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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 서정(秋日抒情)- 김광균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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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 서정(秋日抒情)- 김광균

 

낙엽은 폴 - 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즈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연기를 내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 나무의 근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가닥 꾸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우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 - 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후략>


<핵심 정리>

 

감상의 초점

이 시에는 특이한 비유가 많이 눈에 띈다. 김광균의 시의 화화성은 현대 도시 문명의 새로운 감수성을 기반으로 하여 형성된 시는 회화이다라는 모더니즘의 기초 위에 있다. 󰡔추일 서정󰡕도 예외는 아니어서 쓸쓸하고 황량한 가을날의 풍경 속에서 이리저리 방황하는 화자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이 시에서 추일 서정의 황량감, 애상감, 공허감, 상실감, 고독감 등의 정서가 확연히 드러난 시어나 시구를 찾아보자. ‘황량한 풍경에서 화자 자신의 느낌을 상상해 보자. 그 허전한 고독감을 떨치기 위해 화자의 행동은 어떻게 발전하는가? 그 행동에서 남겨진 정서는 결국 무엇인가? 특이하게 비유된 이미지 하나하나에 구속되지 말고 전체의 흐름을 파악해 보자.

 

성격 : 회화적, 주지적

심상 : 시각(회화), 공감각적 심상

특징 : 시각적 이미지를 비유를 통해 형상화함.

생경하고 과격한 비유의 연속으로 딱딱한 느낌을 줌,

구성 : 가을의 애상감, 공허감(1-3)

가을이 주는 소멸과 조락(4-7)

가을이 주는 고독감, 황량감(8-11)

황량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고독한 화자(12-16)

제재 : 가을날의 풍경

주제 : 황량한 가을날의 고독감

 

 

<연구 문제>

 

1. 이 시는 특이한 비유가 많아 첫 인상이 매우 어렵게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분석해 보면 지극히 평범한 내용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지은이는 무엇을 묘사했는지 40자 내외로 쓰라.(반드시 풍경인물두 단어를 이용할 것)

쓸쓸한 가을날의 풍경 속에 외로이 방황하는 어떤 인물을 묘사하고 있다.

 

2. 이 시의 지배적 정서를 찾아 쓰고, 그 정서가 행위로 구체화된 시어도 찾아 쓰라.

고독, 돌팔매

 

3. 은 무엇을 어떻게 표현한 것인지 40자 내외로 쓰라.

기차 연기를, 원근감과 비유에 의한 언어의 회화성을 살려 표현하였다.

 

4. 은 무엇을 비유한 말인지 2음절의 한자로 쓰라.

裸木

 

5. 주지주의 시의 의의를 당시 사회적 현실과 관련시켜 두 문장으로 설명해 보라.

1930년대에 이르러 일본의 식민지 정책이 공업화를 추진함으로써 사회는 급격히 도시화되고 근대적인 생활 양식이 형성되었다. 이러한 사회 현실이 시인에게 새로운 감수성을 요구함으로써 주지주의 시가 등장한다.

 

 

 

< 감상의 길잡이 1 >

 

이 시는 연의 구분이 없지만,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1행부터 제11행까지는 자연을 도시적, 문명적 사물에 비유하여 표현하였고, 12행부터 끝까지에서는 문명화된 자연을 바라보는 시인의 심경이 묘사되어 있다.

󰡔외인촌󰡕이 풍경의 묘사로 끝나는 데 비해, 󰡔추일 서정󰡕은 후반부가 희귀하게도 시인을 등장시키고 있어 주목된다. 여기서 우리는 문명에 대한 시인의 비판 의식을 엿보게 된다. 그의 눈에 비친 자연은 이미 자연의 모습을 상실한 채 문명화되어 있다. 지폐, 포화(砲火), 넥타이, 담배 연기, 급행 열차, 공장, 철책, 셀로판 지() 등으로 비유되는 자연은 시인으로 하여금 황량한 생각에 젖게 한다. 그래서 그는 문명의 황량함을 향해 을 던진다. 그것은 거짓된 문명의 파괴를 위해 던지는 돌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던지는 돌이다. 마치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그 돌은 다만 풍경의 장막 저쪽에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갈 뿐이다. 이 시가 겨냥하는 지점은 문명 속의 인간의 고독일 터이다.

 

 

< 감상의 길잡이 2 >

 

이 시는 김광균의 시 세계, 시는 회화이다.”라는 모더니즘의 본보기로 손꼽는 작품으로, 2시집 󰡔기항지(寄港地)󰡕에 수록된 그의 대표작의 하나이다.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하는 이 작품에는 거의 모든 시행에 주지적인 단면을 보여 주는 비유가 쓰이고 있으며, 그 비유는 시인의 독특한 이미지 제시에 기여하고 있다.

 

포화에 이지러진것 같은 황량한 가을의 정경을 노래하고 있는 이 시는 연 구분이 없는 전 16행의 단연시 구성으로 내용상 네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단락(13)에서는 낙엽을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도룬시의 가을 하늘로 비유하여 이국적 정서와 함께 가을의 애상감, 공허감, 절망감 등을 환기시키고 있다.

둘째 단락(47)에서 가을은 첫째 단락의 낙엽의 이미지에서 구겨진 넥타이같은 길의 이미지로 전이되면서 앞의 하강적(下降的) 이미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낙엽의 낙하(落下)이지러진구겨진으로 나타난 소멸의 가을은, ‘구겨진 넥타이일광의 폭포처럼 시각과 청각의 이미지가 공감각적으로 조응되어 급행열차가 달리는 들과 함께 가을의 상실감과 허무감을 심화시켜 주고 있다. , 가을은 낙엽로 일관되게 전이되어 가을이 주는 소멸과 상실, 낙하와 조락(凋落) 등의 감정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셋째 단락(811)에 들어가면 포플라나무공장의 지붕’, ‘근골흰 이빨’, ‘철책구름이 각각 대응되어 있는데, 여기서 근골흰 이빨구부러진셀로판지같은 기계적, 물질적 이미지는 도시의 가을이 주는 메마름, 황폐함과 함께 각박한 현실 세계를 표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푸른빛이 사라져 버린 포플라나무의 앙상한 가지 사이로 보이는 공장의 지붕은 황량한 도시 문명에 찌든 모습으로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서 있고, 바람이 불 때마다 철책은 구부러진 모습으로 덜컹인다. 이처럼 쓸쓸한 가을의 도시 풍경을 바라보던 화자는 낙엽처럼 가벼워서 쉽게 사라져 버릴 듯한 셀로판지 구름이 철책 위에 떠 있는 것을 보며 더욱 고독에 휩싸여 버린다.

 

넷째 단락(1216)에서는 적막을 깨뜨리는 자욱한 풀벌레 소리발길로 차서 차단시키며 황량한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허공에 돌팔매 하나를 띄우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허공에 한낱 돌멩이를 집어 던지는 허망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므로 그 돌팔매는 다만 고독한 반원을 그으며 떨어질 뿐이다. 화자는 황량한 현실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제 나름대로 노력을 벌이지만, 결국 극복하지 못하고 그 분위기에 더욱 휩싸여 버린다. 그러므로 현실 상황의 극복 의지를 갖지 못한 채 그저 쓸쓸해 하기만 하는 화자는 바로 1930년대의 어두운 시대를 황량한 가슴 하나로만 바라보고 있던 시인 자신의 모습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 감상의 길잡이 3 >

 

이 작품은 특이한 비유가 많은 까닭으로 첫 인상이 매우 어려워 보이는데 사실은 그다지 난해한 작품이 아니다. 이해의 열쇠는 하나하나의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고 우선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있다. 일체의 비유적 표현을 제거하고 내용의 뼈대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쓸쓸한 낙엽의 모습(13) / 초라하고 구불구불한 길(45) / 들을 달리는 급행열차(67) / 포플라나무, 공장, 철책의 황량한 풍경(810) / 얇은 구름(11) / 쓸쓸한 마음으로 거닐다가 돌을 던져 보는 나(1216).

 

이것을 다시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는 제11행까지인데, 한 마디로 쓸쓸하고 황량한 가을날의 풍경을 그린 대목이다. 후반부는 제12행 이후로서, 이 풍경 속에서 이리저리 방황하는 작중 화자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은 쓸쓸한 가을 풍경 속에 외로이 방황하는 어떤 인물의 경험을 묘사한 것으로 요약된다.

 

작품의 서두에서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에 비유된다. 그만큼 무가치하게 널리어 있다는 의미와 함께 `망명 정부'라는 말이 주는 쓸쓸함이 여기에 따라온다. `포화에 이지러진 / 도룬 시의 하늘'이란 구절도 이와 비슷하게 우리의 보통 생각에 갑작스런 충격을 주는 기발한 표현으로서, 어수선하고 초라한 낙엽의 모습을 전쟁으로 인한 어떤 이국 도시의 폐허와 관련시켜 보게 한다. 구불구불한 길을 구겨진 넥타이에 비유한다거나, 들판을 달리는 열차의 연기를 `조그만 담배 연기'로 은유하는 따위도 이와 비슷한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렇게 해서 조성된 황량한 느낌은 그 다음 부분에 와서 좀더 강조된다. 시인은 잎이 모두 떨어져 가지만 남은 포플라나무의 모습을 무슨 앙상한 뼈대 같은 `근골'로 말하고, 아마도 부서진 채 있는 듯한 공장의 지붕이 `흰 이빨'을 드러냈다던가, 구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낀다고 묘사함으로써 더욱 쓸쓸한 분위기를 그려낸다. 구름조차도 풍성하지 않아서 `셀로판지'로 만든 것으로 묘사된다.

 

이와 같은 황량한 풍경은 작중 인물의 앞에 있는 사물들의 모습인 동시에 그 자신의 쓸쓸한 심리 상태를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그는 허전한 생각에 이리저리 방황하며 풀벌레 소리 들리는 풀섶을 공연히 차 보는가 하면 허공에 돌팔매를 던져 보기도 한다. 그러나, 쓸쓸한 풍경 저편으로 반원을 그으며 떨어지는 돌팔매는 그를 더욱 적막하게 한다. 허공을 향해 돌팔매를 던지는 행위가 이 황량한 상황으로부터 벗어나 보고자 하는 잠재적 욕망의 표현이라면, 그것이 결국 `고독한 반원을 긋고'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그가 이곳으로부터 벗어날 아무런 가능성도 없다는 우울한 사실을 뜻한다. 이 작품은 기발한 이미지에 나타난 신선함과 지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결국 황량한 삶 속에서 방황하는 한 인물의 우울한 노래이다. [해설: 김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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