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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天路歷程), 혹은: 서시(序詩) / 해설 / 김정웅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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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天路歷程), 혹은: 서시(序詩) / 김정웅


 이 시의 화자는 『천로역정』의 크리스천처럼 이상적인 곳을 향해 떠나가는 나그네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무슨 대단한 성인인 것은 아니다. 이 시의 화자 역시 다른 세상 사람들처럼 `거처 없이 떠도는' `땀냄새 진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은단알 같은 집 한 채'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그곳은 `둥근 청기와 담장 너머 아직 싹트지 않은 별들'이 보이는 곳이다. 여기서 별을 삶의 진정한 의미로 볼 수 있다면 그가 왜 여행을 떠나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이 시의 화자 역시 `별이 보이는' 그 집을 지향하는 삶을 살고 있다.


 위와 같이 이 시를 읽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은 마지막 연이다. 끝에서 두 번째 행에서 화자는 `잊혔던 고향 동구 밖'과 `아득한 천공'을 같은 뜻으로 놓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행에서는 그곳을 떠나는 것이 다른 사람들과 영원히 이별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한다. 실로 이 부분에 이 시의 주제가 담겨 있는데 그것은 화자가 그토록 가고파 하는 집은 아득한 천공에 있는 동시에 바로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으로 간다 해도 다른 사람과 이별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 시의 화자뿐만 아니라 이 세상 사람 모두 근원적인 장소를 향해 여행하듯이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난한 영혼을 지니고 살아야 하는 이 세상과 대립된 장소를 꿈꿀 때 우리는 이 시의 화자처럼 언젠가는 `싹 트지 않은 별'이 보이는 집에 가 닿을 수 있을 것이다.


 *『천로역정』: 존 번연이 발표한 우화 형식의 종교 소설. 원제목은『The Pilgrim's Progress From This World To That Which Is To Come』이다. 1부는 1678년에, 2부는 1684년에 각각 발표되었다. 1부는 주인공인 크리스천이 성서로부터 깨달음을 얻어 멸망의 마을, 낙담의 늪, 죽음의 그늘진 골짜기, 허영의 도시 등의 유혹과 곤란을 겪고 마침내 천국의 도시에 이르는 줄거리로 되어 있다. 2부에서는 크리스천의 아내인 크리스치아가 아이들을 데리고 자애라 일컫는 이웃의 안내로 역사 같은 역정을 거쳐 천국에 이른다. 1895년 선교사인 J. S. 게일이 한글로 번역, 당시에 많이 읽혔다. [해설: 조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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