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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록 / 현대시 / 핵심정리 및 이해와 감상 / 윤동주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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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록 -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어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遺物)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가.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주리자.

---- 만 이십 사 년(滿二十四年) 일 개월(一個月)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든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든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어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


<핵심 정리>

 

감상의 초점

윤동주는 암흑기인 일제 말기에 시대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으로 껴안아 자신의 삶이 욕되다고 생각하고 이를 부끄러워했다. 그래서 자신을 참회하고 성찰하면서 살아야 했다. 이것이 이 시의 시작 동기이다. 이 시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다음 사물이 상징하는 뜻을 파악해야 한다.

* 구리거울 : 패망한 조선 왕조의 유물로 자신의 정신을 비춰 주는 매개체이다.

* : 즐거운 날과 대립되는 시어로 암담한 현실을 상징한다.

성격 : 성찰적, 고백적, 참여적

특징 : 역사 의식의 표출

상징에 의한 심상

시상 전개 :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전개

구성 : 역사 속의 욕된 자아(1)

과거와 현재 생활의 참회(2-3)

끊임없는 자아 성찰(4)

숙명적인 고난의 길(6)

제재 : 녹이 낀 구리거울.(부끄러운 삶)

주제 : 역사 속에서의 자아 성찰과 고난 극복 의지

 

<연구 문제>

1. (1)이 시의 모티프가 된 소재를 찾아 쓰고, (2)그 말이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 10자 내외로 쓰라.

(1) 구리거울

(2) 자아 성찰의 매개물

 

2. 이 시에서 화자가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은 무엇 때문인가? 1,2연의 내용을 근거로 설명하라.

나라를 잃은 백성으로 희망도 없이 무의미하게(무기력하게) 살아온 자신이 부끄럽기 때문이다.

 

3. 3연의 참회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 한 문장으로 쓰라.

서러운 넋두리를 담아 부끄러운 고백을 했던 것에 대한 참회이다.(지난날의 좌절감을 힐책하는 참회이다.)

 

4. 화자는 미래에 대한 어떤 신념을 지니고 있는지 과 관련하여 설명하라.

조국 광복을 향해 희생(고난)의 십자가를 걸머지고 나아가리라는 신념을 지니고 있다.

 

 

 

<감상의 길잡이>(1)

이 시는 일제 치하에서 자신의 비참하고도 값 없는 삶을 부끄러워하고,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며 쓴 작품이다.

 

1연은 암울한 일제 치하에서 망국민(亡國民)으로 무의미하게 생존해 있는 자신이 수치스럽고 욕되다는 것이다. ‘파란 녹이 낀 거울속의 나는 식민지 백성으로 욕된 삶을 살아가는 화자 자신이기도 하다.

 

2연은 망국민으로 살아온 자기의 삶을 참회하고 있다. 너무나 부끄러운 삶이었기에 길게 참회할 것도 없다고 한다. ‘만 이십 사 년 일 개월은 지금까지 희망도 없이 무의미하게 살아온 생애를 뜻한다. 1연과는 인과(因果) 관계에 있다.

 

3연은 앞으로 반드시 오고야 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참회를 하게 될 것이다. , 젊었을 때 왜 암담한 현실에 대응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자기 고백이나 하고 있었느냐고. ‘즐거운 날은 우리 민족의 광복의 날을 뜻한다.

 

4연은 아픈 자기 성찰을 하자는 것이다. 무기력하게 실의에 빠져 있는 자신을 채찍질하고 지향점을 찾자는 것이다.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는 온몸으로 가능한 한 열심히 성찰하자는 것을 제유법(提喩法)을 써서 표현한 것이다. 자아 반성을 통한 결의를 보여 준다.

 

5연은 앞으로 자신이 살아갈 모습을 형상화한 연이다. 어두운 밤 하늘에 사라지는 별을 보면서 외롭게 걸어가는 자신의 모습이 거울 속에 보인다는 것이다. ‘운석(隕石)’의 원뜻은 별똥별이다. 이 말은 별이 하나 지면 누군가가 죽는다는 죽음의 의미로 읽을 수 있다.

 

이 시는 윤동주가 일본에 건너가기 직전에 쓴 것인데, 이 시를 쓸 당시에 이미 스스로 앞날의 운명을 예견했다는 점에서 퍽 감동적이다. 특히,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은 윤동주의 생애와도 직결된다. 이 시인은 일본에서 독립 운동가로 체포되어 2년 형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외로이 복역하다가 해방을 6개월 앞두고 옥사했다.

 

 

<감상의 길잡이>(2)

이 시는 암울한 시대에 욕된 삶을 사는 자신을 성찰하고 참회하는 작품으로 자문(自問)하는 형식 속에 지식인의 양심적 자세를 담고 있다. 24세의 청년 시절(1942. 1.24)에 쓴 작품으로 이와 같이 냉철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자기 자신을 동양적 윤리관에 입각하여 철저히 분석, 해체한 점에서 그의 깊은 정신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시적 화자는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그 속에서 왕조의 유물내 얼굴을 발견한다. 거울은 그 자체가 이면서 나를 비춰 주는 거울로, 그는 거울을 통해 과거의 삶을 성찰하고 참회할 뿐 아니라, ‘그 어느 즐거운 날인 미래에 비추어 현재의 부끄러움을 깨닫고 있다. 그러므로 이 시에서의 거울은 단순히 내면적 자아 성찰의 도구가 아니라, 역사 인식의 매개물이요 미래 전망의 창구(窓口)가 되는 것이다.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비춰진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 보던 화자는 조국의 잘못된 역사를 발견하고 자신에 대해 욕됨을 느낀다. 그리하여 그는 아무런 기쁨 없이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삶에 대해 참회의 글을 쓰는 한편, 조국 광복이 된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또다시 써야 할 참회록을 생각한다. 미래에 쓸 참회록이란 식민지라는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자기 노력도 없이 현실의 고통만을 토로한 앞의 참회록을 쓴 자신의 행위에 대한 반성의 글이다. 그러므로 이 시의 주제는 투철한 역사 의식을 동반한 끊임없는 자아 성찰이다.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는 구절은 바로 이러한 자아 성찰의 자세가 극명히 나타난 것으로, 온몸을 바쳐 자신을 꾸준히 되돌아보겠다는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 그렇게 하여 절망과 암흑의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 슬픈 사람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 화자는 마침내 욕된 역사에 대한 책임 의식과 철저한 자기 참회의 실존적 자아 성찰을 통해 조국과 민족을 위한 삶의 좌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운석은 별똥별을 일컫는 것으로 흔히 죽음을 연상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 구절에 담겨 있는 화자의 자기 인식은 매우 우울하고 비극적이라 할 수 있는 한편, 이 시가 일본으로 건너가기 직전에 쓴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자신의 운명을 예견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감동적이다. 그는 일본에서 독립 운동을 하다 체포되어 2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조국 독립을 6개월 앞두고 옥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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