니로다. 燕子 三春(연자 삼촌) 飛去來(비거래)라. 李道令 마음이 울적하고 그 정신이 어찔하여 별 생각이 다 나것다. 혼잣말로 語(섬어) 하되, 五湖에 扁舟(편주) 타고 범소백을 쫓았으니 西施(서시)도 올 리 없고, 垓城(해성) 월야의 玉帳 悲歌(옥장 비가)로 초패왕을 이별하던 虞美人(우미인)도 올 리 없고, 丹鳳闕(단봉궐) 하직하고 白龍堆(백용퇴) 간 연후에 獨留靑塚(옥류청총) 하였으니 王昭君(왕소군)도 올 리 없고 長身宮(장신궁) 깊이 닫고 白頭吟을 읊었으니 班 (반첩여)도 올 리 없고, 昭陽宮(소양궁) 아침날에 侍厠(시측) 하고 돌아오니 趙飛燕(조비연)도 올 리 없고, 洛浦 仙女(낙포 선녀)ㄴ가, 무산선녀ㄴ가." 도령님 魂飛中天(혼비중천) 하여 일신이 고단이라. 진실로 未婚之人(미혼지인) 이로다 通引(통인)아." "예." " 저 건너 花柳中(화류중)에 오막가락 희뜩희뜩 얼른얼른하는 게 무엇인지 자세히 보아라." 통인이 살펴보고 여쭈오되, "다른 무엇 아니오라, 이 골 기생 월매 딸 춘향이란 계집아이로소이다." 도령님이 엉겁결에 하는 말이, "장히 좋다. 훌륭하다." 통인이 아뢰되, "제 어미는 기생이오나 춘향이는 도도하여 기생 구실 마다 하고 百花草葉(백화초엽)에 글자도 생각하고 女工 才質(여공 재질) 이며 문장을 겸전하여 閭閻 處子( 여염 처자)와 다름이 없나이다." 도령 허허 웃고 房子(방자)를 불러 분부하되, "들은즉 기생의 딸이라니 급히 가 불러 오라." 방자놈 여쭈오되, "雪膚花容(설부화용)이 남방에 유명키로 方(방), 첨사, 병부사, 군수, 현감, 관장님네 엄지발가락이 두 뼘가웃씩 되는 양반 오입장이들도 무수히 보려 하되, 莊姜(장강)의 색과 妊 (임사 )의 덕행이며 李杜(이두)의 문필이며, 太 (태사)의 和順心(화순심)과 二妃(이비)의 정절을 품었으니 今天下之絶色(금천하지절색)이요, 萬古女中君子(만고여중군자)오니, 황공하온 말씀으로 招來(초래)하기 어렵내다." 도령 대소하고, "방자야 네가 物各有主(물각 유주)를 모르는도다. 荊山白玉(형산 백옥)과 麗水黃金(여수 황금)이 임자 각각 있나니라. 잔말 말고 불러 오라." 방자 분부 듣고 춘향 초래 건너갈 때 맵시 있는 방자 녀석 西王母(서왕모)瑤池宴(요지연) 편지 전턴 靑鳥(청조) 같이 이리저리 건너가서, "여봐라, 이 애 춘향아." 부르는 소리에 춘향이 깜짝 놀래어, "무슨 소리를 그 따위로 질러 사람의 정신을 놀래느냐." "이 애야, 말 마라 , 일이 났다." "일이라니 무슨 일." "사또 자제 도령님이 광한루에 오셨다가 너 노는 모양 보고 불러오란 영이 났다." 춘향이 화를 내어 "네가 미친 자식일다. 도령님이 어찌 나를 알아서 부른단 말이냐. 이 자식 네가 내 말을 종지리새 열씨 까듯 하였나보다." "아니다, 내가 네 말을 할 리가 없으되, 네가 글치 내가 글냐. 너 그른 내력을 들어 보아라. 계집아이 행실로 추천을 하량이면 네 집 후원 단장 안에 줄을 매고 들어 보아라. 계집아이 행실로 추천을 하량이면 네 집 후원 단장 안에 줄을 매고 남이 알까 모를까 은근히 매고 추천하는 게 도리어 당연함이라. 광한루 멀잖고 또 한 이 곳 논지할진댄 녹음방초 勝花時(승화시)라, 방초는 푸렀난데 앞내 버들은 초록장 두르고, 뒷 내 버들은 柳綠帳(유록장)둘러 한가지 늘어지고 또 한 가지 펑퍼져 광풍에 겨워 흐늘흐늘 춤을 추는데, 광한루 求景處(구경처)에 그네를 매고 네가 뛸 때 외씨 같은 두 발길로 백운간에 노닐 적에 홍상 자락이 펄펄 백방사 속곳 가래 동남풍에 펄렁펄렁, 박속 같은 네 살결이 백운가에 희뜩희뜩, 도령님이 보시고 너를 부르시지 내가 무슨 말을 한단 말가. 잔말 말고 건너가자." 춘향이 대답하되, "네 말이 당연하나 오늘이 단오일이라, 비단 나뿐이랴. 다른 집 처자들도 예 와 함께 추천하였으되 그럴 뿐 아니라, 설혹 내 말을 할지라도 내가 지금 시사(時仕)가 아니어든 여염 사람을 呼來斥去호래척거로 부를 리도 없고 부른대도 갈 리도 없다. 당초에 네가 말을 잘못 들은 배라." 방자 裏面(이면)에 볶이어 광한루로 돌아와 도령님께 여쭈오니 도령님 그 말듣고, "기특한 사람일다. 言則是也(언즉시야)로되, 다시 가 말을 하되 이리이리 하여라." .... 후략.... 열녀춘향슈절가(烈女春香守節歌)
요점 정리
주제 : 이몽룡과 춘향의 광한루에서 만남
내용 연구
천중지가절 : 좋은 명절이란 뜻으로 단오를 달리 이르는 말.
시서음률 : 시와 글씨와 음악
금봉채 : 금으로 봉황을 새겨서 만든 비녀
나군 : 비단이나 깁으로 만든 치마
미앙 : 백거이의 '장한가' '太液芙蓉未央柳(태액 못의 부용과 미앙궁의 버들)에서 나온 말로 미앙은 중국 장안현 서북쪽에 있는 한 나라의 궁 이름.
듸운 듯 : 드리운 듯
쌍거쌍래 : 쌍쌍이 가고 옴.
수화유문 : 품질이 좋은 비단의 한 가지.
남방사 : 비단의 일종, 남방사주의 준말.
자주영초 : 자줏빛의 영초단
수당혜 : 수놓은 당혜로 울이 썩 깊고 작은 가죽신의 한 가지. 앞뒤에 당초문을 새긴 마른 신인데 남녀가 다 이것을 신음.
백방사 : 백방사주의 준말
진솔 : 한 번도 빨지 아니한 새 옷. 진솔옷
섬섬옥수 : 가냘프고 고운 여자의 손.
은죽절 : 은으로 대마디 형상으로 만들어 여자의 쪽에 꽂는 장식품
밀화장도 : 밀화(蜜花)로 만든 장도칼
광월사 : 비단의 일종
구만장천 : 끝없이 높고도 먼 하늘. 구만 리 장천
첨지재전홀연후 : 앞에서 보이더니 홀연히 뒤에 있음
도화일점 : 복숭아꽃 한 잎
무산 선녀 : 무산은 사천 무산현 동남에 있음. 파산산맥중의 빼어난 산봉우리로 생김새가 무자(巫字)와 같기에 무산이라함. 초의 회왕이 양대에서 낮잠을 자다가 꿈에 무산의 선녀와 운우지락(雲雨之樂)을 나누었다는 말에서 온 고사
비거래 : 제비는 봄의 석달(정월·2월·3월)에 날아서 오고 감.
섬어 : 잠꼬대
오호 : 중국의 태호 근방에 있는 다섯 호수, 여기서는 호주 동편에 있는 호수를 말함.
범소백 : 춘추 시대 월나라의 공신. 이름은 려. 월이 오나라왕 부차에게 원수를 갚고 범려가 서시와 함께 편주타고 오호에서 노닐던 고사
서시 : 춘추 월나라의 미녀
해성 : 한나라 고조 유방과 항적이 싸우던 곳. 해성은 해하의 성으로 안미성을 아름답게 이르는 말.
옥장비가 : 옥장의 슬픈 노래. 옥장은 장수가 거처하는 막영을 아름답게 이르는 말.
초패왕 : 항적, 항우. 기원전 209년에 군사를 일으켜 진을 쳐서 멸한 다음 스스로 서초의 패왕이라 하였음. 뒤에 유방과 싸워 해하에서 패하여 오강에서 자결함. B.C. 232 - 202
우미인 : 항우의 총희. 우는 성.
단봉궐 : 천자의 궁전
백용퇴 : 신강성 천산의 남쪽 길. 약칭으로 용퇴라고 함.
독류청총 : 푸른 이끼가 난 무덤에 홀로 머무름
왕소군 : 이름은 장. 자는 소군. 전한의 원제의 후궁으로서 강제로 흉노의 우두머리에게 시집 갔음.,
장신궁 : 한나라 태후가 거처하던 궁전
백두음 : 상화가사, 초조곡. 전한의 사마상여의 아내 탁문군이 지었다고 함. 상여가 무릉의 여자를 취하려 할 때 문군이 이 시를 지어 이혼하자는 의사를 폈다. 이것을 읽은 상여가 여자 얻으려는 생각을 버리고 말았다고 함.
반첩여 : 한나라 반황의 딸로 어질고 시가를 잘함. 성제의 후궁이 되었지만 후에 조비연의 참언으로 태후가 살던 장신궁에 살면서 '자도부', '도소부','원가행'의 세 편의 애절한 시가를 썼음.
소양궁 : 소양전을 말함. 소양전은 궁전으로 한나라 성제가 세운 곳인데, 소의 조합덕이 거처하던 곳. 합덕은 조비연의 동생임.
시측 : 측간에 모시고 가는 것
조비연 : 한나라 성양후 조임의 딸로 처음 가무를 배워 몸이 가벼워 비연이라함. 첩여의 뒤를 이어 황후가 되었으나 자신의 동생과 사랑을 다투게 됨. 성제가 후사 없이 죽자 서인으로 떨어지고 결국 자살하게 됨.
낙포선녀 : 중국섬서·하남의 두 성을 흐르는 낙수를 지키는 여신의 복비
혼비중천 : 혼이 중천에 남.
미혼지인 : 결혼하지 못한 사람. 곧 총각
통인 : 연소자로서 수령의 심부름을 하던 이속. 지인(知印)이라고도 함
백화초엽 : 온갖 꽃과 풀잎
여공 재질 : 여자들이 하는 길쌈질과 재주 및 기질
설부화용 : 살결이 눈같이 희고 고운 얼굴
방 : 방백으로 관찰사의 별칭. 중국에서는 제후 또는 제후의 우두머리를 말함.
첨사 : 첨절제사. 조선조 때 각 진영에 속했던 무관직. 절도사의 아래로 병영에는 병마절도사. 수영에는 수군첨절제사가 있었음.
병부사 : 병사는 병마절도사의 준말. 부사는 대도호부(정삼품)와 도호부사(종삼품)를 가리키는 말이며, 경주와 같이 종이품관을 배치하는 부의 수령은 부사라 하지 않고 부윤이라 함.
장강 : 춘추 시대 위장공의 부인
임사 : 주나라의 태임과 태사. 태임은 문왕의 어머니. 태사는 문왕의 아내이자 무왕의 어머니로서 현모(賢母)였음
이두 : 이백과 두보
이비 : 우순의 두 비로 곧 아황과 여영을 말함.
물각유주 : 물건에는 각기 주인이 있음.
형산 백옥 : 호북성 남장현의 서쪽에 있는 명산
여수 황금 : 운남성에 있는 물 이름. 황금의 소산지
요지연 : 곤륜산에 살았다는 선인(仙人). 요지는 주나 목왕이 서쪽 곤륜산에 사냥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서왕모를 만나 잔치를 벌였다는 곳.
청조 : 파랑새가 온 것을 보고 동박삭이 서왕모의 심부름꾼이라고 한 한무의 옛일에서 반가운 사자(使者)나 편지를 뜻하는 말. 서왕모가 사는 남쪽에는 세 청조가 있어 그녀의 심부름과 먹을 것을 마련하여 준다 함.
종지리새 : 종달새의 방언
열씨 : 삼씨의 방언
글치 : 옳지 못하다는 호남 방언. 그르다.
단장 : 낮고 작은 담.
초록장 : 초록빛의 휘장
유록장 : 유록색의 휘장. 유록색은 푸른빛과 누른빛의 중간임.
겨워 : 이기지 못하여
시사 : 이속이나 또는 기생이 그 매인 마을에서 맡은 일을 치르는 일.
호래척거 : 사람을 마음대로 오라고 가라고 함.
이면 : 내부의 사실. 내정
언즉시야 : 말인즉 사리에 맞고 옳다.
이해와 감상
여기에 소개된 장면은 춘향과 이도령이 처음 만나는 장면인데, 두 인물이 매우 생동감 있게 제시되고 있어, 인물의 성격 창조에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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