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규화(蜀葵花)
by 송화은율촉규화(蜀葵花)
寂莫荒田側 (적막황전측) 거친 밭 언덕 적막한 곳에 / 쓸쓸한 곳에
繁花壓柔枝 (번화압유지) 탐스런 꽃송이 가지 눌렀네
香輕梅雨歇 (향경매우헐) 장맛비 그쳐 향기 날리고
影帶麥風의 (영대맥풍의) 보리 바람에 그림자 흔들리네
車馬誰見賞 (거마수견상) 수레와 말 탄 사람 그 누가 보아주리
蜂蝶徒相窺 (봉접도상규) 벌 나비만 부질없이 엿보네
自慙生地賤 (자참생지천) 천한 땅에 태어난 것이 스스로 부끄러워
堪恨人棄遺 (감한인기유) 사람들에게 버림받아도 참고 견디네
요점 정리
지은이 : 최치원
갈래 : 한시(5언율시)
성격 : 탄식적
구성 :
수련 - 척박한 곳에 피어 있는 접시꽃
함련 - 화자의 완숙한 학문적 경지
경련 -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
미련 - 사람을 알아주지 않는 척박한 풍토 한탄
주제 :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시대에 대한 한스러움 /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현실에 대한 개탄
표현 : 자연물을 통해 화자의 쓸쓸한 처지와 심정을 간접적으로 나타냄
출전 : 동문선 권4 삼한사귀감
내용 연구
寂莫荒田側 (적막황전측) 거친 밭 언덕 적막한 곳에 / 쓸쓸한 곳에[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이방의 땅 / 당나라]
繁花壓柔枝 (번화압유지) 탐스런 꽃송이[화자의 학문적 경지] 가지 눌렀네
香輕梅雨歇 (향경매우헐) 장맛비 그쳐 향기 날리고 [화자의 완숙한 학문적 경지]
影帶麥風의 (영대맥풍의) 보리 바람에 그림자 흔들리네
車馬誰見賞 (거마수견상) 수레와 말 탄 사람[화자의 학문적 경지] 그 누가 보아주리
蜂蝶徒相窺 (봉접도상규) 벌 나비만[하찮은 사람들만] 부질없이 엿보네 [기웃거리네]
自慙生地賤 (자참생지천) 천한 땅[신라땅]에 태어난 것이 스스로 부끄러워[신분 때문에 느끼는 소외감]
堪恨人棄遺 (감한인기유) 사람들에게 버림받아도 참고 견디네 [체념 의식]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최치원이 당나라 유학 시절에 읊은 것이다. 신라이었던 그는 평민 출신으로, 골품제라는 신라 사회의 엄격한 제도를 뛰어넘고자 큰 포부를 갖고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당나라에서조차 그는 변방 소국 출신의 이방인에 불과했다. 수레와 말을 탄(높은 지위의 사람들) 사람들은 접시꽃(최치원)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부질없는 벌과 나비만이 돌아보는 이국에서의 처지와 절망감을 이 작품에 실어 놓은 것이다. 여기서 촉규화는 접시꽃을 이른다. 곧 최치원 자신을 비유한 것이다.
자신의 완숙한 문학적 경지를 '탐스런 꽃송이', '매화 향기'로 표현하고 있다. 아무도 찾지도 않고, 개간하려고도 않는 척박한 곳에 쓸쓸히 피어 있는 흔하디 흔한 접시꽃. 그러므로 눈여겨보는 사람 하나 없다. 수레 탄 사람은 고관 대작으로 볼 수 있다. 자신의 학문은 '탐스런 꽃송이', '향기'처럼 완숙한 경지에 이르렀건만, 이를 알아 보지 못하는 척박한 시대의 풍토가 한스럽기만 하다. 탐스런 꽃송이를 피워내어도 아무도 보아주지 않고 벌나비만 부질없이 엿보는 쓸쓸한 처지를 부끄러워하면서도 참고 견디는 화자의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는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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