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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가(春香歌)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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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가(春香歌)


(전략)

 

곡성(谷城)은 노인(老人)이라 잔꾀를 먼저 내어, 어(御)사또와 수작(酬酌)할 제 가긍 정세(可矜情勢) 보이것다."저기 앉은 손님하고 좌석(座席)이 멀었기로 수작을 못 했으니, 나 값 아니 되었으나 부탁할 말씀 있소. 널값이나 얻자 하고 간신히 서둘러서 곡성을 얻은 것이 두 도목(都目)이 못다 되니, 밤낮으로 하는 생각 원(員) 떼일까 염려(念慮)오니, 서울 올라가신 후에 각(各) 사랑(舍廊) 수작할 제 곡성 말이 나옵거든 명관(明官)이라 하여 주어, 준과(遵科)하게 하시며는 적선지가(積善之家) 필유여경(必有餘慶), 자손(子孫) 창대(昌大)하오리다."어사또 하는 대답 아무 사정(事情) 없이 하여, ,"우리 같은 과객(過客)이야 서울을 어찌 가며, 설령 서울 가기로서 각 사랑을 어찌 알며, 명치(明治)를 하오시면 내 말이 아니라도 준과를 할 것이요, 만일 명관이 아니오면 위로 기군(欺君)되고, 아래로 망민(罔民)된 일 사정(事情)으로 할 수 있소." - 변사또 생일잔치에 나타난 어사또와 곡성의 수작

 

좌상(座上)의 수령(守令)님네 떠나기로 드는구나. "좌마(佐馬)를 올려라. 보교(步轎)를 곧 들여라." 한참 서로 분주(奔走)할 제 어사또가 일어나서 마루 앞에 썩 나서며, 부채 펴고 눈짓하니, 서리(書吏), 중방(中房), 종인(從人)들이 구경꾼에 섞여 섰다 경각간(頃刻間)에 영전(令傳)하니 매복(埋伏)했던 청패역졸(靑稗驛卒) 번개같이 달려들어, 광한루(廣寒樓) 삼문(三門)짝을 동치로 뚜드리며, "암행어사(暗行御史) 출두(出頭)야. "벽력(霹靂)같이 웨는 소리 천지(天地)가 진동(震動)한다. 세 번을 연(連)해 웨니 각 읍(邑) 수령 정신(精神) 잃고 서로들 떠나갈 제 하인(下人) 거동(擧動) 장관(壯觀)이라. 수배(隨陪)는 갓 부수고 손으로 상투 잡고,통인(通引)은 인궤(印櫃) 잃고 수박덩이 안았으며, 수젓집채 잃은 칼자 피레 주머니 뺏어 차고, 대야 잃은 방자(房子)놈은 세수통(洗手筒)을 망(網)에 넣고, 포진(鋪陳) 잃은 저 사령(使令)은 공석(空石) 말아 둘러메고, 유삼통(油衫筒) 잃은 하인 양금판(洋琴板)을 짊어지고, 쇄자(刷子) 잃은 도방자(都房子)는 털비를 잡아 차고, 일산(日傘) 잃은 보종(步從)은 우무장사 들대 들고, 보교(步轎) 부순 교군(轎軍)들은 빈 줄만 메고 오니, 원(員)님이 호령(號令)하여, "똑 죽일 이놈들아, 무엇 타고 가자느냐." - 암행어사 출두

 

교군이 의사(意思)내어, "이 판 되어 관계(關係)있소, 사당(寺黨)의 모양으로 두 다리 줄에 넣고, 업고 행차(行次)하옵시다." 밟히는 게 음식(飮食)이요, 깨지는 게 화기(畵器)로다. 장고(長鼓)통이 요절(腰折)하고, 북통이 등 터지고, 해금(奚琴) 줄이 끊어지고, 젓대 밟혀 깨어지고, 기생(妓生)들은 비녀 잃고 화젓가락 찔렀으며, 아노(衙奴)들은 벙거지 잃고 전골판을 쓰고 나며, 취수(吹手)는 나팔 잃고 주먹 대고 뙤뙤 하고, 대포수(大砲手)는 총(銃)을 잃고 입으로만 텡텡 한다. 이마가 서로 다쳐 피가 쭉쭉 흐르는 놈, 발등 밟혀 뒤처져서, '애고 애고' 우는 놈, 아무 일이 없는 놈도 손 헤치며 급(急)한 소리, 공중 구경하는 놈도 우루룻 달음박질, 아상(衙上)으로 들어가니 두 다리가 뻣뻣하여 앉을 수가 없었구나. 행전(行纏) 대님 풀고 보니 똥 섬이나 싸 놓았다. - 허둥대며 야단이 난 관속들과 변사또

 

각방 하인(各房下人) 달려들어 어사또를 모실 적에, 어사또의 거동(擧動) 보소, 입으셨던 그 복색(服色)에 청목 사선(靑木紗扇) 코 가리고, 남여(藍與) 위에 높이 앉아 동헌(東軒)으로 들어와서 좌기(坐起) 취한 연후(然後)에, 각(各) 방(房)님 예(禮) 제례(除禮)하고 수형리(首刑吏)를 불러들여, "네 고을 옥(獄) 죄인(罪人)이 몇 명이나 갇혔느냐." "열한 명이오이다." "일명(一竝) 이리 다 올리라." 쇄장(鎖匠)이가 옥쇄(獄鎖) 들고 급급(急急)히 내려가서 죄인(罪人) 모두 올릴 적에 춘향(春香)이는 아픈 다리 큰 칼 쓰고 올 수 없어, 향단(香丹)의 어깨 짚고 십보 일게(十步一憩) 올라올 제, 문간(問間)에 재촉 소리 벽력(霹靂)이 진동(震動)한다. - 어사또의 죄인 심사

 

열한 죄인 한가지로 관정(官廷)에 늘엎디니 어사또 분부(分付)하되, "그 중(中)에 계집 죄인(罪人) 한 편(便)으로 내앉히라." 수도안(囚徒案)을 펴 놓고, 각기(各己) 죄목(罪目) 따라가며 차차 사실(査實)하여 가니, 본관(本官)이 돈 꾸래서 아니 드린 부민(富民)이며, 임출(任出)을 뺏으려다 아니 들은 아전(衙前)이며, 출패(出牌) 대접(待接) 잘못하여 사혐(私嫌) 있는 상백성(常百姓)들 다 원통(寃痛)한 죄인이라, 일병(一竝) 백방(白放)하신 후에 춘향을 해(解)칼시켜 정면(正面)으로 엎지르고, 수도안(囚徒案)에 쓰인 죄목, "기생의 춘향 딴은 거역수청(拒逆守廳) 능욕 관장죄(凌縟官長罪)"라 하였거늘, 그 죄목(罪目)을 가지고서 엄령(嚴令) 하문(下問)하실 적에, 어(御)사또의 분부 음성(音聲) 춘향이가 짐작(斟酌)할까, 가만가만 분부(分付)하셔, 형방(刑房) 시켜 전어(傳語)한다. "너의 몸이 기생이면 일점주순(一點朱脣) 만객상(萬客嘗)이 너희 배(輩) 행사(行事)이니, 본관(本官) 수청(守廳) 거역한 일 그 죄도 적잖거든, 갈수록 악설(惡說)하기 죄상첨죄(罪上添罪) 괘씸하니 죄목을 은휘(隱諱) 말고 바른 대로 아뢰어라. - 어사또의 춘향의 죄목 심사

 

춘향(春香)이가 분부(分付) 듣고 전일(前日) 분(憤)이 또 났구나. 정신(精神)을 가다듬어 자상(仔詳)히 아뢰는데, "소인(小人)의 천(賤)한 신세(身世) 기생(妓生)의 자식(子息)이나, 대비(代婢) 넣어 속신(贖身)하여 기안(妓案)탁명(坼名) 한 일 없고, 여염(閭閻) 생장(生長)하옵더니 구관(舊官)댁댁 도령(道令)님과 일장표서(一狀標書) 백년(百年)기약(期約) 결발지정(結髮之情) 있는 것을, 신관(新官) 사또 불고(不顧)체면(體面) 수청(守廳)들라 위협(威脅)하니, 두 지아비 섬기기가 두 임금과 같삽다고 인증(引證)으로 아뢰었지, 무슨 악설(惡說)하오리까, 십분(十分) 통촉(洞燭)하옵셔서, 일루(一縷) 잔명(殘命) 살리소서."

 

 어사또 안 마음에 아무리 귀(貴)하기로 내가 너의 낭군(郎君)이다. 정당으로 불러 올려, 둘이 서서 대면(對面)하면 소중(所重)하신 봉명(奉命)행차(行次) 그 우세가 어떻겠나. 다시 분부(分付)하시기를, "네 말로만 가지고서 준신(準信)을 못할 테니, 다시 염문(廉問)작처(酌處)하게 우선(于先) 방송(放送)하라." 관문(官門) 밖에 물러나니 - 춘향의 억울한 사연 호소와 방면

(후략)

 성두본에서

 요점 정리

 연대 : 미상

 작자 : 미상(未詳)

 갈래 : 판소리 사설

 성격 : 염정적, 해학적, 서사적, 풍자적, 비판적

 표현 : 산문과 운문의 혼합. 현재형 구어체, 담화체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제재 : 암행 어사 출두

 주제 : 계급 의식을 초월한 사랑[열녀 춘향이 표면적 주제라면, '신분 갈등을 통한 인간 해방 사상'은 이면적 주제라고 할 수 있다.]
    ① 봉건 사회의 기성 도덕을 깨뜨리고 남녀간의 자유 연애 사상
    ② 계급 타파( 기생의 딸도 양반의 부인이 될 수 있다는 결혼관)와 신분 상승 의지
    ③ 정조 관념 고취(烈女不更二夫의 思想)
    ④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 옹호
    ⑤ 탐관 오리에 대한 서민의 저항과 위정자의 반성 촉구

 구성 :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의 5단 구성 / 추보식 구성을 통한 사건 전개
발단 : 몽룡이 광한루에서 그네 뛰는 춘향의 화용월태(花容月態)에 반하여 백년 가약을 맺음
전개 : 서울로 영전한 부친을 따라 몽룡은 떠나가고 춘향은 변사또에게서 옥고를 치르고, 그 동안 이몽룡은 과거에 급제하고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으로 내려옴.
위기 : 춘향의 옥고
전환 : 변사또의 생일 잔치에 몽룡이 어사출도를 외치고 춘향을 구함.
결말 : 춘향 모녀를 서울로 데리고 가 춘향을 정실 부인으로 맞아 영화로운 일생을 보냄

 특징 : 춘향가는 춘향전의 창자에 의해서 다소 윤색되고 상황에 따라 가감되기도 한다.

 줄거리 : 남원 부사의 아들 이몽룡과 월매의 딸 성춘향이 서로 사랑하다가, 남원부사가 임기를 끝내고 서울로 돌아가자 두 사람은 이별한다. 춘향이 남원 신임사또의 수청을 거절하다가 옥에 갇혀 죽을 지경에 이른다. 이때 전라 어사가 되어 돌아온 이몽룡이 춘향을 구한다.

 근원 설화 : 열녀 설화인 지리산녀 설화, 도미 설화, 추녀 신원 설화인 남원 추녀 설화와 아랑 설화가 있고, 염정설화인 성세창 설화,  암행어사 설화인 박문수 설화, 관탈민녀 설화 등이 있다.

 판본 : 이본이 8본, 사본이 약 20여종, 활자본이 50여종, 번역본이 7종 내외로 춘향전은 이본이 100여 종이나 된다. 

내용 연구

 수작(酬酌) : 말을 서로 주고받음. 여기서는 술잔을 주고받는다 뜻

 가긍정세(可矜情勢) : 정세가 가엾어 보임.

 도목(都目) : 도목 정사의 준말. 매년 6월과 12월에 벼슬아치의 성적을 매겨 벼슬 자리를 떼어 버리거나 좋은 데로 올리거나 하던 일.

 사랑(舍廊) : 바깥 주인이 거처하는 곳.

 명관(明官) : 선정을 베푸는 수령.

 적선지가(積善之家) : 착한 일을 많이 한 사람의 집.

 필유여경(必有餘慶) : 반드시 좋은 일이 있음.

 창대(昌大) : 크게 번창함.

 명치(明治) : 밝은 정치.어진 정치.

 기군(欺君) : 임금을 속임.

 좌마(佐馬) : 벼슬아치가 타는 관마(官馬).

 보교(步轎) : 가마의 한 가지.네 기둥을 세우고 사면에 휘장을 둘렀으며, 뚜껑이 정자 지붕 모양 같고, 가죽을 얽어 바닥을 했음.

 영전(令傳) : 명령을 전함.

 매복(埋伏) : 숨어서 엎드려 있음.

 청패역졸(靑牌驛卒) : 푸른 패찰을 지닌 역졸.

 수배(隨陪) : 원님을 따라다니는 아전.

 통인(通引) : 지방 관장 아래서 잔심부름하는 사람.

 곡성은 노인이라 ~ 가긍정세 보이것다.
   어사또가 의복은 남루하지만 기상이 준수함을 알아 보고 미리 그와 인사를 나누려고 한다.

 명치를 하오시면 ~ 사정으로 할 수 있소.
   어사또의 '신상필벌(信賞必罰)'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구절이다.

 좌상의 수령님네 떠나기로 드는구나.
   좌상의 수령들이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내고 화를 모면하기 위해 그 곳을 떠나려고 하는구나.

 사당(寺黨) : 패를지어 다니며 노래와 춤을 팔던 여자.

 화기(畵器) : 무늬 있는 그릇.

 요절(腰折) : 몹시 우스워서 허리가 꺾일 지경임.

 젓대 : '적(笛)'의 통속적 일컬음.

 아노(衙奴) : 수령이 사적(私的)으로 부리던 사내아이.

 취수(吹手) : 취타수의 준말. 군대에서 나팔, 소라 ,패각 등을 불고 북, 바라 등을 치던 군사.

 공중 : 공연히.

 아상(衙上) : 수령이 앉는 자리.

 행전(行廛) : 바지가랑이를 가뜬하게 하고자 무릎 아래에서 발목까지 싸서 매는, 번듯한 헝겊으로 만든 것.

 청목 사선(靑木紗扇) : 비단 부채.

 남녀(藍與) : 가마.

 좌기(座起) : 관아의 으뜸 벼슬에 있는 이가 나아가 일을 처리함.

 제례(除禮) : 예의를 갖추는 것을 생략함.

 일병(一竝) : 한목, 일절(一切)

 쇄장(鎖匠) : '옥쇄장'의 준말-옥쇄장이. 감옥에서 죄수를 감시하는 사람.

 옥쇄(獄鎖) : 감옥의 열쇠.

 십보 일게(十步一憩) : 몸이 괴로워 발걸음을 간신히 떼어 몇 걸음 못 가서 쉼.

 수도안(囚徒案) : 죄인의 이름을 적은 절발.

 사실(査實) : 실상을 심사함.

 임출(任出) : 현직 자리.

 상백성(常百姓) : 일반 백성.

 백방(白放) : 죄가 없어서 놓아 줌.

 해칼 : 해가(解枷). 칼을 풀어 줌.

 거역수청(拒逆守廳) : 수청을 거절함. 기생이 수령에게 몸을 바치는 일을 거절함.

 능욕관장죄(凌辱官長罪) : 관장을 능욕한 죄.

 전어(傳語) : 말을 전달하게 함.

 일점주순(一點朱脣) : 기녀(妓女)의 붉은 입술은 모든 손님이 맛볼 수 있음.

 악설(惡說) : 남을 비방하는 말.

 죄상첨죄(罪上添罪) : 죄가 있는 사람이 다시 죄를 저지름.

 은휘(隱諱) : 꺼리어 숨김.

 결발지정 : 부부의 애정. 소식의 시에 나오는 구절임

 잔명 : 한 오리 남은 목숨

 정당 : 시골 관아

 봉명행차 : 임금의 명령을 받들어 길을 떠남

 준신 : 준거하여 믿음.

 교군이 의사 내어, ~ 보니 똥 섬이나 싸 놓았다. : 본관 생신 잔치에 모인 사람들이 암행 어사 출두에 놀라 황급히 피신하는 모습을 희화적으로 묘사하였다.

 너의 몸이 기생이면 일점주순 만객상이 ~ 죄목을 은휘 말고 바른 대로 아뢰어라. :  춘향의 절개를 시험해 보는 말로써, 기생이면 지방 관장에게 수청을 들게 되어 있는데, 그것을 거절한 것은 죄가 된다는 것을 알면 바른 대로 말하라는 것이다.

이해와 감상

 '춘향가'는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 하나로 뒤에 판소리계 소설로 정착되었다고 보고 있다. 사설의 서사적 구조나 서술이 가장 예술성이 높고, 청중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아 온 마당이다. 사설과 창의 길이도 긴 것은 8시간이나 된다.

 어사 출두 대목은 '춘향가' 전체의 절정에 해당된다. 흥겨운 변 사또의 생일 잔치는 아수라장이 되고, 잔치에 참여한 아전 등 관속들의 허둥거리는 모습은 억눌리며 살아온 청중들에게 심리적인 해방감을 준다. 창자는 이들 관속들의 허둥대는 모습을 희화(戱畵)화하고 과장하며 길게 연속함으로써 청중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며, 상황을 숨가쁘게 몰고 간다. 판소리의 묘미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자진모리 장단과 고수의 추임새, 발림이 가세하여 더욱 급박하게 한다.

 100여 종이 넘는 이본(異本)이 증명하듯이, 널리 읽혀온 것이 소설 '춘향전'이며, 판소리 청중들을 끊임없이 사로잡은 것이 판소리 '춘향가'이다. 춘향의 신분 상승 의지 또는 굳은 절개와 탐관 오리에 대한 저항 정신은 조선 후기 민중 의식의 성장을 대변하고 있다. 이 부분은 이 도령이 사또를 응징하는 부분으로, 민중의 꿈과 소망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주제 의식과 함께 춘향의 절개는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로서 우리 민중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이유로 이 작품은 우리의 최고의 고전이 된 것이다.

심화 자료

 신재효(申在孝 ; 1812 ~ 1884)

조선 고종 때의 판소리 사설 정리자. 호는 동리(桐里). 전북 고창 출생. 판소리의 보존과 육성에 힘써, 여섯 마당의 판소리를 개작하여 정리하였다. 그 여섯 마당의 판소리는 '심청가, 춘향가, 적벽가, 토별가, 박타령, 변강쇠 타령'이다.

 춘향전(春香傳)

소재의 현실성, 배경의 향토성, 표현의 사실성, 성격(인물)의 창조성, 주제의 저항성이라는 측면에서 국문 소설의 백미(白眉)로 높이 평가되는 판소리계 소설이다.

  삽입시

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인혈(千人血)이요
옥반가효(玉盤佳肴)는 만성고(萬姓膏)라
촉루락시(燭淚落時)에 민루낙(民淚落)이요
가성고처(歌聲高處)에 원성고(怨聲高)라

금술동이에 담긴 좋은 술은 천사람의 피요
옥쟁반에 담긴 안주는 만사람의 기름이라.
촛농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
노래소리 높은 곳에 백성의 원망 소리가 높다.

 형식 : 칠언절구

 주제 : 탐관 오리의 규탄

 압운자 : 평성 '호'의 운통을 따른 효, 고

 해설 : 이 삽입시는 작품을 절정으로 전환시키는 구실을 하는데, 이러한 삽입가요나 풍속 등은 부분적  차이가 많은 이본을 낳게 한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주제는 탐관오리에 대한 힐책(詰責)이다.  이 시는 광해조~인조 때 사람인 성이성이 암행어사로 호남지방의 수령의 연회에 참석하여 지었다는 설과, 명나라 조도사가 광해군의 폭정을 풍자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그리고 이어사가 탐관오리의 학정을 비난하는 이와 같은 방법은 가히 선비연하다. 즉, 붓과 싯구로써 상대방을 매도하는 것은 한국적 선비사회의 방식이라 하겠다.

 춘향가의 근원 설화

 춘향가의 근원설화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대체로 열녀 설화, 신원설화, 염정 설화, 암행어사설화 등이다. 열녀 설화로는 백제의 도미 설화와 지리산녀 설화 등이고, 신원 설화로는 조선 말기부터 전해 오는, 사랑을 약속한 남자를 위해 수절하다가 신관  사또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있고, 염정 설화에는 '동야휘집'에 있는 성세장설화가 있는가 하면, 암행어사 설화에는 노진, 박문수의 설화가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춘향전의 근원설화로 관탈민녀 설화라고 주장하는 학설도 있다.

 다음 작품을 읽고, 아래의 활동을 해 보자.

한참 이리 요란할 제 물색없는 저 본관이

"여보 운봉은 어디를 다니시오." / "소피하고 들어오오."

본관이 분부하되

"춘향을 급히 올리라." / 고 주광이 난다.

이 때에 어사또 군호할 제 서리 보고 눈을 주니 서리, 중방 거동 보소. 역졸 불러 단속할 제 이리 가며 수군 저리 가며 수군수군. 서리, 역졸 거동 보소.. 외올 망건 공단 쓰개 새 평립 눌러 쓰고 석 자 감발 새 짚신에 한삼(汗衫) 고의 산뜻 입고 육모 방망이 녹피 끈을 손목에 걸어 쥐고 예서 번뜻 제서 번뜻 남원읍이 우군우군. 청파 역졸 거동 보소. 달 같은 마패(馬牌)를 햇빛같이 번뜻 들어 / "암행 어사 출또야."

외(치)는 소리 강산이 무너지고 천지가 뒤눕는 듯 초목 금수(草木禽獸)인들 아니 떨랴. 남문에서

"출또야."

북문에서 / "출또야."

동서문 출또 소리 청천(靑天)에 진동하고

"공형(公兄) 들라." / 외(치)는 소리 육방(六房)이 넋을 잃어

"공형이오." / 등채로 휘닥딱

"애고 중다." / "공방 공방."

공방이 포진 들고 들어오며

"안 하려던 공방을 하라더니 저 불 속에 어찌 들랴."

등채로 휘닥딱 / "애고 박 터졌네."

좌수 별감 넋을 잃고 이방 호방 실혼(失魂)하고 삼색 나졸 분주하네. 모든 수령 도망할 제 거동 보소. 인궤 잃고 과줄 들고 병부 잃고 송편 들고 탕건 잃고 용수 쓰고 갓 잃고 소반 쓰고 칼집 쥐고 오줌누기. 부서지(느)니 거문고요 깨지느니 북 장고라. 본관이 똥을 싸고 멍석 구멍 새앙쥐 눈 뜨듯 하고 내아(內衙)로 들어가서

"어 추워라. 문 들어온다 바람 닫아라. 물 마르다 목 들여라."

관청색(官廳色)은 상을 잃고 문짝 이고 내달으니 서리 역졸 달려들어 후닥딱

"애고 나 죽네."                                                    - '열녀 춘향 수절가(烈女春香守節歌)'에서

보충  학습

 

(1) 구성취지

 보충 학습은 '문학 갈래의 개념과 갈래 구분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학습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 학습자들은 위한 것으로, 판소리 사설을 제재로 하여 갈래 구분의 원리를 재확인해 봄으로써 문학의 기본 갈래에 대해 기초적인 학습을 하도록 구성하였다.

 

(2) 제재 개관

'열녀 춘향 수절가'는 한국 문학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는 '춘향전'은 판소리로 불려 지다가 소설로 정착된 판소리계 소설의 하나로서, 판소리, 판소리계 소설, 국문본, 한문본, 국한문 혼용본 등 무려 100여 종이 넘는 이본이 있다. 여기 인용한 '열녀 춘향 수절가'는 가장 대표적인 이본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상권 45장, 하권 39장, 모두 84장으로 되어 있고, 잘 다듬어진 판소리의 정화를 모두 도입하고, 전라도 방언의 특유한 맛을 잘 담아 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의 영원한 고전인 이 작품의 가치는 그 주제와 서사 구조의 탁월성에 있다. 춘향전의 주제나 서사 구조는 개방적이고 생산적인 성격을 본질로 한다. 이로 말미암아 융통성 있게 각 시대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진화와 재창조를 계속할 수 있는 원초적 힘을 지니게 된 것이다. '춘향전'의 주제는 여인의 정절에 대한 강조, 부정한 관리에 대한 저항, 남녀간의 사랑, 민중의 신분 상승 욕구 등 다양하게 해석하게 되는데, 이것은 '춘향전'의 독자층이 다양했다는 사실과도 관련된다. 즉 민중들은 춘향의 저항과 이몽룡의 응징, 춘향의 신분 상승을 보면서 대리 만족을 얻을 수 있었고, 양반들은 춘향의 수절이 당시의  봉건 윤리에 부합되었기 때문에 이를 통해 만족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도우미 :  '춘향가'의 근원 설화

 '춘향가'의 근원 설화로 제시되고 있는 것들은 대체로 열녀 설화(烈女說話), 신원 설화(伸寃說話), 염정 설화(艶情說話), 암행어사 설화(暗行御史說話) 등이다.

 

 열녀 설화로서 우선 들 수 있는 것은 백제의 설화인 '도미(都彌)설화'와 '지리산녀(智異山女)설화' 등이다. 특히 최근 논의된 관탈민녀형(官奪民女型)설화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신원 설화는 조선 말기부터 전해 오는 것으로 사랑을 약속한 남자를 위해 수절하다가 신관

사또에게 죽음을 당했다거나, 박색(薄色)녀가 양반 자제와의 사랑 끝에 서울로 간 그 양반 자제를 기다리다 한을 품고 죽었다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이렇게 하여 죽은 혼을 위로하기 위해 굿을 열고 그 내용을 올렸다는 것이다.

 

 염정 설화는 기생과 사또 아들사이의 사랑을 다룬 것으로 '동야휘집(東野彙輯)' 소재 '성세창(成世昌) 설화' 같은 것이 예가 된다. 암행어사 설화는 상당히 많이 유포된 것으로 '노진(盧 ) 설화' ,'박문수(朴文秀) 설화'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대체로 한 선비가 궁핍하여 지방 수령으로 있는 친지를 찾아갔다가 냉대를 받고 어떤 기생에게 도움을 받는 데서 시작된다. 그 후 그는 급제하여 암행어사로 그 고을에 내려가 냉대했던 지방수령은 파직시키고 정을 주었던 기생을 데리고 온다는 줄거리이다. 그러나 이처럼 근원 설화의 가능성이 있는 것만을 나열한다는 것은, 설화적 환원론에 그치고 말 것이다. 최소한 이들 사이의 상호 관계에 대한 검증을 통해 보다 주도적인 설화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1. 이 작품의 갈래를 구분해 보자.

 

(1) 기본 갈래 :

(2) 하위 갈래 :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기본 갈래의 본질적 특성을 바탕으로 특정 작품을 구분해 봄으로써 갈래 개념의 원리에 대한 이해와 적응 능력을 내면화하고, 문학의 본질적 특성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판소리 사설은 공연을 전제로 한다는 측면에서는 극 갈래로서의 특성도 어느 정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문학으로서의 판소리 사설은 서사 갈래에 속한다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만약 오답을 제시한 학생이 있다면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물어 보아, 올바르게 시정해 줌으로써 기본 갈래의 본질적 특성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풀이 :

 (1) 기본 갈래 : 서사 갈래
 (2) 하위 갈래 : 판소리 사설(또는 고전 소설)

2. 위와 같이 구분하게 된 근거를 말해 보자.

지도방법 : 이 활동은 앞의 활동 1과 병행하여 전개되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활동 1과 활동 2의 답을 함께 제시하도록 지도한다.

풀이 :

 우선 기본 갈래를 서사 갈래로 구분하게 된 근거는 서술자가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서사 갈래에서는 서술자의 서술과 묘사로 사건의 경과를 전해 주게 되는데, 이 작품에서도 암행어사 출도 장면을 서술자가 상세하면서도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서사 갈래로 분류할 수 있다.

 

 또 하위 갈래를 판소리 사설로 구분한 근거는, 고전 소설 중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 '토끼전' 등은 원래 판소리에서 비롯된 것인데, 인용된 부분을 읽어 보면 4음보의 리듬을 의식하며 운율감 있게 낭독할 수 있는 부분이 많고, '열녀 춘향 수절가'라는 제목을 보더라도 원래 판소리의 사설이었던 것이 문자로 정착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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