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춘향가 - 임을 이별하고 그리워 하는 장면

by 송화은율
반응형

춘향가 - 임을 이별하고 그리워 하는 장면


(전략)

 

아니리

만단(萬端)으로 개유하니 춘향이 절행(節行)만 도도(滔滔)한 게 아니라, 효성 또한 지극한 지라. 저의 모친 말을 거역치 못하여 저의 집으로 돌아갈 제,

 

진양

비 맞은 제비같이 갈짓자 비틀 걸음 '정황없이 들어가서, 제 방으로 들어가며, 향단 발 걷고 문 닫쳐라. 침상 편시 춘몽중에 꿈이나 이루어 가시는 도련님을 몽중에나 상봉하지 생시에는 볼 수가 없구나. 방 가운데 주저앉아, 아이고 어찌리. 도련님을 만나기를 꿈 속에서 만났는가. 이별이 꿈인거나. 꿈이거든 깨워주고 생시거든 님을 보세. 베개 위에 엎드리어 모친이 알까 걱정이 되어 크게 울든 못하고 속으로 느껴 주어, 아이고 언제 볼꼬. 우리 도련님이 어디만큼 가겻는고. 어디 가다 주무시는가. 날 생각고 울음을 우는거나. 진지를 잡수었는가, 앉았는가, 누웠는가, 자는거나. 아이고 언제 볼꼬.- 임을 이별한 춘향의 슬픔

 

진양

자탄(自歎)으로 밤이 깊어 비몽사몽(非夢似夢)간에 도련님이 오시는데, 가시던 그 맵시로 청사(靑紗)道袍에 홍띠 띠고 만석 당혜(唐鞋) 끌면서 충충충충충충 들어오더니 춘향 방 문고리 잡고 지긋지긋 흔들며, 춘향아 잠자느냐, 내 왔다 문 열어라. 이삼 차 부르되 대답이 없으니, 도련님이 돌아서 발 구르며, 계집이라 하는 것이 무정한 것이로구나. 나는 저를 잊을 가망이 정히 없어 가다가 도로 회정(回程)을 하였는데, 저는 그 새에 영영 잊고 잠만 저리 깊이 들어 자니, 나는 간다, 잘 살아라. 충충충충 나가거늘, 춘향이 반가와 깜짝 놀라 깨달아 문 펄쩍 열고 바라보니, 도련님 청(靑) 중추막 자락이 바람결에 흩날리고 담뱃불도 반짝반짝하거늘, 도련님을 붙들어 볼 줄로 우루루루 뛰어 나서 보니, 도련님이 간 곳 없고 청 중추막도 흔적이 없고 파초잎만 너울너울, 담뱃불도 간 곳 없고 반딧불만 반짝반짝하거늘, 춘향이 기막혀 그 자리 펄썩 주저 앉아, 아이고 허망하여, 꿈아, 무정한 꿈아, 오신 임을 붙들어 주고 잠든 나를 깨워 주지. 방으로 들어가 촛불로 이웃 삼고 고서(古書)로 벗을 삼아 긴 밤을 지내는데,

 

중머리

하루 가고 이틀 가고 열흘 가고 한 달 가고, 날 가고 달 가고 해가 지낼수록 임의 생각이 뼛속에 든다. 도련님 계실 제는 밤이 짧아 한이더니 도련님 떠나시던 날부터 밤도 길어서 원수로구나. 도련님 계실 적에 바느질을 하노라면, 도련님은 책상 놓고 소학(小學), 대학(大學), 예기(禮記), 춘추(春秋), 모시(毛詩), 상서(尙書) 이두시(李杜詩)를 역력히 외어 가다, 나를 힐끗 돌아보고 와락 뛰어 달려들어 나의 허리 부여 안고, 얼씨구나 내 사랑이지 하던 일도 생각이요, 그 중 더욱 간절한 게 이배(吏輩)기별 오기 전에 주련(柱聯) 한 장 쓰시기를 시련유죽(始憐幽竹 山窓下)에 불개청음대아귀(不改淸陰待我歸)를 붙여 두고 보라기에 심상히 알았더니 이제 와서 생각을 하니 이별을 당하려고 실참(實讖)으로 쓰셨던구나. 행궁견월 상심색(行宮見月 傷心色)의 달만 비쳐도 임의 생각, 춘풍도리 화개야(春風桃李 花開夜)에 꽃만 피어도 임의 생각, 야우문령 단장성(夜雨聞鈴 斷腸聲)에 비 죽죽 와도 임의 생각, 추절(秋節) 가고 동절(冬節)이 오면 명사(明沙) 벽해(碧海)를 바라보고 뚜루루루루 끼룩 울고 가는 기러기 소리에도 임의 생각. 앉아 생각 누워 생각, 생각 그칠 날이 없어 모진 간장(肝腸)에 불이 탄들 어느 물로 이 불을 끌거나.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이리 앉아 울음을 울며 세월을 보내는구나. - 춘향의 임에 대한 애타는 그리움과 고독

 

(후략)

 요점 정리

 주제 : 춘향의 이도령과의 이별과 임에 대한 그리움

내용 연구

 아니리 : 판소리를 연창하는 과정에서 거의 창을 수반하지 않는 듯이 보이는 사설 부분

 진양 : 곡조의 명칭으로 판소리의 연창 과정에서 가장 느린 곡조

 만단 : 여러 가지로, 갖은 방법으로

 개유 : 고쳐 타이름

 절행 : 절개 높은 행실

 정황 없이 : 경황 없이

 침상편시 : 잠자리에서 잠시

 가겻는고 : '가있을까'의 사투리

 청사도복 : 청사도포. 도복은 방언. 푸른 사로 만든, 평상시의 예복으로 입던 웃옷

 당혜 : 앞뒤에 고추 모양을 그린 가죽신

 모시 : 시경

 상서 : 서경

 이두시 : 이배과 두보의 시

 이배 : 관아의 낮은 벼슬아치

 주련 : 기둥이나 벽 등에 장식으로 붙이는 그림이나 글씨

 시련유죽 산창하에 불개청음 대아귀 : 그윽한 대나무 가련한 산창 아래, 맑은 그늘 고치지 않고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네

 실참 : 앞일의 길흉에 대한 예언

 행궁견월 상심색 : 행궁에서 달을 보니 마음만 더 상한다. '행궁'은 군주가 궁궐을 떠나 머물러 있는 곳. 백낙천의 '장한가'의 한 구절

 춘풍도리 화개야 : 봄바람 불고 도화 이화 피는 밤에. 역시 '장한가'의 일 구절

 야우문령 단장성 : 밤비에 방울 소리를 창자를 에는 듯하다. 역시 '장한가'의 한 구절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