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가 - 어사또 옥중 춘향과 만나는 장면
by 송화은율춘향가 - 어사또 옥중 춘향과 만나는 장면
깨지나니 북 장고요 둥구나니 술병이라 춤추든 기생들은 팔벌린 채 달어나고 관비는 밥상잃고 물통이를 들어오며
"사또님 세수 잡수시오"
공방은 자리잃고 멍석말아 옆에 끼고 멍석인 줄은 모르고
"어따 이 제기럴 자리가 어이 일 무거우냐"
사령은 나발 잃고 주먹쥐고
"홍앵홍앵"
운봉은 넋을 잃고 말을 거꾸로 타고 가며
"어따 이 놈의 말이 운봉으로는 아니가고 남원성중으로만 부두둥 부두둥 들어가니 암행어사가 축천축지법(縮天縮地法)을 허나 부다."
"훤화(喧譁)금 하랍신다."
"쉬 -이 "
어사또 동헌에 좌정하시고 대아 형리 불러 각각죄인 경중 헤아려 처결 방송하신 후
"옥죄인 춘향 올려라!"
영이 나니
중모리
사정이 옥쇠를 물와들고 삼문밖을 썩나서며 옥문앞을 당도허여 용수없이 잠긴 열쇠를 땡그렁청 열다리고
"나오너라, 춘향아 수의사또 출도후의 널르 올리라고 열 나렸나니 어서 급히 나오너라!"
춘향이 기가 막혀
"여보시오 사정번수(司丁番手) 사문밖에나 옥문밖에나 포도복(布道服) 헌 파립(破笠 )의 과객(過客)하나 못 보았소?"
"아 이사람아 이 난리통에 누구 누군 줄 안단 말인가?"
"아이고 이게 웬일이고 아이고 이게 웬일이여 갈매기는 어데가고 물드는 줄을 모르고 사공은 어데가서 배떠난 줄 몰랐으며 우리서방님은 어데가시고 내가 죽는 줄을 모르신가."
울며 불며 쩌 붙들고 관문앞을 당도허니 벌떼같은 군로사령 와르를 달려들어
아니리
"옥죄인 춘향 대령이요!"
"해칼허여라"
"해칼하였소."
[아니리]
"춘향 듣거라 너는 일개 천기의 자식으로 관장발악을 허고 관장에게 능욕을 잘한다니 그리허고 네 어찌 살기를 바랄까"
"아뢰어라"
"절행에도 상하가 있소. 명백허신 수의사또 별반 통촉하옵소서."
"그러면 네가 일정한 지아비를 섬겼을까?"
"이(李) 부(夫)를 섬겼내다"
"무엇이 ? 이부(二夫)를 섬기고 어찌 열녀라 할꼬?"
"두 이자가 아니오라 오얏이자 이 부로소이다"
어사또 마음이 하도 좋아 슬쩍 한번 떠보난디,
"네가 본관 수청은 거역하였지만 잠시 지나는 수의사또 수청도 못 들을까 이 얘 내 성도 이(李) 가(哥)다"
[중모리]
"여보, 사또님 듣조시오 여보 사또님 듣조시오. 어사라 하는 베실('벼슬'의 방언)은 수의를 몸에 입고 이골저골 다니시며 죄목을 염탐하여 죽일 놈은 죽이옵고 살릴 놈은 살리옵지 수절하는 게지에게 금남허러 내려왔소 소녀 절행 아뢰리다 진국명산 만장봉이 바람이 분다 쓰러지며 층암절벽(層岩絶壁) 석상 돌이 눈 비 온다고 썩어질까 내 아무리 죽게 된들 두 낭군이 웬 말이요. 소녀의 먹은 마음 수의사또 출도후의 세세원정을 아뢴 후에 목숨이나 살아날까 바랬더니마는 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편이라 , 양반은 도시 일반이요 그려. 송장 임자가 문밖으 왔으니 어서 급히 죽여주오."
[아니리]
어사또 다시 묻지 안허시고 금낭(金囊)을 어루만저 옥지환을 내어 행수 기생을 불러주며
"네, 이걸 갖다 춘향주고 얼골을 들어 대상을 살피래라"
춘향이가 받어보니 서방님과 이별시에 드렸던 지가 찌든 옥지환이라. 춘향이가 넋을 잃은 듯이 들고보더만
"네가 어데를 갔다 이제야 나를 찾어 왔느냐"
대상을 바라보더니
"아이고 서방님!"
그 자리에 엎드러져 말 못허고 기절을 허는구나. 어사또 기생들에게 분부하사 춘향을 부축허여 상방에 뉘여놓고 찬물도 떠먹이며 수족을 주무르니 춘향이 간신이 정신차려 어사또를 바라보니
창조
어제 저녁 옥문밖에 거지되여 왔던 낭군 춘풍매각(春風梅閣) 큰 동헌에 맹호같이 좌정허신 어사낭군이 분명쿠나 춘향이가 어사또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중모리
"마오 마오 그리마오 서울양반 독합디다. 기처불식(其妻不識)이란 말이 사기에는 있지마는 내게조차 이러시오 어제저녁 오섰을제 날보고만 말씀허였으면 마음놓고 잠을 자지 지나간 밤 오늘까지 간장탄 걸 헤아리면 살어있기 뜻밖이요. 반가워라 반가워라 설리춘풍(雪裏春風)이 반가워라 외로운 꽃 춘향이가 남원옥중 추절이 들어 떨어지게 되었더니 동헌에 새봄이 들어 이화춘풍이 날 살렸네 우리 어머니는 어디를 가시고 이런 경사를 모르시나."
아니리
그때여 춘향모난 사위가 어사된 줄도 알고 춘향이가 옥중에서 살아난 것도 알았건만 간밤에 사위를 너무 괄시한 간암이 있어 염치없어 못 들어가고 삼문밖에서 눈치만보다 춘향입에서 어머니소리가 나니 옳제, 인자되었다 하고 떠들고 들오난디,
자진모리
"어데가야 여기있다 도사령아 큰문잡어라 어사 장모님 행차허신다. 열녀춘향 누가 낳나 말도 마소 내가 낳네 장비야 배 다칠라 열녀 춘향 난 배로다 네 요놈들 오늘도 삼문깐이 억셀테냐
중중모리
얼씨구나 좋을씨구 절씨구 풍신이 저렇거든 보국충신이 안될까 어제저녁 오셨을제 어산줄은 알었으나 남이알까 염려가 되어 천기누설(天機漏泄)을 막느라고 너무 괄세허였더니 속모르고 노여웠지 내 눈치가 뉘 눈치라 그만 일을 모를까 얼씨구나 내딸이야 위에서 부신 물이 발치까지 내린다고 내 속에서 너 낳으니 만고열녀가 아니 되겠느냐 얼씨구나 좋을씨구 절로 늙은 고목 끝에 시절연화가 피였네 부중생남중생녀(不重生男 生重女) 날로두고 이름이로구나.지화자 좋을시구 남원부중 사람들 아들낳기 원치말고 춘향같은 딸을 나 곱게곱게 잘 길러 서울사람이 오거들랑 묻지 말고 사위 삼소 얼씨구나 잘씨구 수수광풍(誰水狂風) 적벽강 동남풍이 불었네. 궁뎅이를 두었다가 논을 살까 밭을 살까 흔들데로만 흔들어 보세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좋을씨구.
내용 연구
판소리 용어 해설
(1) 고수 : 북을 치는 사람.
(2) 광대 : 노래를 부르는(판소리를 하는) 사람.
(3) 소리(唱) : 노래를 부름.
(4) 발림 : 광대가 노래할 때 연기로서 하는 몸짓.
(5) 너름새 : '발림'과 같으나 가사, 소리, 몸짓이 일체가 되었을 때 일컫는 말.
(6) 추임새 : 고수가 발하는 탄성. 흥을 돋우는 소리.
(7) 아니리 : 창 도중에 창이 아닌 말로 이야기하는 것.
(8) 진양조 : 소리가 가장 느린 장단으로 사설의 극적 전개가 느슨하고 서정적인 대목에 쓰임
(9) 휘모리 : 소리가 가장 빠른 장단으로 어떤 일이 매우 빠르게 벌어지는 대목에서 쓰임
(10) 중모리 : 소리가 중간 빠르기로 안정감을 주고, 사연을 담담히 서술하는 대목이나 서정적 대목에서 쓰임
(11) 중중모리 : 흥취를 돋우며 우아한 맛이 있다. 춤추는 대목, 활보하는 대목, 통곡하는 대목에서 쓰인다.
(12) 자진모리 : 섬세하면서도 명랑하고 차분하다. 어떤 일이 차례로 벌어지거나 여러 사건을 늘어 놓는 대목, 격동하는 대목에서 흔히 쓰인다.
(13) 엇모리 : 평조음으로 평화스럽고 경쾌하다.
[자진모리]
깨지나니 북 장고요 둥구나니 술병이라 춤추든 기생들은 팔벌린 채 달어나고 관비는 밥상잃고 물통이를 들어오며
"사또님 세수 잡수시오"
공방은 자리잃고 멍석말아 옆에 끼고 멍석인 줄은 모르고
"어따 이 제기럴 자리가 어이 일 무거우냐"
사령은 나발 잃고 주먹쥐고
"홍앵홍앵"
운봉은 넋을 잃고 말을 거꾸로 타고 가며
"어따 이 놈의 말이 운봉으로는 아니가고 남원성중으로만 부두둥 부두둥 들어가니 암행어사가 축천축지법(縮天縮地法 : 하늘에 빌어 도술에 의해 지맥을 축소하여 먼 거리를 가깝게 하는 일)을 허나 부다."[긴장할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인데도 과장된 상황 묘사가 오히려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 어사출두로 인한 혼란한 모습
[중모리]
"훤화(喧譁 : 지껄이며 시끄럽게 떠듦)금 하랍신다."
"쉬 -이 "
어사또 동헌에 좌정하시고 대아(큰 관아)형리 불러 각각죄인 경중 헤아려 처결 방송하신 후
"옥죄인 춘향 올려라!"
영이 나니
중모리
사정이 옥쇠를 물와들고(므르와 들고, 웃어른이 내어주는 것을 받아들고) 삼문밖을 썩나서며 옥문앞을 당도허여 용수없이 잠긴 열쇠를 땡그렁청 열다리고
"나오너라, 춘향아 수의사또 출도후의 널르 올리라고 열 나렸나니 어서 급히 나오너라!"
춘향이 기가 막혀
"여보시오 사정번수(司丁番手) 사문밖에나 옥문밖에나 포도복(布道服) 헌 파립(破笠 : 찢어진 갓)의 과객(過客)하나 못 보았소?"
"아 이사람아 이 난리통에 누구 누군 줄 안단 말인가?"
"아이고 이게 웬일이고 아이고 이게 웬일이여 갈매기는 어데가고 물드는 줄을 모르고 사공은 어데가서 배떠난 줄 몰랐으며 우리서방님은 어데가시고 내가 죽는 줄을 모르신가."
울며 불며 쩌 붙들고 관문앞을 당도허니 벌떼같은 군로사령 와르를 달려들어
아니리
"옥죄인 춘향 대령이요!"
"해칼허여라"
"해칼하였소." - 어사또 앞에 불려온 춘향
[아니리]
"춘향 듣거라 너는 일개 천기(천한 기생)의 자식으로 관장발악(관정의 뜰에서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움)을 허고 관장에게 능욕을 잘한다니 그리허고 네 어찌 살기를 바랄까"
"아뢰어라"
"절행(절개 있는 행동)에도 상하가 있소. 명백허신 수의사또 별반(보통과 다름, 특별히, 각별히) 통촉하옵소서."
"그러면 네가 일정한 지아비를 섬겼을까?"
"이(李) 부(夫)를 섬겼내다"
"무엇이 ? 이부(二夫)를 섬기고 어찌 열녀라 할꼬?"
"두 이자가 아니오라 오얏이자 이 부로소이다"
어사또 마음이 하도 좋아 슬쩍 한번 떠보난디,
"네가 본관 수청은 거역하였지만 잠시 지나는 수의사또 수청도 못 들을까 이 얘 내 성도 이(李) 가(哥)다"(어사또의 장난기가 발동하는 부분으로 말장난을 하고 있음) - 춘향의 절개를 떠보는 어사또
[중모리]
"여보, 사또님 듣조시오(들으십시오) 여보 사또님 듣조시오. 어사라 하는 베실('벼슬'의 방언)은 수의를 몸에 입고 이골저골 다니시며 죄목을 염탐하여 죽일 놈은 죽이옵고 살릴 놈은 살리옵지 수절하는 게지에게 금남허러 내려왔소 소녀 절행 아뢰리다 진국명산 만장봉(만 길이나 되는 높은 봉우리)이 바람이 분다 쓰러지며 층암절벽(層岩絶壁) 석상 돌이 눈 비 온다고 썩어질까 내 아무리 죽게 된들 두 낭군이 웬 말이요. 소녀의 먹은 마음 수의사또 출도후의 세세원정(자세한 원통한 사정)을 아뢴 후에 목숨이나 살아날까 바랬더니마는 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편이라 , 양반은 도시 일반이요 그려. 송장 임자가 문밖으 왔으니 어서 급히 죽여주오." - 죽음을 각오한 춘향의 절개
[아니리]
어사또 다시 묻지 안허시고 금낭(金囊)을 어루만저 옥지환을 내어 행수 기생을 불러주며
"네, 이걸 갖다 춘향주고 얼골을 들어 대상을 살피래라"
춘향이가 받어보니 서방님과 이별시에 드렸던 지가 찌든 옥지환(옥으로 만든 가락지)이라. 춘향이가 넋을 잃은 듯이 들고보더만
"네가 어데를 갔다 이제야 나를 찾어 왔느냐"
대상을 바라보더니
"아이고 서방님!"
그 자리에 엎드러져 말 못허고 기절을 허는구나. 어사또 기생들에게 분부하사 춘향을 부축허여 상방(행각, 궁궐이나 사찰 등의 몸 체 앞이나 양 옆에 지은 행랑)에 뉘여놓고 찬물도 떠먹이며 수족을 주무르니 춘향이 간신이 정신차려 어사또를 바라보니
[창조]
어제 저녁 옥문밖에 거지되여 왔던 낭군 춘풍매각(春風梅閣) 큰 동헌에 맹호같이 좌정허신 어사낭군이 분명쿠나 춘향이가 어사또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 자신이 이몽룡임을 밝히는 어사또
[중모리]
"마오 마오 그리마오 서울양반 독합디다. 기처불식(其妻不識 : 그 아내도 그를 못 알아 본다는 뜻으로 중국 전국 시대, 晉나라의 예양은 조나라의 양자가 자신이 섬기던 지백을 죽이자, 그 원수를 갚으려고 몸에 옻칠을 하여 문둥이처럼 보이게 하고 술을 삼켜 벙어리가 된 후 밥을 얻어 먹으며 다녔더니 그 아내도 그를 못 알아볼 정도가 되었다는 말)이란 말이 사기에는 있지마는 내게조차 이러시오 어제저녁 오섰을제 날보고만 말씀허였으면 마음놓고 잠을 자지 지나간 밤 오늘까지 간장탄 걸 헤아리면 살어있기 뜻밖이요. 반가워라 반가워라 설리예춘(雪裏春風 : 눈 가운데 불어 오는 따뜻한 바람)이 반가워라 외로운 꽃 춘향이가 남원옥중 추절이 들어 떨어지게 되었더니 동헌에 새봄이 들어 이화춘풍(오얏꽃이 피어나는 봄바람으로 언어 유희)이 날 살렸네 우리 어머니는 어디를 가시고 이런 경사를 모르시나." - 춘향의 원망과 기쁨
[아니리]
그때여 춘향모난 사위가 어사된 줄도 알고 춘향이가 옥중에서 살아난 것도 알았건만 간밤에 사위를 너무 괄시한 간암이 있어 염치없어 못 들어가고 삼문밖에서 눈치만보다 춘향입에서 어머니소리가 나니 옳제, 인자(인제, 지금)되었다 하고 떠들고 들오난디,
[자진모리]
"어데가야 여기있다 도사령아 큰문잡어라 어사 장모님 행차허신다. 열녀춘향 누가 낳나 말도 마소 내가 낳네 장비야 배 다칠라 열녀 춘향 난 배로다 네 요놈들 오늘도 삼문깐이 억셀테냐
[중중모리]
얼씨구나 좋을씨구 절씨구 풍신이 저렇거든 보국충신이 안될까 어제저녁 오셨을제 어산줄은 알었으나 남이알까 염려가 되어 천기누설(天機漏洩 : 중대한 기밀이 새어 나감을 이르는 말.)을 막느라고 너무 괄세허였더니 속모르고 노여웠지 내 눈치가 뉘 눈치라 그만 일을 모를까 얼씨구나 내딸이야 위에서 부신 물이 발치까지 내린다고 내 속에서 너 낳으니 만고열녀가 아니 되겠느냐 얼씨구나 좋을씨구 절로 늙은 고목 끝에 시절연화가 피였네 부중생남중생녀(不重生男 生重女) 날로두고 이름이로구나.지화자 좋을시구 남원부중 사람들 아들낳기 원치말고 춘향같은 딸을 나 곱게곱게 잘 길러 서울사람이 오거들랑 묻지 말고 사위 삼소 얼씨구나 잘씨구 수수광풍(誰水狂風) 적벽강 동남풍이 불었네. 궁뎅이를 두었다가 논을 살까 밭을 살까 흔들데로만 흔들어 보세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좋을씨구. - 월매의 자화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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