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철학적 사유의 필요성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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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사유의 필요성

 

어느 사회든지 간에 그 사회를 이끌어 가는 지배적인 가치관이 존재한다. 유교식 사고 방식이라든가, 서양의 합리주의적 사고 방식 등은 한 사회의 가치관을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그 사회의 철학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흔하게 '우리에겐 철학이 부재한다'는 말을 한다. 과거에도 물론 그런 자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지금 상황은 과거의 그 어느 때보다도 그 정도가 심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 만큼 우리는 우리의 삶과 행위를 이끌어 줄 가치관의 원리나 원칙을 지니지 못한 사회, 또한 우리 모두가 인정하고 추구하는 기본 가치가 예전의 그것을 계승하거나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아예 결여된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철학이 부재한 우리의 현실을 반영해 주는 것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 '가만히만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식의 기회주의와 적당주의의 모습들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원리와 원칙을 내세워 기본에 충실하자고 강조하는 사람들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나 고집불통의 꽉 막힌 사람으로 취급되기 십상이고, 기존의 모순이나 잘못에 이의를 제기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불순하고 부정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으로 손가락질 받곤 한다. 그래서 결국은 사람들은 잘못된 것을 보고도 못 본 척하고, 들어도 못 들은 척하고, 윗사람의 말에는 무조건 순종하고, 되도록이면 남의 눈에 띄는 행동을 삼가고 남들이 하는 만큼만 해야 한다는 기회주의적이고 적당주의의 처세술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특히 철학을 하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는 엉뚱한 소리이거나 괜한 문제에 시비를 걸고 넘어지는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 따라서 스스로 생각하고, 그에 대한 잘못된 점을 가려내어 남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차근차근 사리를 캐묻는 철학적 태도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러나 이렇게 사회 전체를 이끌어 갈, 또는 개개인의 삶을 지탱해 줄 원리나 이념이 없는 실정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철학적 사유 방식' '철학적 성찰 태도'이다. 왜냐하면 철학적 사유 방식과 성찰의 태도는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모든 잘못된 것과 허위 의식의 정체를 어느 정도는 밝혀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철학적 사고란 무엇인가? 우선 철학적 사고는 모든 문제의 본질을 근원적으로 알고자 탐구하는 태도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나 우주, 자연 등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 그리고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그른 것인가의 진리 탐구의 문제 등 인간이 오랫동안 규명하려고 노력해왔던 물음들은 철학적 사유의 태도와 탐구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다. 철학이라는 인문학이 다른 응용 과학과 다른 이유가 일차적으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철학적 사고는 구체적인 개별 현상들을 규명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전체적인 것을 보는 안목을 길러주어 좀더 포괄적이고 전체적인 앎으로 인도할 수는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당장 눈앞의 현실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편견과 주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며 무엇이 보다 일차적이며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가치 판단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또한 철학적 사고는 자유로운 사고이다. 철학적 사고는 어떤 형식이나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는 비판적이고 개방적인 사고로서, 우리가 독단에서 벗어나 타인의 사고를 존중하고 귀기울일 수 있는 열린 태도를 지니게 해 줄뿐만 아니라, 사물이나 현상의 다양한 가능성을 미리 예견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게다가 철학적 사고는 단순히 사유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닌 실천을 위한 사고이다. 지혜와 앎에 관한 끝없는 질문들은 결국 확신에 찬 실천을 동반하게 되며 이는 정의와 진실에 바탕을 둔 사회를 이룩하는 원동력이 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결국 철학적 사고를 경시하고,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즉 철학적 사고가 부재한 탓에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개인에게만 해당된 것이든 사회 전반에 걸친 것이든 우리는 이런 문제들을 피상적으로 파악하는 한 결코 올바로 해결할 수 없다. 당장 눈앞의 문제를 해결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될 뿐이다. 우리는 편견과 독단에 사로잡혀 있거나, 부분을 전체와 관련시켜 해결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문제의 본질과는 멀어지고 마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물론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문제를 전체적인 맥락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발전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철학이 무시당하는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설령 발전한다 하더라도 지속적일 수는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사회의 발전은 인간의 사유와 행위가 가장 합목적적으로 이뤄질 때 가능한데 인간의 사유를 기본으로 하는 철학 없이는 그것은 불가능하다. 철학적 사유와 성찰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사회만이 발전하는 것은 물론 늘 건강할 수 있다고 단언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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